몇일 전부터 더티파밍에 관해 개인적인 견해를 써 오고 있었는데, 어떤분이 밑에 먼저 써 놓으셨네요..잘 보았습니다.

 

저는 작년 5월 정도부터 lol을 시작한 유저로, 시즌1 말기에 만렙을 달았고, 북미썹에서 랭겜을 시작해서 국썹이 열리고 케릭을 넘겨서 현재 솔랭은 금장 유지하고 있고, 주로 팀랭위주로 플레이하는 유저입니다. 와우 레이드를 하드하게 즐기던 과거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솔랭보단 판을 짜고 크게 한타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 팀랭이 아무래도 재밌더군요.

 

잡설이 길었고, 요새 화제인 더티파밍이 옳다, 그르다에 대해 말하기 이전에 더티파밍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부터 아시는 것이 좋을것 같습니다-그래야 정확하게 평가를 할 수 있을테니.

 

정글몹이 개편되기 전, 그러니까 레이스/큰골렘 등을 잡았을때 체젠이 없었고 지금보다 정글몹 리젠 시간이 느렸으며 정글몹이 강했을 때 - 거의 모든 정글러가 갑빠5포션 시작이 강요되었고 갱킹보단 안정적인 4레벨을 찍는 것이 중요하던 시절 - 에는 미드가 쉽게 더티파밍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것이 이유가 아니라 그저 몹들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죠.

 

 그 당시 선호되던 ap미드는 애니, 브랜드 등 누킹형 미드였습니다. 초반부터 평타섞은 스킬견제를 통해 상대 피를 깎고, 포션을 소모하게 만든 뒤 6렙때 플래시+이그나이트를 동반한 한방딜로 킬을 따내면서 레인전을 이기고 탑, 봇 로밍을 통해 스노우볼을 굴리는.. 이런 챔프들의 특징은 스킬쿨을 한바퀴 돌리면 그 이후에 스킬쿨이 오기 전까지 딜이 거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nuker... 핵폭탄을 떨어뜨린 것 같은 데미지가 한방에 들어간다고 누커라고 부르죠.) 하지만 이 때 레이스는 너무도 강했기 때문에 스킬쿨을 한바퀴 돌려도(궁제외..) 몹들이 한방에 정리되지 않았기에 몹에게 받는 데미지가 너무 컸고 따라서 체력을 보존하는 것이 너무도 중요했던 미드ap누커들끼리의 싸움에서 오히려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습니다.(추가경험치+추가골드보다 초반 포션의 갯수와 체력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죠.) 또한 정글몹의 회전 속도가 늦기 때문에 이렇게 될 경우 정글러의 성장 속도가 굉장히 늦어지는 단점도 있었구요. 이 때 감히 더티파밍이 가능했던 챔프는 당시(약 1년 전쯤으로 기억합니다.) 거의 필밴 리스트에 올랐던 모데카이저 정도로 기억합니다. (지금보다 쉴드가 더 많이 찼고 훨씬 강력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게다가 건블이 너프 전이라 건블나온 모데는 탑이든 미드든 그저 공포의 대상이었죠. 미드ap의 딜로는 모데의 쉴드를 벗기고 모데를 절대로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괴랄한 푸시력에 AD흡혈, AP흡혈 모두 수치가 너무 높아서 어설프게 갱왔다간 2:1역관광을 쉽게만들어냈죠.)

 

 그러다가 시즌2가 되고, 정글몹 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정글몹이 약해지고, 회전이 빨라진 대신 골드, 경험치 보상이 줄면서 정글러는 정글몹을 먹는것만으로 성장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졌습니다. 따라서 정글러들이 택한 것은 신발3포 이후 빠른 갱킹 or 카운터정글링이었습니다. 리 신, 녹턴, 우디르, 쉬바나, 스카너 등 저렙때 갱킹이 좋거나 카운터정글에서 이득을 보기 쉬운 챔프들이 대세가 되었고 레드후 2렙갱, 빠른 3렙갱 등 빠른 갱킹이 대세가 되기 시작합니다. (예전에도 작골쌍둥이를 먹으면 2렙이 바로 되었기 때문에 작골먹은 2렙 리신의 봇땅굴갱 등이 있긴 했지만 리신과같이 몇몇 챔프들만이 가능했기에 제외하겠습니다. 생각해보면 리신, 샤코 말고는 기억이 잘 안날정도로 희귀하군요..)

 

 이때까지만 해도 미드라이너가 정글몹에 손을 대는 경우는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때 가장 핫했던 미드라이너는 카시오페아 :  카시OP아라고 불리던 이 챔프는 기존의 누킹형 챔프와는 메커니즘부터 달랐습니다. 손가락을 많이 타긴 했지만 흔히 말하는 'DPS형 미드챔프'의 재발견이었죠. 기존의 애니와 브랜드가 스킬 한바퀴 돌리면 할게 없어지는 반면 이챔프는 q를 묻히기 시작하면 그이후 지속딜이 템 잘 나온 원딜에 비견할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카시OP아의 등장으로 미드생태계는 대혼돈에 빠지게 됩니다. 초반의 강력함을 바탕으로 미드라이너를 솔킬내고 빠르게 로밍을 다녀서 그 강력함을 바탕으로 아군 탑, 봇을 성장하게 해야 하는(혹은 게임을 그대로 끝내야 하는) 한방누커들과의 싸움에서도 결코 지지 않는 케릭이, 중후반에도 DPS를 담당하게 되면서, 카시는 가장 hot한 미드챔프가 됩니다. 게다가 시기적절하게 아리라는, 스타일리쉬한 암살자이면서 중후반까지 높은 DPS를 낼 수 있고, 로밍에도 능한 OP챔프가 등장하게 되면서 미드는 아리/카시오페아가 거의 양분하는 구도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더티파밍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쿨이 긴 한방스킬에 모든걸 쏟아붓는 누커와는 분명 개념이 다른 DPS형 AP챔프였지만 여전히 한방콤보가 있는 챔프들이었고 따라서 피관리가 중요했으며 미드솔킬 -> 로밍 이 패턴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결국 이 두 챔프는 너프를 먹게 됩니다. 아리의 경우에는 좀 심각하게 여러 번..... 그러면서 이들 챔프의 견제력이 그닥 강하지 않게 되고 미드에 비교적 초반이 약한, 그렇지만 성장포텐셜이 큰 챔프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충분히 초반을 버틸 수 있기 때문이죠! 라이즈, 카서스가 그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고정마나룬을 낀 라이즈의 극초반은 아주 강합니다만.. 분명 라이즈는 여눈+카탈부터가 그 강함이 시작되는 DPS형 챔프라고 생각합니다 전) 또한 시기적절하게 아테나의 부정한 성배라는, 훌륭한 마젠템이 등장하게 되고 따라서 그전까지는 일부 장인들에 의해서만 플레이되던 애니비아가 등장하게 됩니다. 미드 한방누커들의 등쌀에 밀려서 탑으로 도피했던 블라디미르도 다시 미드에 등장하게 되죠.

 

 애니비아, 카서스, 라이즈, 블라디미르.. 이들 챔프의 특징은 초반을 비교적 무난하게 넘길 경우 후반에 엄청난 딜을 뽑아낼 수 있는 DPS형 AP라는 데 있습니다. 게다가 물리면 바로 끝장인 카시오페아와는 달리 오래 살아서(카서스의 경우에는 꼭 살지 않아도) 딜을 할 수 있는 포텐셜도 갖고 있습니다. 과거 미드AP가 초반에 엄청난 딜을 바탕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다가 후반에는 탑, 원딜에게 대부분의 딜을 맡기는 역할이었다면 위 4 챔프들의 경우엔 후반에 원딜급의, 잘 컸을 경우 오히려 원딜보다 더 큰 DPS를 뽑아낼 수 있는 챔프들입니다. 자연스레 이들 챔프의 성장=중후반 한타에서의 승리를 보장하는 공식이 되고, 이들 미드케릭들은 로밍도 포기한 채 cs를 탐닉하기 시작합니다. 라인 cs는 당연히 쓸어담고 추가 cs를 위해 눈을 돌리게 되고 가장 근처에 있는 정글몹: 레이쓰를 빼먹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더티파밍의 시작이고 최근 hot했던 그라가스나 요즘 가장 hot한 오리아나도 위 4챔프들과 그 성향이 살짝 다르지만 많은 cs를 필요로 하는 챔프이고 레이쓰를 빼먹는 데 아주 용이한 스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정글러는 가난해도 1인분을 해 낼 수 있는, 흔히 말하는 '궁셔틀' 정글러가 대세가 됩니다. 아무무, 마오카이, 스카너 등.. 또는 갱킹이나 카정에 용이해서 상대 몹을 빼먹으면서 클 수 잇거나 갱킹에 모든걸 걸 수 있는 리 신, 녹턴, 쉬바나 등.. 물론 이 챔프들은 위험부담이 크긴 하지만요.

 

 

 

 여기까지가 더티파밍의 개략적인 역사입니다. 즉 미드가 예전처럼 로밍형 누커가 아닌 DPS형 챔프들이 대세인 현 메타에서 '가난한 정글러+비대해진 AP미드'는 '보통 정글러+보통 AP미드'보다 더 큰 위력을 내기 때문에 더티파밍이 대세가 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마치 템이 나오지 않아도 자기 역할을 해내기 쉬운 서포터가 원딜에게 CS를 모두 몰아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씨에스를 나눠먹었을 경우 '정글러 1+AP미드 1'의 역할을 해 낼 수 있지만,  더티파밍을 허용해 '정글러 0.8+AP미드 1.5'의 위력을 낼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당연히 더티파밍은 시행되어야 하고 그것이 승리조건이 됩니다. 정글러에게는 아쉬운 얘기지만 그것이 현재 메타이고 또 그것을 깰 만한 묘안이 현재로서는 딱히 없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더티파밍은 '라인 cs를 모두 챙긴 후에'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더티파밍의 목적은 '라인 cs를 모두 먹고, 거기에 더불어 정글cs까지 챙겨서'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결코 챙길 수 없는 cs와 경험치를 얻어 빠르게 성장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얼마전 CLG.EU의 프로겐선수를 보니까 오리아나로 28분에 cs를 380인가 먹더군요........ 라인몹을 정리하지 못해서 라인몹이 사라지고 있는데 정글몹만 탐내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정글러의 정상적인 성장만 방해하는 요소가 됩니다.

 

 또한, 솔랭의 경우 위와 같은 '비대한 AP미드+가난한 정글러'의 메타만이 등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여전히 아리, 카시오페아, 브랜드 등 폭딜을 통해 킬을 먹고 로밍을 다니는 미드는 솔랭에서 캐리하기 좋은 미드이고 문도, 쉬바나 등 정글이 빠르고 성장을 통해 충분히 1인분을 할 수 있는 정글챔프도 많이 등장합니다. 내가 미드아리이고 우리 정글이 문도인데 미드에서 상대를 압박하지도 못했고 라인을 밀지도, 밀 수 있는 여력도 되지 않는데 그저 '대회에서 더티파밍 하니까 나도 해야지 정글러님 이거 내꺼임 대회도 안봄? ㅡㅡ' 이 마인드로 더티파밍 하는건 미드+정글 합쳐서 같이 피딩합시다 정도의 얘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분명 프로들이 매 대회마다 보여주는 '대세'는 현재의 추세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고 승률이 가장 높은 전략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다섯명이 모여서 게임을 하게 되는 노말 or 솔랭에서는 꼭 이게 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개개인의 케릭 숙련도가 다르기 때문이죠. (흔히 말하는 '잘하는거 하세요') 내가 아무무이고 우리편 카서스가 라인에서 cs를 잘 먹고 있고 추가적으로 성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 기꺼이 레이쓰를 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문도이고 우리편 브랜드는 라인에서 상대 카시와 영혼의 논타겟싸움을 하고 있다면 레이쓰는 문도가 먹어야 마땅합니다.

 

 p.s.1. 절대 솔랭하다가 쳐발리고있는 블라디놈이 내 레이쓰 다쳐먹어서 멘붕해서 쓰는글은 아님.

 

 p.s.2. 스압 ㅈㅅ..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더티파밍은 분명 현재 hot한 메타이고 장점이 많은 것이지만 떄와 상황을 가려서 합시다..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 정글러분들은 기꺼이 cs를 내주고 미드를 키우는 아량을 보이고, 필요하지 않다고 느껴지면 미드분들은 라인에 보다 집중하는 집중력을 보여야 할 것임. 이게 나름의 결론.

 

 

 p.s.3. 하나 추가. 꽤나 빈번한 상황일듯. 나는 애니를 골랐는데 상대는 카서스임. 카서스가 열심히 더티파밍을 하고 있음. 이때 내가 해야할건 '어 저놈 더티파밍하네? 나도 밀릴수 없다 더티파밍해야지 ㅋ' 이게 아니라 어떻게든 그 카서스를 따내려고 해야됨. 혼자 못따겠으면 정글러라도 존내 불러서. 같이 파밍모드 가면 한타기여도로 좆되는거에요. 제발 자기 하는 캐릭터 컨셉은 알고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