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탱커 아이템 코멘트는 좀 길어서 몇 파트로 나눕니다.

< 탱커 아이템 >

설명에 앞서서 잠깐 짚고 넘어갈 부분이 하나 있는데, 바로 룬 : 영리한 사냥꾼이 삭제되었다는 점입니다. 영사는 아이템 가속이라는 독특한 자원을 주는 룬이었으며, 이제는 없습니다. 픽률이 정말 정말 정~말 낮았던 인기없는 룬이었지만, 사실 같은 줄에 있는 다른 룬들에 비해 더 고성능을 가진 룬이기도 했습니다. 비교적 가속을 더 많이 줬거든요. 옆줄의 다른 룬들 상대로도 좋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으면 했었죠.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비틀린 룬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제 목적을 온전히 수행해냈다고 보기도 어렵고, 사람들에게 뚜렷한 만족감을 주지도 않은 것 같았지만, 또 정작 일부 아이템은 이 룬 없이는 제 값을 하지도 못했습니다. 이래저래 말썽이 많은 룬이었기에, 결과적으로 삭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끝없는 절망 : 쿨타임 감소

같은 이유에서 끝없는 절망의 쿨타임을 줄여줍니다. 상향폭도 아주 큰데, 거의 기존 5스택 영사 상태의 쿨타임만큼이나 짧아집니다. 아주 직관적인 버프죠. 오히려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평가할 여지도 있을 것입니다. 굳이 영리한 사냥꾼을 들지 않고 그 자리에 다른 룬을 들어도 상관없을 뿐더러, 스택을 쌓지 않아도 처음부터 쿨타임이 줄어있는 것이니까요. 

● 증오의 사슬 : 삭제

증오의 사슬은 사라집니다. 사실 원래 삭제할 생각은 없었고, 오히려 상향을 먹인 뒤 증사의 새로운 직장을 찾아줄 심산이었습니다.

1. 존재의의 상실

게임이 작동하는 방식을 보면, 증오의 사슬은 사실 약간 함정 아이템에 가깝습니다. 걸핏보면 잘 큰 상대, 혹은 맞상대 하나를 상대로 놀라운 저항력을 제공해준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죠. 그래서 종종 1코어 아이템으로 선택되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일반 방어/마법저항력 아이템을 사는 것이 더 많은 피해 감소율을 보여줍니다. 왜냐하면 게임 초반 단계에서는 방어력이나 마법저항력 따위의 내구 스탯이 훨씬 더 강력하기 때문이죠. 증오의 사슬의 특수효과보다도요. 그렇습니다. 어떻게보면 저희가 설계를 실패한 아이템입니다.

증오의 사슬은 현재 존재가치를 오롯이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증오의 사슬을 구입하는 유저분들에게 증오의 사슬을 구입하는 이유를 만족시키지 않고 있죠. 낚시성 아이템이 되어버린 것이 첫번째 이유입니다.

2. 불쾌함

두 번째 이유는, 증오의 사슬이 가진 두 번째 효과인 숙적의 강인함 감소에 있습니다. 자체만 놓고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효과죠. 그렇긴 하지만…. 음, 그 이상으로 강하게 드는 생각은, 이 아이템이 상향이 아니라 삭제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증오의 사슬을 더 좋게 만들어줄 수는 있었겠죠. 하지만, 증오의 사슬이란 아이템은 중간이 없는 아이템입니다. 나쁘면 쓸 이유가 없고, 좋으면 한도 끝도 없이 불쾌하죠. 

증오의 사슬이 가진 효과란 결국 "네가 미우니 일단 약해지고 봐라"는 식입니다. 그런 아이템이 좋아지게 되면,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이 마스터 이라고 생각해봅시다. 잘 컸고, 게임을 집도하고 있죠. 헌데 적팀 다섯 중 누군가가 아무나 증사를 사서 여러분에게 띡하고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강인함이 깎여나가고, 죽을 때까지 CC나 맞다가 한타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게임에서 지워져버리게 되면 이 게임에서 마스터 이를 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건 정상적인 방법으로 마스터 이를 카운터치고 대응하는게 아니라는거죠. 그런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이유로 적의 보호막을 무시해버리는 효과(e.g.레넥톤 W)가 매우 드문 것이며, 치감 효과의 성능이 성장에 비례하지 않고 고정된 수치(40% 치유감소)만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챔피언이든 간에 카운터를 맞을 수도 있고, 조합상 무기력해질 수도 있지만, 일단 쓸 수는 있어야 하는거니까요.

3. 대응의 여지 vs 챔피언의 인권 보장

일반적인 상황에서, 어떤 챔피언을 대처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은 그 챔피언을 썼을 때 재미있고 쾌적하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일입니다. 최소한 이 게임 내에서 그 챔피언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있어야 하죠. 그러나 증오의 사슬의 특수효과, 피흡 챔피언들을 아예 지워버릴 수 있을 정도로 과도한 수치의 치감, 무분별하게 보호막 파괴 효과를 줘버리는 것 같은 행위들은 어떤 챔피언을 완전히 이 게임에서 삭제해버릴 수도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게임 건강에 좋지 않을테죠.

이는 탱커들이 방어력을 올려서 물리 피해로부터 사실상 무적이 되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 건 괜찮죠. 문제될 게 없습니다. 하지만 증오의 사슬 류의 효과는 좋아지게 되면 해당 효과에 유독 취약한 챔피언들을 아예 '축출'해버린다는 데에 그 위험성이 있는 것입니다.

요는 결국 '정도'라는 것이 있다는 겁니다. 카운터를 치든, 뭘 어떻게 하든요. 균형이 중요하죠. 치유 감소가 과다해지면 문제겠지만, 어느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진실입니다. 보호막 파괴가 무분별하게 파다해지면 게임 건강을 해치겠지만, "어느정도는" 있을 수 있죠. 그러나 증오의 사슬은 특성상 모 아니면 도이기 때문에 그 정도라는 것이 없습니다.

어쩌면 챔피언을 쓸만하게 만드는 것보다 대응의 여지를 마련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죠. 특정 챔피언을 아예 못 써먹을 정도의 반불구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대응의 여지만을 남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하지만 전 그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건 리그 오브 레전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 저희 개발팀의 신념은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