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을 2015년부터 지켜봐온 한 명의 팬으로서 적어봅니다.
경기도 시작 안 했는데 마음이 불편하고,
이기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심란했던 기분.
생각해보면 그건 그냥 경기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팬으로서 그런 마음이 드는 순간은,
단순히 이기고 지는 걸 떠나
팀이 ‘어떻게 싸우고 있는가’가 중요하게 느껴질 때다.
실력으로 증명하는 팀이었고, 그래서 멋있었다
T1은 늘 그랬다.
잘하면 나가고, 못하면 벤치에 앉고,
그 벤치에서 다시 치고 올라오고.
그 과정이 공정하고 멋있었고, 그래서 믿고 응원할 수 있었다.
2015년 한 해 동안, 그 Faker조차 주전이 아니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전략에 따라 Easyhoon이 나올 때도 있었고,
Faker는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든 실력과 메타에 맞는 선수가 나가는 구조였고,
벤치에 있다고 해서 도태되는 게 아니라
다음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의 시간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Faker는 결국 중요한 순간마다 돌아와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그게 T1이었고,
그래서 팬들은 “누가 뛰든 잘할 거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구마유시도 그랬다.
테디랑 주전 경쟁하면서 이겨냈고, 결국 중요한 무대에서도 잘해줬다.
그래서 팬들도 "얘는 실력으로 증명하는 선수구나" 하고 납득할 수 있었고.
그런데 지금은 뭔가 다르다.
실력보다 결정이 먼저 내려진 느낌.
그게 괜히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우리가 좋아하는 T1이라면
이런 문제도 결국은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처음부터 쉬운 길만 걸어온 팀도 아니고,
진짜로 강했던 시절은 언제나 혼란 속에서 질서를 만들고,
실력으로 기준을 세워온 순간들이었다.
지금 이 순간도 그렇게 지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팬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팀이 중심을 잡고 다시 한 걸음 나아가는 걸 지켜보면서
끝까지 응원하고, 지지해주고 싶다.
T1이니까.
돌림판 시절의 스트레스, 그리고 지금
요즘 선수 팬들이 걱정하는 것도 이해된다.
2021년처럼 매 경기마다 라인업이 바뀌고,
감독의 명확한 기준 없이 분위기나 감정선에 따라 선발이 정해졌던 시절.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혼란의 중심에 있던 당시 감독의 책임이 컸다고 본다.
선수들은 불안했고,
팬들도 그때마다 무슨 기준으로 라인업이 바뀌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기회는 있었지만, 그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고 있다는 믿음이 없었고,
그게 스트레스로 쌓였다.
그렇다고 지금의 정상적인 주전 경쟁까지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돌림판과 실력 경쟁은 완전히 다른 거니까.
경쟁은 스포츠의 본질이고,
누가 되든 실력으로 증명해서 올라오면, 그게 제일 멋있는 그림이니까.
그 과정이 투명하고 납득 가능하면, 팬도 기다릴 수 있다.
팬의 자세도 돌아봐야 할 때
요즘은 선수 개인을 중심으로 응원하는 팬들이 많아졌다.
아이돌 문화와 비슷한 흐름이 자연스럽게 E스포츠에도 자리잡았다.
물론 누군가 한 명을 깊이 좋아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그 마음이 팀보다 앞서기 시작하면,
팀이 무너지면서 결국 그 선수가 설 무대조차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선수의 팬이어도 괜찮다.
하지만 T1의 팬이라면, 팀이 먼저라는 마음은 함께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진짜 오래 응원할 수 있는 방법이고,
선수와 팀 모두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믿는다.
Aim 1st, 이 말 하나는 여전히 T1답다
요즘 T1에서 가장 T1 같은 게 뭐냐고 묻는다면
"Aim 1st" 이 슬로건 하나.
예전처럼 "이긴다"는 확신이 딱 들진 않아도,
이 말 하나에 팀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담겨 있다고 느낀다.
잘하든 못하든,
누가 뛰든 간에,
그 목표를 향해 제대로 나아가는 팀이라면
팬은 기다릴 수 있고, 믿을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바라는 건
단순히 이기는 T1이 아니라,
이길 자격이 있는 방식으로 싸우는 T1이다.
그걸 우리가 기억하고 지켜보면,
다시 진짜 ‘T1’다운 팀이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읽어주셔서서 고맙습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그 수많은 장면을 함께 지켜본 한 명의 팬으로서
그저 한 걸음 물러서 바라보며 써봤어요.
혹시 같은 마음인 분들이 있다면,
그냥 고개 한 번 끄덕여 주셔도 참 고마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