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무모하셨습니다."

그날 이카르트가 가지고 있던 공간 이동석으로 라벤광산을 무사히 탈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레지스탕스 기지의 치료 실에서 몸을 회복하고 있는 아이리스의 곁을 이카르트가 지키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니까. 이카르트"
"아무리 그러셔도 그렇지 그렇게 아무런 대비도 없이 적진에 들어가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그...건..."

아이리스는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아는 지 고개를 돌린 채 쉽게 대꾸하지 못했다.

"여제께서 아시면 얼마나 심려가 크시겠습니까?"
"엄마가... 걱정 많이 해?"

힐끔힐끔 이카르트를 쳐다보며 아이리스가 물었다.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이리스는 입술을 깨물며 또다시 이카르트의 시선을 피했다.

"다른 것들은 어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다른 지역 대표들 말이야. 뭐라고 안 해?, 적의 식민지에 일개 기사도 아니고 기사 단장인 이카르트가 왔는데 반발이 엄청 심했을 것 같은데?"

"여제께서 해결 하셨습니다."

잠시 동안의 침묵, 그리고 이카르트가 아이리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빠른 시일 내로 배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럼 바로 에레브로 돌아가십시요."
"나만?, 이카르트는?"

이카르트는 무서운 표정으로

"전 따로 명령 받은 것이 있습니다."

아이리스는 당연히

"무슨 명령?"

하고 물었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여제의 권한으로 직접 내리신 명령입니다."

이카르트의 못을 박는 대답에 아이리스는 '칫~'하고 혀를 차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보통, 기사에게 내려진 명령이라면 황족의 권한으로 그 명령의 내용을 알 수 있었지만, 여제의 권한으로 내려진 명령은 오직 명령을 받은 자만이 볼 수 있었다.

"3일 내로 임무를 끝내면 왕자님을 모시고 귀환 할 수 있을 겁니다."

이카르트는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조용히 병실을 빠져 나왔다.

'명령이라고?'

이카르트가 떠난 뒤 아이리스의 머리 속에선 이런 저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이카르트가 올 정도면 보통 일은 아니라는 건데?'

아이리스는 생각에 잠겨 있느니라 펠린이 노크를 하고 들어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몸은 좀 어때?"
"어?! 펠린 너였구나? 난 괜찮아."

형식적인 물음에 형식적인 대답, 둘의 대화는 거기에서 끝이었다. 둘 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른 채 어색한 침묵만이 이어졌다.

"미안."

예상치 못한 단어에 펠린은 자기가 잘못 들었다는 착각까지 들었다. 아이리스가 미안해 해야 할게 뭐가 있지?

"펠린의 누나를 구하러 들어간다 해 놓고 구하기는 커녕 폐만 끼치고 말이야."
"네가 미안해 할게 뭐가 있어, 살아있다는 걸 안 것 만으로도 됐어."

처음 만났을 때 보다 부드러워진 펠린의 목소리에 아이리스는 싱긋 웃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이제 내가 별로 안 싫은가 보네?, 처음에는 외부인 이라고 그렇게 싫어하더니"
"누가?, 착각하지 마 난 그냥...."

펠린은 발끈 하고 소리치더니 말끝을 흐렸다.

"난 그냥?"
"됐어, 이래서 내가 여기 안 오려고 했는데, 나 갈 거야!"

팰린은 그대로 병실 문을 소리 나게 닫으며 병실을 나와 문에 기댄 채 작게 중얼거렸다.

"고맙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먼저 미안하다고 하면 내가 뭐가 돼냐고..."


새벽부터 내린 비로 지하에 있는 레지스탕스 기지는 물난리가 갔다.

"무기고에 물 절대 못 들어가게 해!"

갈라진 콘크리트 사이로 물이 뚝뚝 떨어졌고 배수로를 넘쳐 흐르는 물을 막기 위해 우의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로 중무장을 한 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행이 아이리스가 있는 병실은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빗물의 직접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으~~ 끈적거려... 습해!!"

이카르트로 인해 병실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아이리스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그때 무엇인가 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에 아이리스는 몸을 움찔 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정말 전 아니란 말이에요!"

울먹이며 소리치는 벨비티의 목소리에 아이리스는 병실 문을 박차고 뛰어 나갔다.

"내 친구한테 무슨 짓이야!"

아이리스는 온몸이 묶인 채 끌려가는 벨비티를 보고는 주변 요원들에게 소리쳤다.

"우리도 아무 이유 없이 벨비티를 끌고 가는 게 아니야." 
"뭐?, 그럼 벨비티가 무슨 죄라도 저질렀다는 거야?"

마침 그곳에 있던 벨의 말에 아이리스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벨을 올려다 보았고 벨 역시 이 상황이 달갑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벨비티가 만든 물약을 먹은 요원들이 독에 중독됐어."



라벤광산 비밀 실험실

"이놈의 비는 언제 까지 내리는 건지, 아이고 허리야."

갤미레르는 한 실험관의 상태가 나와있는 화면을 보며 허리를 두들겼다.

"안정적이군 조금만 있으면 완성 시킬 수 있겠어."

갤미레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면에 나온 시험관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백금 색 머릿결의 남자가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크흐흐 좋아 이제 그 년 얼굴만 보면 딱 이겠군." 

갤미레르는 기분 나쁜 웃음 소리를 내며 남자 옆에 있는 또 다른 실험관으로 다가 갔다.

"흠.. 대충 형태는 잡혀 가는 군, 크흘흘 이번 작품도 꾀나 재미있겠는데."

갤미레르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거대한 세포 덩어리가 인간의 형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번 회에는 그림이 없네요 ㅠㅠ

아이리스와 펠린의 분위기가 뭔가....하죠?



하... 컴터 쓰기가 왜이렇게 힘들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