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예언을 기준으로 검마전 결말을 예상하시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쓰는 장문입니다.
정확히는 '나라면 이 게임의 스토리를 이렇게 쓸거다'라는 내용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검마전은 100% 연합의 패배일 겁니다.

일단 제 추리는 차원의 도서관에서 하얀마법사 각성씬에서 나온 한 대사에서 시작합니다.

궁극의 어둠은 존재한다.

제가 생각하는 이 말의 본 의미는 '악의 문제'입니다.

악의 문제 : "신이 전능하다면, 왜 악이 존재하는가?"  

여기에 대한 대답은 이렇습니다.
악은 신의 부재이기 때문에, 절대 선은 존재하지만 절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악의 존재는 신의 전능함을 해치지 않는다.

이걸 바탕으로 하얀마법사의 말을 곱씹어보면, 위 주장에 정 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신이 악하다는거죠. 신이 악한게 전능한거다 라는 주장입니다.
하얀마법사는 오랫동안 선한 의지로 진리를 추구해왔습니다.
차원의 도서관 중, 그의 또다른 말을 보면,

우리가 발 붙이고 있는 이 세계에 신의 도시를 재현할 수 있는 근원의 지혜를 추구한다. 

라고 합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근원의 지혜 (진리) = 신의 지혜 혹은 신 그 자체 를 뜻하는 것임을 알 수 있죠.
하얀마법사의 연구는 절대 성공할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신이 악한데 신의 지혜로 세상에 선을 가져오는게 가능할 리가 없죠. 결국 이 사실을 알아챈 하얀마법사는 신이 아닌 그의 피조물, 즉 인간의 힘을 믿어보기로 합니다.

인간을 통해 이 세상에 선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아래 3가기 조건을 만족해야만 합니다.

1. 신이 부여한 모든 힘이 차단된 세계를 구축
2. 그 세계 안에서 순수한 인간의 힘을 개발
3. 신에 대항하는 최종전

우선 1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신에게 힘을 부여받은 대상들, 즉 초월자들을 이 땅에서 모두 몰아내야합니다. 검은 마법사가 시간의 여신 륀느를 가두고, 제로를 불완전한 체로 반으로 쪼개어 두며, 데미안을 통해 알리샤를 제거하려고 했던 것은 바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입니다. 덧붙혀 또다시 초월자가 생기는걸 막기위해서 애매하게 존재하도록 만들었죠. 

2를 만족시키는 것이 대단히 까다롭습니다. 여기서 하얀마법사는 주민들의 염원이 모여 만들어진 힘, 봉인석이라 불리는 이 힘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봉인석의 힘은 세상에 흩어져 있죠. 여기서 바벨탑이 나옵니다.

주님께서 온 세상의 말을 거기에서 뒤섞어놓아 사람들을 온 땅에 흩으셨다고 해서 그 도시의 이름을 바벨이라고 불렀다.

바벨탑에 관련된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인간이 신에게 대항하는 것을 막기위해서 이들이 서로 협심하지 못하게 말을 죄다 갈라 놓았다는 내용입니다. 초기 봉인석이 지역별로 흩어져 있었던 것도 이것을 하나로 뭉쳐 신에게 대항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봉인석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봉인석을 하나로 합치기 위해서 검은 마법사가 그린 큰 그림은 무엇이었을꺼요? 아마 이것이 영웅들의 검은 마법사 봉인과 메이플 아일렌드 습격, 각 지역의 봉인석 탈취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히 시대 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메이플 월드에는 봉인석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봉인석을 블랙헤븐에서 플레이어에게 사용하게 되죠. 그리고 플레이어는 대적자가 됩니다. 대적자는 검은 마법사의 대적자라는 의미뿐 만 아니라 (신의) 대적자 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죠.

하지만 아직 2번을 달성하기에는 모자랍니다. 최종적으로 신의 세계에서 이기려면 최소 초월자의 힘 + a를 취해야하죠. 이걸 위해서 검은 마법사가 준비한것이 바로 지금의 검마전입니다. 검은 마법사가 빛과 어둠 두개의 힘을 취해서 초월자의 힘 + a를 가지고 이것을 플레이어에게 넘겨주게 되는 것이죠. 잘 생각해보면 봉인석은 검은 마법사를 봉인할때도 쓰였습니다. 초월자의 힘을 제어하는 기능이 분명 지금의 플레이어에게도 있을 것이고, 이는 최종적으로 모든 힘이 플레이어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음을 말해줍니다.

3번 조건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메이플스토리의 대장정이 마무리 될때...쯤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서 분명 "이게 왜 검은 마법사가 이겨야하는 이유가 되느냐?" 라는 질문이 생기실겁니다.

이제 우리가 플룻을 쓰는 사람이라고 봅시다. A는 본인이 왜 싸우는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고, B는 본인이 왜 싸우는지 알고 있으며, 더 큰 싸움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려는 사람입니다. 더 큰 싸움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A가 이기는 시나리오를 쓸까요 B가 이기는 시나리오를 쓸까요? 당연히 B입니다. B가 살아서 이겨내야 A가 최소한 자신이 싸워야하는 이유 정도를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B가 희생해서 능력이 없는 B의 의지가 능력을 가진 A를 통해 계승된다면 이건 완벽한 시나리오 입니다. 

또다른 이유로는 예언의 마지막 부분인 새로운 운명이 완성된다 라는 부분의 해석이 오묘하다는 걸 스토리에서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이 예언이 어느 순간부터 틀리고 결국 플레이어가 검은 마멉사를 이기게 된다면, 새로운 운명이 완성된다는것 또한 이미 틀린 것이 되므로 완벽한 사족이 되죠. 이걸 강조했다는 건 일단 최소한 검마가 이기는거 까지는 (종말을 고하는 것) 팩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전투로 모두가 죽는 결말을 본 시그너스의 예지력도 맞는 것이 되니, 어느정도 설득력은 있죠.

그렇다면 지금의 검마전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그저 본의를 알지 못하는 우매한 창조물이 저항하는 이야기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최고의 반전은 그 힘을 가지는 사람이 플레이어라는 사실입니다.

플레이어는 지독한 휴머니스트 입니다. 타냐의 막타만 치면 막을 수 있었던 위협을 더이상 이 아이를 희생시킬 수 없다라는 굉장히 황당하고 멍청한 이유로 막지 못합니다. 또, 더 큰 목적을 위해 타인이 희생되는 걸 지켜볼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이건 에스페라 이야기에서 자세히 나옵니다.) 반면, 검은 마법사는 더 큰 선을 위해서는 희생을 감수합니다. 당장에 메이플 월드를 향한 무차별적인 파괴활동을 보면 알 수 있죠. 의도한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메발진은 플래이어의 휴머니즘적인 요소를 크게 강조 하여서 휴머니즘 vs 공리주의의 구도를 자연스럽게 우리 머릿속에 각인시킵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휴머니즘(인본주의)는 신본주의와도 어느정도 대척점에 있습니다. 검은 마법사를 격퇴하고 나서 오버시어 혹은 태초의 신과 플레이어가 대립해야할 이유를 제공합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검마전은
나는 더 큰 선을 위해 메이플 월드를 위험에 빠트렸다. 이제 능력을 가진 너가 내 힘을 이어받아라.
라고 말하는 검마를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어. 나는 희생으로 쌓아올린 힘을 바라지 않아.
라고 저항하는 이야기인 것이죠.

그러면 이 다음 이야기는 어찌 될 것이냐? 당연하지만, 플레이어는 초월자의 힘을 내려 놓아야합니다. 그걸 가지고 있으면 스토리가 진행이 안될 뿐더러 이야기의 본질을 흐리게됩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시키지 않으므로, 수단인 초월자의 힘은 최종적으로 신과 싸울때 사용해서는 안되는 것이죠. 초월자의 힘을 버리는 것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습니다만, 저는 아래의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은 마법사는 플레이어를 제외한 모두를 죽여버리고, 전의를 상실한 플레이어에게 자신이 알아낸 모든 진리를 전해줍니다. 사실 이 세계를 만든 신이야 말로 악이며, 모든 존재를 위혐에 빠트린다는 사실을요. 이후 검은 마법사는 플레이어에게 힘을 전달해주려고 하지만, 갑자기 생각을 고쳐먹은 플레이어는 거꾸로 검은 마법사의 힘을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는 흡수한 힘을 통해 메이플 월드가 희생한 모든 것을 되돌리게 되죠. 쓰러진 병사들을 일으켜 세우고, 파괴된 메이플 월드을 복구하며, 아케인 리버의 에르다들을 다시 원래 위치로 보내줍니다. 힘을 잃어버린 검은 마법사는 힘들게 얻은 힘을 왜 이런 곳에 낭비하냐며 플레이어를 비난합니다. 하지만,
"이건 내 방식이야. 당신의 목적이 존중받길 원한다면 나의 방식을 먼저 존중하도록 해"
라는 말로 플레이어는 응수해주죠. 결국 검은 마법사는 다시한번 인간의 힘에 걸어보겠다는 말과 함께 먼지가 되어 사라집니다. 플레이어는 검은 마법사를 막고 그가 희생시킨 모든 것을 되돌리는데 성공하지만 결국 초월자의 모든 힘과 염원을 다 써버리고 빈깡통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이런 식으로 마무리를 한다면 나쁘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결국은 휴머니즘이 승리하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니까요.

이상 개소리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슝


첫 문단에 나오는 악의 문제, 그리고 신의 지혜 부분은 그냥 카톨릭의 신관을 대놓고 '비틀어 놓은' 부분입니다. 즉, '신이 악하다'라는 전제만 새로 박아 넣었을 뿐이죠.
첫 문단이 다소 억지처럼 보일 수 있어서 추가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