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맨 처음에 찍은 것은 랜스 영상입니다.

2ndG를 손검으로 돌파하고 다른 무기도 해볼까 하고 둘러보던 와중에
TynkTry님의 충격적인 몬헌 하계강습 08 영상을 보게 되었죠.
알몸에 회성 하나 띄우고 쿨러도 없이 사막에서 더위로 체력이 바닥나기 전에
노히트로 디아 아종을 토벌해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 생각하는 한편,

"알몸으로 저 정돈데 장비 입으면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주제를 모르는 생각을 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그동안 한번도 손대지 않은 장비를
그것도 G급 패턴 디아 상대로
수십번 리타이어를 반복하면서 싸우고 또 싸우는데
머릿속에 있던건 한 생각 뿐이었죠
'장비는 내가 더 좋으니 안될리가 없다....'
분침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처음엔 죽어도 안피해지던 지중 돌진 후 기습이
열번에 서너번 피해지더니
그 다음엔 열번에 여서일곱번.
그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기분이 좋아서 재시도 재시도..

패턴 유도의 개념도 깨우치게 되고
경직을 유도하면 편하겠다..라는 생각도 어렴풋이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포터블에선 쉽지 않았죠; 여러가지 이유로)

그때까진
'와 빨리 잡았네. 근데 이 영상의 테오는 왜 이리 얌전해'
하는 생각만 들었는데

'오 이건 이렇게 패턴 유도 하는거였구나'
'아 이게 경직 플레이구나. 쌍검도 괜찮은데..'
하는 생각으로 바뀌어갔죠.

점점 새로운게 보이고
또 그걸 스스로도 해볼 수 있다는게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그렇게 랜스로 디아와 장시간 씨름하다가
그냥 기분전환 삼아 손검을 들고 티가를 잡으러 갔는데 수렵 시간이..
별 의식도 안했는데 엄청나게 빨라진거에요.

누구한테 '손검으로 이 정도 잡을 수 있어요 해보세요' 라는 말을 들었으면
나한테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라고 비아냥거렸을 타임으로..

아마 처음부터 티가를 목표로 도전했다면 중간에 때려 쳤을겁니다.

그래서 깨달은게 떡밥에서 중요한건 타임이 아니고 그게 얼마나 매력적인가 하는거였죠.
50분 내내 잡더라도 한 가지 목표를 세워서 그걸 달성한다면
분명 신나는 부분이 있고
분명 뭔가 더 나아지는 구석이 있다는 것.

제가 한쌍게지기가 되면서 좋은 떡밥을 제공하겠다는 글을 썼음에도
여지껏 변변찮은 것을 제시하지 않은 이유는
분침이랑 상관없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도전과제 같은 떡밥이 뭐가 있을까 열심히 궁리해 봤지만
과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얀쿡을 분노 후 한대만 때려 경직시켜보세요(경직치 계산)'
'직접 공격으로 데미지를 입지 않고 폭탄을 연속 5개 기폭시켜 보세요(회피 가능시간과 무적시간 활용)'
'물기와 돌진을 맞지 않고 에스피나스를 분노시켜 보세요(몬스터 눈치보기)'

결국 그냥 다른거에 집중했더니
떡밥이 올라오면 관심있는 분들은 알아서 즐기시더라구요.
역시 좋아하는건 스스로 발견하게 하는게 제일인거 같습니다.

...


애기X와 님은 대악당이지만
떡밥이나 영상글에 댓글 다시는건 항상 한결같아서
가끔 감탄하곤 합니다.

저도 가끔 저만의 목표를 달성하고 기뻐하던 그 감정을 잊고
'뭐..별거 아니네' 라는 마음으로 뒤로가기를 누를 때가 있는데
이분은 그렇지 않구나 올ㅋ

침묵한 몬스터의 동체 앞에서 무기 하나 꺼내들고 있는
그 스크린 샷 한장에 담긴 표현되지 않는 노력과, 희비를 생각하면서

오늘도 새로운 수렵스샷이 보이면 무슨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클릭해봅니다.

...


한쌍게는 떡밥을 환영합니다. 분침이랑은 상관없이요.

나 이거 재밌게 했는데, 라고 생각하시면
뭐든지 맘편히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