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흐리시가 새로운 군단 주얼을 디자인하는 도중 겪은 실패담의 마지막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 템플러
* 불가지론자(The Agnostic) 



이 핵심노드도 대부분의 여타 핵심노드와 마찬가지로 긴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원래 아이디어는 탐광(Delve)의 개발 도중 나왔습니다. 본래 건장한 부정자(Hale Negator)를 구상할 당시 이 고유 속성 부여를 안에 포함하려 했으나, 아이템에 작업하는데 여러 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어 계획을 미루게 되었습니다. 

템플러를 주제로 한 핵심노드를 생각할 때마다 전, 이 속성 부여가 실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어떻게 연기되었는지가 떠오릅니다. 이게 가능하기나 하냐고 몇 번이나 물어봤었죠. 알고 보니 가장 큰 난점은 바로 받는 피해와 에너지 보호막 간의 상호작용이었습니다. 에너지 보호막을 완전히 제거할 경우, 제거할 수도 있지만 당연하게도 밸런스 면에서 더 위태로워지게 됩니다. 생명력과 마나 둘을 모두 적절히 조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 말입니다. 

이 핵심노드의 개념은 여러분이 피해를 받을 때 마나로 치유하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여러분은 이런 방법으로 마나 회복의 투자에 전념하고, 확보한 마나를 이용해 대신 생명력을 치유하게 됩니다. 


* 내면의 신념(Inner Conviction) 



이 핵심노드는 지금 여기서 다루는 아이디어 중 가장 오래된 편에 속할 겁니다. 실제로 아주 오래전 패시브 트리에 도입하기로 논의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연기되었습니다. 아이디어에 대해 떠올려 보자면, 당시 이 핵심노드는 시전자 중심의 핵심노드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격분 충전을 잃는 단점이 있었지만, 권능 충전에 전적으로 투자할 경우 이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의지력의 힘(Power of Purpose) 



저는 항상 어떤 요소를 다른 요소로 완전히 바꿔버리는 핵심노드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철의 반사신경(Iron Reflexes)이라는 핵심노드를 선호하기도 했지요. 의지력의 힘(Power of Purpose)도 같은 개념을 가지고 있지만, 약간의 수정을 가해 마나를 독특한 방식으로 다루도록 했습니다. 

물론 방어도보단 마나를 축적하는 게 더 어렵기 때문에 비율이 1:1보다는 낫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마나를 완전히 잃는 것도 원치 않았습니다. 그랬다면 강제로 혈마법(Blood Magic) 이용이 강제되어, 제가 원하는 핵심노드의 취지를 위반하는 꼴이니까요. 결국 아주 많은 비율의 마나를 방어도로 전환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마나가 대량으로 줄어드는 현상에만 대처하면 되는 것입니다. 


■ 영원한 제국
* 타락의 정점(Supreme Decadence) 



타락의 정점은 아마도 이번에 소개하는 핵심노드 중에 개발 기간이 가장 길었을 겁니다. 플라스크와 관련이 있다는 것 외에는 완전히 다른 시도를 하려고 했거든요. 

플라스크 효과 50% 감폭 
플라스크가 근접한 동료들에게도 영향을 미침 

처음에는 위와 같은 효과가 꽤 재미있고 직관적인 줄 알았는데, 이로 인해 너무 많은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동료들에게 어떤 효과가 전이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뿐더러, 본 핵심노드와 특정한 고유 플라스크를 통해 동료들을 괴롭히거나 죽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문제점을 떠안고 갈 수는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회의를 몇 번 거친 후에 이론적으로 괜찮아 보이는 대안을 생각해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재미가 있을지는 미지수였기에, 일단 핵심노드를 적용하고 직접 플레이해보기로 했습니다. 변경된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고유 이외의 플라스크 지속시간 200% 증가 
플라스크 사용 시 다른 플라스크 효과를 모두 종료 

너무 많은 플라스크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대신에 지속시간이 매우 긴 특수 플라스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조치였죠. 이론적으로는 괜찮아 보였지만, 게임을 해보니 끔찍한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우선, 영혼 갈증 빌드에서 과도한 플라스크 지속시간으로 인해 과도한 충전이 발생했습니다. 게다가, 플레이어에게 적용된 일부 고유 플라스크의 부정적인 효과를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직접 핵심노드를 사용해보니 재미가 없었다는 점이었죠.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적을 처치하면 플라스크 충전을 일정 시간 동안 제거하는 단점을 지닌 핵심노드를 궁리해보았습니다. 하지만, 패스파인더로 전직하면 앞서 말한 단점 없이도 핵심노드의 모든 혜택과 그 이상을 누릴 수 있다는 문제가 기저에 깔려있었습니다. 

플라스크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제로 회의하던 중, 마침내 '핵심노드'에 해당하는 효과를 이미 만든 적이 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당시 신의 슬픔(The Sorrow of the Divine) 플라스크를 개편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추가했던 속성 부여 중에서 게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로 핵심노드에 부합하는 것이 있었거든요. 이전에 직접 적용해보고 재미있는 플레이 방식을 도입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던 적도 있었고요. 이에 따라, 간단히 속성 부여를 핵심노드로 옮긴 뒤 신의 슬픔(The Sorrow of the Divine)이 상위 효과가 될 수 있도록 단점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 과시의 정점(Supreme Grandstanding) 



과시의 정점은 저희가 최초로 설계한 핵심노드 중 하나이며, 타락한 핵심노드 문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눈치채신 분도 있겠지만, 원래 바알 도관(Vaal Conduit)으로 기획했던 핵심노드였죠. 오리지널 세트 중에 제가 좋아하고 '즐겼던' 핵심노드였기 때문에 이번 리그에서도 잘 먹히리라 판단했습니다. 순수하게 권능을 이용하지는 않지만, 쉽게 충전을 생성하기에 적합한 핵심노드입니다. 플레이어의 충전에 장단점으로 모두 작용하는 핵심노드의 단점도 정말 마음에 드는 요소입니다. 


* 자만의 정점(Supreme Ego) 



오래전부터 오라와 관련된 '이기주의' 효과를 작업하고 싶었습니다. 영원한 제국 핵심노드를 만든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딱 맞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죠. 요즘에는 점유 효과를 여러 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번에는 엄청나게 충전된 오라 1개를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핵심노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문제점이 하나 있었는데, 전령 등의 타 점유 효과 사용을 어떻게든 방지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새로운 플레이 방식이 나올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존 플레이어들이 오라 1개와 전령 1개만을 사용하는데, 오라를 1개로 제한해봤자 의미가 없는 노릇이었죠. 결국에는 간단하게 모든 점유 비용을 크게 높이는 단점을 채택했습니다. 오라를 1개보다 더 사용하려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할 테니까요! 


■ 주요 스킬과 작은 능력치

매 리그마다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를 생각하며 핵심노드를 멋지게 하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었죠. 하지만 핵심노드는 비용적인 문제가 있기에 다방면에 쓰일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핵심노드는 재밌고 흥미로워야 되지만 만약 이미 존재하는 빌드에 주얼을 사용한다면 어떨까요? 패시브 트리가 남아있다면 말이죠. 

근본적으로 우리는 다섯개의 군단이 각각의 주요 스킬과 능력치 노드는 어떻게 다르게 적용할건지를 결정했었어야 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건 하나 하나씩 다 매우 다르면 좋겠지요. 패시브 스킬을 트리에 적용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어떻게하면 주얼들이 다른 것들과 매우 다르게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 저희는 회의를 소집하고 커다란 화이트보드에 모든 스킬이 다 명시된 엄청나게 커다란 테이블을 그리고 어떤 방법이 적용될 수 있을지를 논의했습니다. 어떤 스킬들은 “무작위로 신규 능력치 추가하기”, “무작위로 신규 패시브 스킬을 기존것과 대체하기”, “무작위로 뽑은 패시브 스킬 생성하기”, “아무것도 없는 패시브 스킬” 등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많은 목록에서 어떤 것이 각자 군단에 가장 잘 어울리는지를 찾는 것이 방법이였습니다. 사실상 저희는 각자 군단에 제일 잘 맞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한거죠. 


* 바알 
바알이 가장 쉽고 빠르게 결정한 주얼입니다. 전체 컨셉을 보는 것이 이번 군단이 패시브 트리에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시작하게 되어 이번 군단 주얼이 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저희는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매우 무작위한 것이 이번 게임의 특징이였으며 모든 능력치와 작은 노드들은 전체적으로 랜덤한 노드로 대체될 예정 이었습니다. 모든 주요 스킬은 “바알 주요 스킬” 의 접두어로 대체될 예정이엿지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군단은 바로 모든 패시브 스킬들의 값이 무작위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한 타락한 기분에 가장 근접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 카루이와 마라케스 
바알 주얼을 개발하면서 저희가 마주쳤던 한가지 문제는 주얼이 결국 좋은 역할을 하게 될지 아닐지 결정하기가 너무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주얼이 많은 능력치을 없애고 새로운 능력치를 추가했기 때문이지요. 이런 이유로 군단 주얼의 몇 개는 남기는게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저희는 카루이와 마라케스를 군단 주얼로 선택하였고 기존에 소지중인 패시브 스킬에는 빠지는 능력치 없이 오히려 더 추가되었습니다. 예전처럼 힘 바탕의 보너스가 있는 카루이와 민첩 바탕의 보너스가 있는 마라케스로 쉽게 결정할 수도 있었지만 이번에 추가된 주요 스킬은 꽤나 독특합니다. 특히 마카케스가 그렇지요. 

사실 정보 바탕의 보너스를 넣지 못한게 아쉽지만 이번이 마지막은 아니지요. 세가지의 사이클을 항상 완벽하게 만들어야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남아있는 군단 주얼을 조금 더 색다르게 만들어봤습니다. 


* 영원한 제국 
만약 카루이와 마라케스 주얼만이 현재 패시브 스킬 트리에 능력치를 추가해준다면, 하나는 아주 다른 방향으로 스킬 트리의 능력치를 없애주는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아무도 사용하지 않겠지요. 그래서 저희는 작은 능력치를 잃는 대신 가장 빠르게 충전되는 능력치를 추가하기로 계획을 만들었습니다. 

시작은 어찌 할지 몰랐으나 계속 개발을 하면서 플레이어들이 과연 이 주얼을 사용하고 싶을지 아닐지가 점점 간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스킬 트리에 마우스오버를 하면 어떤 신규 능력치가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작은 패시브 스킬을 잃는 것은 가혹하지만 가장 빠르게 충전되는 좋은 주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 템플러 
템플러에 대해 생각을 해보면 신규로 가짜 능력치인 ‘헌신’을 만들자고 했던 아이디어가 생각납니다. 힘을 얻기 위해 헌신을 쌓는 개념은 템플러 군단에 매우 적합한 연결고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결국 주얼의 느낌을 다르게 하는 것이 문제였지요. 

저희는 언제나 감시자의 눈이 하나에 가장 많은 고유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 성공적인 주얼이라고 느껴왔습니다. 이 주얼에게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주얼 자체를 좀 더 강조하고 가지고 있는 헌신에 더 많은 능력치를 부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주얼은 무작위하게 두가지의 능력치를 가질 수 있지만 캐릭터를 좀 더 강력하게 하기 위해서 가장 적합한 능력치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무언가가 빠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능력치가 ‘헌신’으로 바뀌는 걸 보는 것도 좋았지만 나머지들이 스킬 트리에서 상호작용하는 것이 무언가가 빠진것 같았기 때문이지요. 좀 더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스킬 트리 안에 이미 있는 능력치를 바꿀 수 있는 템플러 주요 스킬 세트를 만들었습니다. 적정량의 헌신을 얻으면 이 주요 스킬 세트가 활성화됩니다. 그리고 물론 매우 강하지요! 


■ 글을 마치며

수년 전 본의 아니게 정신력의 문제(Mind over Matter) 핵심노드의 탄생에 기여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 디자인이 게임에 꽤 근본적인 영향을 주게 되어 정말 기뻤거든요. 그때부터 핵심노드를 계속 만들고 싶어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제가 핵심노드를 이렇게나 한 번에 많이 만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번에 추가된 핵심노드를 통해 빌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여러분께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빌드를 궁리할 때, 제가 핵심노드를 만들며 느꼈던 만큼의 즐거움을 만끽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