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카마엘 서버에 복귀한뒤, 자연스레 단골 PC방에 출입하게 되었다.
10시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총싸움에 불태우는 학생들 틈으로 길섶형님이 언제나 처럼 앉아계셨다.

복귀했다고 말씀드렸을때, 형님은 기왕 할꺼면 쉽고 좋은 환경에서 게임하라며 다시 한번 go혈맹에 가입할 것을 종용하셨다.
그 지점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
사실 접기 전 한창 신의연합의 군주로 있을때에는 코웃음 치다시피 넘겼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알게된 이상 마냥 넘기기에는 너무 달콤한 유혹이었다.
고작 몇푼 투자한 이들도 go혈맹에서 부대끼면, 어느세 레어 악세사리 몇개는 맞추기도 했으니.

아무리 예전 동료 몇이 다른 혈맹에 있다고 하지만, 쉽고 편한 길을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정원이 이미 가득차고도 넘쳐 이제는 가입시 기존 멤버의 추천과 까다로운 심사가 있을텐데, 형님 본인이 힘을 써줄 것이니 가입하여 편하게 게임하라고 거듭 말씀하셨다.

"아니요 형님 말씀은 정말 감사한데, 일단 생각을 좀 더 해보겠습니다"

의지와 순수를 팔아 먹는다는 생각보단, 아직은 어느 곳에도 속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컸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의 나로써 생각해본다면 아마 형님의 말씀대로 go혈맹에 가입하지 않았을까.
그때의 나로썬 생각 할 수록 모든게 혼돈이니 차라리 정확한 결정을 피하고 싶은 공산이 컸다.

하지만, 결정의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생사 연합은 돈되는, 그리고 업이 되는 노른자위 컨텐츠 모두를 통제 했다.
반대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필드레이드나, 사냥터는 일반유저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뒀다.
당시 흔히 무작정 사냥팟을 하기엔 지루하거나,무료해서 각 레벨에 맞는 사람들이 파티연합을 짜서 레이드를 진행했는데.
레이드 진행자들은 성공시 단숨에 서버에서 유명인사가 되기도했다.
개중에는 공략이 까다롭고, 보상이 나름 수준있는 레이드들이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지속된 반복 사냥에 지쳐, 한번은 게시판 레이드 공지를 참고 하여 참여 해봤었다.
70레벨 대의 레이드들을 모두 레이스하여 공략하는 방식이었는데, 마지막 레이드를 남겨두고 문제가 생겼다.
정비 후 공략타임에 들어가 보스 딜을 하고있었는데, 힐러들이 역활을 못하고 그만 탱커조가 몰살 당한 것이다.

사태파악을 해보니, 힐러조의 대부분 유저가 사망하여 시체가 되있었는데, 그 주변엔 아이디가 빨간색으로 변한 채 서있는 생사연합의 무리가 있었다.

분명 해당 레이드보스는 통제를 하는 보스도 아니었고, 중립의 공략팀은 사전에 이미 자유게시판에 레이드 공략 공지를 미리 올린체 진행했지만.
일언반구 불가의 싸인 한번 없이, 부캐릭을 키울 목적으로 삼삼오오와서는 대뜸 레이드를 중지하라고 하는게 말이되는 행위가 아니었다.
거기다, 한창 레이드 진행중 모든 사람들이 가뜩이나 위협적인 보스 공략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런 소리를 하니 누가 유연히 반응 할 수 있었겠는가.

수 십명의 사람들이 묵묵부답, 저마다 화를 억지로 참고 있을때 당 레이드의 진행자가 중재를 표하며 나섰지만.
헛소리를 하지말란 식의 생사연합 측 대꾸에, 참지 못하고 공격적인 언행을 뱉고 말았다.
진행자는 그 자리에서 반격 한번 없이 막피 당했다.

'여기서 반항하면 겜생 꼬인다. 참자'
다들 그 생각 이었을까.

'아니 X까, 어떻게 참냐.'
나는 끓어 오르는 피를 주체 못하고, '소닉무브'를 키고 달려갔다.
빨간색 카오 아이디를 한채, 의기양양히 해산을 명령하는 생사인원의 뒤로 달려가 '트리플 소닉슬래쉬'와 '더블 소닉슬래쉬'를 연거푸 퍼붓고 난도질을 했다.

후방에서 동료가 갑자기 급습 당하자 생사 인원들은 '벙' 쪄있었다 아니, 중립 유저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나의 타겟은 사망했다 그 도 생각을 못한거다 공격받으리라고는.
카오 시스템의 핸디캡상, 일반적으로 몹에게 죽었을때 보다 더 심하게 아이템을 드랍한다.
"챙!" 소리가 나며 S급 단검인 '엔젤슬레이어'가 떨어졌다.
개중에 동료의 아이템을 습득하고자 토글키로 달려오는 이가 있었지만, 가장 가까이 있던 나의 인벤으로 들어왔다.

화살이 등 뒤로 박혔다.
지근거리에서 시뻘건 색의 '死' 한자를 마크로 한 생사연합의 인간들이 달려왔다.
인벤을 열어, 단숨에 찾은 축귀를 찢어 마을로 귀환했다.

'내가 뭔짓을 한거냐'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바로 난리가 나야되는 상황아닌가? 귓말도 없고 왜이렇게 조용하지?'
마치 그러면 내가 사라지는것 마냥 괜시리 아덴마을에서 기란마을로 텔을 탔다.

냉정을 찾을 시간이 되니 후회가 밀려왔다.
'미친놈 이 미친놈! 어쩌자고...'
나에게 죽었던 생사캐릭이 귓말을 던졌다.
- 곱게 말할때 장비돌려줘라 듣보잡이라 혈맹도 없으니 딱히 무필도 안하겠다.
뭐 대충 그런내용이었던거 같다.

가만?인벤을 다시 찬찬히 보니 걍짜리가 아니라
'+7 엔젤슬레이어' 였다.

돌려주긴 개풀.
현금 50 여장 가치의 아데나에 팔고난뒤 접속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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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