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전선: White Out (1)




살아서 돌아가더라도, 모든 게 달라졌을 것이다.




작전은 오전 4시 16분에 시작됐다.

우리들- 임시로 ‘구조 소대’라 이름 붙인, 나를 포함한 5명의 인형들이 헬리콥터에서

내린 뒤 주위를 정찰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버려진 건물과 눈이 잔뜩 쌓인 언덕 말고는.

“건물을 수색하고, 안전하면 임시 거처를 만들자.”

“네.”

사건의 발단은 일주일 전, 어느 ‘이상 현상’으로부터 시작됐다.

최근 한 달 동안 폭설이 심했고- 매년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그 때문에 차량으론

도저히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눈이 쌓여 지휘부 인근의 민간인 거주 지역조차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의문의 세력이 민간인들을 공격했다.

보고를 받은 동시에 지휘관은 정찰을 보냈지만- 그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건물엔 아무도 없어, 함정도 안 보이고. 괜찮은 것 같은데?”

AA-12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마카로프, 경계 부탁해. 나머진 모여, 작전 브리핑이다.”

구조 소대는 지휘부에서도 가장 뛰어난 인형들을 모아 만든 임시 소대다.

먼저 나, 네게브가 리더이며- 마카로프, IWS-2000, AA-12, AN-94가 소대원들이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간단하게 요약하겠어. 우리 임무는 민간인 및 아군의 구출과

이상 현상의 조사야. 지금 날씨가 이 모양이니, 이동이 어렵고 식량이나 탄약을

조달하는 것도 힘들어. 특히 눈보라가 심해서 지원 헬리콥터는 당분간 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중상을 입거나 전투 불능 상태가 되면...고칠 방법이 없단 뜻이지.”

“무전 통신은 왜 안 되는 거야?”

AA-12의 목소리였다.

“그 이유도 알아봐야지. 어쩌면 눈보라가 심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적이 있을 가능성은?”

이번엔 AN-94였다.

“그것도 불명. 철혈이 온 건지, 아니면 단순히 눈보라가 심해서 고립된 건지

알 수 없어. 우리가 아는 건 이게 지금 보통 사태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건 우리뿐이라는 정도야. 자, 다음에 어디서 쉴 수 있을지

모르니 식량들 미리 먹어둬. 총도 점검하고...10분 뒤에 출발한다.”

어째서 무전 통신이 먹통인 것일까.

또, 그 많은 민간인들과 아군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마치 벽에 보이지 않는 미로에 갇힌 것처럼-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뚫고, 걷고 또 걸어간 끝에 우리는 버려진 건물을 발견해

거기서 하룻밤을 넘기기로 했다. 밤에는 시야가 너무 나쁘고 온도가 더 낮아져

총이 고장 날 가능성이 높았다. 차라리 밤에는 휴식을 취하는 게 나았다.

“네게브, 대화가 필요하다.”

“응? 어, 그래.”

AN-94, 나는 그녀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아는 것이라고 해봤자 같이 온 AK-12와 매우 친밀하다는 것, 그리고 실력이 뛰어나다는

정도뿐이다. 감정을 철저히 숨기기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스스로 이 위험한 임무에 자원했고- 그 이유가 여기서 실종된 AK-12를 찾기

위함이라는 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

“왜 그래?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거 아니었어?”

“아, 그...AK-12나 다른 소대원들이 무사히 지낼지 궁금했을 뿐이다.”

“그걸 알아내려고 온 거잖아?”

“그래, 그렇다만...”

확실히 AK-12가 관련된 일이니, 평소보다도 훨씬 동요하는 게 느껴졌다.

지휘부에 있을 땐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전혀 없었다는 게 기억났다.

“걱정되는 건 알지만, AK-12나 함께 간 인형들은 모두 지휘부 최정예였어.

최소한 살아는 있을 거야. 찾으면 구출해서 돌아간다, 그게 전부야.”

“알고 있지-”

“당장 불 끄세요!”

IWS의 목소리였다, 우리는 반사적으로 전등을 끄고 몸을 낮췄다.

“무슨 일이야?”

“지금...이 집 근처에 누군가- 아니, 이건...포위당했군요.”

포위라고? 어떻게- 지금 밖에는 눈보라가 불고 있고, 불빛은 전혀 없어

코앞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실외 온도는 영하 60도에 육박한다.

이런 환경에서 멀쩡히 움직이는 건 전술 인형이라도 불가능하다.

“얼굴이 보여? 인간이야? 아니면 인형? 철혈이야?”

“거의 안 보이-”

드르르르르르륵-

그 소리를 듣자마자, 우리는 몸을 낮춘 뒤 머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어마어마한 총성이- 무지막지하게 퍼붓는 총알의 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누가 우리를 공격한 거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전원, 사격 개시!”

지금 우리는 언덕 위에 있는 2층짜리 나무 건물에 있었고, 적은 언덕 밑에서

총알을 마구잡이로 갈기는 것 같았다. IWS는 2층에서 저격하고, AA는 적이

입구로 들어오는 걸 막으라고 명령했다. 나와 AN, 마카로프는 창문으로 팔만

내밀고 총알을 쐈다. 머리를 내밀었다간 그대로 벌집이 될 게 뻔했다.

“더미 가져와!”

마카로프가 내 명령에 따라 더미 인형을 작동시키려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내가 머리를 숙이고 다가가자, 마카로프가 말했다.

“젠장.”

“왜 그래!?”

“연결이 안 돼,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이건 사고가 아니야. 누군가가 우리 통신 체계에

손을 댔군. 더미는 쓸 수 없어, 네게브.”

“...”

더미가 없으면 화력이 팍 줄어든다, 5분의 1이 되는 것이다...지금 이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적의 수도, 정체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농성해야 하나?

“명령을 내려, 네게브! 리더인 네가 망설이면 다 죽어!”

“!”

마카로프의 말이 옳다, 지금 결단을 내려야한다.

도망쳐봤자 눈 때문에 멀리 가지도 못한다, 오히려 어둠 속에서 기습당해 전멸할

가능성만 높아진다. 차라리 여기서 승부를 보는 게 낫다.

“계속 응사해! 쏴!”

전투는 계속 됐다, 우리는 건물에서 농성했고 적의 공세는 점점 약해졌다.

싸움이 끝난 것은 주변이 밝아지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누가 우리를 공격한 것인가? 그걸 알아야했다. AA를 선두로, 우리는 적이

공격했던 언덕 밑으로 향했다.

“저기 있다!”

저 멀리 평야에, 쓰러져있는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철혈인가? 역시, 철혈이 민간인 거주 지역을 습격한 것이-

“...어?”

나는 내 눈을 믿지 못했다.

전술 인형들.

처음 보는 인형들이었지만, 분명 그것은 우리와 같은 전술 인형들이었다.

“뭐야? 이게 대체...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지금?!”

“...”

박살난 나강 리볼버의 잔해가 발에 밟혔다.

우리 지휘부 출신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이들은 우리와 같은 전술 인형이다.

어째서 공격한 것이지? 뭘 위해서? 그러나 대답해 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새하얀 평야에 누운 인형들은, 모두 죽어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이 시작임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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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와 픽시브에서 연재 중입니다.
전개가 꽤 하드하므로, 내성이 없으신 분들껜 추천드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