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레메스는 임무를 포기 할 수 없다는 일념하에 계속해서 카트린느에게 덤볐다.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었다.

 

어쌔신 크로스 에레메스가 아무것도 하지도 못하고 계속 게펜의 입구 밖으로 추방당하고 있었다. 듣도 보도 못한 마법에 의한 일이기 때문에 에레메스는 오히려 카트린느에게 묻고 싶었다. 정말로 자신이 게펜 안에 들어 온적이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몇일이 지나자 결국 에레메스는 근거리까지 카트린느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는데, 듣도 보도 못한 마법에 의해 또 다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그녀의 유피텔 썬더는 마법사들이 가장 취약하다는 캐스팅 시전 시간이란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고, 스톰가스트나 메테오 스트라이크같은 마법은 파괴력조차 어마어마 했다. 에레메스의 의지를 완전히 꺽기 위한 쇼같은 느낌이었다.

 

"마법사라는 존재가 이렇게 대단한 존재인건가."

 

게펜에 온지 약 2주 째.

 

에레메스는 카트린느를 죽일 방법을 단 하나도 찾지 못했다. 독약병을 이용해 카타르에 독을 묻혀 단숨에 적을 살해하는 기술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카트린느는 간단하게 세이프티 월과 유피텔 썬더로 밀쳐네 에레메스를 완전히 가지고 놀고 있었다. 상성이 안맞아도 너무나도 안맞았다.

 

자신의 클로킹한 모습은 그대로 들통나고 있었고, 기공포나 메테오어절트 등 수많은 원거리 기술은 카트린느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마나 보호막 덕분에 아무런 피해조차 입힐 수 없었던 것이었다. 결국 에레메스가 그녀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건 자신이 자랑하는 소닉블로우 밖에 없지만 그 기술은 번번히 세이프티월에 막히고 있었다.

 

에레메스는 그 까닭에 게펜을 벗어나지 못하고 이번에야 말로 그녀를 죽이겠다는 일념하에 또 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

 

'축제?'

 

오늘은 평소와 달리 게펜은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마법도시인 게펜이 축제가 일어나려면 무슨 일이 있어야 하는 걸까.

 

에레메스가 품었던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풀릴 수 있었다.

 

로드나이트 세이렌 윈저.

그리고 그의 약혼녀이자 하이프리스트인 마가레타 소린이 이 곳을 방문했기 때문이었다.

 

"...."

 

에레메스는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고, 그 행렬을 바라보았다.

발키리에게 인정을 받는 다는 건 에메레스도 겪었기 때문에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대륙에는 천재들이 너무 많아 카트린느를 포함한 몇몇은 어린나이에 벌써 발키리에게 선택을 받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상태가 되었다.

 

'어쩌면 방심하게 된걸지도 몰라.'

 

에레메스의 암살 의뢰가 이렇게 길어진 일은 없었다. 어째서 이러는 걸까. 분명히 카트린느 입장에서도 자신이 까다로울텐데 어째서 이렇게 번번히 실패만 하는 걸까. 에레메스는 축제 같은 분위기를 틈타 또 다시 카트린느를 노리기 위해 게펜 탑을 올랐다.

 

게펜 탑에서 아무렇지 않게 차를 마시는 카트린느지만 창밖을 보고 있는 그녀는 평소와 달랐다. 로드나이트 세이렌과 하이프리스트 마가레타를 보는 그녀의 눈빛은 평소와 달랐고 차분해 보이던 그녀와는 다르게 상당히 감정적으로 보였다.

 

"오늘은 상대할 기분이 아니야."

 

자주 보는 사이라서 일까. 언제부터인가 존댓말을 했던 카트린느는 자신에게 편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이 말투가 평소의 말투 같아 보였다.

 

"평소와 다르군."

"....."

 

카트린느는 아무 말 없이 에레메스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표정 덕분에 에레메스는 공격하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그녀와의 싸움을 즐기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표적물에게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금 에레메스는 그녀와 싸우기 싫다는 느낌 뿐이었다.

 

"짜증이 날 뿐이야."

 

카트린느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책을 폈다.

 

"이봐. 에레메스 오빠."

"오빠?"

 

에레메스는 자신을 지칭하는 카트린느의 호칭에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이런 감정을 느껴본게 정말 얼마만인지 알 수 없었다.

 

"그냥 포기 하는 것이 어때? 내가 얼마나 많은 암살자들을 상대했는데. 날 정말로 죽이고 싶다면 다른 방법으로, 평소와는 다른 방법으로 상대해야 할 걸? 나 역시 오빠에게 다른 방법으로 대하고 있으니까."

 

카트린느의 말에 에레메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말이 옳았다. 보통 위저드도 아니고 하이위저드를 보통 위저들들과 같은 방법으로 상대하니 당연한 결과였다. 게다가 카트린느는 어쌔신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아는 상황이니 자신이 불리 했던건 당연했다.

 

"그리고 이 모든건 실리아 알데. 그 여자가 계획한 일이라구. 오빠에게 암살 의뢰를 한 것도 그 여자야."

"....."

"목적은......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카트린느는 이미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난 건지 다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정확하다 할 수 있는 건 의뢰인인 실리아 알데로부터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