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린이 떠난지 약 사흘 정도 되던 날.

프론테라의 성당은 난리통이었다.

 

"이게 무슨..."

 

그랜드페코페코에 실려 있는 여성은 눈에 눈가리개를 동여메고 거의 죽어가는 목숨으로 옅은 숨을 내쉬며 미동도 없이 기대어져 있었다. 신성력으로 그녀를 재빠르게 응급처치를 하고는 밤프 사제는 근심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글레스트헤임으로 퇴마를 떠난 그녀가 어째서 이렇게 다 죽어가는 모습으로 돌아온것일까.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적어도 오기로 예정되어 있지 않은 그녀가 글레스트헤임에서 뭔가 안좋은 일을 당한 것 만큼은 틀림 없었다.

 

"밤프 사제님??"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밤프를 찾았다. 밤프는 그녀가 자신을 찾는 다는 것을 알자마자 곧바로 그녀가 있는 병실로 향했고, 그녀는 멍한 모습으로 밤프의 인기척이 나는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밤프 사제님. 저는 암흑 상태에 걸린게 아니죠?"

"...."

"밤프 사제님. 대답 안해도 저도 제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어요."

 

암흑 상태이상에 걸린 상태가 아니었다. 두 눈을 모두 잃은 그녀는 더 이상 빛을 볼 수 없었다. 때문에 밤프의 고통스러워 하는 표정을 알 수가 없었다.

 

"글레스트헤임은 지금 위험해요. 지하수로에서.... 거대한 악마가 나타났습니다. 마가레타 수녀님이 전선을 짜고 방어 하고 있지만 지금 수도원에서 아래층까지 밀려난 상태에요. 지원군이 필요해요."

 

지금 자신의 몸이 어떻든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했다. 여기까지 자신만 살아오는 동안에도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예정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살아야만 했지만 그만큼 적들도 강해 그녀 혼자 간신히 살 수 있었다.

 

"알겠네."

 

밤프 사제는 소린이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건 응원군을 보내야 한다는 걸 아는 밤프기에 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글레스트헤임으로 향하고 있을 소린이 걱정이 되어 미칠것만 같았다.

 

"제가 가죠."

 

우연찮게 이 곳에 있었던 세이렌. 그는 어느새 전투 무장까지 다한 상태였다.

 

"기사단과 성기사단에서도 지금 다 알고 있습니다. 글레스트헤임의 프리스트 한 분이 거의 죽어가는 모습으로 프론테라 성문에 당도했다고요. 밤프 사제님이 움직이기 전에 이미 저희들도 움직일 준비를 다 해놓은 상태죠. 하지만 먼저 간 소린이 걱정되지 않으신가요?"

 

세이렌은 밤프에게 말을 했다. 자신은 기사단 소속이라 이런 상황에서 멋대로 움직이는 건 용납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머리를 굴렸다. 독단으로 움직이려면 상당한 고위 인사의 힘이 필요했다. 때문에 소린을 아끼고 있는 밤프에게 향한 것이었다. 밤프 정도의 힘을 가진 사람이라면 기사단의 세이렌 정도는 선봉대로 충분히 보낼 수 있었다.

 

"자네가 먼저 가서 소린을 도와주게. 내가 기사단장에게 말해볼테니."

"알겠습니다."

 

세이렌은 이 말 만을 기다렸다. 세이렌은 밤프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어디론가 향했고, 휘파람을 불러 자신이 자주 애용하는 페코페코를 불렀다.

 

"전속력으로 가자. 윈저."

 

자신의 성을 붙여준 페코페코는 기사가 된 이후로 항상 자신과 함께인 페코페코였다. 세이렌은 재빠르게 글레스트 헤임으로 향했다.

 

 

 

 

소린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따위는 알지 못했다. 평화롭게 글레스트헤임으로 가는 도중 냇가에 발을 담구고 주변에 있는 작은 동물들과 함께 경치를 만끽하는 중이었다.

 

"후...."

 

한편 숲속 안에서는 에레메스가 피투성이가 된 채 발 아래에 있는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렌달도 같이 있었는데 에레메스는 살짝 짜증 난 눈으로 냇가에 발을 담군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소린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런 상태인 건 저 녀석은 알지 못하지?"

"아마."

 

렌달 역시 너무나도 난폭해진 몬스터를 보며 의아했다. 묘하게 공격적인 몬스터들은 글레스트헤임에 가까워 질 수록 더욱 심해졌다.

 

"몬스터들이 상당히 난폭해져 있어."

"평소와 달라. 조직적이기도 하고."

 

에레메스는 렌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히 버겨운 호위 임무가 될 것 같았다. 하긴 발키리의 시험이라는 것이 쉬울리가 없었다. 호위라니 너무 쉽다 생각했는데 평소와 다르게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깐."

 

에레메스는 소린의 쪽을 바라보며 렌달을 불렀다. 소린의 곁으로 두명의 여성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세이지. 댄서?"

 

좀처럼 보기 힘든 두 직업군이었다.

 

"저 세이지. 유명한 녀석이군. 이름이... 실리아 알데라고 했나. 그럴거다."

"아. 들어본 적 있어. 천재라고 하던."

 

에레메스는 실리아 알데를 알고 있었다. 가까이서 본 적은 없지만 멀리서나마 잠시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다. 워낙 유명인사이기에 성기사단에 틀어 박혀 있는 렌달 역시 그녀를 알고 있었다.

 

"저 여자는 유명한 점술사. 트렌티니 같군. 트렌티나와 실리아 알데는 상당히 좋은 사이라고 알고 있거든."

 

하루에 딱 한명만 점을 봐준다는 트렌티니는 엄청나게 높은 점술 실력으로 사람들이 그녀를 찾고 있었다.

 

"해할 생각은 없는 것 같군."

 

에레메스의 말에 렌달도 동의 했다. 저 둘은 이런 임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역시~ 소중한 인연이 있을거라고 말했었지? 실리아."

 

트렌티니는 깔깔 거리며 말했다.

 

"그런 비과학적인 것 안 믿는다니까."

"네가 사용하는 마법도 비과학이잖아? 그렇게 과학과학할거면 리히타르젠이나 아인브로크에 가지 그래?"

"마법이랑 점술이랑 같아?"

 

실리아는 꺄르륵 거리는 트렌티니를 보며 머리를 짚었다. 이 쪽으로 오면 사람이 있을거라며, 그리고 그 사람은 매우 소중한 인연이 될거라는 트렌티니의 점을 실리아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자꾸 오자는 트렌티니의 말에 거의 반강제로 이끌려 왔는데 정말로 소중한 인연이 될 아가씨를 만나고 말았다.

 

소린.

 

그녀의 신성력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은 없었다. 오죽하면 성당에서는 신에게 사랑받는 아이라고 불릴 정도다. 실리아 알데 급의 세이지 되면 소린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만년 어콜라이트이자 신에게 사랑받는 아이. 소린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아무튼 반가워. 내 이름은 실리아 알데. 이 쪽의 다 벗고 있는 정신나간애는 트렌..."

"꺄아아아아악!"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트렌티니의 행동에 소린은 화들짝 놀랬고 실리아 알데는 귀를 꽉 틀어막았다.

 

"뭐하는 짓이야!"

"내 이름은 트렌티니! 이 쪽에 괴짜에 친구 하나 없는 애가 실리아...."

"한 번 해보자는 거지?"

"먼저 시비걸었잖아?"

 

둘은 티격태격하며 말다툼을 시작하기 시작했고, 갑자기 다가와서 깜짝 놀라며 낯가림을 하던 소린은 긴장하고 경계하던 모습이 사라졌다.

 

"아. 반가워요. 저는 프론테라 소속의 어콜라이트. 소린이에요. 꿈은 마가레타 수녀님처럼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이고요. 그래서 지금 마가레타 수녀님이 계신 글레스트헤임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어요. 아마 이번에는 프리스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음."

 

트렌티니는 소린을 위아래로 훑어 봤다. 대충 봐도 몸에서 나오는 아우라는 이미 프리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당히 실력이 있어보였다.

 

"원래 공짜 점같은건 안봐주지만, 점한번 쳐줄께. 가까운 미래의 점이야."

"점...이요?"

"트렌티니의 점이라고 하면 룬 미드가르츠 왕국에서 유명하다고. 밤프 사제였나. 그 사람도 나한테 점을 보러 온 적이 있었어. 물론 못 받았지만 말야."

 

트렌티니의 점집은 상당히 유명했다. 받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들로 줄이 서 있는 상태였다.

 

"카드. 일곱장만 뽑아볼래?"

 

어디서 꺼냈는지 모르는 카드를 하늘에 늘여트려 놓은 트렌티니는 카트를 천천히 돌렸다. 앞으로 봐도 뒤로봐도 카트의 그림 부분은 전혀 보이질 않아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 알 수 없었다. 공중을 빙글빙글 돌던 카드들은 다시 트렌티니의 몸을 돌았다.

 

"일곱장을 골라볼래?"

"아. 넵."

 

소린은 그냥 바로바로 빈곳을 채우듯이 오는 카드들을 연속적으로 일곱장 뽑아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일단 안믿는게 반이었다.

 

"음. 글레스트헤임 간다고 했나?"

"네네."

"잘은 모르겠지만 위험하다고 그러네. 그런데 여기에 가면 엄청나게 소중한게 생겨버리고 말거야. 전체적으로 보면 여기서 가는 행동이 너의 수명을 줄게 할거라네."

 

트렌티니의 점에 소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것도 아니야. 나같으면 너의 이 여행. 말리고 싶지만, 안가게 되면 평생을 후회할거라고 되어 있어. 모르겠네. 너무 애매해. 게다가 엄청 사랑받고 있어. 주변에서 너에게 관심있어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네."

"그런가요?"

 

소린은 그 말을 듣고 자신에게 관심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떠올렸다.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은 다름 아닌 세이렌. 툭하면 프론테라 성당에 오니 당연할 만 했다. 그와 대조되게 렌달은 상당히 자상하지만 신경이 쓰이는건 세이렌이었다. 렌달에게는 약간 조심스러워지지만 세이렌에게는 뭔가 편해서 막대해도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사람 있어?"

"좋아하는 사람이요?"

"굳이 좋은 사람이라기보단 마음가는 사람이라고 해야하나. 호감있는 대상. 카드 점으로는 있다고 나오네."

"아...."

 

소린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자신이 절대로 세이렌같이 버릇 없는 사람을 좋아할리가 없었다. 오히려 과묵한 렌달이 더 취향이라 할 수 있었다.

 

"그 대상하고 너와의 아주 각별한 일이 일어날거야. 가까운 시일내에 말야."

"각별한 일이요?"

"응. 네가 향하는 곳에서 말야. 잘은 나도 몰라. 점이란게 원래 그렇거든. 애매모호하지. 이렇게 해석하면 저말도 맞고 이말도 맞고 말야. 이 해석이 틀릴 수도 있지만 맞을 가능성이 크니까 한번 믿어봐. 그리고 앞으로 실리아한테도 잘 부탁할게."

 

소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세이지 실리아 알데를 바라보았다. 실리아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노에 갈래."

"아. 같이가."

"승급 시험이지? 소린씨. 잘 되길 빌께."

 

실리아 알데의 인사에 소린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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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잇게 봐주세요 '-^*

페닌님 아가륜님 항상 감사드려여! 힘나서 글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