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는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을 만나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일본이 분할된 게 아니라 전쟁 피해국인 한반도가 분할되면서 전쟁의 원인이 됐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한미동맹의 성과를 강조하는 와중에 '작은 그늘'을 함께 언급하며 나온 얘기지만, 대선 후보로서 본격적인 외교 행보에 나선 가운데 미국 상원의원을 접견한 자리에서 해당 발언이 적절한지가 논란거리다.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다. 한미동맹을 강조하러 마련된 미 의원과의 대화 자리에서 '미국 책임론'으로 비쳐질 수 있는 발언을 꺼낸 것을 두고 당장 야권은 "혈맹국 의원에게까지 '네탓'을 시전했다"며 반미 프레임을 덮어씌우고 있다. 이 후보의 '과거사' 언급에 따른 역사관 논쟁이 재연된 것을 두고 지지율 부진 타개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확장력 등에서 또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미국의 최연소 연방 상원의원인 오소프 의원의 선거구인 조지아주는 SK 등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활발한 지역으로 꼽힌다. 오소프 의원 측은 이 후보의 해당 발언 나오자 '한국 전쟁 동안 있었던 미 장병들의 희생'을 언급했다. 오소프 의원 측은 "오소프 의원은 오늘 동맹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을 촉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앞서 지난 7월에도 해방 이후 국내에 진주한 미군을 '점령군'으로 지칭해 한바탕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그는 이달 10일 관훈토론회에서 '점령군' 관련 발언에 관한 질문에 "주한미군 성격은 시기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며 기존 견해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즉각 비판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이 후보의 발언은 복잡한 국제정치적 원인이 작용해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터무니없이 단순화시킨 반(反)지성적 편견에 불과하다"며 "반미감정을 미국 상원대표단에게 설교하듯 스스럼없이 드러낸 태도 역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은 운동권 특유의 낭만적 대북관으로 미국 정가의 거부감을 샀다. 이 후보의 운동권식 궤변은 더욱 큰 우려와 거부 반응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며 "이 후보가 만약 당선된다면 외교 관계를 악화시키고 흔들리는 한미동맹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한미동맹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나온 발언이라며 야권의 비판을 맞받아쳤다. 고용진 선대위 수석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이 후보의 '가쓰라-태프트' 발언은 오소프 상원의원이 평소 한일의 역사 및 일본을 거쳐 미국에 온 한인 2-3세의 애환을 이해하고 있는 등 인권과 인도주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나온 얘기"라고 설명했다. 고 대변인은 "'한미관계의 거대한 성과 이면에 작은 그늘'로서 후보가 아주 짧게 언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주장은 전체적인 맥락을 비틀고 선택적으로 문장을 잘라내어 한미 정부와 양국 국민을 이간질하려는 저의"라며 "한미 안보 동맹을 흔드는 이간질을 중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박찬대 수석 대변인은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일단은 그 현장에서 문맥의 전후 사정을 다 살펴보고 얘기해야 할 것"이라면서 "관련된 발언 있기 전에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초로 해서 대한민국의 현재의 위대한 성과가 있지 않았나 이런 부분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이 후보의 인사말에는 해당 발언이 있는 뒷부분은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