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린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삼성의 공격이 진행됐고 2사 1루 상황에 이재현이 타석을 들어섰다. 마운드에는 NC 선발투수 이재학이 있었다. 이재학이 볼카운트 1S에서 2구째 던진 136km 직구는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것으로 보였으나 볼이 선언됐다. 그 사이 1루주자 김지찬이 2루 도루에 성공하면서 2사 2루로 바뀌었다. 경기는 계속 진행됐다. 이재학은 3구 볼, 4구 볼을 던진데 이어 5구째 120km 체인지업을 던져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풀카운트가 채워진 상황.

그런데 강인권 NC 감독이 벤치에서 나와 문승훈 구심을 찾았다. 2구째 볼로 선언된 공이 스트라이크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NC 덕아웃에는 KBO가 지급한 태블릿 PC가 있었는데 이 공이 볼이 아닌 스트라이크로 표시됐기 때문에 강인권 감독은 이를 근거로 항의한 것이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재학이 3개의 공을 더 던진 후에야 항의를 했기 때문에 "어필 시효가 지났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NC는 태블릿 PC에 결과가 반영되는데 시간차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BO는 올해부터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을 전격 도입했다. 아직 메이저리그도 시행하지 않은 제도인데 KBO가 한 발 앞서 나갔다. 심판의 볼-스트라이크 판정이 ABS의 트래킹 결과로 대체된 것이다. 따라서 심판은 이어폰을 낀 상태로 결과를 듣고 '최종 선언'을 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심판 4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때만 해도 4심 합의를 하는 줄 알았지 '작당 모의'를 하는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심판들의 대화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는 고스란히 방송을 통해 전파를 탔다.

이날 1루심을 맡은 이민호 심판팀장이 "안 들렸으면 안 들렸다고 사인을 주고 해야 되는데 그냥 넘어가버린 거잖아"라고 말하자 문승훈 구심은 "지나간 거는 지나간 걸로 해야지"라고 말했다. 이 대화만 봐도 구심이 순간 ABS의 콜을 잘못 들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다음 내용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이민호 심판팀장은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라면서 "이거는 우리가 빠져나가려면 그것 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 알았죠? 우리가 안 깨지려면 일단 그렇게 하셔야 돼요"라고 심판들을 종용한 것이다.

심판진이 ABS의 콜을 잘못 들었다고 인정하면 비난이 쇄도할 것을 예상해 시스템의 오류로 이를 무마하려는 시도였다.

무엇보다 심판위원의 말에서 "우리가 안 깨지려면"이라는 말을 한 것 자체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다. 누가 봐도 심판위원의 역할은 공정한 판정을 내리는 것인데 그보다 자신의 잘못을 감추는데 급급했던 것이다.

그러자 문승훈 구심이 "지직거리고 볼 같았다(라고 하겠다)"라고 했지만 이민호 심판팀장은 단호하게 "같았다가 아니라 볼이라고 나왔다고 그렇게 하시라고. 우리가 안 깨지려면"이라고 다시 한번 이야기를 했다. KBO 리그 역사를 통틀어 심판들의 이런 작당 모의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