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깡촌에서 올라온 내 동기 2명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여름방학 내내 노가다를 뛰었습니다
한 녀석이 질통지고 올라가다가 떨어져서 크게 다쳐 번 돈이 다 병원비로 나가게 생겼죠
개학 후 다친 녀석은 학교에 왔는데 다른 녀석은 군대로 가버렸습니다
다친 녀석 등록금을 대신 내주고

자취하던 그놈은 늘 밥을 한가득해서 고추장이나 간장에 비빈 밥을 김에 말아서 두고는 내내 그것만 먹고 살았습니다. 시골에서 소작하는 부모님과 밑으로 세 동생이 남아 있어서 공부하기도 바쁜데 이런 저런 알바 뛰며 번 돈을 시골에 보내야 했습니다

자신의 현실도 개떡 같은데 나라 꼴도 거지같다면서 난 왜 행복할 수 없을까? 라며 씁쓸하게 웃던 그 녀석
우린 킹크림슨의 에피타프를 좋아했습니다
우리는 전두환이 가고 노태우가 왔다는 현실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대한민국에 좌절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Yes, I fear tomorrow I'll be crying
Yes, I fear tomorrow I'll be crying
Yes, I fear tomorrow I'll be crying

지금 너와 나의 우리의 캄캄한 현실이 내일도 미래도 슬픔에 계속 잠겨있을까 두려웠습니다

총선이 끝났고 민주당이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그때와 지금이 달라진 것이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착한 놈들만 억울한 세상이 언제나 달라질까요?

좋아하는 유툽 채널에 킹크림슨의 에피타프가 올라왔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SRewTlyeNA&t=1s

우린 달라지고 있고 많이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젠 그때의 내가 아니라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울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