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지는가.

 

안녕하세요, 이래저래 월탱을 즐기는 소시민입니다.

 

이번에 팁과 노하우 게시판에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저랑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이것저것 평상시에 고민하는 것들을 적어보려 합니다.

 

나는 왜 지는가, 간단하면서 어려운 문제입니다. 간단하게는 그냥 실력이 약해서, 풀이큅이 아니라서, 풀개조가 아니어서 혹은 재수가 없고 팀운이 없어서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세부적으로 게임 속에 들어가도 의외로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허무하게 죽는 일도 꽤나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래로는 제가 겪은 그런 상황들과 이유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하려 합니다.

 

 

1. 금손

 

, 어처구니 없고 황당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먼저 짚고 갔으면 하는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일단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가 되면 나머지가 편하기 때문입니다(....) 간혹 노력과 연구만이 실력의 전부이며 사람의 재능은 무한하다 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리그오브레전드 랭겜을 삼만판을 한다고 해도 페이커가 될 수 없듯이 사람 간에 기본적인 피지컬 차이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단순하게 이야기해서 스무살의 본인과 서른살의 본인을 비교해보셔도 피지컬의 차이는 명백하죠.


 좀 더 단순하게 말하자면, 먼저 보고, 먼저 조준해서, 먼저 쏩니다. FPS나 카트라이더 경기에서 괜히 10대 중학생, 혹은 초등학생들이 미칠 듯이 잘하는게 아닙니다. 감각적으로 이미 손에 익히고 있고, 작고 네모난 사각형 판떼기에(우린 그걸 모니터라 부릅니다) 아주 작은, 조그만한 변화라도 일어나면 그걸 즉시 캐치해서 마우스를 완벽하게 움직여 상대를 조준하죠. 간혹 서른이 넘어서도 그게 가능한분들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저와 여러분은 아니리라 믿습니.... 아 퀵키베이비시라구요 죄송합니다...


 아무튼 그러한 고로 금손의 차이는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하는, 그리고 감안해야하는 부분입니다. 아무리 한탄을 하고 엿을 먹이고 욕설을 한다고 해도 상대가 나보다 피지컬이 좋다면 유리한 딜교를 가져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피지컬로 승부를 볼 수 없는, 혹은 영향이 적은 전장이나 상황을 택해서 가져가는 수밖에 없죠. 설령 한 수 접고 들어간다 해도 말이죠.

 

2. 애드온

 

 이건 대부분의 분들은 돌려차기나 개인의 기호에 맞춰서 쓰고 계시리라 생각하지만 애드온 역시 실력의 일부입니다. 아니다 애드온은 사도이고 순정으로 순수하게 실력을 겨루는게 맞다 하시는 분도 있고 혹은 애드온은 크게 상관없고 어차피 실력이다 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애드온 역시 실력에 중요한 요소라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일단 애드온에 대해 간단히 정의하자면, 저는 편의도구라고 지칭하고 싶습니다. 플레이어가 군인이고, 탱크가 총이라면, 애드온은 각종 통신장비를 비롯한 보조도구를 말하는 것이죠. 군대를 나오신 분들은 C4I에 대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애드온은 UI를 좀더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해 주는 역할이 많습니다. 개중에는 전장을 한눈에 보여주는 버드아이나 조준을 더 당겨주는 30배 줌도 있지요.


 즉, 애드온이 있으면 전장상황을 좀 더 빨리, 편안하고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역사적으로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전격전에 큰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던 이유가 전차간 통신설비라는 이야기도 있지요.


 단적으로 말해 미 공군의 모토와 같습니다. 먼저 보고, 먼저 쏜다는 것이죠. 그리고 애드온은 방어적으로도 효과적입니다. 육감애드온은 단순히 전구에 그치지 않고 스팟이 끝날 때까지 경고음을 울려줍니다. 비행기에서 쓰는 레이저추적기와 같은 용도죠. 넉넉하고 여유로운 상황이면 마음속으로 10을 세고 나가면 될 듯 싶습니다만 한창 바쁘게 쏘고 피하고 움직이는 때에 내 육감이 언제 지워졌는지를 알기는 쉽지 않죠. 미군이 괜히 이러한 장비에 미칠 듯이 돈을 쏟아붓는 것이 아닙니다. 병사 개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전쟁은 결국 유기적인 상황판단과 상호간의 통신 및 연합으로 갈리게 되어 있으니까요.


 몇 가지만 소개를 해드렸습니다만은 애드온은 이것 말고도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심지어 상대방의 장전시간까지 알려줘서 상대는 한발 나는 두발 쏠 수 있는 계산을 가능케 하는 애드온도 있고, 수풀을 넘어서 상대를 볼 수 있는 애드온도 있습니다. 전 이것들이 반쯤 사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불공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애드온역시 실력의 일부입니다. 이기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결코 나쁠 리 없으며(또한 이 애드온들은 대회를 제외하고 공식으로 인정되었으며), 원래부터 월탱은 불공평한 게임이거든요.

 

3. 스킬

 

 여기서부턴 노력의 여부입니다. 노력이라고 해야 할지, 판수라고 해야 할지, 시간이라고 해야 할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요.


 스킬의 진가는 주로 8티어 이상부터 나타납니다. 승무원 숙련도야 8티어 이상에서는 거의 100%를 달고 있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고, 그 외의 스킬, 그러니까 위장, 수리, 육감, 선회향상, 전우애 같은 스킬들입니다. 이것들은 개개의 효과는 미비하지만, 쌓일수록 상대와의 격차를 벌리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월탱이 원래부터 불공평한 게임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월탱은 전략시뮬레이션, 혹은 FPS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 조금 들어가보면 MMORPG의 요소 역시 지니고 있습니다. 탱크를 업그레이드하고, 승무원을 훈련시키는 것이죠. 탱크는 어차피 같은 스펙이 된다고 하지만 승무원과 승무원 스킬은 멈추지 않습니다. 계속 올라가는 것이죠. 실질적으로 5스킬부터는 난이도와 경험치 요구량 때문에 불가능하지만요.


 정확한 수치를 게재하진 않겠지만, 4스킬 승무원과 2스킬 승무원의 차이는 꽤 많이 나는 편입니다. 단적으로 말해 첫 스킬은 보통 전차장 육감+올수리, 혹은 올수리 이후 2스킬에 수리+개별스킬을 찍거나 하는 편인데 3번째 스킬을 전우애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에 4스킬까지 가면 전차장은 팔방미인이나 정찰을 추가로 찍게 되겠지요.


 전우애는 전차의 성능을 종합적으로 향상시키며, 거기에 스킬의 효과마저 상승시킵니다. 즉 수리와 위장 그리고 소화를 비롯한 승무원의 스킬능력도 향상시키고 시야도 증대시키며 선회도 늘려주고 아무튼 많이 늘려준다는 것이죠.


 그리고 전차장이 팔방미인을 찍게 된다면 일반적으로 승무원 치료킷을 빼고 숙련도 증가 아이템인 초콜릿이나 홍차, 콜라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승무원의 숙련도는 더더욱 올라가게 되고 여기서부터 2스킬과 4스킬의 차이가 몹시 벌어지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승무원 스킬은 전반적으로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제 주관으로는 중형전차에 더욱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건물이나 벽을 끼고 빼꼼샷, 혹은 역티싸움이나 티타임 싸움으로 한발씩 교환하는 중전차나 후방에서 최대 에임을 쪼이며 저격하는 구축에 비해서는 쉴새 없이 움직이며 탄을 쏟아내는 중형에게 스킬이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중형전차는 위장스킬을 찍냐 안찍냐에 따라서 중요지점을 향할 때 스팟이 갈리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맵 자체가 그렇게 설계되었거든요. 최대시야에 간당간당하게끔. 그래서 경전은 안걸리고 중전은 걸리고 중형은 걸리거나 안걸리는 것이죠. 여기서 위장스킬 풀을 찍으면 걸릴 것도 안걸리고 중형으로 등대도 설 수 있고 중요스팟지점도 들키지 않고 들어갈 수 있고 특히 극후반 캐리력에도 많은 영향이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10티어쯤 되면 2스킬과 4스킬의 차이는 명확해지며, 거기에 추가 숙련도 아이템과 가솔린 등 종합적인 성능향상 소모품까지 쓰게 되면 소위 말하는 맞다이, 헤드온 싸움은 아주 높은 확률로 지게 됩니다. 같은 탱크인데 왜 내가 지지? 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물론 금손, 경험, 애드온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같은 상황이라면 이러한 스킬차이에 따라 승부가 갈리게 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처음 오공맘을 몰 때 풀스킬 140이 옆으로 들어오더니 5.7초마다 숭숭숭 박아댈 때면 열받아서 마우스 집어던지고 싶던 때도 있었습니다. 오공맘이 장전기를 달면 장전에 9초정도 걸립니다. 같은 중형인데도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10티어를 처음 타시는 분들에게 전면 헤드온 개싸움은 되도록 말리고 싶습니다. 순수하게 스펙적으로도 엄청나게 밀리거든요. 그렇다고 장거리 시야싸움이 유리한건 또 아니지만.)

 

4.

 

 네, 가장 강력한 힘(.....)이자 모두가 얻을 수 있는 힘 중 하나, 돈입니다. 단적으로 크레딧이라 하기도 하며 골드라고 하기도 하죠.


 그리고 가장 큰 차이는 골탄입니다. 실력차이와 애드온 차이 그리고 티어차이까지도 무시할 수 있는, 그리고 월탱 공인이기도 한 치트키 골탄입니다. 돈으로 승리를 살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물론 돈을 낸다고 해서 반드시 승리하는건 아닙니다만)


 전 가능하면 골탄이 고속철갑탄인 경우 쓰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고속철갑탄이 일반 철갑탄에 비해 부족한건 장거리 저격전시 관통력감소와 경사 보정치 뿐이며 성형작약탄이 궤도와 같은 공간장갑에 씹히는 것에 반해 고속철갑탄은 순수하게 관통력상승을 가지고 있죠. 한마디로 같은 탄이면 그냥 고철갑으로 쏘면 크레딧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상대방을 뚫고 데미지를 줄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속철갑탄은 이름대로 빠르기까지 하죠. 리드샷 명중률까지 올라갑니다.

 

 그리고 이런 골탄을 제외하고서라도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자유경험치를 사서 스톡을 건너뛰는 자경패스, 탱크를 사자마자 장전기, 수직안정기, 광학을 사는 풀이큅을 비롯해 수리킷도 2만원 짜리로 빠방하게 쓸 수도 있고 1365일 프리미엄을 걸어둘 수도 있죠.


 한마디로 돈이 힘입니다. 돈을 뿌리고 돈으로 후려치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대를 아프게 해줄 수 있습니다. 억울하면 돈을 써라 라는 말은 모바일게임과 한국게임에만 쓰이는게 아니죠. 월탱 역시 돈을 벌어야 하니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아니었으면 골탄을 없애고 탱크를 하나로 통일한 다음 모든 맵을 전면개방하고 자 싸웁시다! 했겠죠.

 

5. 대화

 

 대화라기보단 정보교환, 이 승리의 갈림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리한 상황을 주시와 일점사, 혹은 전략적 요충지의 확보 등으로 승리를 가져가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더군다나 클랜전이 아닌 공방에서의 의사교환은 아주 드물지만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의 즐거움은 희귀한 만큼 더하죠.


 니탓이오 내탓이오 하는 채팅은 사실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일단 채팅이 올라오면 그것도 화면의 일부인 만큼 보는 사람들이 있으며(없기도 합니다) 보게 되면 사람은 그것을 일단 정보로 인식합니다. 그걸 반영하거나 쓰는 것은 둘째 치고 말이죠. [상대 중전이 많으니 스팟유지하며 버티고 자주지원으로 없애자]하는 정보를 상대에게 전달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면 좋은 것이고 이루어지면 더욱 좋은 것이며 안되면, 네 안되면 그냥 안되는 겁니다 허허허 하고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의사소통은 백판 중에 한판정도를 이기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실력의 일부이며 승리를 가져다주는 요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애드온과 같습니다. 애드온이 전장상황을 객관적으로 전해주는 것이라 한다면 채팅은 주관적으로 전해준다고 할 수 있죠.

 

6. 결론

 

 이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서로간의 승패가 갈리게 됩니다. 아무리 전략을 잘 세우고 오더를 하며 필사적으로 버티지만 상대방에 제대로 된 금손 한명이 있어서 그 모든걸 다 손짓하나로 쌈싸먹고 질수도 있으며 혹은 내가 금손이지만 아군이 멍청멍청해서 적의 전략에 말려들어 한번에 잿더미로 변해버릴 수도 있겠죠.


 그러한 상황속에서 나는 왜 지는가, 라는 주제에 대해 심심할 때마다 생각해낸 제 결론들은 위의 다섯가지 정도입니다


 이것 외에도 승부를 가르는 요소는 꽤나 많겠죠. 팀운, 소대플레이, 레이팅이 반영된 자주의 일점사, 고레이팅 유저를 의도적으로 노리거나 어쩐지 오늘 컨디션이 좋거나 도탄신의 가호를 받거나 뭐...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습니다 만은 구체적으로 제가 상대방에게 밀린다고 느끼는 점들을 크게 구분하자면 이 다섯가지가 되겠네요.


 그리고 이러한 점을 역산하면 이기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뭐 그렇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건 둘째치고서라도 말이죠.

 

아래 동영상은 제가 말한것들이 일부분 이루어지는 판입니다. 개인교전은 삽을 푸지만 팀원을 잘 만나 상대방의 중전들을 자주로 처리하고 이긴 경기지요. 시작부터 골탄을 뿌려대면서 혹시나 모를 딜로스를 방지하고 의사소통을 해주시는 팀원과 적절하게 지원해주는 팀원들을 만나서 업혀간 경기입니다.

 

- 나는 왜 지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