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글이 아니라 넋두리이기 때문에 길면 걍 패스하셔도 됩니다.

1)

개인적으로 아이템의 적정가라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골드팟에서의 경매 절차를 통해 아이템의 가격이 책정되는 현 입찰 시스템하에서는
아이템 가격이 특정한 시세를 따르기보단 내 옆에 있는 "2등가를 부른 공대원"의 의향이
1등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죠. 애초에 경매 자체가 정해진 시세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도 하구요.
아이템이 떨어지는 것이 운인 것처럼, 옆에 있는 경쟁 상대가 그 아이템에 얼마까지 지출할 것인지도
일종의 운이라면 운입니다. 첫번째 운은 어쩔 수 없지만, 두번째 운은 골드가 무한정이라면 결국 극복 가능하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아이템에 지출하는 골드가 더욱 커지는 거겠죠.

2) 

와우 클래식이란 게임에서, 마법사가 착용 가능한 아이템의 가격은 항상 여러분의 "적정가"보다 높을 겁니다.
그 요인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골드 인플레 같은 당연한 요인을 빼고서도 
① 공대 내 마법사의 인구수가 너무 많음
② 모두에게 충분한 아이템이 돌아가지 않음
③ 경매 방식의 불합리함
정도가 있습니다.
 
①번의 경우 전사, 도적, 마법사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로, 
공대 내 탱커 또는 주력 딜러이면서 40인 공대에서 차지하는 파이가 너무 큽니다.
디버프 관리 때문에 많이 데려갈 수 없는 흑마, 평정 비지 않을 만큼만 데려가면 되는 냥꾼에 비해
디버프도 안 먹고 광구간도 수월해지고 지갑도 두꺼운 법사 자리는 언제나 많죠.
(공대 내에서 많다는 소리입니다. 법사 전체 인구수는 그 많은 티오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엄청나죠)
이는 필연적으로 치열한 아이템 경쟁으로 이어집니다. 다들 알다시피, 소용돌이 티어셋 입찰 때와
흑마 천벌셋 입찰 때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죠.

②번의 경우 간단한 수학으로도 증명됩니다.
검둥에서 나오는 아이템 갯수는 네파머리를 포함해도 총 24개인데, 이 중 상당수가 쓸모없는 아이템이고
코어템이라 불릴 만한 아이템은 손에 꼽을 정도죠. 24개가 전부 코어템으로 나온다 해도 모든 공대원의
절반 정도는 손가락만 빨면서 집에 가야 하는데, 운이 정말 좋아야만 서너 개 떨어지는 코어템을 먹기 위해
전사/도적, 법사/흑마, 힐러들이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거기서 승자와 패자가 나뉘고,
패자들은 다시 다음주에 희망을 안고 검둥을 돌게 됩니다. 이런 코어템들이 직업마다 많으면 10피스도 넘어가는데
당연히 모두에게 충분히 아이템이 돌아갈 리 없습니다. 좋은 운과 많은 골드를 가진 법사들만이
풀피스를 맞추고 좋은 퍼포먼스를 낼 것이고, 둘 중 하나라도 없다면 다음 페이즈 때도 검둥을 또 돌게 되겠죠.

③번의 경우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요인입니다.
현 골드팟 경매 방식을 어렵게 얘기하자면 "1등가로 낙찰받는 공개 입찰 방식"인데,
1등을 차지하기 위해 골드 싸움이 아주 대놓고 벌어지죠. (구경하기는 좋습니다만)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템의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된다는 것.
경매 방식을 비공개 입찰로 하거나, 아이템의 상한가를 정해두고 점점 내려가면서
처음 입찰하는 사람에게 낙찰되도록 하는 (수산물 경매 시장이 이렇죠) 방식이라면
현재만큼의 고평가 현상은 없어질 것 같지만... 다들 쉽고 익숙한 방식으로 경매하길 좋아하실 테니까요.


3)

최고의 법사가 되실 거라면 적정가 생각은 접으시고, 적정가를 생각하실 거면 적당히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아이템 가격은 2등을 부른 사람이 정해주는 것이고,
40인 공대 시스템 안에서 법사의 인구수는 차고 넘치며
운 좋게 떨어진 코어템 먹으려는 사람은 항상 많고 
현 경매 방식은 적정가를 산출하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둘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템을 먹거나, 이 미친 템경쟁을 그만 하거나.
최고의 템X새 법사가 될 기회가 눈앞인데 가격이 뭐가 중요하겠으며, 한 끗에 10억을 태우는 미친 짓을 하기 싫다면
그깟 그래픽 쪼가리에 숫자 높은 바지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뭐가 됐든 현명하게들 선택하셔야겠죠.

하지만 저부터도 못 하고 있는 게 함정.

이상 흔한 법사 1의 넋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