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기니님께서 올리신 글은 잘 읽었습니다.

 

부기니님의 글에 대한 제 생각을 밝히자면...

어느 산업 분야가 이득을 얻고, 또 어느 산업 분야가 손해를 보고 그것의

총합으로 전체 국가적 이해득실을 따져보니 조금은 이익이더라, 라는 식의

"국가경제" 혹은  "기업이익"에 근거한 담론이 아니라, 설령 국가적으로는

어느정도 이익이 발생 한다 치더라도  절대다수 서민 대중에게는 손해와

고통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국가 혹은 기업의 이익이 국민경제 전체의 이익으로 되돌려지지 않는사회

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위의 전제를 미리 말씀을 드리는 것

입니다.

 

저의 관점이 위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한미FTA가 이해득실 총합으로 따져

봤을때 이익인가 손해인가의 문제에 대한 제 생각을 따로 답변을 드리도록

하지요. 

 

부기니님의 말씀을 정리하자면, 자원도 없는데다가, 약소국이며, 수출로

먹고 사는 작은 나라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하게 끌려가야만 하는

측면이 존해하고, 기왕 끌려 가느니, 좀더 주도적으로 이익이 되는 부분을

찾아 적응해나가야 한다... 라는 주장이시군요.

 

부기기님의 말씀을 폄하하고자 하는것은 아니지만,

사실 위의 논리는 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주장들 이기도 합니다만, 과연

그 이익이 정부 주장대로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보장하는 고속도로가

될지는 따로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미 상품 흑자는 127억 달러지만, 서비스업 분야는123억

달러 적자를 보았지요. 이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아시겠지요...비교

우위에 놓여있는 수출 주도 품목과 비교열위에 놓여있는 서비스 산업 분야의

무역수지에 대한 손익을 계산을 해본들 이익은 단지 4억달러에 불과하다는 것

입니다.  

 

더우기 대한민국에서 서비스 산업 분야는 사회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그간 개방에서 제외 되어왔지만, 한미간 FTA를 통해서 거의

대부분이 개방된다고 했을 때 ... 오히려 장기적으로 역마진 폭이 훨씬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이 뻔합니다.

   

한국산 공업제품에 대한 미국 쪽의 관세는 이미 충분히 낮고, 따라서 한미 자유

무역협정통한 관세철폐가 한국 쪽에 주는 이득은 사실상 무의미한 것임을

지적하는 것이죠.

 

실제 정부는 이번 협정으로 기대되는 대미 수출 증대 효과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

산업에 집중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요.

알다시피 자동차 산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대표 수혜 분야 입니다.

 

정부는 한-미간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대미 수출 증가분의 55.9%가 자동차 분야

에서 발생 한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는 우리가 얻은게 더 많은 협정임에 틀림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만, 진짜 그런가요?

 

자동차 산업은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산업 분야가 결코 아니라는 말입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중공업 산업 분야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마디로 값싼

원유에 의존해서 성장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제 값싼 석유

시대가 지나갔다면, 이제 종래와 같은 성장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오랫동안 피크오일(원유증산 한계점) 문제를 외면해왔던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결국 2010년 10월 보고서에서 세계의 원유생산이 2006년에 정점을 지났음을 인정

했습니다.

세계경제 상황에 미치는 결정적인 요인이 원유공급 문제라는 측면과,  이미 세계가

석유 및 자원 고갈, 에너지 위기, 기후변화, 환경파괴로 인해서 석유에 의존하는

산업 분야의 축소를 지향하는 마당에, 자동차 산업을 지속적인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아서 올인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버린 선택이라는 것

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FTA최대 수혜 지역은 울산이라고 방송나오자 울산 사람들 꿈에

부풀어 있더군요.

그러나 자동차 산업이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고 나가는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 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근본적 구조 변화때문에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 완성차 업체의 미국 현지생산 증가인데, 현지의 생산이 늘어나면

그만큼 국내 수출 물량이 줄어들어 자유무역협정 발효에 따른 관세 인하 기대 효과가

많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죠.

 

대미 완성차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2005년 미국

앨라배마주에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지난해 초에는 조지아주에도 공장을 세워 현지

생산 비중을 급격히 불려가고 있습니다.

 

이 회사 자체 통계 자료를 보면, 이 회사가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완성차 중 현지생산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대수 기준)은 지난 2004년 0%에서 올해(1~9월) 69.4%까지

늘어났습니다. 반대로 국내 완성차 수출 물량은 2004년 100억2176만달러에서 2011년

(1~9월) 63억9000만달러로 크게 줄어들었지요.

현대·기아차가 현지 생산을 시작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자동차 수출 물량 감소

율은 연평균 6.8%에 이릅니다.  

 

 

현지생산 증가세는 앞으로도 더 가속화될

전망이죠. 실제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올해

들어 수요 폭주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6월

670명을 신규 고용하고, 작업체제를 주·야

2조2교대에서 3조3교대로 전환하면서 생산

량을 늘렸습니다.

현재 연간 30만대 수준인 생산능력을 내년

엔 36만까지 늘릴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현지생산 차종쏘나타, 케이(K)5, 아반떼

(현지명 엘란트라) 등 현대·기아차의 대미

주력 판매 차종인 만큼 미국 시장에서 현대

기아차의 지배력이 커질수록 현지 공장

역할은 더 커지게 되는 것이죠.

 

자동차 부품 쪽도 현대·기아차의 현지 생산

증대에 따른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현대·기아차가

현지생산을시작한 2005년부터 2010년 최근

6년간 연평균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 증가율

은 23.8%입니다.

 

채희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부품사들이 현대·기아차 국내 공장에

납품하던 물량을 현대·기아차의 미국 공장과 동반 진출한 부품사로 공급망

옮겨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결과적으로 협정 발효 후 자동차 부품의 수출이 늘어나더라도, 이는 관세 인하

효과라기보다는 동반진출과 현대·기아차의 현지생산 확대 영향으로 봐야 한다

는 것이죠.

 

이렇게 무너진 균형에 올인하고 있는  한미FTA입니다.

자동차의 수출을 위해 농업과 축산업은 제외 하더라도, 비교열위에 놓여있는 시장

전면 개방한 점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내줄거 다 내주고 전망 없는 자동차에

올인을 한 무지한 협상이라는 셈입니다.

 

아시겠지만, 한-미FTA는 미국의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는 경제블럭화인 TPP의 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중국의 세계시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세계시장

전략이기도 합니다.

 

요즘 한국 경제는 중국 때문에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과의 무역양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요... 이렇게 편향된 불균형한 외교 통상 교섭으로 향후

어떻게 중국 시장을 상대 할지도 큰 고민이지요. 

 

 

며칠전 백분 토론에 나온 모 교수라는 작자가... FTA로 인해서 향후 10년간 3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정부 전망에 대해서 묻자... "기업의 이익 창출을 통해서 35만개

일자리가 생기는 것과도 같은 효과가 발생 한다는 것이지... 진짜 일자리가 35만개가

생기는 것은 다른 문제다" 라고 대답하더군요.

 

FTA를 통해서 한국의 독점적인 자동차 산업이 단기적 이익을 보게되고, 그 이익의

증대를 통해서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익 대부분은 현지 생산

공장이 있는 미국에 돌아가게 됩니다... 자동차 부품 생산 기업도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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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좀 주제넘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부기니님께 한가지만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아카데믹한 강단론자들이 흔히 보여주는 먹물경향이 있지요... 이른바..

순수라는 단어를 앞세운 "순수 경제학"을 운운하며 수치 놀음을 탐닉합니다.

경제학의 존재 이유는..."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

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강단론자들은 순수경제학이라는 미명하에 상위 1%에 복무하는 이론을 설파하죠.

최근의 하버드 경제학부 재학생들이 슬로건으로 내건 1%에 봉사하는 경제학 강의를

거부한다며 집단 행동을 한 시점에서 신자유주의 경제학 이론은 이미 종언을 고했

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