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군대갔다온 사람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까라면 까는데가 군대다'라고요. 그런데 저 말이 가장 군대를 잘 표현하는 말입니다. 군대라는 사회는 일반사회의 통념이나 상식이 통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래서도 안됩니다. 그냥 위에서 똥보고 된장이라고 하면 그게 된장이 되고,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면 정말 팥으로 메주를 쒀야하는 곳이 군대입니다.

무슨 개소리냐고 하실 분들 많을텐데 그렇지 않으면 군대라는 특수조직이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군대가 존재하는 이유는 '전쟁'을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방어전쟁이던 공격전쟁이던간에 전쟁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군대이므로 군대는 특수합니다.

예컨데 어느 곳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임무를 맡은 부대가 있습니다. 그 곳을 지키면 이기는 것이고 못지키면 진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거점입니다. 그런데 지원군이 오는데 30분이 걸린다고 합니다. 30분이면 여기 지키려면 모두가 죽었다 생각하고 싸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럴때 지휘관이라면 '우리는 목숨을 걸고 여기를 지킨다.'라고 하겠죠. 소위 말하는 '사수'가 되는겁니다. 당연히 그 부대의 사람들은 '이미 난 죽었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판국에 '난 죽기 싫어'라면서 독자행동을 하는 병사가 나온다면 그 부대는 이미 싸움에서 진 것입니다.

요새 군대에 대해 '불합리'니 어쩌니 하는데 '너 목숨 걸고 지켜라'는 것만큼 불합리한 명령이 세상에 있습니까? 자기 목숨보다 중요한게 세상에 없는데 말이죠. 그런데 저 불합리한 상황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군대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군대는 불합리가 용인되고 불합리가 당연시되는 특수사회여야 합니다.

군대에서 자살하고 탈영하고 그러는 일부 병사들때문에 군대가 자꾸 군대같지 않고 보이스카웃처럼 되는것 같습니다. 군대에서 자살하는 놈들은 어떻게 해도 자살할 놈들입니다. 구타때문에 미쳐버린다? 그건 그 사람 개인 사정입니다. 군대는 저런게 다 용인되고 허용되기 때문에 군대인 것이며 저런 불합리를 고치려고 하면 그건 군대이길 포기하는 처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