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무협 소설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싶었다. 하지만 내용은 냉혹했다. 월드 오브 탱크 코리안 리그(이하 WTKL)의 플레이오프. ARETE와 함께 WGL로 진출할 한 팀을 뽑는 네 팀의 대결은 그러했다.

통속적인 내용의 소설은 약자가 고비를 딛으며 올라간다. 오늘의 대결은 이런 모습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하위 대결에서 재규어에게 승리한 히익은, 곧바로 또 다른 강팀인 ARPS를 만나 꺾였고, 그 강팀인 ARPS마저 NOA를 꺾지 못하고 좌절하고 말았다. ARETE가 없는 자리. 만년 2위 팀이라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NOA임에도, 그 실력은 어디로 간 것이 아니었다.

산속을 질주하는 호랑이와 같은 기세로 파죽의 매치 포인트를 만들어낸 NOA는 프로호로프카에서 치러진 4세트마저도 압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의 최종 승자로 거듭났다.

▲ NOA의 김윤혁 선수(좌)와 송호성 팀장(우)


경기가 끝난 후 NOA 김윤혁 선수, 송호성 팀장과의 짧은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다음은 NOA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Q. WGL 진출한 소감은?

김윤혁 : 오픈시즌부터 계속해서 진행되어 왔고, 마침내 오늘의 경기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었기에 매우 기쁘다.

송호성 : 일단 결과적으로 WGL 그랜드파이널 진출권을 따냈는데, 이번이 세 번째 기회였다. 시즌1, 시즌2를 실패하고, 마지막이자 세 번째 기회였기에, 팀원들간에 긴장을 많이 했다. 그래서 연습량을 조금 줄이고, 동기 부여와 사기 진작에 시간을 더 많이 썼다. 이번 그랜드 파이널이 어떻게 보면 팀의 최종적인 목표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임했기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고, 기분이 매우 좋다.


Q. 지난 결승 이후 슬럼프가 온 거로 알고 있다. 팀 내부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썼나?

송호성 : 욕심이 너무 커졌었다. 오픈시즌 당시만 해도, 참가에 의의를 두는 팀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계속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어, 욕심을 내게 되었다. 우리가 원하는 만큼 이루지 못할 경우 좌절감이 컸는데, 5번의 준우승 경험이 오히려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요즘 2라는 숫자로 유명한 분이 계신데, 팀을 이끌어가는 입장으로서 그분에게 여러 도움을 받은 느낌이다. 2등도 좋게 기억될 수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매우 도움이 되었다. 그랬기에 그랜드 파이널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김윤혁 : 내 단점은 8티어 전차를 다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T1을 주로 다루는데, 역으로 장점은 슬럼프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큰 어려움 없이 해왔고, 크게 긴장하지 않고 경기를 치러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송호성 : 실제로 김윤혁 선수는 팀 내에서도 기복이 없는 편이다. T1은 정말 중요한 전차인데, 기복이 없다는 점은 매우 큰 도움이 된다.


Q. NOA팀이 해외 대회 경험이 있지만 WGL은 감회가 색다를 것인데?

송호성 : 아시아 대표로 엔비디아 대회에 나간 것이 있다. 우리가 미국에 갔을 때 시차나 음식 등, 신체적인 적응 때문에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당시 대우가 매우 좋았음에도 어려움을 많이 느꼈기에, 폴란드에 가게 되면 이 부분을 신경써야 할 것 같다.

또한 세계 대회의 레벨은 국내 리그와는 확연히 다르기에, 세계 레벨에 대응하기 위해 게임 내 외적으로 또다른 시도와 연습을 반복해야 할 것 같다. 이러한 준비가 모여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반석이 될 거라 생각한다.


Q. 이번 폴란드행을 기대하고 있는가?

김윤혁 : 지난번 해외대회때는 5팀중에 5위를 했다. 그 외에도 눈앞의 목표를 이루지 못해 좌절한 경우가 많았지만, 아직까지 팀의 사기나 의욕이 꺾이지 않고 해왔다. 이번 WGL 그랜드파이널에서도 기세를 이어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Q. 오늘의 경기 최고의 위기는 언제였나?

송호성 : 엔스크와 힘멜스도르프 경기 모두 한끗의 승부였던 것 같다. 다행이도 순간 집중력과 탄착점의 미스 등등 우리 편이 조금 더 운이 좋았기에 승리했지만, 분명 전술적 오류가 있던 경기였다. 두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Q. 마지막 경기에서 T69로 도배한 이유는 팬서비스인가?

송호성 : 그렇지 않다. 팬서비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승리를 뒤로 돌릴 정도로 위험 부담을 안은 채, 깜짝 전략을 선보이지는 않는다. 5대의 T69를 운용하는 전술은 6개월 전부터 연습해온 전술이다. 상대와의 심리 싸움과 여러 요소를 고려해 꺼내든 카드다.


Q. 방송인터뷰에서도 말이 나왔지만, ARETE와의 연습에 대해 사전에 논의된 바가 있는가?

송호성 : 그런 것은 없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우리는 연습 경기를 갖는 데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 시간도 부족하고, 같이 연습을 할 파트너 팀 역시 없다. 연습을 하지 않을 때, 그 날의 연습 계획을 짜는 편인데, 여태까지는 상대 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리거나, 3명씩 쪼개서 연습을 한 적도 많았다.

ARETE 분들과 같이 연습을 할 수 있다면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Q. WGL 북미리그를 비롯해, 다른 국가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가장 주목하는 팀은?

송호성 : 당연히 나투스 빈체레다. 또한 엔비디아 대회 때 패배의 쓴맛을 보여주었던 마우스 스포츠도 기억난다.

김윤혁 : 당시 마우스 스포츠의 선수가 우리에게 이기고 난 후, '져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그 말을 돌려주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재기에 성공한 NOA의 팀원들에게 팀장으로서 한 마디 한다면?

송호성 :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내가 팀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 독재 비슷하기도 한데, 그렇기에 여태까지 준우승만을 거듭한 것에 대해 팀원들에게 매우 미안한 마음이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믿고 따라준 팀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고, 이번 그랜드 파이널에서 화려하게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