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진행중인 WGL 그랜드 파이널 현장에서 가장 바쁜 두 사람을 만났다.

한국의 WTKL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진행된 워게이밍넷 리그(WGL)을 전두지휘한 핵심 인물인 워게이밍의 박종혁 글로벌 e스포츠 디렉터, 그리고 유럽과 북미 지역 e스포츠 리그를 담당했고, WGL 그랜드 파이널 개최를 위해 최전선에서 활약한 모하메드 파들 e스포츠 디렉터는 이른 아침부터 진행된 인터뷰 일정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첫 번째 글로벌 리그를 마무리하는 대회인 만큼 분위기에 취해 있을법도 했지만, 조금은 냉정한 질문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겨우 첫 번째일 뿐이라는 것이다. 월드오브탱크 뿐만 아니라 e스포츠 자체를 성장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그들은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기보다 '지금부터 어디로 가야 할 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왼쪽부터) 유럽, 북미 지역 e스포츠 디렉터 모하메드 파들, 글로벌 e스포츠 디렉터 박종혁



Q. 월드오브탱크 리그가 실제로 해외에서는 얼마만큼의 인기를 끌고 있는지 궁금하다. WGL 현장에선 특별히 환호하거나 치어풀을 든 관객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모하메드 파들: 한국에서는 e스포츠 리그가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고,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그렇게 열성적으로 e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이 익숙할 것이다. 그 반면, 해외에서는 최근에 시작된 문화에 지나지 않는다. 열성 팬들이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고, 열광하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박종혁: 이곳에서도 특정 경기에서는 엄청난 환호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폴란드 홈 팀의 경기가 있을 때면 메인 경기장에 자리가 없어 입장이 제한될 정도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열광적인 리액션을 많이 볼 수 있을것으로 생각된다.

모하메드 파들: 우리 게임이 연령층이 넓다보니 젊은 유저들은 한국처럼 응원도 하고 소리도 지르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나이 있는 유저들은 아직 이런 시스템이 익숙치 않을 수 있다.



Q. 한국의 e스포츠와 유럽의 e스포츠는 어떤 차이가 있나?

박종혁: 간단히 말씀드리면, 소셜네트워크 등에서 볼 수 있었듯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초반에 너무 앞서갔고 세계적인 대중화가 되기도 전에 한국은 이미 풀이 꺾이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반면, 해외에서는 뒤늦게 시작했지만 대중화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제야말로 e스포츠가 제대로 성장하고 자리잡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워크래프트3,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 초반, 특정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인기를 얻었고 그 힘으로 리그화 되지 않았나.

월드오브탱크는 그래서 처음부터 글로벌하게 동시 진행을 하려고 집중했다. 월드오브탱크도 서버마다 인지도나 인기의 차이가 제법 있기 때문에, 너무 앞서가는 부분이 있으면 맞춰주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당겨주는 형태로 조율하게 되었다.

유럽도 북미보다는 e스포츠에 대한 부분이 빠르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 비하면 특출나지 않다. 시장이 앞서나가도 다른 모든 부분이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성장이 어렵다는걸 한국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신경쓰고 있다.





Q. (해외에서의)열기에 비해서 한국에서의 열기가 부족하지 않나? 어떤 점이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박종혁: 내가 비지니스 담당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짚어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게임 시장을 오랜 기간 지켜본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한국 시장이 온라인 게임에 대한 역사도 길고 인터넷에서 소비하는 시간이 길다. 그런 만큼 모든 면에서 판단 기준이 엄격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많은 이들이 즐기고 공감할만한 부분이 일단 갖춰지면 그 부분에 유독 크게 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스타크래프트, 와우,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이 그랬다.

한국에서 중학생처럼 보이는 친구들이 PC방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는 것을 보고 '어떤 점이 재밌느냐'고 물어보았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모르면) 친구간의 대화에 끼기 어려워서 한다'고 하더라. 여러 측면에서 한국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수성이 발견되고 있고, 우리로써도 이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Q. 바르샤바에서 대회를 연 이유가 IT 인프라의 발달과 유저층이 두텁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로도 유럽에서 전반적으로 IT환경 등이 상당히 좋다는 점을 느꼈다. 벨라루스를 비롯한 동구 유럽이 특별히 IT환경에 대한 발전이 좋은 편인가?

모하메드 파들: 아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로밍을 이용할 경우 동구권에서 접속이 원활한 경우가 종종 있기에 그렇게 느낄 수 있다. IT 환경은 독일의 베를린이나 프랑스 파리가 훨씬 더 좋은 편이다. 바르샤바는 탱크라는 소재 자체에 익숙한 시민들이 많고, 월드오브탱크를 즐기는 시민들이 많은 도시다.

행사를 준비하기 전, 관객의 수를 최대한 정확하게 예측하는 과정을 거친다. 예상보다 부족한 상황보단 예상을 뛰어넘는 관객이 몰려드는 것이 문제가 되기에, 예상 관객의 수를 정확히 체크하게 되고, 그러한 과정을 거친 끝에 바르샤바가 최종 결정된 것이다.

한국 게임 기업에서 3년간 일했던 적이 있어 서울에서 지낸 경험이 있는데, 전 세계 어디에서도 (IT 인프라 등이)한국같은 나라는 본 적이 없다.





Q. 컨퍼런스를 통해 파트너십이 언급되었는데, 스폰서십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WGL에서도 징크스나 에일리언웨어 등 다양한 스폰서들이 보이던데,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달라.

모하메드 파들: 현재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팀을 위한 스폰서십'이다. 프로팀의 창설과 육성을 위한. 그 다음은 e스포츠 문화를 위한 스폰서십을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팀이 스폰서십을 제한적으로 갖고 있거나 없는 경우 팀의 히스토리를 만들어 나가거나 구
체적으로 조직화를 도울 수 있는 식으로 시작해 점차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Q. 작년에 800만, 올 해 1000만 달러를 e스포츠에 투자한다고 밝혔는데, 이 액수가 e스포츠 사업 전체에 쓰이는 액수인가? 정확히 어떤 부분에 투자가 진행되나?

박종혁: 일단 1000만 달러 책정은 맞다. 직원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WGL 리그를 운영하는데 든 돈만 800만 달러가 된다. 지역마다 상금 수준은 비슷하지만 각 지역의 문화의 차이, 비지니스의차이로 인해 별개로 진행되어야 하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부분에서 200만 달러가 쓰인다. 앞으로 이보다 덜 쓰일 일은 없을 것이고(웃음), 상황에 따라 더 많이 쓸 일은 생길 수 있겠다.

모하메드 파들: 성장을 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국 리그도 매우 빠른 속도로 다른 리그를 따라잡는 수준에 올랐지만, 리딩 팀이 2팀밖에 없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향후 계획에는 이런 팀을 키워나갈 수 있는 시스템도 포함되어 있다. 선수나 팀에 대한 육성과 지원도 중요하게 보고 준비하고 있다.




Q. 아레테와 노아 선수들이 폴란드에 와서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인가?

모하메드 파들: 선수들의 연습공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충분한 피드백을 받았다. 이후 리그에서는 발전시킬 예정이다.

박종혁: 시차의 문제가 있고, PC방과 같은 환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연습 장소를 마련할 수 있는 숙소 등과 같이 선수들 입장에서 모든 것을 만족시킬 만큼의 환경 조성이 마련되지 못한 부분은 우리도 안타깝다. 피드백을 받은 만큼 다음 경기는 더 준비해야 할 것이다.

큰 게임 대회는 대부분 미국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미국에 위치한 스튜디오가 있는 만큼, 미국서 대회를 여는 편이 더 좋다. 그 경우, 대회를 위해 방문하는 선수나 기자단도 훨씬 편할 것이다. 각종 시설이나 여건도 이 곳 보다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첫 번째 정규 리그 그랜드 파이널은 지금의 월드오브탱크 리그를 있을 수 있게 한 발상지에서 열고 싶었다.





인터뷰가 막바지에 달했을 무렵, 박종혁 디렉터가 기자단을 향해 거꾸로 질문을 던져왔다. WGL 그랜드 파이널을 둘러본 소감과 함께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를 묻는 그는, 지금 열리고 있는 대회를 화려하게 포장하기보단 조금이라도 더 많은 피드백을 받고 차기 리그에서 고쳐야 할 점을 듣고 싶어했다.

1년여에 걸쳐 월드오브탱크를 서비스하는 모든 서버의 대표 팀을 선발하고 이 중에서 최고의 자리를 가리는 글로벌 리그를 성공리에 개최한 워게이밍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아직 우승자도 등장하지 않은 WGL 그랜드 파이널이라는 대회에 점수를 매기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워게이밍의 이후 행보다.

그렇다고 당장 다음 리그부터 e스포츠계의 혁명이 일어나리나는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다만 1년 뒤의 WGL은 어떤 대회가 되어 있을지, 워게이밍의 e스포츠 지원이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품고 지켜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