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카바인 스튜디오 ⊙장르: MMORPG ⊙플랫폼: PC ⊙발매일: 2014년 6월 3일



■ 본문에 앞서, MMORPG학 개론


만약 MMORPG의 역사서가 있다면, 순서는 다르더라도 빠지지 않을 이름들이 몇개 있다. '바람의 나라', '울티마 온라인', '리니지', '에버퀘스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MMORPG는 한때 어드벤처와 FPS, TRPG가 차지하고 있던 PC 디지털 게임의 왕좌를 차지했었고, MOFPS와 액션의 강세에도 자신의 영역을 잃지 않았다.

누군가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 최강논란 종결자급 MMORPG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에서 이제 MMORPG라는 장르 자체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하기도 한다. 그럴 수도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10년 째 서비스되고 있음에도 그를 뛰어넘을 만한 흥행과 작품성을 가진 MMORPG가 나타나지 않았고, 이 게임 역시 게임 자체의 수명이 다되어가는건 아니냐는 전망과 함께 점점 유저가 줄고 있는 추세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MMORPG의 패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게임에 도전한 작품은 수도없이 많았다. MMORPG는 그 특유의 몰입도와 긴 플레이타임 때문에 한 사람이 서너개의 MMORPG를 하기란 어렵다. 때문에 막대한 이용자 수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 게임은 생각보다 적은, 'The Winner Takes it All' 이라는 말에 걸맞는 장르였다. 그리고 그 승리자는 지난 10년 간 단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였다.

해외만 해도, '스타워즈: 구공화국', '워해머 온라인', '길드워'와 '길드워2', '파이널판타지11'과 '파이널판타지14', '반지의제왕 온라인' 등, 수많은 도전자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WoW'는 모든 도전자들을 패배시키고 자신의 왕좌를 지켜냈다. 하지만 도전자들의 최후는 모두 같지는 않았다. 어떤 게임은 서비스가 중단되기까지 했고, 어떤 게임은 부분무료화로 수익모델을 바꿔 살아남았다. 하지만 또 어떤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내며 1인자는 아니어도 MMORPG 명작 반열에 당당히 들어섰다.


완전히 사라져버린 '워해머 온라인' 같은 경우도 있었지만, '스타워즈: 구공화국'이나 '반지의제왕 온라인'처럼 부분유료화로 수익모델을 바꾸고, 추가 컨텐츠를 투입해 살아남아 괜찮은 평가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었고, '파이널판타지14'처럼 극단적인 리메이크를 통해 게임성과 인기를 모두 되찾은 경우도 잇었다.

또 처음부터 정액제를 포함해 'WoW'에 대항하여 왕좌를 노리는게 아닌, 독자적인 과금모델을 통해 틈새시장을 노려 꾸준히 시장을 확대한 '길드워2' 같은 경우도 있었다. 아니면 '이브 온라인'처럼 특유의 게임성을 확립해 처음부터 다른 플레이어층을 공략해 충성도 높은 매니아팬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MMORPG 시장은 이제 단순히 게임의 질만으로 겨룰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다양한 게임이 수준급의 퀄리티를 가지고 서비스 됨에도 도태되고 마는 것은 이 장르가 가지는 특수성, 위에서 언급한 'The Winner Takes it All', '승자독식' 때문이다. 새로이 출시되는 MMORPG의 고객들은 이미 기성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며,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돈과 시간을 투자해 이룬 한 게임 내에서의 성과를 쉽게 버리려하지 않는다.

"나 바빠" "뭐하는데?" "ㄸㅗ... 게임."

때문에 이제 MMORPG는 단순히 '잘'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수많은 MMORPG 중에서 그 게임 하나를 택해야하는 '특별함'을 담고 있어야만 살아 남는다. 거기에 기똥찬 수익모델로 플레이어의 부담감을 덜어내면 딱 좋다.

'유일한 승자'가 될 수 없다면 '승자독식'의 룰을 깨야 한다. 그리고 근래에 이 '룰 브레이킹'을 성공한 시킨 것이 바로 '길드워2'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 타자는 어떨까. 여기 또다른 엔씨소프트 진영의 MMORPG, 카바인 스튜디오의 ‘와일드스타’가 있다.




■ 심슨, 사우스파크, 패밀리가이, 그리고 ‘와일드스타’


사실 그동안 독특한 컨셉을 내세운 게임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넘쳐나게 많았다. 단순한 코미디부터 약 한사발 들이킨 것 같은 괴작까지. 하지만 그 중에서 MMORPG들은 유독 그런 컨셉을 잘 살린 게임들이 적었다. 개그 게임이라며 이미 철지난 아저씨 개그를 늘어놓는걸 보면 웃음이 아니라 소름이 돋곤 했다.

▲ 웃으라는건지 화를 내라는건지

하물며 다른 컨셉의 게임들은 어떨까. 그동안 우리는 수없이 많은 미국 코믹스 풍의 게임들을 보아왔다. 그래픽에서 특히 그랬다. 하지만 과연 그 중에 정말로 코믹스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 있었던가? 단순히 그래픽과 몇가지 상징을 따온 것에 지나지 않았던건 아닌가? 일종의 텍스쳐팩에 지나지 않았던건 아닌가?


하지만 ‘와일드스타’는 뼛 속부터 미국 코믹스와 카툰의 테이스트와 조크로 무장하고 있다. 게임이 발매되기 전 공개된 수많은 영상에서부터 '약을 한사발 들이킨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게임에 전반에 걸쳐 '약'이 끈끈하게 녹아있다. 코믹스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그래픽은 말할 것도 없으며, 플레이어 종족 뿐 아니라 같은 종족으로 설정된 수많은 NPC들은 그에 맞는 행동과 역할을 선보이며 플레이어가 절로 그들과 동화 되게 만든다.

불판에서 익어가는 애가 퀘스트를 준다. 분명 제정신은 아니다.

도미니언의 '츄아' 종족은 그야말로 사이코패스의 절정, 대화 방식과 목소리에서부터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것만 같은 냄새를 풍기고, 주는 퀘스트마다 하나하나 제정신이 아닌 것들 뿐이다. 실험 대상에게 방사능을 쏘고 불을 붙이며, 원하는 실험 재료를 얻기 위해 동료 과학자를 자폭시키라는 퀘스트를 주기도 한다. 퀘스트 완료시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소셜 모션과 목소리 더빙은 덤이다.

‘와일드스타’의 여덟 종족들

여기 전형적인 매드사이언티스트의 모습을 담아낸 '츄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살인기계 '메카리', 레드넥과도 같은 면모를 보이는 야만족 '드라켄', 오만과 선민사상으로 무장한 '카시안'의 도미니언이 있다. 반대편엔, 지금이라도 가죽재킷을 입고 할리데이비슨을 몰고 찡긋 윙크를 할 것만 같은 '그라녹', 데스메탈과 찰떡궁합의 테크노 좀비 ''모데쉬', 자연의 칭구칭구 '오린', 서부개척시대 빌리 더 키드가 환생한 것만 같은 '휴먼'의 엑자일이 있다. 이러한 스테레오 타입의 향연은 마치 인기있는 캐릭터란 캐릭터는 모두 모은 종합 선물 셋트 같이 느껴진다.


‘와일드스타’의 캐릭터 생성시의 외양 셋은 방대하진 않다. 대신 여러가지 멋진 사례를 제시한다. 각각의 캐릭터 외양 셋은 제각각의 개성이 매우 강하게 살아있다. 이것과 게임 내의 자유롭고 다양한 코스튬, 또한 캐릭터 클래스 뿐 아니라 '패스(Path)'를 합쳐, 플레이어는 다양하고 남다른 수준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집을 만들며 고치고 정원을 꾸미는게 취미인, 샷건이 잘 어울리는 레드넥의 모습도, 쌍권총을 차고 빨간약 파란약을 내밀 것만 같은 '모피어스'도 가능하다.


독특한 캐릭터성 뿐만 아니라 퀘스트를 포함한 게임 전반에 걸친 꾸준한 유쾌함도 상당하다. 제작사인 카바인에서 제작해 배포하는 소개 영상들부터 하나같이 '덤 앤 더머' 급 수준 높은 유머를 보여 심상치 않더니, 간단한 퀘스트 하나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 센스를 보여준다.

프로토스타 특산 사각돼지

효율을 위해 가축을 정육면체로 진화시키고, 경쟁업자가 가진 우량종을 훔쳐오라고 시키는 미션은 흡사 파밍 시뮬레이터판 메탈기어 솔리드를 방불케 한다. 거기에 더해 도미니언판 CIA에 소속된 메카리 요원이 마치 정치물 미국 드라마를 보는 듯한 암투를 벌이는 모습 역시 볼거리. 이러한 게임 전반에 걸친 꾸준한 '감각' 내지 '광기'는 유저가 진정 유쾌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여덟개의 종족, 여섯개의 직업, 네개의 패스. 플레이어는 이미 캐릭터 생성 단계에서부터 많은 것을 결정하고, 자신이 선택한 면면을 담고 있는 캐릭터를 플레이하게 된다. 요는, 결국 중요한 것은 취향의 문제라는 것이다. 'WoW', 혹은 기존의 MMORPG들이 '배트맨'이라면, ‘와일드스타’는 '데드풀'이다. 당신은 어느쪽을 택할텐가?

나는 너무 멋져



■ 때리고 피하고 피하고 때리고, 그 찰진 손맛



플레이어는 여섯가지 클래스 중 하나를 골라 넥서스에서 살아남게 된다. 제각각의 직업은 모두 두가지씩의 파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직업마다 제각각 다른 특수기술을 갖고, 다른 전투 자원을 소비한다. 전투 스타일도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와일드스타’의 전투는 이젠 익숙하디 익숙한 '논타겟-스킬'이라는 하나의 뿌리를 두고 있다.

‘와일드스타’ 직업 소개 영상

다만 다른 논타겟 전투 게임에 비해 좀 더 친절하다. 스킬버튼을 누르면 범위가 표시되고, 손을 떼면 범위 안에 스킬이 사용된다. 이 방식은 매우 유용해서, 처음 익히는 스킬도 스킬의 범위와 효과를 빠르게 체득할 수 있다. 익숙해진다면 이 범위를 보지 않고 가늠을 통해 스킬을 마구 난사할 수 있는 것은 당연. 여기에 덤블링 액션을 통한 치고빠지는 액션이 전투의 기본이 된다.


스킬들은 크게 어썰트, 서포트, 유틸리티로 갈래가 나뉘어 있으며 각각의 용도에 맞는 십여가지의 스킬들이 준비되어 있다. 이들 스킬을 최대 여덟개의 스킬창에 조합해 사용하는 것이 전투의 기본이다. 직업별로 주어진 강화기술과 연계하여 군중제어에 치중할 것인지, 데미지딜링에 치중할 것인지 등을 고려해 구성을 짜면 된다.


스킬들의 역할별 분배와 전투의 타격감, 스킬셋 구성을 통한 전략성 모두 훌륭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와일드스타’의 전투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스킬 단축키 배분이다. 열개 이하로 주요 스킬버튼 개수를 줄인 것은 효과적이지만, 그것을 사용자가 편하게 다룰 수 있도록 배치하지 못했다. 기본 배치가 `에서 0까지 숫자키 일렬 구성인데다가, 이를 플레이어의 왼손 주변에 다시 배치하기가 매우 어렵다. QERTFGZXCV 등 WASD 주변의 모든 키가 각자의 기능에 따라 이미 배치되어 있고, 한두개를 제외하곤 해당 기능을 무시하고 키 지정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직업별로 주어진 기본 공격 스킬이 전 직업에 걸쳐 전투자원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기본 공격 스킬을 다른 중요도 높은 액티브 스킬과 같은 칸에 배치하여 유저가 스킬셋을 구성하는데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생기게 된다. 또한, 전투시마다 매우 자주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WASD에서 가까운 편안한 키에 우선 배치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블레이드 앤 소울'이나 '테라'처럼 전투에 보다 치중한 키배치, 혹은 마우스에 기본 공격을 지정하는 등, 단순히 시스템 구성 면에서 뿐만 아니라 유저편의 측면에서의 전투 또한 고려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킬 버튼의 개수나 공격 범위 등 전투 시스템 전반을 살펴보면 마치 콘솔 패드에 어울릴 법한 짜임새있는 구성을 자랑하면서도, 정작 그를 훌륭하게 살릴만한 인터페이스를 갖추지 못했다. 애드온으로 보완이 가능하다 하지만, 애드온은 애드온일 뿐이다.


각종 버그도 인터페이스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이를테면 애드온끼리 충돌을 일으켜 옵션 설정이 정상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던지, 애드온을 제외하면 유저가 설정할 수 있는 옵션 범위가 턱없이 좁다던지. 또한 그래픽 옵션에서 저사양을 배려하는 옵션이 적은 것 또한 걸리는 부분. 훌륭한 시스템과 플레이어 사이에 불편한 UI가 끼어들어, 게임과 플레이어 사이에 일종의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만 같다.



■ Think You are Hardcore? 하드코어 게이머를 위한 '엘더 게임'



플레이어는 만렙인 50레벨에 도달하게 되면 '엘더 게임(Elder Game)'이라 불리는 다양한 컨텐츠를 해금하게 된다. 이 컨텐츠들의 공통점은 바로 하드코어 게이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어드벤처, 던전, 전장 등 기존에 있던 컨텐츠를 더욱 어렵고 강력하게 조정하여 다시 내놓거나, 아예 하드코어 게이머만을 위한 새 컨텐츠를 준비했다.

한판 붙자!

대표적인 것이 팀을 구성해 랭킹을 겨루는 평점 투기장, 일종의 기록 경쟁형 영웅모드 던전인 베테랑 인스턴스, 만렙 유저를 위해 준비된 어드벤처 등이 전자이며, 20인과 40인이 참여 가능한 대규모 레이드, 최대 40대40으로 특별한 전장에서 전투를 벌이는 워플롯 등이 후자에 속한다.

‘와일드스타’ 어드벤처 소개 영상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만한 것은 바로 워플롯이다. 타 MMO 게임의 레이드, 오픈월드 PVP처럼 ‘와일드스타’의 궁극적 목적이 될만한 컨텐츠로서, 유저들은 40명씩 무리지어 팀을 이루고, 인스턴스 내에서 40대40으로 대규모 PVP전투를 벌이게 된다.

워플롯의 무대

워플롯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인스턴스 존이다. 플레이어는 주어진 일정량의 포인트와 자원을 사용해 전투 인스턴스를 조정할 수 있다. 원래는 없던 벽을 세우고, 주요 방어건물을 배치하고, 방어 NPC를 기용해 전투에 참가시킬 수 있다. 더불어 이 방어 NPC는 플레이어가 레이드에서 패배시킨 보스 몬스터가 될 수도 있다.

‘와일드스타’ 워플롯 소개 영상

이로 인해 플레이어는 일반적인 전장보다 더욱 전략적이고 플레이어 성향에 따라 맞춤 제작된 인스턴스 존에서 전쟁을 벌일 수 있게 된다. 항상 같은 공간에서 전투를 벌이다보니 생기는 전략의 고착화(EX - 알방 Ft. 카트라이더)를 유저가 자체적으로 해소할 수 있고, 이에 맞춘 플레이어의 다양한 직업, 스킬 조합 등의 참신화도 이끌어 낼 수 있다.

"Release the Krak... Dragon!"

워플롯을 포함한 '엘더 게임'의 진행 단계는 ‘엘더 포인트’와 ‘엘더 젬’이라는 자원을 소모해 조직적으로 통제 된다. 몇 개의 워플롯 맵이 제공되지만 최초 사용 가능한 것은 하나 뿐이다. 이 ‘엘더 게임’ 컨텐츠들은 전체가 플레이 보상으로 주어지는 ‘엘더 젬/포인트’을 통해 연속적으로 컨텐츠가 이어지도록 되어 있다.


하우징 역시 이러한 맥락이다. ‘와일드스타’의 하우징은 엄밀히 말하면 집 보다는 플레이어의 개인지역을 만드는 것에 가깝다. 플레이어에게는 일정 크기의 공중부양 인스턴스가 주어지고, 그 안에서 플레이어는 집을 포함해 크래프팅 시설, 여가 시설 등을 짓고,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

문샤인 와인을 만들자 뽁짝뽁짝

플레이어는 이 개인 공간에서 마련해놓은 장치를 이용해 술을 만들어 마시거나, 고기를 구워먹을 불판을 차리거나, 텃밭과 숲을 일궈 크래프팅과 요리를 취미로 할 수도 있다. 하우징 지역의 커스터마이징은 생각보다 방대해서, 주요 시설은 정해진 자리에 지어야 하지만, 그 이외의 모든 장식용 오브젝트는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같은 모양의 집이 있을 수 없는 셈이다.


하우징은 저레벨부터 가능하지만 만렙에 도달하고 나서 접해도 늦지 않다. 하우징은 유저에게 커다란 시스템적 보너스를 주지는 않지만,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 생각해보라.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바비큐 파티를 벌이고 싶다고? 현실에선 불가능해도, ‘와일드스타’에선 할 수 있다!

‘와일드스타’ 하우징 소개 영상

그동안 무수하게 많은 MMORPG들이 나와 매력을 발산해 인기몰이를 하고도, 엔드 컨텐츠 등 뒷심이 부족해 결국 많은 플레이어가 이탈-"그래 역시 께임은 와우지!"-하고 말았었다. 개발 당시 MMO 사상 최대의 개발비를 부은 '스타워즈: 구공화국' 이라던지, '리프트', '워해머 온라인' 등이 그랬다. 결국 그 차이는 엔드컨텐츠의 질과 지속력이었다. ‘와일드스타’는, 이러한 뒷심을 탄탄히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볼 수 있다.



■ 근데 이거 좀... 비싸요?


애석하게도, ‘와일드스타’의 문제 중 하나는 가격이다. 시작 비용이 너무 높다는 점이 흥행의 발목을 잡는다. 59.99달러짜리 패키지는 아무리 게임 가격이 많이 오른 지금이라고 해도 결코 싼 가격이 아니다. 또한 월 14.99달러의 월 과금제 역시 건재하다.


이 패키지 가격은 현재 MMORPG 시장의 지배자인 'WoW'보다도 비싼 가격이다. 다음 확장팩 런칭을 앞둔 현재 'WoW'는 ‘대격변’까지 반영한 본편이 19.99달러, ‘판다리아의 안개’ 확장팩을 19.99달러에 판매해 약 40달러면 시작할 수 있다.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는 49.99달러로 모두 합치면 'WoW'가 30달러 가량 더 비싸지만, 확장팩 다섯개가 포함된 가격임을 감안해야 한다.

심지어 세일해서 반값으로 팔았었다

이런 과금방식은 최근 안일한 과금정책과 확떨어진 게임성으로 흥행 부진 속에 있는 '엘더스크롤 온라인'과 비슷한 구성이다. '엘더스크롤 온라인' 역시 59.99 달러의 패키지와 함께 매월 15달러의 요금을 과금한다. 또한 게임 내 주요 아이템인 탈 것 마저 캐쉬아이템으로만 판매하여 더욱 악랄함을 보인다. 결과는 대참패. 물론 '엘더스크롤 온라인' 자체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문제점도 있었지만, 이러한 과금 문제가 게임의 추락을 가속화 시켰음은 분명하다.

안사요

다른 예를 들어보자. 같은 엔씨소프트 진영의 '길드워2'는 49.99달러로 구입함과 동시에 추가비용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구입 후에 계정 요금 걱정 없이 얼마든 플레이를 즐길 수 있고, 그간의 다른 부분유료화 MMO와 다르게 과금에 따른 컨텐츠 제한 역시 없다. 대신 게임 내 상점을 통해 다양한 꾸미기 아이템 등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고, 이것이 '길드워2'의 주 수입원이다.

세일중 가격으로, 정가는 49.99 달러와 69.99 달러

그리고 그렇게 '길드워2'가 기록한 매출은 지난 분기 251억원으로, 엔씨소프트 전통의 효자 '리니지1' 다음으로 많은 매출액이다. 어쩌면 '길드워2'는 그 게임 자체의 훌륭함 말고도, 유저와 제작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과금제를 만들어낸 것만으로도 공로를 인정 받아야할 지경이다.

현재 MMO게임 전반의 가격 정책은 변화의 시기에 있는 중이다. 많은 게임이 전체적으로 초기 시작 비용을 줄이고, 월정액제나 부분유료 아이템을 통해 게임을 플레이 해나가면서 꾸준히 지출을 유도하는 구조를 선택하고 있다. 전면적인 리메이크 이후 흥행몰이 중인 '파이널판타지14 ARR' 역시 25달러면 시작할 수 있고, '시크릿월드' 역시 29.99유로의 패키지를 구입하면 추가 비용 없이 계속 플레이할 수 있다.

한번 지르고 평생 플레이 하세요!

아마존에서 정가 24.99달러에 판매중인 'FF14 ARR'

결론을 말하자면, 비디오 게임은 이제 디지털 다운로드를 통한 스팀 같은 다양한 DRM 플랫폼을 갖추었고, MMORPG들은 이제 가격과 컨텐츠 면에서 단순히 같은 장르의 게임들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디지털 다운로드 버전과 겨뤄야 한다. 그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현재 MMORPG들의 대 과제는 바로 '진입장벽을 낮추기'와 ‘오래 붙들기’다. 그런 면에서, ‘와일드스타’는 게임 시스템 혹은 취향 뿐만 아니라 지갑사정에서 허들이 있는 셈이다.



■ 게임사와 플레이어의 윈-윈, 'C.R.E.D.D.'


한가지 ‘와일드스타’가 다른 점은 있다. 바로 '이브 온라인'을 통해 익숙해진 '플렉스(plex)' 시스템을 채용한 것이다. 'C.R.E.D.D.'는, 간단히 말해 한달 이용권을 유저들끼리 게임머니를 이용해 사고 팔 수 있게 한 것이다. 한 유저가 현금을 주고 'C.R.E.D.D.' 를 구입하면, 그것을 다시 다른 유저에게 골드를 받고 판매한다. 그렇게 되면 유저들은 골드를 통해 게임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게임머니와 현금거래의 중간 사이에 있는 과금제는 지금까지 대표적 사례인 '이브 온라인'에서는 게임사와 유저가 윈윈하는 좋은 결과를 불러왔다. '플렉스'를 통해 유저가 계정 기간을 연장한다 해도, 기본적으로 '플렉스'를 판매한 유저가 게임사에게서 현금을 주고 이를 구입했기 때문에, 각각의 '플렉스'는 고스란히 게임사의 이득으로 돌아온다. 유저는 정당한 절차를 통해 현금으로 게임머니를 마련하거나, 게임머니만 잘 번다면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점은 남아있다. '이브 온라인'은 플렉스 덕분에 게임머니와 현실 화폐가 환율을 계산하듯 일정한 가치 표준을 정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유저들 간 게임 아이템의 현금거래가 더욱 수월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하여 '이브 온라인'의 개발사 CCP가 택한 해결책은 강력한 현금거래 제제인데, 단순히 거액의 게임머니나 큰 가치를 지닌 아이템이 댓가없이 거래되기만 해도 일단 계정을 블락시키고 이후 사정청취를 통해 처리를 확정했다. 이러한 강력하다 못해 유저에게 불편을 야기할 수도 있는 방법은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정의의 밴망치를 받아라!

또한 이러한 계정연장 방식의 유일한 성공사례인 '이브 온라인'이 가지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이브 온라인'은 현재 존재하는 MMO 게임 중에서 가장 현실에 가까운 경제 시스템을 구현한 게임이다. 거대한 단일규모 마켓을 가지고 그 안에서 유저들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통제되어 경제의 균형이 맞춰진다.

현금성을 띈 게임 아이템이 게임 내 시장에서 유통되게 되면 그 영향이 얼마나 될지는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평균 동시접속이 다섯자리이며 다양한 세력의 균형을 통해 이미 경제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이브 온라인'이기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 세계최고 놀이공원을 향해


‘와일드스타’는 좋은 청사진을 가진 게임이다. MMORPG는 테마파크와 같다. 다양한 컨텐츠를 준비하고, 그 안에서 유저가 하나씩 컨텐츠를 골라 플레이하며 재미를 느끼는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와일드스타’는 기존의 테마파크형 MMORPG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말은 ‘와일드스타’에게서 기존의 MMORPG와는 완전히 다른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비유하자면 'WoW'는 디즈니랜드이고, ‘와일드스타’는 식스플래그스다. 그러니까, 기본 구조는 같지만 세부사항과 미적 감각 및 중시하는 컨텐츠는 다르다는 말이다. 살아남기 위해 다른 한쪽이 쓰러져야만 하는 것이 아닌 공존을 도모하는, 이것이 강점이 될지 약점이 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물론, 지금까지 보여지는 ‘와일드스타’의 전망은 희망적이다. 많은 수의 유저가 유입되고 유지되고 있으며, 평도 호의적이다. 서버 또한 가득가득 넘쳐나는 플레이어에 확장을 거쳐 이제 안정세를 찾은 분위기다. 초창기의 폭발적 반응은 여느 MMORPG나 그랬지만, 그 기세가 이어지는 모습이 한결 나아 보인다.


‘와일드스타’의 성공을 점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미 그동안 숱한 MMORPG들의 실패로 인해 플레이어들의 기대치가 좀 더 현실적이고 냉정해졌기 때문이다. 나쁘지 않은 퀄리티임에도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이지 못하고 허덕이다 다시금 개선을 받아야만 했던 사례는 부지기수고, 플레이어들은 이제 대형 MMORPG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중이다. 거기에 발 맞추어, 개발사들 역시 환상을 충족시켜주기 보다는 현실적인 매력을 각인시키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물론 '와일드스타'에도 불안한 점이 군데군데 남아있다. 이 게임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엘더 게임’ 컨텐츠는 충분히 플레이할만한 가치를 지녔다. 하지만 그것들이 ‘와일드스타’를 대표하고, 캐주얼부터 하드코어까지 다양한 플레이어의 욕구를 아우르며 충족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그렇다고 하기엔 이 컨텐츠들은 충분히 유기적이지 못하고, 플레이어당 컨텐츠에 소모하는 시간이 불규칙하다. 'WoW'는 레이드라는 핵심 컨텐츠를 중심으로 캐주얼과 하드코어 양쪽 플레이어를 모두 아우르기 위해 부던히 노력해왔고, 그것이 결실을 얻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결국 ‘와일드스타’의 흥행이 성공할지는 ‘엘더 게임’이라는 핵심 컨텐츠가 'WoW'와 '에버퀘스트'의 대규모 레이드처럼 모든 유저를 아우르며 하나의 컨텐츠로 집중시키는 게임의 상징이자 중심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가가 문제다. 모든 놀이기구가 재미있지만, 그 테마파크에서 최고라 할만한 롤러코스터가 마땅치 않다면 어떨까? ‘엘더 게임’이 블록버스터급 롤러코스터가 되느냐 안되느냐에 ‘와일드스타’ 테마파크의 성공이 걸려있다.


‘와일드스타’ 역시, 그동안 성공을 거두지 못한 MMORPG들의 불안요소를 완벽히 떨쳐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분명 그들과는 다른 범상치 않은 점 역시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이러한 불안요소를 개선할 구체적 가능성이 보이고 있기에 한층 더 희망적이기도 하다. 그러니, 한번쯤 기회가 닿는다면 넥서스에 발을 내딛고 그 가능성을 직접 확인해보는건 어떨까. 세상은 열려있다. Welcome to Planet Nex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