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간의 대립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넥슨은 금일(6일) 엔씨소프트의 발행주식 15.0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경영에 관련된 주주공문을 통해 6가지를 제안했다.

넥슨은 2년여 전인 2012년 6월, 엔씨소프트와의 협력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해 14.68%의 지분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게임 시장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와중에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기록해왔음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넥슨은 최대주주로서 추후 이사 선임에 대한 후보자 추천 권한을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엔씨소프트의 및 이사회 이사들에게 향후 전략을 제안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미 충분한 인적, 물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니, 이를 바탕으로 지금의 약세를 극복하자는 취지다. 넥슨의 제안 전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넥슨을 포함한 외부업체와의 협업 강화

최근 게임 시장은 글로벌 경쟁으로 나아가고 있고, 빠르게 변하고 있다. PC가 중심이던 온라인 게임 역시 모바일 비중이 커지면서 환경 변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자체개발, 대작 MMORPG 중심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의 시장 환경은 개방성이 필요하며, 현재 엔씨소프트의 방침은 사업적으로 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넥슨의 지적이다.

즉, 엔씨소프트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들과의 협업을 추구하라는 '체제 변환' 요구인 셈이다. 넥슨은 그간 텐센트, 밸브, EA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성과를 거뒀음을 언급했다. 이를 바탕으로 엔씨소프트가 개발 중인 신작 'MXM(Master X Master)'의 채널링 서비스나 넥슨 유명 캐릭터 활용 등 여러 방면으로 협력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이다.



2. 전자 투표제 도입

넥슨은 "주주의 적극적인 의사 표명이 회사의 현명한 의사결정에 밑거름이 된다고 믿고 있다"고 전제를 밝혔다.

공문 내용에 따르면 현재 엔씨소프트의 주식 중 20%는 소액 주주들에게 분산되어 있다. 이들의 의견을 수용하자는 차원에서 모든 주주총회에 전자 투표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넥슨 측의 제안이다.

* 전자투표제 (Electronics Voting) : 주주가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온라인 투표방식. 주주총회 장소에 출석하지 않고도 인터넷에 접속해 특정 안건에 찬반을 표시함으로써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2010년 5월부터 시행됐으며, 각 기업마다 채택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2013년 6월 말 기준으로 상장사 중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없었다. (출처 : 한경 경제용어사전)



3. 게임 사업과 무관한 삼성동 사옥 등의 처분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엔씨 타워는 2008년 엔씨소프트가 사옥 용도로 건립한 것이다. 또한, 회사가 성장을 거듭해 모든 직원을 수용하기 어려워지자, 엔씨소프트는 인근에 위치한 경암빌딩 및 토지를 매입해 사옥으로 함께 사용해왔다.

하지만 2013년 하반기 판교 신사옥으로 이전한 뒤 삼성동의 건물 및 토지는 임대용으로 바뀌었다. 즉, 엔씨소프트의 본래 영역인 게임 사업과 무관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 이는 엔씨소프트 전체 자산의 15.1%(장부 가치 2,442억 원, 공정 가치 3,215억 원)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넥슨은 이러한 자산을 매각해 수익을 개선하고, 게임 사업 재투자 및 주주 배당에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삼성동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옛 사옥


4. 주주 이익 환원 정책

엔씨소프트 이사회는 2014년 12월 12일, 주주들의 배당 금액을 주당 3,430원으로 결의했다. 2009년 이후 순이익이 대폭 개선됐음에도,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려는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는 것이 넥슨의 지적이다. (2010년 이후 엔씨소프트 주주 이익 환원률은 10% 미만)

넥슨은 2014년 3분기 재무제표를 토대로 엔씨소프트가 주주 배당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현금 자산을 보유했음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넥슨은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기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을 요구하며,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또는 배당률 상향을 제안했다.

이사회가 보기에 기업의 현재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기업의 본질 가치가 제대로 반영됐다고 판단될 경우 주주 배당률 상향 조정을 시행하라는 것. 이를 통해 주가 안정 및 주주 이익 환원을 도모해달라는 의미다.

이와 더불어 넥슨은 향후 재무 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주주들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갈 것을 주문했다.


5.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소각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총 발행 주식의 8.9%에 해당하는 195만8,583주를 보유해왔다. 임직원들의 장기보상 목적이라는 이유다. 넥슨은 실제 임직원 보상에 사용되는 주식이 소규모에 불과하며, 그렇다고 해서 이를 활발하게 운용하지도 않음을 지적했다.

이에따라 넥슨은 임직원 인센티브에 활용할 일부를 제외하고, 가용성이 떨어지는 나머지 주식을 소각할 것을 제안했다.


6. 비등기 임원 중 연간 5억 원 이상을 받는 사람들의 보수 내역 및 산정 기준 공개

넥슨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영진에 대한 투명하고 합리적인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현재 엔씨소프트에서 김택진 대표이사의 특수관계인(주주 1인과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 등)으로 비등기 임원 재직 중인 사람들은 부인인 윤송이 사장과 동생 김택헌 전무가 있다. 이른바 '가족경영 체제'로서, 지난 1월 말 윤송이 사장 승진과 더불어 한 차례 화제가 된 바 있다.

넥슨은 이러한 비등기 임원 중 연간 5억 원 이상을 받는 사람들의 상세한 보수 내역과 더불어 그만한 액수를 받게 된 기준을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 1월 23일 엔씨소프트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승진한 윤송이 사장

한편, 엔씨소프트는 이와 같은 넥슨의 제안에 대해 즉각 입장을 발표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넥슨재팬의 일방적이고 과도한 경영간섭에도 불구하고, 주주가치 훼손과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 약화라는 최악의 상황에 귀결되지 않도록, 흔들림 없이 현재의 경영 활동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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