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볼 때 게임 문화의 전위대는 비록 소멸할지언정, 후퇴한 적이 없었다. 게임은 지속해서 경계를 넓혀 나가면서 여러 매체의 고유한 영토를 차례차례 수복해나갔다. 게임이 문화의 지위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강한 심리적 저항에 부딪힌 부분도 있는데, 예컨대 행동을 제한하는 체력 시스템이나 공장에서 찍어 만든 듯한 작품의 질은 모바일 게임이 산업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까지 유저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야만 했다.

'영웅의군단'은 이런 심리적 저항선을 멋지게 뚫어내며 모바일 게임계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왔다. 카카오톡 플랫폼 일색이던 모바일 시장에서 비 플랫폼 노선을 선택, 성공을 이끌어냈다. 그뿐이랴 본디 PC 온라인 게임으로 제작되던 게임이니만큼 콘텐츠의 다양성과 더불어 흡입력 있는 스토리를 유저에게 선사했다.

'영웅의 군단'은 서비스 1주년을 맞아 대규모 업데이트 '레전드'를 실시한다. 이번 '레전드' 업데이트는 유저들의 의견을 반영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배수 시스템을 삭제하고 새로운 전설 영웅 시스템을 추가했다. 또한, 신규 시나리오 '금단의 나선탑'을 추가했으며 길드 아지트 및 광산 쟁탈전 등을 추가했다.

모바일 게임으로는 드물게 e스포츠 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여러모로 게임 문화의 전위대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영웅의 군단'의 기획을 맡은 엔도어즈 김철희 PD를 만나 이번 '레전드' 업데이트의 배경과 방향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 엔도어즈 김철희 PD


Q. 이번 영상 재미있게 봤어요. 배수 시스템을 삭제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네요.

그 영상 제가 봐도 재밌더라고요. 유저들도 즐거워하고요. 배수 시스템을 삭제한 것은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서비스 1주년을 맞이하는 '영웅의 군단'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어떤 변화를 줄 수 있겠느냐는 고민을 참 많이 하다가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죠.

'영웅의 군단'의 본질은 전략이라는 결론이에요. 영웅을 조합하고 전술적 움직임을 취하는 게 이 게임의 본질이라는 것에 다다랐어요.

기존의 배수 시스템은 장, 단점을 가지고 있어요. 장점은 배수 기간 동안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배수 영웅을 얻었을 때의 만족감이 대단히 크다는 것이죠. 반면, 배수가 사라졌을 때의 상실감이 크다는 점과 배수 영웅이 너무 강력해 특정 영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단점이 존재했어요.

좋은 장점이 존재하지만, '영웅의 군단'의 조합과 전략을 살리기 위해서는 배수 시스템이 방해된다고 판단했어요. 일종의 도전을 하게 된 거죠. 지금까지의 배수 시스템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다만 좀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고 싶은 목적이 있던 거죠. 변화를 주면서 본질을 찾는 것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요?

배수 시스템을 삭제하면서 전설 영웅 시스템을 도입했고 기존 영웅들의 능력치를 대폭 상향할 예정이에요. 너프를 하며 밸런스를 맞추는 게 아니라 기존 영웅들의 능력치를 상향시켜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거에요. 다시 말해 영웅의 개성이나 특징을 살린 게임플레이를 유도하는 거죠.

▲ 스타워즈가 생각나는 배수의 군단 영상


Q. 배수 시스템이 삭제되면서 전설 영웅이 등장했어요. 이건 어떤 시스템이죠?

결론부터 말하면 과거 영웅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보자는 거에요. 유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웅이 다르잖아요? 취향이 다 다르니까요.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는 영웅의 능력치가 낮아 사용에 제약이 생긴다면 얼마나 안타깝겠어요.

개인적으로 클라인디아라를 좋아하는데 너무 오래된 영웅이라 능력치가 낮아서 쓸 수가 없어요. 이런 영웅들을 다시 쓰이게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시작 한거죠.

현재 영웅 진화 시스템은 지난 10월 적용된 진화 경험치 패치로 인하여 6성 영웅을 제작하기까지의 시간이 많이 짧아진 상황이에요. 따라서 6성을 달성한 그 이후의 목표를 만들고 도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도입한 거죠. 전설 영웅은 새로운 아이템인 '전설의 정수'를 사용해 고용할 수 있으며 최대 100레벨까지의 성장을 통해 더욱 강력한 영웅으로 거듭나게 되는 거에요.

'전설의 정수'는 정수 추출 시스템으로 획득할 수 있어요. 그 외에도 일일도전 과제, 혼돈의 탑 등을 통해 획득할 수 있고요. 이렇게 모은 '전설의 정수'를 사용하면 전설 영웅 하나를 무작위로 고용할 수 있죠. 전설 영웅은 A, S, SS, EX, 4개의 등급으로 나뉘며 바뀌지 않아요. 1시즌 영웅인 클라인디아나도 최대 레벨의 전설 영웅일 경우 5시즌의 6성 영웅보다 훨씬 더 강력할 거에요.

▲ 신세는 제 덱에 들어와 주는 걸로 갚아주세요.


Q.'레전드' 업데이트는 언급한 두 개의 시스템 외에도 추가되는 콘텐츠가 있다고 들었어요.

네, 1주년이다 보니 많이 준비했어요. (웃음) 큰 틀은 시스템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즐길 거리를 추가하는 거죠. 먼저 주인공의 최대 레벨이 80레벨로 확장되며 70레벨, 3시즌 6성을 달성한 주인공은 4시즌으로 환생할 수 있어요. 4시즌으로 환생할 경우 주인공의 능력치가 더욱 강력해지죠.

'금단의 나선탑'도 추가돼요. 사악한 창조술사 에이서스가 점령 중인 '금단의 나선탑'에서 쥬리와 알레나, 그리고 여신교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펼쳐질 예정이에요. 베일에 싸인 강력한 적, 사라카엘도 만나볼 수 있고요.

또한, 혼돈의 탑 하드 모드가 추가돼요. 100-5층을 완료하면 하드 모드가 개방되며 기존 혼돈의 탑보다 더 많은 의욕을 소모하는 대신 신규 110레벨 장비인 '파멸자의 장비'를 획득할 수 있어요. 그 외에도 현상금 사냥 2페이지와 신규 전설 장비 추가도 예정돼 있어요.

▲ 길드 아지트도 추가된다.


길드와 관련해서는 '길드 아지트'와 최상급 광산을 추가해요. 길드 아지트는 길드원들의 특별한 공간으로서 길드 자금을 소모하여 길드원들에게 강화, 개량, 각인 확률 증가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죠. 간혹 희귀한 상품을 파는 상인이 아지트에 방문하기도 하고요. 참, 다양한 알을 낳는 거위를 키울 수도 있어요. 이번 업데이트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길드 아지트에서 육성한 몬스터를 전투에 활용하는 시스템도 준비 중이에요.

또, 기존의 광산에 비해 더욱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최상급 광산이 추가되는데요, 최상급 광산은 매우 적은 수만 존재하기 때문에 강력한 길드들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돼요. 광산을 점령할 경우 매시간 길드 점수와 경험치를 획득하도록 변경했고요.

적대적인 관계의 다른 길드에 선전포고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어요. 선전포고를 하면 두 길드는 즉시 전쟁 상태에 돌입하며 2개 이상의 길드가 동일한 길드에 중복해 선전포고를 하는, 연합 전선을 구축할 수도 있어요. 상대 길드의 광산 점령을 방해하거나 길드 점수를 감소시켜 길드 순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죠.

사실 지금까지는 길드끼리 원한관계가 생기면 해결할 방법이 없었죠. 게시판에서 서로 욕하는 정도랄까요? (웃음)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일반 유저의 피해 없이 길드끼리 해결한 방법을 제시한 거에요. 더불어 커뮤니티를 더욱 돈독하게 할 수도 있고요.

▲ 신규 콘텐츠 나선의 탑


야심 차게 준비한 여러 가지 재미요소인 만큼 이번 업데이트로 복귀 유저가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복귀한 유저들이 즐길 콘텐츠가 없어 떠나는 일이 없도록 많은 콘텐츠를 준비했으니, 부디 아무쪼록 재미있게 즐겨 주시면 좋겠어요.

저희 입장에서는 큰 도전이에요.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준비한 콘텐츠니 잘되리라 믿고 도전하는 거죠. 만에 하나 잘 안된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그래 왔듯 좌절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여러 단계에 걸쳐서 더 나은 게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죠.


Q. 콜로세움 챌린지 등 '영웅의 군단'을 e스포츠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e스포츠라는 것이 유저들이 있어야 유지가 될 수 있는데, 유저들을 콜로세움으로 유도할 복안이 있으신가요?

전략성이 있으며 재미있는 콘텐츠를 유저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에요. 또 진입 장벽을 낮춰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구요.

콜로세움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6명을 선택할 수 있던 기존의 시스템에서 3명을 선택하고 3명은 랜덤으로 부여받는 시스템으로 변화시켜 포커와 같은 전략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꿨어요. 또 치명타는 오직 상성에 의해서만 발생하게 했죠. 경비병이 도적에게 강력한 것처럼 상성은 스토리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상성을 공부하고 알아가면서 얻는 즐거움이 존재하죠.

'영웅의 군단'을 e스포츠화는 목적은 두 가지에요. 첫 번째는 '영웅의 군단'을 즐기는 유저들의 축제, 두 번째는 '영웅의 군단'을 즐기지 않는 게이머들이 방송을 보면서 게임을 알아가길 원했어요. 결과적으로 둘 다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 유료 티켓 판매를 했음에도 전석 매진되었던 콜로세움 챌린지


우승하는 서버에는 혜택이 제공되는데,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서버의 선수를 응원하고 경기를 분석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그리고 방송을 진행하면서 노하우가 쌓이더라고요. 대회 기간에도 단점으로 지적된 것들을 보완했지만, 물리적 시간 때문에 고치지 못 했던 것들을 점차 보완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많은 유저들이 지적한 "선수가 되기 위한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였어요. 로열리그에 진출해야 선수가 될 수 있는데 이 부분을 완화할 일일 토너먼트를 계획하고 있어요. 일일 토너먼트는 참가 신청을 받아서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면 바로 로열리그에 진출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에요. 로열리그로 진입해서 실력만 있다면 최강자전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죠. 토너먼트 참관도 할 수 있고요.

진입 장벽을 낮추고 유저의 의견을 듣다 보니 콜로세움의 참여율이 점점 높아지더라고요. 점차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가고 장점은 살릴 계획이에요. 밴픽 시스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고요.

▲ 우승을 차지한 로마 서버의 이유민 선수(우)와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좌)


Q. '영웅의 군단'을 e스포츠로 성장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게임 자체가 커지는 게 우선이죠. e스포츠화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영웅의 군단' 그 자체니까요. 물론 e스포츠가 잘 되면 좋긴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게임의 성공이죠. '영웅의 군단'을 즐기는 유저를 늘어나게 하려면 게임의 본질에 집중해야만 해요. 유저의 의견을 수렴하고 게임을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키면 e스포츠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 믿고 있어요.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콜로세움 챌린지'에 처음 갔을 때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뿌듯했어요. "모바일 게임, 여기까지 왔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죠. 선수뿐만 아니라 관중들도 경기를 관람하면서 전략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참 보기 좋았어요.

e스포츠는 '영웅의 군단'뿐만 아니라 엔도어즈 전체의 꿈이죠. 이제 노하우가 쌓였으니 '광개토태왕'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번에는 좀 더 전문적인, 그리고 정돈된 모습의 경기를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 홍진호 VS 페이커


Q. 출시 1주년, 수명이 짧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영웅의 군단'이 살아남은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1주년? 아직 배고프죠. (웃음) 우리는 '영웅의 군단'을 단순 모바일 게임이라고 보지 않아요. 처음에 PC용 MMORPG로 개발하고 있다가 모바일에 적합하게 전환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긴 했지만, MMORPG의 색을, 그리고 강점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영웅의 군단'의 수명을 PC MMORPG 정도로 생각하고 서비스하고 있어요. 꾸준히 업데이트하면서 10년을 바라보고 있는 거죠. 덕분에 매주 업데이트를 하기 위해서 피폐해져 가고 있어요. (웃음) 유저 의견을 수렴하여 방향성을 정하고 꾸준히 좋은 게임을 만들려는 생각만 하고 있어요.


Q. 유저들 사이에서 '영웅의 군단'의 착한 과금제가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과금 이야기 참 많이 하죠. (웃음) 솔직히 말하자면 게임은 과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매출이 좋지 못한 게임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 게임은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확률이 높아요. 어느 정도 수준의 매출이 유지되어야 게임의 방향성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이죠.

사실 '영웅의 군단'은 과금이 필수가 아닌 권장 사항인 착한 요금제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도 과금에 대한 비판은 피해갈 수 없더라고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저부터 시작해서 언제나 유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발전, 운영해 나갈 자세가 되어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 광고도 참 착했다.


Q. 대규모 업데이트를 하면 복귀 유저들도 많이 생길 텐데요. 기존 유저들과 복귀 유저, 그리고 새롭게 '영웅의 군단'을 플레이할 유저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복귀 유저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 뒀어요. 배수 시스템 삭제의 기본 골자가 몬스터를 약화한 것이 아니라 영웅 능력치의 상향이기 때문에 복귀 후에 쉽게 정착할 수 있을 거예요. 막상 유저들이 돌아왔는데 할 거리가 없거나 진입 장벽이 높으면 안되니까 다양한 콘텐츠도 준비했고요.

1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어요. 1주년을 앞두고 큰 도전을 준비하고 있죠. 실패했을 때의 위험이 큰 것도 잘 알고 있고요. 하지만 끊임없는 도전으로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면 마다치 않을 거예요. "영웅의 군단은 끝나지 않는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더 즐겁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 주세요.

▲ 아낙수나문을 포함해 레전드 업데이트 이전까지 출시된 모든 영웅은 배수 영웅에 준하는 수준으로 상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