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건' 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한타가 벌어질 때 빠르게 달려들어 강력한 피해를 퍼붓는 암살자? 아니면 낮은 체력과 탈출기의 부재로 항상 적의 눈치를 봐야 하는 유리대포?

근접 암살자인 케리건은 독살과 피에는 피를 사용해 짧은 순간에 큰 피해를 줄 수 있고 칼날 관통(W)과 원시 손아귀(E)의 연계로 다수의 적을 한꺼번에 행동 불가 상태에 빠트릴 수 있지만, 생명력이 낮아 기술을 잘 맞추지 못하면 역공의 기회를 줄 수 있어 운영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도주 기술이 없거나 생명력이 낮은 영웅들은 케리건의 좋은 먹잇감이 되는데요, 순간 누킹과 강력한 군중 제어 기술, 좋은 테러능력까지 갖춘 케리건은 기존의 스타크래프트 세계에서 매우 비중 있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암울한 유년기를 보내고 자치령의 암살 요원으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저그에게 사로잡혀 칼날 여왕이 되고 수많은 사람을 학살해 테란과 프로토스의 악몽이 되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에서는 최종 보스로, 군단의 심장에서는 주인공으로 활약하기도 했으며 수많은 사람을 죽인 학살자와 우주의 구원자라는 두 가지 상반된 칭호를 함께 가지고 있기도 한데요, 어떻게 한 사람이 상반된 두 가지의 평가를 함께 받을 수 있을까요?





■ 불운을 타고 난 소녀, 사라 케리건에서 칼날 여왕으로

2473년 타르코시아 행성에서 사라 루이 케리건(Sarah Louise Kerrigan)이 태어납니다.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던 그녀는 8살이 되는 2481년에 부모님께 화를 내던 중 자신도 모르게 사이오닉 능력을 내뿜습니다. 그 사건으로 아버지 패트릭 케리건(Patrick Kerrigan)은 반신불수가 된 채 정신이 나가버리고, 어머니는 뇌출혈로 사망하게 되는 비극이 벌어집니다.

해당 사실이 테란 연합에 알려지고 나서 케리건은 유령 사관학교로 끌려가 자치령의 암살 요원 '유령번호 24601'로 훈련을 받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부모님을 살해했다는 충격이 채 가시지도 못한 채 강도 높은 암살자 훈련을 받는 게 달가울 리가 없었죠.

유령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훈련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던 그녀는 훈련을 담당했던 룸 중위에 의해 강제로 신경 제어기(neural inhabitor: 명령을 즉각적으로 따르게 하고 대부분의 기억을 억제하는 장치)를 삽입 당해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하고 맙니다.

▲ 유령 사관 학교에서 훈련 중인 사라 케리건

효과적인 유령 요원으로 훈련된 케리건은 테란 연합의 적들을 암살하는 임무를 훌륭히 수행합니다. 그녀가 맡은 임무 중에는 독립 무소속 상원의원 앵거스 멩스크를 암살하는 임무도 있었는데, 나중에 그의 아들인 아크튜러스 멩스크도 이를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녀는 훌륭한 암살 요원이기도 했지만, 연합을 통틀어 세 명뿐인 10등급 사이오닉 능력자로 더욱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습니다. 사이오닉 능력 시험에서 전례 없는 수치를 기록한 케리건으로 인해 연합의 점수 체계가 완전히 재조정 되기도 했죠.

▲ PI 등급표 / 출처: StarCraft Wiki

사라 케리건은 뛰어난 사이오닉 능력으로 인해 여러 가지 실험의 대상으로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코프룰루 섹터의 사막 행성인 빅터 5에 있는 비밀 연구소, 후지타 시설에서 강력한 사이오닉 능력자와 저그와의 상관관계를 알아보는 실험에 동원되기도 합니다.

약물에 취한 채 저그 점막의 흐름이나 애벌레(Larva)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등 다양한 실험에 이용되는데, 이는 그녀가 저그의 지배자인 칼날 여왕이 될 것이라는 일종의 복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녀가 저그와의 실험에 이용되고 있을 때, 아크튜러스 멩스크(Arcturus Mengsk) 장군이 이끄는 반란군 '코랄의 아들'이 후지타 시설로 침입합니다.

연구소의 처참한 모습에 경악한 멩스크의 부하들은 연구 시설과 자료를 모두 파괴합니다. 이때 멩스크의 부하인 소모 헝(Somo Hung)에 의해 사라 케리건이 구출되고, 멩스크에 의해 그녀의 몸에 있던 신경 억제기가 제거됩니다. 유령 요원일 때의 기억을 상당 부분 잃어버린 케리건은 멩스크가 이끄는 반란군의 일원이 됩니다.

▲ 아크튜러스 멩스크에게 구출되다.

케리건은 반란군의 일원으로 활약하면서 소모 헝과 사랑에 빠지고, 높은 사이오닉 능력을 인정받아 멩스크의 부관이 됩니다. 얼마 후 멩스크는 소모 헝과 케리건을 비롯한 그의 부하들을 타소니스의 유령 사관학교로 침투시키고 사라 케리건에게 특별한 임무를 하나 더 부여하는데, 바로 유령 사관학교에 있는 유령 요원 24718번을 생포해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케리건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내지만 임무 수행 도중 소모 헝이 케리건의 유령 훈련을 담당했던 룸 소령에게 살해당합니다. 분노한 케리건은 도망치는 룸 소령을 쫓아 그녀의 어머니에게 했던 것처럼 뇌를 터트려 죽이고, 멩스크가 지시한 유령 요원을 되찾아 히페리온으로 돌아옵니다.

케리건이 사로잡은 유령 요원을 멩스크 앞에 데리고 오자, 멩스크는 그 요원이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범인이라고 하며 총으로 쏴서 죽입니다.

자신이 힘들게 완수한 임무가 단순히 멩스크의 개인적인 원한 때문임을 알게 된 케리건은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면서 더 이상 멩스크를 돕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바로 그때, 멩스크는 자신의 가족을 죽인 유령 요원 중 가장 중요한 한 사람이 바로 사라 케리건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아버지 앵거스 멩스크를 살해한 사람 말이죠.

멩스크는 케리건 때문에 아버지를 잃고 말았지만 그녀를 용서한다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들은 케리건은 큰 충격을 받고, 눈물을 흘리며 멩스크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죠. 그 후, 케리건은 멩스크에게 버림받을 때까지 충성을 바치게 됩니다.



■ 멩스크의 배신으로 칼날 여왕이 된 케리건

2500년, 사라 케리건은 아크튜러스 멩스크의 지시로 안티가 프라임 행성에서 전직 보안관인 제임스 유진 레이너(James Eugene Raynor)를 만납니다. 그녀는 레이너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판단하기 위해 은폐 상태로 위장해 그를 관찰합니다.

어느 정도 판단을 내린 후, 케리건은 은폐를 해제한 후 짐 레이너에게 걸어 가 그와 인사를 나눕니다. 그때, 특유의 사이오닉 능력으로 다른 사람의 정신을 읽을 수 있는 케리건은 레이너의 의중을 파악합니다. 그는 사라 케리건과 키스를 하는 상상을 하고 있었죠. 그래서 케리건은 레이너에게 "이런 개자식!"(You pig!)이라고 욕을 하며 분노를 표출합니다. 당시의 상황은 스타크래프트2 소설 플래시포인트: 복수의 시작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케리건은 집결 지점에 도착하여 수송선에서 사람들이 내려오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중 마이클 리버티는 아직도 강화복에 적응을 못 한 모양이었다. 그들은 주위에 선을 치기 시작했다. 사라는 은폐 상태를 유지하며 레이너라는 자를 직접 판단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가 받은 훈련 중에는 적의 능력을 측정하는 방법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시기에는 누구라도 잠재적인 적일 수 있었다. 멩스크의 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레이너는 키가 크고 단단한 체구였으나, 근육이 우락부락한 정도는 아니었다. 어두운 눈가에는 주름이 파여 있었다. 그는 다른 이들과 친근하게 대화를 하며 그중 한 사람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래, 딱 시골 행성에서 법을 집행하는 관리답게 생겼군.' 그러나 그에게는 무언가 있었다···. 입을 다문 모습과 날카로운 눈매에 무언가가 있었다. 제임스 레이너는 외진 행성 출신이었지만 평범한 시골뜨기는 아니었다.

사라는 어느 정도 판단을 내린 다음,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녀는 헬멧을 벗어서 머리를 식히고 은폐장치를 정지시켰다. 리버티가 사라를 알아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사라는 사교적인 인사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사라는 레이너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서 경례를 했다.

"레이너 대장님." 사라가 말을 시작했다. 레이너가 눈썹을 올리며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이 지역의 정찰을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사라는 사내들이 자기한테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 익숙했고, 대화를 이어가면서 눈을 이리저리 굴리지 않아도 텔레파시로 그들의 의중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남자는··· 그의 머릿속에는··· 그녀의 몸에 손을 얹고, 서로 입술을 맞대고, 그녀의 다리를 자신의 몸에 감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이런 개자식!"

그의 머릿속 그림은 생생하고 강렬하고··· 저항하기 어려웠다. 사라는 자신의 반응에 스스로 놀랐다. 그리고 놀라움을 분노로 표출했다. 짐의 눈이 커졌다.

"뭐요? 난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사라는 짐이 변명을 늘어놓지 않은 것은 알 수 있었으나,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그마저도 인정해주고 싶지 않았다. 또한 그래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는 개자식이었다!

"맞아요. 생각만 했을 뿐이죠."

사라가 응수했다. 그녀는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장면을 상상한 게 그가 처음이라면 모를까, 이해할 수 없었다. 사라는 처음 짐을 판단했을 때, 그에게서 선의와 기품을 느꼈다. 잘못 생각했던 게 분명했다. 그 역시 다른 속물들과 다를 바 없었다. 개자식이었다.

"자, 일로 돌아갑시다. 괜찮소?" "물론."

사라는 차갑게 말끝을 잘랐다.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다시 의문이 들었다. 그녀는 아직 화가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았으나 익숙하게 평정을 되찾았고, 리버티와 레이너에게 현 상황을 설명했다. 짐이 사라의 능력을 비방하는 듯한 이야기를 했을 때, 사라는 미처 화를 가라앉히기도 전에 그 미끼를 물고 말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사라가 정찰 임무를 수행하면서 발견한 사실이었다···. 안티가 프라임 행성에는 테란만 있는 게 아니었다.

"빌어먹을." 짐이 말했다. "연합과 저그라니. 아주 손을 잡고 다니는군. 좋아, 시작하자고."


이처럼 레이너와 케리건의 시작은 별로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지내던 중 케리건은 그녀의 동료 리버티의 정신에서 레이너의 과거(그의 아들이 유령 사관학교에 끌려가 사망한 사건)를 읽어 충격을 받고, 다양한 임무를 함께 수행하며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되어 갑니다.

한편 아크튜러스 멩스크는 테란 연합의 붕괴를 위해 수도 타소니스 행성에 사이오닉 방출기(Psi Emitter)를 배치해 저그 무리를 불러들일 계획을 세웁니다.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될 작전에 사라 케리건과 짐 레이너는 반대 의사를 내비치지만 멩스크는 일을 강행하고 말죠. 결국, 에드먼드 듀크 장군에 의해 사이오닉 방출기가 설치되자 수많은 저그 무리가 타소니스에 몰려듭니다. 멩스크 일당은 저그를 뒤로한 채 조용히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태사다르가 이끄는 프로토스 함대가 갑작스럽게 출몰합니다.

태사다르는 사이오닉 방출기 때문에 몰려든 저그를 처치하기 위해 온 것으로, 행성 전체를 불태우는 대신 내부의 저그 세력만 제거하기 위해 타소니스 행성에 프로토스 지상군을 투입합니다. 이때, 멩스크는 자신의 작전이 성공하게 하기 위해 케리건과 소수 병력을 파견해서 프로토스를 저지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 프로토스를 저지해 임무를 성공시키는 케리건 / 출처: Wei Wang(Glowei)

레이너가 해당 작전을 격렬하게 반대하지만, 멩스크에 대한 충성심이 높았던 사라 케리건은 작전에 참여해 프로토스를 물리쳐 임무를 완수합니다. 그리고 자신도 빠져나가기 위해 멩스크에게 구조선을 요청하지만 멩스크는 사라 케리건의 요청을 을 못 본 체하며 그녀를 버리고 행성을 떠나버립니다.

2500년 2월 18일, 멩스크에게 버림받은 사라 케리건은 저그에게 사로잡히고, 이에 분노한 짐 레이너는 코랄의 후예를 떠납니다.


사라 케리건은 수많은 저그 무리에게 둘러싸이지만, 저그는 그녀를 곧바로 죽이지 않습니다. 저그의 우두머리인 초월체(Overmind)는 사라 케리건의 뛰어난 사이오닉 능력에 흥미를 느끼고 그녀를 차 행성으로 데려와 저그 감염체로서는 처음으로 독자적인 지성을 갖춘 칼날 여왕(Queen of Blades)으로 재탄생시킵니다.

저그의 절대 지배자인 초월체는 왜 자신을 위협할 수도 있는 칼날 여왕을 만들었을까요? 사실, 초월체는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가 본 미래에서 저그는 노예처럼 프로토스를 죽이는 데 이용되고 있었고, 마지막에는 모든 저그가 혼종에게 흡수당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것은 저그의 멸망을 의미하는데, 저그를 이끄는 절대 의지인 초월체가 절대 바라지 않는 결말이죠. 그래서 초월체는 저그의 미래를 위해 칼날 여왕을 만든 것입니다.

초월체가 케리건을 만든 목적은 스타크래프트 II 공식 홈페이지 [ 크리에이티브 개발팀 Q&A #3 ] 에서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사라 케리건이 칼날 여왕으로 재탄생할 때, 짐 레이너는 매일 밤 사라 케리건이 자신을 구해달라고 외치는 악몽을 꿉니다. 참지 못한 레이너는 그녀를 구하러 차 행성으로 가지만, 저그에 의해 칼날 여왕으로 부활한 케리건에게 공격당해 도망쳐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 사라 케리건을 칼날 여왕으로 만든 초월체


■ 태사다르의 희생과 초월체의 죽음. 스타크래프트1 스토리

칼날 여왕이 초월체의 지배를 받으며 저그 무리들을 이끌고 다닐 때, 제라툴은 그의 암흑 기사들과 함께 정신체 자스를 암살합니다. 그로 인해 자스와 연결되어 있던 초월체도 충격에 빠져 일시적으로 정신을 잃고, 자스가 이끌던 저그 무리가 폭주하고 맙니다.

이는 정신체를 처치한 최초의 사건으로, 저그를 상대하는 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제라툴이 자스를 처치하는 순간 제라툴과 초월체는 서로 의식이 연결됩니다. 그로 인해 제라툴은 초월체의 계획을 알게 되고, 초월체는 제라툴의 기억을 읽어 아이어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정신이 돌아온 초월체는 암흑 기사들을 막은 후 곧바로 아이어를 침공해 수많은 프로토스를 학살합니다.

▲ 정신체를 처치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암흑 기사 / 출처: Samwise

고향을 사랑하는 프로토스에게 아이어의 함락은 매우 가슴아픈 일이었습니다. 많은 프로토스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고위 집행관 태사다르는 정신체를 처치할 수 있는 암흑 기사의 힘을 모아 저그를 상대할 작전을 세웁니다.

그런데 암흑 기사는 프로토스 내에서 추방당한 종족의 일파로 그들과 손을 잡는다는 건 프로토스에 대한 배신을 의미했습니다. 태사다르는 저그를 처치하기 위해 배신자의 길을 걷고 만 것이죠. 그는 자신의 동족에게 백안시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테란 연합군과 함께 저그와 결전을 치르러 갑니다.

하지만 저그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태사다르의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몰려든 저그에 의해 그의 병력이 전멸할 위기에 처합니다. 치열한 전투 끝에 초월체를 처치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만, 초월체는 죽기 전에 다른 곳으로 워프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워프를 막지 못하면 초월체를 처치하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었죠.

시간이 없었던 태사다르는 초월체를 완전히 파괴하기 위해 자신이 타고 있던 기함 간트리서를 초월체와 충돌시켜 폭파합니다. 이 희생으로 인해 태사다르는 프로토스의 전설적인 영웅이 되고, 많은 프로토스가 지금까지 엔 타로 태사다르(En Taro Tassadar) 라고 말하며 그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 출처: Medhiv83 / YouTube


■ 저그의 유일무이한 지배자가 되는 케리건. 스타크래프트1 브루드워 스토리

태사다르의 희생으로 저그의 우두머리인 초월체를 처치할 수 있었지만, 아직 아이어에는 수많은 저그 무리가 남아 있었습니다. 지배자를 잃은 저그 무리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공격하며 목적을 잃고 날뛰고 있었습니다.

저그가 혼란스러워하는 틈을 타 제라툴은 아이어의 생존자들을 모아 차원 관문을 통해 암흑 기사의 고향인 샤쿠라스로 피신시킵니다. 제라툴과 아이어의 생존자들은 차원 관문을 통해 무사히 샤쿠라스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그들을 추격하던 저그 무리의 일부도 함께 샤쿠라스로 건너왔습니다. 후발대였던 피닉스와 짐 레이너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는데, 그들은 저그가 더는 차원 관문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 아이어에 남았습니다.

▲ 레이너와 함께 아이어에 남은 피닉스 / 출처: Samwise

제라툴과 샤쿠라스의 암흑 기사들이 샤쿠라스로 넘어온 정신체를 파괴할 때 칼날 여왕이 그들의 앞에 나타납니다. 그녀는 차 행성에 새로운 초월체가 자라나고 있다며 힘을 합쳐 그것을 처치하자고 제안합니다. 칼날 여왕은 초월체의 죽음으로 그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을 수 있었지만, 새로운 초월체가 생기면 다시 초월체에 구속될 운명이었기 때문이죠.

케리건은 자신이 초월체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먼저 그들을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제라툴을 포함한 많은 프로토스는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때 암흑 기사의 대모(Matriarch) 라자갈이 케리건을 변호해 제라툴과 다른 일행들은 마지못해 칼날 여왕을 받아들이고, 함께 샤쿠라스의 저그를 처리하기 위해 젤나가 사원을 작동시킬 준비를 합니다.

그때, 대법관 알다리스와 아이어의 생존자들이 반란을 일으킵니다. 제라툴은 알다리스의 반란을 제압하고 나머지 잔당에게 항복을 권유하지만 알다리스는 칼날 여왕과 동맹을 맺느니 그냥 죽어버리는 것이 낫다고 말합니다. 알다리스가 뭔가 또 다른 말을 하려고 할 때, 칼날 여왕은 제라툴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알다리스를 죽여버립니다.

제라툴은 멋대로 프로토스의 일에 끼어든 칼날 여왕에게 화를 내지만 그렇다고 이미 죽어버린 알다리스가 살아날 수는 없었죠. 할 수 없이 칼날 여왕을 쫓아낸 제라툴은 젤나가 사원의 힘을 이용해서 샤쿠라스의 저그를 소탕합니다.

▲ 종족 전쟁(Brood War)을 벌일 당시 칼날 여왕의 모습 / 출처: Glenn Rane

한편 칼날 여왕은 지구 집정 연합(UED)의 사미르 듀란(Samir Duran)을 감염시켜 자신의 수하로 만든 후 그를 이용해 UED를 와해시키고 프로토스의 라자갈을 세뇌해서 꼭두각시로 조종하기도 합니다. 라자갈이 다른 프로토스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칼날 여왕을 돕자고 한 것은 이미 그녀에게 조종당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사실, 알다리스는 칼날 여왕이 라자갈을 세뇌한 사실을 알고 반란을 일으킨 것입니다.

칼날 여왕은 라자갈을 납치한 후 제라툴을 협박해 강제로 정신체와 초월체를 죽이라고 협박합니다. 아직 라자갈이 세뇌된 것을 알지 못한 제라툴은 어쩔 수 없이 초월체를 처치하고 라자갈을 풀어 달라고 하지만, 이미 칼날 여왕의 꼭두각시가 된 라자갈은 프로토스로 되돌아가길 거부합니다. 제라툴은 눈물을 머금고 자신의 손으로 라자갈을 처치합니다.

초월체가 사라지고 나서 칼날 여왕은 코프룰루 구역의 모든 저그를 지배합니다. 그녀는 차 행성이 몰락한 후 버려진 우주 정거장 차 알레프(Char Aleph)에서 프로토스와 테란 연합을 상대로 한 치열한 전투 끝에 승리를 거두고 4년간의 긴 침묵에 빠집니다.

◆ 지구 집정 연합(United Earth Directorate, 이하 UED)이란?

UED는 브루드워에서 테란 미션 부분을 담당했으며, 사미르 듀란(Samir Duran)과 알렉세이 스투코프(Alexei Stukov) 등 비중 있는 인물들이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테란 연합과 UED는 뿌리는 같지만 약간 다릅니다. 테란은 2259년 지구에서 보낸 수송선 중 타소니스에 불시착한 네글페어호의 생존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국가고, UED는 지구에 살던 사람들이 외계인의 지구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보낸 전쟁 집단입니다.

UED는 코프룰루 구역에 전투 함대를 보내 테란, 저그와 전투를 벌이고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칼날 여왕 케리건에게 몰살당합니다. 이는 UED가 칼날 여왕을 과소평가한 탓이지만, 칼날 여왕에게 감염된 사미르 듀란이 총사령관인 제라드 듀갈(Gerard DuGalle)과 부사령관인 알렉세이 스투코프의 사이를 이간질한 것도 한 원인입니다.

▲ 훗날 감염된 테란이 되는 알렉세이 스투코프 / 출처: Samwise

듀란은 총사령관 제라드 듀갈을 설득해 저그를 상대할 때 효과적인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정신파 분열기(Psi Disrupter)를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설득하고 테란 자치령의 황제 아크튜러스 멩스크를 체포하기 직전에 고의로 놓아주었으며, 작전 실패의 모든 책임을 스투코프에게 전가합니다.

결국, 듀갈은 듀란에게 스투코프를 '적절히 처리'하라고 하지만, 듀란은 스투코프를 살해합니다. 죽어가는 스투코프에게 진실을 전해 들은 듀갈은 뒤늦게 듀란이 배신자임을 깨닫지만, 그때는 이미 듀란이 종적을 감춘 후였죠. 스투코프는 나중에 저그에 감염되어 칼날 여왕의 편이 됩니다.

이후 듀란은 칼날 여왕을 잠시 따르지만, 곧 그녀의 곁을 떠납니다. 그 후 변방의 행성에서 비밀리에 저그와 프로토스의 혼종을 만드는 실험을 하는데,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그가 스타크래프트2에 등장하는 나루드 박사와 동일 인물이라는 가설이 유력합니다.

듀란의 영어 스펠링 Duran을 거꾸로 뒤집으면 Narud가 되며, 게임에서 밝혀지는 대사나 설정 등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죠.

▲ 스타크래프트의 최대 떡밥 중 하나인 사미르 듀란 / 출처: StarcraftWiki




■ 저그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케리건, 자유의 날개 스토리

자유의 날개는 짐 레이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종족 전쟁이 벌어진 뒤 4년이 흐르고 마 사라로 돌아가 하루하루를 술로 연명하던 레이너는 술집의 TV에서 흘러나오는 아크튜러스 멩스크의 연설을 듣고 혁명의 의지를 다시금 불태웁니다.

곧바로 소수의 해병을 이끌고 멩스크의 병참 본부를 파괴한 레이너는 옛 친구 타이커스 핀들레이와 만나게 됩니다. 타이커스는 자신이 뫼비우스 재단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하며, 레이너에게 자신과 함께 젤나가 유산을 모으는 일을 함께하자고 하고 레이너는 이를 수락합니다.

그 후 뉴 폴섬 자치령 교도에서 악령을 풀어줘 토시와 한편이 되고 자치령의 열차를 습격하는 등, 반란군의 명성을 착실히 쌓아 나갑니다. 특히, 테란 자치령의 수도성 코랄 IV행성에서는 타이커스를 오딘에 태워 자치령의 기념행사를 망치는 등, 멩스크에게 큰 창피를 주기도 하죠.

▲ 이곳은 잠시 후··· 쑥대밭이 됩니다.

레이너가 몬리스나 질 행성 등을 습격해서 꾸준하게 젤나가 유물을 수집하고 있을 때 갑자기 등장한 칼날 여왕이 뫼비우스 재단의 본부가 있는 티라도 7 행성을 습격합니다. 그녀의 목적은 행성에 있는 기록 저장고를 통해 젤나가 유물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레이너 역시 젤나가 유물을 모아야 했기에, 칼날 여왕보다 한발 먼저 뫼비우스의 데이터 저장소를 파괴해서 그녀가 정보를 얻지 못하게 막습니다.

한편 제라툴은 초월체의 기억을 읽기 위해 저그가 점령한 아이어로 향합니다. 저그의 방해를 뚫고 초월체의 촉수에 접속해 그의 생각을 읽던 도중, 영혼 상태의 태사다르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제라툴에게 초월체가 예견한 미래와 기억을 전해 주고, 제라툴은 히페리온 전함에서 레이너와 만나 자신의 기억이 담긴 이한 수정을 건네줘 자신의 기억을 공유합니다. 이한 수정에 담긴 기억을 통해 레이너도 제라툴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게 되고, 케리건이 우주의 구원자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자치령과 프로토스와 마찰을 일으키며 젤나가 유물을 모으던 레이너에게 아크튜러스 멩스크 황제의 아들 발레리안 멩스크 왕자가 다가옵니다.

발레리안은 자신이 뫼비우스 재단의 주인이라고 하며 레이너가 모은 젤나가 유물로 칼날 여왕을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설득합니다. 레이너는 발레리안의 등장에 격분하지만, 그의 제안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제안을 받아들여 칼날 여왕이 있는 저그의 본거지 차 행성으로 향합니다.

레이너 특공대와 워필드 장군의 자치령 군대는 차 행성의 수많은 저그들을 뚫고 강하에 성공합니다. 병력 대부분이 행성 곳곳에 흩어져 버리지만 레이너의 지휘 아래 재정비를 마치고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차 행성에서 저그의 파상공세를 끝까지 버텨 내 젤나가 유물을 사용한 레이너는 칼날 여왕을 인간의 모습,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인 사라 케리건으로 되돌리는 데 성공합니다.

결국, 레이너와 타이커스는 인간으로 변한 케리건의 앞에 섭니다. 레이너는 케리건을 구출하고 차 행성을 떠나려 하지만 타이커스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는 케리건에게 총을 겨누고 말합니다. "악마와 계약을 했어, 지미. 그녀만 죽으면··· 난 자유야."

레이너는 타이커스의 총알을 자신의 전투복으로 막고 권총으로 타이커스를 쏩니다. 그 후 타이커스의 시체를 내버려 둔 채 케리건을 구해 행성을 빠져나오며 자유의 날개는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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