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게임 전문 리뷰어 믐늠음름님께서 작성하신 '토탈워: 아틸라' 리뷰입니다. 출시일이 다소 지난 게임이지만 지금까지 토탈워 시리즈를 해본 입장에서 사랑과 애정을 담아 작성해 주셨네요.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벤팀>




⊙개발사: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 ⊙장르: RTS ⊙플랫폼: PC ⊙출시: 2015년 2월 17일


'토탈워(Total War)'는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매번 다양한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며 발전했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일본의 메이지 시대까지 인류의 전쟁사와 다양한 전쟁들의 양상들을 하나씩 다루고 있다. 심지어 이 글을 쓰는 동안 워해머 세계관을 다루는 '토탈워: 워해머'까지 발표가 되었으니, 토탈워 시리즈가 이제 현대전만 다루게 된다면 안 다루는 게 없어지는 셈이다.

물론 다양한 시대를 다뤘다고 해서 그것이 곧 매력적인 게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발매된 '토탈워: 아틸라'도 그렇다. 솔직하게 말해서 토탈워 아틸라의 시대적 배경은 전작인 '로마2'나 '쇼군2'에 비하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게임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훈족의 아틸라를 알고 있는 사람부터가 그렇게 많지 않으며, 그렇다고 사무라이의 몰락처럼 뭔가 신선한 소재를 다루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아틸라'가 나쁜 게임인가? 그건 아니다. 아틸라의 시대적 배경은 매력이 없을지 몰라도, 아틸라는 로마2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부분들과 기존 토탈워에서 보여줄 수 없는 부분들을 최대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호드(Horde) 시스템

토탈워: 아틸라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4~5세기경의 유럽은 혼돈과 파괴가 가득했다. 야만족들은 훈족의 위협을 피해서 유럽을 방랑했고, 만만한 곳은 약탈하고 필요할 때만 잠시 정착하는 식으로 생활했다. 적절한 거주지를 찾을 때까지 집 없는 생활을 계속한 셈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기존의 토탈워에서는 모든 팩션이 적어도 하나의 마을을 가지고 시작했다. 잘 생각해보자. 유목민에게 일정한 거주지(?)가 있다면 그 시점에서 방랑생활을 한다고 부를 수 있을까? 물론 방랑 생활을 구현하지 못하는 기술적 문제도 있겠지만, 기존의 토탈워 시리즈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다.

그런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기 위해서 아틸라에서는 호드(Horde)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생겼다. 호드 시스템은 군단에 마을을 합친 개념이며, 이번 토탈워: 아틸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시스템 중 하나이다.

▲남의 땅에서 기생하는 재미는 생각보다 쏠쏠


이주민과 유목민 팩션들은 일정한 거주지 없이 방랑을 계속하게 된다.플레이어가 이주민 팩션으로 플레이하게 된다면 안전한 곳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될 것이고 훈족으로 플레이하게 된다면 유럽을 공포에 빠트리기 위한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 호드 시스템의 도입으로 유닛으로만 개성이 나뉘던 팩션들이 플레이 방식으로도 크게 차이가 나게 된 것이다.



■ 제국으로 플레이하기 VS 작은 팩션으로 플레이하기

이민족이나 유목민 팩션으로 정처 없이 플레이하는게 싫다면, 정착지가 정해진 팩션들을 고르는 선택지가 남아있다. 거주지가 존재하는 팩션들은 이민족이나 유목민 팩션들보다 경제와 발전이 안정적이지만 위기에 대처하는 유연성은 조금 부족한 편이다.

만약 서로마의 넓은 영토에 끌려서 시작하게 되었다면 서로마의 몰락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몇 턴 안에 깨닫게 된다. 넓은 영토는 야만족들의 침입을 방어하기 힘들게 만들며, 높은 부패 지수는 군단을 운영하고 내정을 운영하는데 있어 커다란 장애물이 된다. 야만족에게 있어 서로마는 자물쇠 없는 금고일 뿐이다.

▲분명 넓긴 넓은데...


동로마와 사산왕조 역시 서로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서로마만큼 꿈도 희망도 없는 상황은 아니지만, 수많은 적들과 영토 안에서 끝없이 약탈을 행하는 야만족들 그리고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르는 동맹국의 위협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은 똑같다. 단지 난이도의 차이가 존재할 뿐.

반대로 작은 팩션으로 플레이하는 건 기존의 토탈워 시리즈와는 비슷하지만 조금 더 어려워졌다. 작은 팩션들은 외교문제에 있어서 비교적 자유롭고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널려있다. 하지만 로마 제국같이 규모가 큰 팩션에 비하면 보잘것없으며, 무슨 선택을 하더라도 이전의 토탈워 시리즈처럼 쉽지 않다. 주변의 다른 팩션들은 언제나 플레이어를 경계하고, 제국은 당신을 정벌하려고 한다.

결국 제국으로 플레이하든, 작은 팩션으로 플레이를 하게 되든 플레이어는 기회주의적인 태도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다른 팩션들의 약점과 위기를 활용하고, 서로간의 경쟁에 편승해서 이익을 취하게 된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이고, 어제의 아군이 오늘의 적이 되어서 돌아오고 그 반대의 상황도 연출된다.



■ 불태우기: 적의 영토 ? 아니면?


영토를 점령하게 된다면 점령하는 것 말고도 약탈하거나 불태워버릴 수 있다. 이점은 기존 토탈워와 동일하다. 대신 이번 아틸라에서 지도상에서 폐허로 만들어 버린다. 복구하기 위해선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되며, 상대 팩션의 중요 영토를 초토화 시켜버리거나, 청야전술에 사용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지도상에서 지워버린다


그런 점에서 토탈워: 아틸라는 당시 시대상이 매우 잘 반영되어 있다. 어렵게 말하면 중세 암흑기가 도래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쉽게 말하면 서로마 말기의 막장 상황이 잘 담겨 있다. 아틸라의 켐페인을 어느정도 플레이하게 되면 지도상에는 폐허들이 가득하게 된다. 팩션들의 수는 점차 줄어들게 되고, 훈족은 서쪽으로 이동하며 영토들을 모두 불태우며 다가온다. 그야말로 혼돈과 파괴만 가득하다.



■ 토탈워: 로마2와 비교해서

'나폴레옹: 토탈워'처럼, 아틸라도 전작인 로마2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로마2에 비하면 아틸라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게임이 좋아졌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개선은 정치와 전투 부분이다.

우선적으로 가계도 시스템이 돌아왔다. 이제는 파벌간의 균형과 가문내의 인물들의 충성도도 고려해가며 운영해야 한다. 영향력이 높기만 하면 문제가 없던 로마2와는 다르게 영향력에 따른 패널티와 보너스가 공존한다. 적당히 눈치만 보면 해결되던 로마2와는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시소게임을 하게 된다.

전투는 로마2보다 훨씬 좋아졌다. AI가 단순히 돌격만 해오던 전작과는 다르게 조금 준비한듯한 전략을 구사한다. 물론 유저가 하는것보다 아직은 어설프긴 하지만, 우리 AI가 달라졌다는 거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 (우회로 공략을 적극적으로 하는 AI를 이제서야 볼 수 있다는 게 기쁜건지 슬픈건지 정확히는 모르겠다만)

유닛의 역할은 좀 더 뚜렷해졌고, 기병이 강해졌다. 전투의 템포와 길이도 적당해졌다. 후방에서의 공격이 강해졌기 때문에, 포위는 중요해졌고, 유닛들의 후퇴도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 로마2에 비해서 유닛들을 좀 더 신중히 투입하게 되고, 진열의 중요성이 커졌으며, 강해진 기병을 활용해 좀 더 다양한 전술을 짜볼 수 있게 됬다. 전술 외에도 게임상의 시간이 흐를수록 병종의 구성이 다양해지고, 그에따른 변화가 반영되는 점은 아틸라가 로마2에 비해 더 좋아진 부분 중 하나이다.

▲석궁은 관통력이 높아 자주 사용하게 된다


이것 외에도 그래픽 역시 많이 발전되었다. 두 게임의 사양은 비슷하지만, 아틸라 쪽이 좀 더 시각적으로 높은 만족감을 주며 특히 화살이 아군 보병의 머리 위로 날아가는 모습은 토탈워 아틸라의 가장 멋있는 순간 중 하나다. (물론 두 게임다 블러드&고어 DLC를 사야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점은 똑같다.)

▲물론 싸움 구경하고 있으면 전투는 진다(…)



■ 문제는

이전 시리즈와 비교해 시스템적인 발전은 있다. 그런데 게임에 흥미가 떨어진다.

우선 캠페인의 목표가 토탈워: 로마2와 크게 다를게 없다. 지도상의 특정 영토를 내 손에 넣고, 유닛을 모으고, 경제력은 어느정도여야 하며, 특정한 건물도 지어야 되고.... 승리를 위한 조건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결국 플레이어가 어느정도 게임을 플레이하고 난 뒤부터는 승리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턴 한턴, 지루함을 참아가며 턴을 넘기게 된다.

차라리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이해관계가 섞인 다양한 팩션들 중 하나가 되어 플레이 하는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플레이어는 팩션의 목적과 목표 그리고 게임 중간 중간에도 재미를 잃지 않고 플레이하기가 좋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토탈워: 아틸라는 각 팩션마다의 플레이 방식은 있지만, 팩션별 퀘스트를 따라 한다고 해서 재미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퀘스트도 플레이에 적절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외교도 불합리하다. 플레이어의 팩션 규모가 커질수록 외교 페널티도 늘어나는데 그렇다고 게임 특성상 영토를 늘려가지 않을 수도 없다. 결국 페널티를 감안하고 영토를 확장해야 하는데, 믿었던 국가들의 뜻밖의 배신은 플레이어를 지옥으로 몰아 넣는다.

육지전이 개선된 것에 비해 해전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통제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산만한 전투 방식은 "해전은 원래 이런거니까"라고 마음 먹지 않은 이상 납득하기가 힘들다. 차라리 자동 전투로 해결하는 것이 나을 정도다.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정신 없다.


DLC도 문제다. (DLC 혐오주의자라 그러는 게 아니다.) DLC가 없다면 즐길 수 있는 팩션의 수가 한정적이게 된다. 즐길 수 있는 팩션들의 종류도 개성적인 부분에서 겹치는 경우가 많다. 물론 DLC를 산다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지만, 플레이 하는 입장에서 DLC를 구매하면서 까지 다른 팩션들을 즐기기엔 '토탈워: 아틸라'의 캠페인은 지루하다는 게 문제다.



■ 마무리

'토탈워: 아틸라'는 확실히 '로마2'의 문제점들이 개선되었다. 새로운 시스템들과 400년대의 암흑기의 배경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게임의 분위기는 여태까지 나온 토탈워 시리즈 중에서 아틸라의 팩션별 플레이 스타일의 개성을 확실하게 살려내고 있다. 그러나, 흥미를 끄는 부분에서는 기존의 토탈워 시리즈들에 비해서 매력적이지 않고, 캠페인은 플레이를 거듭할수록 지루함으로 가득 차게 된다. 아틸라는 로마2보다 잘 만들었지만 오히려 로마2보다 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