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가 별다른 생각 없이 언급하는 'MMORPG'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온라인 게임'이라는 장르의 기저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정의가 내포되어 있다.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의 영어명인 'MMORPG'에서 'MMO(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Massively Multiplayer Online)'가 의미하는 바도 이와 마찬가지다. 다른 이와 랜 선 너머로 만나, 소통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온라인 게임'의 본질이자 재미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MMORPG가 변화함에 따라 커뮤니티는 어떻게 변화해왔고, 어떤 특징을 보여줬을까? 10월 2일 진행된 IGC에서 엔씨소프트의 김주용 차장이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 강연을 맡은 엔씨소프트의 김주용 차장

김주용 차장은 '어둠의 전설' 및 '제라'를 시작으로 네오위즈를 거쳐 지금은 엔씨소프트에서 재직 중이다. 그는 강연에 앞서 다른 장르들에는 게임 전반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들이 이루어지는 것에 비해, 유독 MMORPG에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플레이어들이 만들어내는 현상과 사건들을 기반으로, 어떻게 대처해야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커뮤니티가 발생하고 유저들이 활동하는 곳이 MMORPG임에도 다른 장르와는 달리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론적인 연구들이 없었죠.”

자신이 지금까지 플레이했던 게임들에서 느낀 ‘커뮤니티’의 발전과 특징들에 대해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강연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에 기반을 둬서 설명을 하는 것이기에 조금은 주관적일 수도 있다는 것은 미리 양해를 부탁한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 첫 MMO의 추억 - '리니지'가 던진 화두, '커뮤니티'

올드 게이머이자 한 명의 기획자로서 본격적인 강연을 시작한 김주용 차장. 그의 첫 MMO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Lineage)'였다. 그는 이 게임에서 품은 호기심이 게임 회사에서 일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추억했다.

김주용 차장이 경험한 리니지의 첫인상은 '막막함'과 ‘단순함’이었다. 98년에 리니지를 플레이한 감상을 ‘노잼 광클겜이네.’라는 단 한마디로 정의했다. 하지만 재미가 없다는 감상에도, 리니지는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 일단 첫 시도에서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혼자 했을 때는 엄청나게 죽었어요. 아이디가 영어라서. 왜 죽였나 물어보니 그냥 죽였다는 답변이 돌아오더라고요. '죄송합니다.'를 바랬는데, 실제로는 ‘어? 한국말 하는 외국인이네’ 정도의 반응이었던 거죠. 결국, 별다른 재미를 못 느끼고 게임을 접었습니다. ‘이런 저급한 게임을 왜 해?’라는 확신도 했었죠. 하지만 대학생의 확신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그가 부정적인 평가를 했던 이유는 게임에 대한 판단 기준이 '파이널판타지7(이하 파판7)'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파판7의 전투 시스템과 스토리, 감동적 반전을 보여준 것에 비해, 리니지는 2D도트 그래픽과 타일 이동, 단순 클릭 전투 시스템에 스토리도 따로 준비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강연자는 “님들. 이 게임 왜 함?”이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 파판7을 하던 시기라, 재미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첫 MMO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아는 사람’들과 함께 플레이하면서 180도 달라졌다. 혼자 플레이하던 때와는 달리, 함께 플레이했을 때에는 다른 게임으로 생각할 정도의 재미를 느끼게 됐다.

게임이 단순한 것은 그대로였으나, 수다를 떨 상대가 있었다. 그리고 지인들과 모여 다니면서 캐릭터가 사망하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가끔 벌어지는 분쟁이 쾌감을 가져다줬다. 재미를 붙이지 못했던 1차 시도와는 달리, 함께 플레이한 2차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 어라? 같이 하니까, 재미있네!

리니지를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난 김주용 차장은 새로운 관점으로 게임을 보기 시작했다. 파판7의 정해진 이야기가 아니라, 리니지의 ‘내가 만드는 이야기’와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주는 재미를 찾은 것이다.

김주용 차장은 이 경험을 통해서 교훈을 얻었다. 첫 번째는 ‘내가 하던 게임과 온라인 게임은 다르구나!’ 하는 것. 두 번째는 ‘온라인 게임의 재미는 커뮤니티라는 데에 있는 거구나.’ 세 번째는 ‘내 좁은 경험만으로 게임의 재미를 속단해선 안 되겠구나.’ 하는 세 가지다.

▲ 몇번의 시도를 통해 차이를 느끼게 됐다.

“리니지의 경험을 통해 ‘온라인 게임의 재미는 패키지 게임과 다르구나.’ 온라인 게임은 커뮤니티에 속해있는가 아닌가에 따라 재미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MMORPG는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 게임 업계를 지배하던 패러다임이기도 하다. 커뮤니티는 게임 플레이 자체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며, 유저들이 게임을 접속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 결국 MMORPG는 커뮤니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기획자들은 온라인 게임이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는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고민을 하게 됐다. 하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었기에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고 정리했다.

“당시의 커뮤니티는 원시시대의 불이라고 생각해요. 불이 어떻게 생겨나고,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보다는 그저 ‘불에 고기를 구우면 맛있더라.’ ‘따듯하더라.’라는 식으로 경험적으로만 쓰는 거죠. 당시 온라인 게임에서 커뮤니티도 이렇게 활용됐던 것 같아요.”



■ 개인에서 집단으로, 커뮤니티의 확장 - '에버퀘스트’

에버퀘스트(이하 EQ)는 플레이어들을 탱커와 힐러, 딜러의 역할로 구분하고, 어그로 시스템을 정립한 게임이다. EQ를 시작한 뒤 파티플레이의 재미를 느낀 강연자는, 자신을 제외한 유저들을 보는 시선이 리니지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 파티플레이의 재미를 보여줬던 에버퀘스트.

“이건 분위기의 차이였어요. 리니지에서 낯선 사람은 나를 죽이고 아이템을 강탈하거나, 언제 공격할지도 모르는 경계의 대상입니다. 기본 상태부터가 적대적이었던 거죠. 하지만 EQ에서는 언제 파티플레이를 할지 모르는 잠재적인 동료로 인식됩니다. 낯선 사람을 보는 시선이 매우 우호적이었죠.”

그리고 EQ를 플레이하며 ‘플레이어와 커뮤니티를 이어주는 무언가가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기서는 파티 플레이를 시작으로 관계가 시작되고, 자신의 플레이가 기능적으로 충족된다면 길드 가입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커뮤니티가 시작된다.

에버퀘스트에서 유저들은 엔드 콘텐츠까지 가는 동안, 파티플레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커뮤니티에 노출된다. 다른 유저를 보는 우호적인 시선은 많은 유저들을 커뮤니티에 가입하는 바탕이 된다. 그리고 이렇게 가입한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엔드 콘텐츠에 참여한다.

▲ 엔드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선 커뮤니티를 이용해야 했던 시절이다.

“리니지의 엔드 콘텐츠인 공성전은 약 10% 정도의 유저만이 참여합니다. 하지만 에버 퀘스트의 엔드 콘텐츠인 레이드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참여할 수 있죠. 레이드가 길드를 통해서 진행되니 결과적으로는 파티플레이를 통해 엔드 콘텐츠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EQ는 개별로 존재하던 플레이어들을 ‘파티플레이’라는 계단으로 묶어 커뮤니티로 연결한다. 유저를 커뮤니티와 연결해주는 ‘피쳐’의 역할을 시스템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EQ의 핵심인 것이다.


■ 커뮤니티의 범주는 더 넓어진다. -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

렐름(Realm)을 기반으로 한 다대다 PVP가 특징인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이하 DAOC). 그는 DAOC을 통해 지금까지 자신이 생각하고 있었던 커뮤니티의 범주를 넓히게 됐다.

▲ 365일 24시간 전투를 할 수 있었던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

유저들이 세 진영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PVP가 엔드 콘텐츠였던 DAOC에서는 진영들끼리 전투를 벌이고,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었다. 약 8개월간 게임을 플레이하고 한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8개월간 게임을 하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어? 생각해보면 진영도 커뮤니티잖아?’하고요. 진영도 생각해보니까 커뮤니티에 포함되고, 성장 과정에서 파티플레이를 하는 것도 커뮤니티였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범주가 굉장히 넓었던 거죠. 커뮤니티별로 특징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 진영을 통해서 커뮤니티의 범주는 더 넓어지기 시작했다.

파티가 즉흥적이고 한시적인 커뮤니티였다면, 여기서 더 나아간 길드 / 클랜 / 혈맹은 규모가 조금 더 커진 커뮤니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DAOC이 보여준 진영은 수백, 수천명 단위라고 하더라도 커뮤니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추가로 ‘진영이라는 거대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면, 그만큼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갖췄어야 한다.’라며, 진영별 PVP를 도입했으나 실패한 게임의 사례를 들었다.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라 할지라도 유저들을 커뮤니티로 유입시킬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 판은 뒤집혔다.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두 가지 혁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하기 전에 ‘차용 논란’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차용했다는 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고 말하며, 한편으로는 ‘그러면 안 되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모든 게임은 직간접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고, 와우는 이런 영향 속에서도 두 가지의 큰 혁신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라는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 커뮤니티에도 큰 변화를 이끌어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강연자는 와우가 보여준 두 가지 혁신은 ‘퀘스트를 통한 성장’‘인스턴스 공간의 공격적 활용’이라고 설명한다. 와우 이전의 RPG가 단순 반복 사냥을 통해 레벨업을 할 수 있었다면, 와우는 유저의 성장 과정을 전부 퀘스트로 채웠다. 여기에 ‘인스턴스 공간’으로 클리어 중심의 사냥으로 변화하는 것에 성공했다.

두 혁신은 모두 ‘개인화된 경험과 공간을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게임사가 매우 많은 콘텐츠들을 준비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렇게 소규모, 집단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콘텐츠들이 필요합니다. 이전의 MMORPG가 콘텐츠의 빈자리를 노가다로 채우고 여기서 발생하는 커뮤니티를 활용했다면, 와우는 게임을 콘텐츠로 꽉 채운 셈입니다.”

▲ 빈 자리 없이 콘텐츠로 꽉꽉 채운 게임이었다.

등장 이후 온라인 게임의 페러다임을 바꾼 ‘와우’는 게임 내에 존재하는 커뮤니티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와우 이전의 커뮤니티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게임이 유저들의 관계를 매개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와우 이후에는 사람이 서로를 쳐다보며 관계를 할 필요성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게임에 존재하는 수많은 콘텐츠를 따라가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이제 더이상 커뮤니티에만 의지할 필요가 사라지고, 충분한 콘텐츠로 유저들을 머무르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 커뮤니티에만 의지하지 않고, 콘텐츠로 어필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김주용 차장은 ‘이렇게 설명하긴 했지만, 와우의 콘텐츠가 커뮤니티를 완전히 밀어낸 것은 아니었다.’라며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남겼다. 그는 콘텐츠와 커뮤니티는 병립 불가능한 요소들이 아님을 강조하며, 상호 보완적 관계라 정의한다. 와우의 앤드 콘텐츠는 잘 동작하고 있으므로, 커뮤니티의 비중이 축소되었거나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 기능적 필요성으로 재편된 커뮤니티 - 그리고 발생한 부작용들

리니지와 EQ, 그리고 DAOC을 거쳐 와우에 이르기까지. 게임 내 커뮤니티는 ‘기능적 필요성’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능적 필요성이란, 필요에 의해서 커뮤니티가 생성되는 목적을 말한다.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서 유저들과 파티를 맺거나, 레이드에 참가하기 위해 길드에 들어가는 커뮤니티 유형’이 이에 해당한다.

기능적 필요성을 강조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파티플레이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났다.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한 공성전과 레이드, 진영 간의 전쟁은 물론이고 서버전까지 도입한 게임도 있었다.

하지만 기능적 필요만 강화된 커뮤니티가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커뮤니티가 필요한 콘텐츠들이 강화되면서 플레이어들은 커뮤니티에 대한 압박을 더 강하게 느끼기 시작하고, 부작용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 친목 위주에서 기능의 필요성으로 재편된 커뮤니티

“게임사는 플레이어들이 가진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해결하기 위해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선택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매치매이킹 시스템 등을 예로 들 수 있죠.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요? LOL의 내분과 레이드의 면접 관행과 같은 부작용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의 MMORPG가 파티플레이를 통해서 매너와 게임 내의 규칙 등을 배울 수 있었으나, 진입 장벽을 낮춘 지금은 서로 필요에 의해서만 찾는 관계로 변했다. 매치된 상대방이 기능적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다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플레이어가 사람인지 봇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탱인지 딜인지만 중요한 상황'이 온 것이다.

▲ 진입장벽은 줄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럼 매치 메이킹이 문제이고 이걸 없애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제가 와우 첫 캐릭터로 도적을 골라서 플레이했던 경험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매치 매이킹 시스템은 아주 감사한 거죠. 예전처럼 파티창을 몇십 분간 주시하다가 '성실하고 딜 잘하는 도적이 있습니다.'라고 찾을 필요도 없으니까요. 적어도 던전과 레이드에 갈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지금의 시스템을 버리고, 과거로 돌아가는 건 말도 안 될 겁니다."



■ 단점, 해결할 수 있나요? - 요즘 게임이 선택한 커뮤니티의 방향성

그렇다면 와우 이후에 등장한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의 단점들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김주용 차장은 이에 대한 가능성을 최근에 플레이했던 게임에서 찾았다. 최근의 MMORPG가 보여줬단 가능성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방안은 부작용을 '필드 이벤트'를 통한 해결방안이다. '길드워2''파이널 판타지14'가 이에 속한다. 이 두 게임은 필드 이벤트 중심의 컨텐츠를 통해서 커뮤니티의 본 모습을 회복하려 노력했다.

▲ 필드 이벤트를 통해서 해결점을 보여준 '길드워2'와 '파이널 판타지14'

길드워2의 '필드 이벤트'는 해당 필드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가 참여하고, 보상을 얻어가는 방식이다. 거대한 몬스터를 공략하는 과정에서 파티를 맺는 과정이 필요 없고, 그저 참여만 하면 보상이 주어진다. 파이널 판타지14의 '돌발임무'도 이와 유사하다. 필드에 등장한 보스 몬스터를 여러 플레이어들이 공격하고, 보상을 얻는다. 파판14에서는 이런 돌발임무가 맵당 서너 개씩 준비되어 있다.

이런 필드 중심의 콘텐츠들은 단체가 아닌 개개인이 독립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따로 파티를 맺지 않아도 되니, 우발적으로도 협력할 수 있다. 모든 플레이어들은 파티 여부와 무관하게 사건들을 공유하고 경험하게 된다.

지금까지 플레이어가 커뮤니티에 진입하는 매개체가 '파티 플레이' 뿐이었다면, 여기에 '필드 이벤트'라는 콘텐츠를 추가함으로써 우발적인 상황이 줬던 장점을 되살리려 했다. 이는 기능적 커뮤니티가 보여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라 할만하다.

▲ 우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돌발임무'

두 번째 방안은 게임 본연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스타워즈: 구공화국(이하 SWTOR)''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가 그 예다.

'블소는 전투의 전투에서 재미를 보여주려 했다.'고 말하며, 블소가 보여줬던 전투 시스템을 설명했다. 강연자는 '1:1은 진짜 재밌어. 근데 1:2는 조금 힘들고, 1:3은 포기하는 것이 좋아.'말로 블소의 전투 시스템을 정리했다.

1 대 다수의 전투를 기반으로 진행하던 기존 MMORPG의 틀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전투를 구현했다. 그 덕에 블소는 자신만의 특징 있는 전투 시스템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렇게 콘텐츠 자체에 집중한 다른 예로 SWTOR을 언급했다.

▲ 개임 본연의 재미에 집중한 두 게임. 재미있으면 됐지!

"구공화국은 플레이어 개인에게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래서 이전까지 지문 형식으로 전달하던 퀘스트 하나하나마다 컷 신을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죠. 그러면서도 MMORPG와 패키지 게임의 장점을 굳이 융합시키려고 하지 않았어요. 서로를 섞어서 한 덩어리로 만들기보다는 그저 줄로만 대강 묶어놓은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외국 웹진에서는 MSORPG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강연자가 예로 든 두 게임들은 와우 출시 이후를 기점으로 드러난 MMORPG의 부작용들을 순화시켜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커뮤니티가 콘텐츠에 종속되는 단점을 자신만의 콘텐츠를 강화시키고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에 집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