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액션 게임은 키보드와 마우스, 게임패드로 하는 것이 정석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모바일 기기는 원버튼 터치 방식 혹은 시간을 두고 플레이하는 SNG에나 어울릴 뿐, 빠른 판단력과 그만큼 빠른 조작이 필요한 액션 게임은 모바일, 특히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렇기 때문에 ‘블레이드’가 가지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모바일 액션 RPG 장르로 지난 2014년 게임대상에서 모바일게임으로는 최초로 대상을 수상했고, 현재 동 장르에서 통용되는 개념과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는 아무도 모바일에서 액션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모바일 액션 RPG는 이제 도전이 아니라 대세가 되었고 지금도 많은 작품들이 시장에 공개되거나 공개를 앞두고 있다.

액션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만큼 전투가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짜릿한 ‘손맛’을 느끼고자 하는 유저들에게 그만한 만족감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인식이 바뀌었다고 해서 터치스크린이라는 입력수단이 키보드와 마우스, 게임패드와 비교해 가지고 있는 단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블레이드’는 모바일에서 액션 RPG, 그중에서도 전투의 재미를 어떻게 살려냈을까. 10월 2일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된 IGC 현장에서 블레이드 전투 기획을 맡은 액션스퀘어의 이한순 기획 실장이 블레이드의 전투 기획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 강연을 맡은 액션스퀘어 이한순 기획실장



■ 모바일기기, PC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한순 실장이 말하는 모바일 기기의 특징은 휴대성, 터치스크린, 작은 화면의 세 가지이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휴대성, 터치스크린 방식의 조작법, 5인치 미만의 작은 화면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PC와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다.



휴대성은 플레이 시간과 전투 방식에 영향을 준다. 자리에 앉아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 PC와는 다르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아 출퇴근 시간에 이동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도록 플레이 시간을 구성해야 한다.

또한, 다른 일을 하면서도 동시에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기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말도 된다. 최근 자동 전투의 형태로 많이 제공되는 간편 전투는 모바일게임의 특징 때문에 들어가게 된 시스템이다.




모바일기기의 입력장치는 결국 화면을 가려서 터치하는 방식이기에 긴박한 전투 속에서 화면을 가리지 않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터치이동이나 드래그스킬은 게임 화면을 가리는 시스템은 액션게임에서 지양했다. 또한, 터치스크린은 키보드, 마우스와 달리 내가 어디를 누르고 있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조작 피로도가 높다. 때문에 콘솔게임의 패드 느낌이 나도록 가장 직관적인 버추얼패드를 선택한 것이다. 이는 게임이 주로 진행되며 플레이어가 집중하는 화면 중앙을 가리지 않기에 액션게임에 가장 어울리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모바일기기는 주로 5인치 미만의 작은 화면을 사용하기 때문에 중요한 요소 위주로 강조해야 한다. 특히 쿼터뷰 시점의 경우 온라인게임처럼 8등신, 9등신의 아름다운 캐릭터를 옮겨놓아도 의도한 만큼의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

쿼터뷰에서는 잘 보이는 부분이 어깨나 머리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강조해 움직임이 화려하게 보일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캐릭터가 착용한 망토는 멋 때문도 있지만 쿼터뷰의 경우 등을 보는 경우가 많아 망토나 날개를 잘 활용해 작은 화면에서 “내가 움직이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의 역할도 가지고 있다.

화면이 작기 때문에 특별한 연출 없이 보스가 등장하면 구분하기 쉽지 않다. 보스가 등장한다는 것을 인지시켜주기 위해 등장 컷 등 짧은 연출을 도입해 확실히 알아볼 수 있게 했다. 모바일 기기의 UI는 작은 화면에 많은 것을 넣어야 하기에 초보 유저들의 적응이 어려울 수 있지만, 강조하고 싶은 버튼, 블레이드에서는 ‘전투’버튼을 최대한 눈에 띄고 누르기 쉬운 곳에 배치해 다른 것은 몰라도 전투만큼은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 조작은 간단하게 행동은 대단하게. 모바일 전투기획


블레이드의 전투 기획은 “모바일에서 조작의 스트레스를 줄여보자”는 마인드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액션 게임이기에 컨트롤의 재미는 살리고 싶었다. 조작의 스트레스는 줄이면서 컨트롤의 재미는 살린다, 상충되는 두 문장의 의미를 해결하기 위해 블레이드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다.

조작 스트레스 및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크게 다섯 가지 기획을 해보았다. 인게임 버튼 개수 최소화, 마나 삭제, 오토 타게팅, 자동 대시 공격, 스킬 성장이다.



인게임 버튼은 다섯 개로 최소화했지만 그 안에는 더 많은 액션이 숨겨져 있다. 일단, 스킬을 캐릭터 당 3개로 구성하면서 각각의 스킬이 성장하면 모션이 추가되는 방식으로 복잡함과 피곤함은 줄이고 다양성을 추구했다.

일반적으로 공격 버튼은 누르고 있으면 한 가지 콤보를 수행하지만 시간차를 이용해 다른 모션의 공격이 나가게끔, 이를테면 2타 이후 정해진 시간을 두고 버튼을 누르면 다른 공격이 나가는 등 총 4가지의 기본 콤보를 제공해봤다. 특정 캐릭터의 경우 거리에 따라 원거리 공격도 지원해주기도 한다.

방어 역시 버튼은 한 개지만 총 3개의 액션을 제공한다. 길게 누르면 방어, 두 번 빠르게 누르면 구르기, 적이 공격을 할 찰나에 누르면 반격 액션이 나간다. 이렇게 버튼은 최소한으로 압축하면서 액션은 최대한으로 제공하는 것이 스트레스와 피로도 감소의 핵심이다.



스킬 성장과 마나 삭제도 심플한 접근을 위한 장치이다. 스킬을 처음에는 간단하게 제공하되 업그레이드를 하면 공격력만 올라가는 것이 아닌 모션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간단하지만 처음과는 다른 스킬처럼 느껴지도록 구성했다. 유저가 느끼기에 스킬버튼 하나만 눌러도 캐릭터가 굉장한 액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마나를 없애고 쿨타임만으로 제어를 해보자는 생각도 유저에게 신경 쓸 것을 하나 줄여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목적이다.

360도 오토 타게팅은 말 그대로 범위 안에 적이 있으면 언제든 버튼을 누르면 조준 없이 공격하는 시스템이다. 버튼 하나로 몬스터에게 다가가고 공격까지도 하는, 조작 스트레스를 굉장히 줄인 방식으로, 최근 모바일액션RPG에서는 대부분 탑재하고 있지만 블레이드 이전에는 없던 것이다. 공격 버튼 하나만 눌러도 대쉬-이동-공격이 한 번에 이뤄지기에 대단한 액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조작의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컨트롤의 재미는 어떻게 살릴 수 있었을까. 대전액션을 생각해보면 화려하게 조작해서 콤보를 넣는 것을 떠올리지만, 모바일이기에 대단한 조작은 배제하고 생각한 것이 반격, 구르기, 무적, 막기로 설명할 수 있는 ‘타이밍’이다. 타이밍에 의한 액션은, 컨트롤의 재미를 주지만 복잡한 조작은 배제함으로써 마치 리듬게임처럼, 타이밍만 맞춰도 게임을 잘하는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블레이드 전투의 꽃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반격’이다. 타이밍을 맞춰서 방어버튼을 누르면 반격하는, 조작은 굉장히 쉽지만 숙련은 어려운 시스템이다. 반격은 적의 공격에 노출된 상황에서만 가능하기에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는 전형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기술이다.

반격은 전투의 조미료 같은, 자극을 주는 역할이다. 반격의 재미를 알게된 유저들은 그에 중독된다. 한 번 반격에 성공하면 적들이 다 쓰러지는 쾌감을 맛본 이후에는, 마치 도박을 하듯 굳이 반격을 안 해도 되는 상황에서 반격을 선택하고 점점 전투의 재미에 빠져든다. 반격이 없었다면 전투가 밋밋해지지 않았을까.

막기와 구르기, 무적 스킬은 통합해서 방어기술이라 설명할 수 있다. 막기는 따로 소모되는 비용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초반에 막기만 잘 써도 스테이지를 공략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구르기는 가면 갈수록 어렵고 복잡한 패턴을 구사하는 몬스터를 상대로 구르기만 잘 사용해도 전부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역시 소모비용이 없어 원하는 때에 사용할 수 있다.

블레이드에서는 스킬이 발동될 때 무적판정이기에 컨트롤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유저, 아저씨들, 초보 유저들도 스킬 업그레이드와 사용만 잘하면 클리어는 문제없도록 구성했다. 일발 역전을 노리는 반격과 공격을 피하는 구르기, 일시적으로 무적이 되는 스킬 사용 등은 모두 전투에서 ‘타이밍’을 통해 컨트롤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고민의 결과물이다.





■ 한 레벨에 기승전결이 압축되도록, 모바일 레벨 기획


기존의 PC게임은 한 스테이지를 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모바일에서는 앞서 말한 휴대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1~2분이 넘지 않도록 짧고 굵게 구성하는 것이 좋다. 맵의 길이가 짧기에 넓은 필드형 던전보다 전략이 생길 수 있게 좁은 던전형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던전이 좁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공략 요소를 넣기 쉽다는 것’이다. 뒤쪽에는 원거리형 몬스터를, 앞에서는 체력이 높은 몬스터를 배치해 유저들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선택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넓은 필드라면 이런 구성이 의미가 없다. 옆으로 크게 돌아 후방의 몬스터를 먼저 처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좁은 지역에 몬스터를 적절히 배치하고 트랩도 설치해서 다양한 공략의 재미를 주고자 했다.

또한, 같은 테마로 이어지는 던전에서 전투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몬스터의 스폰 위치를 전방 뿐 아니라 좌우측, 혹은 후방에도 배치하는 방식으로 신선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맵을 짧게 구성하다보니 기승전결이 없으면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시시하게 훅 끝나버릴 수 있다. 오히려 짧을수록 기승전결을 구성해서 배치하는 것이 좋다. 그를 위해 ‘결’ 부분에 보스 연출을 확실히 넣어서 유저들에게 스테이지가 끝나는 것을 각인시켜주는 것이다. 나중에는 스킵을 하더라도 한 번은 확실히 인지를 시켜주는 것이 결을 강조하는 방법이다.

결에 앞서 기,승,전을 끌고 가는 것은 몬스터 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중간에 맵을 점프해서 건너간다던지 밧줄을 탄다던지 하는 연출을 넣어서 지루해지는 타이밍에 한 번쯤 환기를 시켜주는 역할을 부여했다. 이외에도 카메라워크 등을 통해 쿼터뷰에서 사이드뷰로 전환하는 등 동일한 테마가 연속적으로 나와 지루해질 때 새로운 연출을 도입했다.







아래는 강연 이후 진행된 Q&A 내용이다.


레벨 기획에서 시네마틱이나 연출 등을 강조하는데, 모바일게임은 반복플레이 요소가 빠질 수 없고 이럴 경우 환기를 위한 연출이 오히려 짜증이나 귀찮음을 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위해 고민한 것이 있나.

사실, 처음에는 벽을 올라가거나 할 때 온라인 게임처럼 조작을 통해 벽을 올라가거나 점프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싶었지만, 모바일 게임이기에 연출로만 제공한 것이다. 반복 플레이는 자동으로 진행되기에 연출이 크게 길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물론 보스 연출은 스킵이 가능하다. 가능하면 첫 판은 재미있게 플레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구성했다.


첫판을 재미있게 플레이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사실 반격 등을 사용한 조작의 재미를 느끼는 것은 몬스터가 사용하는 스킬 타이밍을 정확하게 파악한 이후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첫 판 이후에 ‘소탕’이라는 개념으로 던전을 쉽게 돌도록 하는데, 소탕을 사용하면 이런 요소들이 전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소탕권은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판을 플레이해야한다. 소탕은 모바일 게임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RPG 게임이기에 반복플레이가 강조되지만, 앞서 말했듯 다른 일과 동시에 진행할 경우 항상 긴장하면서 플레이할 수 없기에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블레이드는 액션 게임이기에 그냥 두고 보는 자동전투보다 사용하는 키나 요소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유저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튜토리얼은 어떻게 구성했나.

그렇기에 만레벨 캐릭터로 튜토리얼을 제공했다. 만레벨로 플레이하면서 스킬을 하나하나 누를 수 있게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 반격은 전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별도의 튜토리얼을 제공해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강연에서는 주로 혼자 하는 플레이에 집중했는데, 네트워크 플레이, 특히 PvP에서는 어떤 기획적인 고민이 있었나.

PvP에서도 달라지는 요소는 크게 없다. 싱글 플레이에서 하는 것과 같은 스펙으로 전투를 진행할 수 있다. 단지 다르다면 더 재미있는 전투를 위해 대미지 등이 보정되는 정도이다.


블레이드도 조작이 중요하다보니 상위 유저들은 어렵게 만들어놓은 던전을 전부 공략하고 더 높은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던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유저들을 위해 더욱 어려운 것을 넣을 계획이 있나?

일단 블레이드의 모토는 “조작의 스트레스를 줄이자”이기 때문에 더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것들은 만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선하게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패턴을 사용하는 몬스터를 넣기 위해 매 업데이트마다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