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 ⊙장르: RTS
⊙플랫폼:
Windows 10, XBOX One ⊙발매일: 2017년 2월 21일

게임계에는 뭔가 넘볼 수 없는 구역이 있다. 진동과 함께 찰진 타격감을 전하는 액션은 콘솔이 딱이고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은 일본이 압도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울펜슈타인3D, 둠 등과 함께 위세를 떨치기 시작한 FPS도 그랬다. 순간의 조작이 생사를 가르니 정확하고 빠른 조작이 필요했고, 세세한 조작이 불가능한 콘솔 패드로는 이를 만족하게 할 수 없었다. 마치 PC를 위한 불가침 영역이라고 할까?

십수년 간 소위 '키마'가 점령한 FPS에 그 가능성을 보인 건 닌텐도64의 '007: 골든아이'다. 영화 007 시리즈 신작의 후광과 함께 기기의 성능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그래픽, 화면분할 대전 등으로 역대 가장 많은 판매량을 올린 FPS로 기록됐다. 최초로 협동 미션을 지원한 '퍼펙트 다크'는 압도적인 찬사를 받으며 최고의 FPS 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앞선 게임들이 만들어놓은 콘솔 FPS라는 용에 눈을 그려 넣은 것이 바로 '헤일로'다. 총을 쏘듯 쫄깃한 트리거 버튼, 콘솔에 최적화된 조작으로 기존 게임들이 하지 못 했던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하는 것 이상의 세련됨을 선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헤일로2'는 '007: 골든아이'의 종전 기록을 깨고 849만 장을 팔아치우며 최고의 콘솔 FPS가 되었다.


콘솔 FPS라는 독립된 장르를 만들어낸 헤일로. 그다음 도전은 전략 시뮬레이션(RTS)이었다. 키보드보다 버튼의 수가 현저히 부족한 패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조작은 최대한 간단히 만들고 거시적인 방식으로 게임을 다루게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헤일로 워즈'는 콘솔로 출시된 FPS 중 가장 높은 흥행을 보였다.

하지만 기존 헤일로 시리즈와는 영 동떨어진 세계를 다룬다는 점. PC RTS와의 우위로 내세울 점이 적다는 게 단점으로 꼽히며 헤일로 시리즈 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고 후속작 소식도 뜸했다. 일부에서는 콘솔 RTS는 아직 시기 상조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런 '헤일로 워즈'에 '토탈 워' 시리즈의 개발사,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가 손을 댔다. 무지막지한 대규모 병력 조작을 자랑하는 토탈 워 시리즈의 묘미를 매크로 조작 일변의 '헤일로 워즈'에 끼얹으면 어떤 결과물이 만들어질까? 게임스컴 현장에서 '헤일로 워즈2'를 최신 체험 버전을 직접 시연해보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윈도우10 스토어와 Xbox 마켓의 통합을 자사의 차세대 게임 산업의 기치로 내걸었다. 그 덕에 '헤일로 워즈2'는 PC와 Xbox One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게임스컴 현장에서도 이런 반영해 전통의 패드 조작과 키보드·마우스 조작 중 하나를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직접 플레이 한 후 이것 한마디는 꼭 하고 싶었다. Xbox One으로 즐기든 PC로 즐기든 이 게임은 꼭 패드로 즐기라고 말이다.


패드를 이용한 조작은 유닛 하나하나를 직접 다루기보다는 트리거 하나로 모든 병사를 선택해 조작하는 방식을 지원한다. 화면을 순식간에 옮기며 여러 유닛을 개별 조작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그래서 게임은 마이크로 컨트롤보다는 순간의 판단이나 대국적인 전략이 승부를 가르는 중요 포인트로 잡았다.

또한, 병력 지휘관이 등장하면 병력이 알아서 따라다닌다. 조작 생산이나 랠리 포인트 지정도 버튼 하나로 간단하게 지정할 수 있어 번거로운 조작은 한없이 줄어든다. 그런데 개발자가 전체 유닛 단위로 게임이 흐르게 만들었다고 해서 유저가 꼭 그 말을 들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전작에서도 훌륭했지만 '헤일로워즈2'에서는 내 선택에 유닛이 반응하는 속도가 한층 높아졌다. 똑똑하고 말 잘 듣는 유닛을 다루다 보니 대규모 교전에서의 마이크로 컨트롤은 한층 수월해졌다. 적의 원거리 유닛 사거리 밖으로 공격받는 유닛을 빼 어그로를 분산시키는 컨트롤은 전작 이상으로 빠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키보드와 마우스로 플레이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우스를 이용한 순간적인 조작은 거의 전무하다시피하고 키보드를 통한 유닛 생산은 패드 조작에 비해 빠르다는 느낌을 주지 못 했다. 패드의 움직임을 맞지 않는 기기에 옮겼다는 느낌이다.

그저 아날로그 스틱의 조작을 마우스 움직임으로 대신하고 버튼 하나에 키보드 버튼 하나에 옮겼다고 해서 콘솔 조작이 PC에 맞게 변하지 않는다. 빠른 이동과 정교한 조작, 다양하고 세밀한 버튼 구분이 없는 '키마'는 패드 이상으로 불편했다. 다시 말하지만 '헤일로 워즈2'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PC 유저라면 패드도 함께 구매하도록 하자.


'토탈 워: 쇼군'부터 최신작인 '토탈 워: 워해머'까지.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의 시뮬레이션은 군단을 다루는 대규모 전투를 고수해왔다. 이에 많은 유저가 '헤일로 '토탈' 워즈'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리고 말 그대로 우스갯소리에 그쳤음을 시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는 개발 소식이 전해진 이후부터 꾸준히 '토탈 워'가 아닌 '헤일로 워즈'의 후속작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다른 회사가 개발 바통을 이어받았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전작의 시스템을 온전히 이어받으며 그 말을 지켰다.

게임은 전작과 동일하게 메인 건물에 추가 건물이 하나둘 붙는 형식으로 기지를 확장한다. 확장할 수 있는 건물의 수는 한정되어 있으니 더 많은 추가 건물을 지으려면 메인 기지가 될 건물을 두고 적과 신경전을 벌여야 한다.

사실 기본적인 게임 방식은 1980년대의 콘솔 시뮬레이션 '헤르초크 츠바이'의 땅따먹기 시스템을 차용한 것인데 직관적이고 간단해 굳이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한 듯하다. 그만큼 '헤일로 워즈'의 시스템이 잘 짜여져있다는 근거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픽, 조작 이상으로 RTS에서 중요한 부분은 바로 밸런스다. 대칭 형태의 맵과 비슷한 자원을 채취하는 데 특정 종족의 유닛이 일부 유닛이 강력하다면 전략 게임의 최대 장점인 다양성은 떨어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시연 버전은 모든 플레이어에게 차고 넘치는 기본 자원이 주어져 너나 할 것 없이 비싸고 강력한 유닛만 뽑아 어택 땅을 하는 바람에 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다만, 많은 수의 호넷 부대가 수가 적은 유닛 조합에 격파되는 등 상성 유불리는 여전히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작은 분대 규모의 대규모 전투를 지원하는대도 나름 훌륭한 그래픽을 보여줬다. 하지만 안개 낀 듯 흐릿한 화면과 우둘투둘한 계단 현상은 멋지다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이번 작품이 엄청난 그래픽 진화를 보여줬느냐? 그건 또 아니다. 아무래도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유닛들을 조작하기 때문에 그래픽에 크게 신경 쓰지 못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일견 비슷해 보이는 그래픽도 뜯어보면 나은 구석을 찾을 수 있다. 전작의 칙칙한 색감 대신 쨍한 화면을 보여주고 화면을 확대해도 픽셀이 두드러지지 않고 자연스러운 태를 보여준다. 워트호크의 경우 운전석에 앉은 조종사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니까 세세한 디테일은 합격점을 줘도 무방하다.

엄청난 진화를 겪었다기보다는 '헤일로 워즈2'는 8년의 공백, Xbox360에서 Xbox One으로 진화만큼의 만족스러운 그래픽 향상을 보여주고 있다 말할 수 있다.


비록 외전이기는 하지만 국내 보급률이 낮은 Xbox가 없는 유저들도 헤일로 시리즈의 참 재미를 알려줄 수 있다는 점.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수준 높은 한국어화를 거쳐 출시된다는 점에서 '헤일로 워즈2'는 그 어떤 헤일로 시리즈보다 접근성이 빼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작이나 PC로의 선택이 좋은 결과를 낼 것인지는 아직 걱정이 앞선다. 종료 버튼도 없는 '퀀텀 브레이크', PC의 강력한 성능을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한 '기어즈 오브 워: 얼티밋 에디션'처럼 PC 출시에 대한 안일한 대응을 허접스러운 조작을 통해 보여줬으니 말이다.

PC 강세가 뚜렷한 RTS 마저 콘솔판과 별다른 차이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Xbox와 PC 동시 출시라는 전략은 또 한 번 비판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 이번 시연을 통해 '콘솔' RTS로서는 더없이 완벽한 작품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한 만큼 PC 버전도 마감새를 잘 다듬어 어느 기종, 어떤 조작법으로 즐겨도 재미있는 게임으로 출시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