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스트플로어 이상철 디렉터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가마소프트에서부터 넥스트플로어까지 서버,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로 개발의 최전선에서 활약해왔고, 이제는 드래곤 플라이트의 디렉터로서 활동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은 수명이 짧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도 과거에는 흥행 가도에 올랐던 많은 모바일 게임들이 지금은 순위권에서 찾아볼 수 없거나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다. 이 점에서 ‘드래곤 플라이트’는 이례적인 사례다. 2012년에 출시된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유저와 준수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IGC 1일차에 연단에 선 넥스트 플로어의 이상철 디렉터는 이 원인을 드래곤 플라이트가 하나의 문화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드래곤 플라이트의 개발 과정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한 이상철 디렉터는, 드래곤 플라이트 유저와 커뮤니티의 특징을 통해 어떻게 문화로 자리 잡았는지, 그리고 통계를 활용해 이를 어떻게 뒷받침했는지에 대해 설명해는 시간을 가졌다.



■ 강연주제: 게임 '게임은 문화다' - 드래곤 플라이트, 4년간의 기록

⊙ 낙서 한 장에서 시작한 드래곤 플라이트

▲ 이 낙서 한 장에서 드래곤 플라이트가 시작되었다.

2012년 9월에 출시한 ‘드래곤 플라이트’는 김석현 디렉터가 자다 깨서 그린 낙서 한 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개발 기간은 3주 남짓이었다고 합니다. 게임이 어떤 영감에서 개발을 시작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낙서죠. 출시 당시에는 다운로드 수를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 방문자 850만 명, 총 다운로드 2,300만 건을 기록합니다. 12년 9월 당시의 스마트폰 보급량이 3천만 대였으니까 스마트폰 보유자 4명 중 1명이 하루에 한 번은 드래곤 플라이트를 실행했다는 말이 됩니다. 서비스 당시 소셜 플랫폼과 게임이 함께하는 ‘빅뱅’이 일어났고, 소셜 플랫폼과의 연동은 게임 대박의 필수 조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개발 성장은 매출이나 유저의 성장을 따라가기 벅찬 시기였습니다. 넘쳐나는 요구사항, 플랫폼의 문제, 해킹 시도 등이 있었지만, 유저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며 달렸습니다. 당시 메인 프로그래머였던 김민규 대표의 밤샘이 없었으면 지금의 드래곤 플라이트는 없었을 겁니다.

▲ 12년 12월 당시의 상위 모바일 게임. 하지만 대부분이 자취를 감췄다.

개발은 버거웠지만, 좋은 시작은 엄청난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그 기회만으로는 드래곤 플라이트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4년간 서비스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당시에 많은 매출을 거두고 있던 게임들이 대부분 자취를 감췄습니다. 하지만 드래곤 플라이트는 매출 순위 20위에서 60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수십만 명의 일일 방문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많은 게임이 사라지는 동안 드래곤 플라이트가 다른 결과를 거둔 가장 큰 이유가 ‘게임이 문화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근 1년간 60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는 매출 순위


⊙ 드래곤 플라이트가 문화가 되기까지 - 가족과 이동성이라는 특별함

문화에는 여러 카테고리가 있고, 게임이라는 카테고리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게임이 있습니다. 유저는 욕구에 따라 원하는 게임을 선택해 플레이합니다. 유저가 수많은 게임 중에 드래곤 플라이트를 선택해 플레이해 문화로 만들었기 때문에, 문화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저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하면 수많은 사람이 몰리고, 그중 일부가 남아서 사용자(유저)가 됩니다. 유저가 많이 몰리게 되면 커뮤니티를 만들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의 커뮤니티는 게임사에서 공식 카페를 개설이 이곳으로 유저들을 유입시키는 형태를 취합니다.

하지만 드래곤 플라이트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초창기에는 공식 카페를 만들어서 유지/관리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이 만든 카페 2개가 생겨났습니다. 이 카페들은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하나의 게임이 두 개의 대표 커뮤니티를 갖는 것은 보기 힘든 사례이기도 합니다.

▲ 유저들이 만든 두 개의 커뮤니티는 지금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드래곤 플라이트의 유저를 살펴보면 30대 이상이 약 80%, 그리고 남성이 70%가량입니다. 범위를 50대 남성으로 좁히면, 드래곤 플라이트는 전체 게임 중 3위의 순위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특징은 커뮤니티의 특징으로 이어집니다.

먼저 가족 단위가 많습니다. 엄마, 아빠, 아들, 딸이 같이 게임을 하거나 친척들에게 권하기도 하며, 집안일 내기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특징은 아이의 태명을 ‘드플’이라고 지은 유저의 사례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게임이 유저에게 끼치는 영향도 알 수 있었죠.

중장년층이 많기 때문에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이 때문에 유저들의 이동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2개의 대표 커뮤니티에서 개최하는 전국 단위 정모가 활발히 진행되고, 다른 소규모 커뮤니티에서도 오프라인 활동을 많이 벌입니다.

▲ 드래곤 플라이트의 유저 분석 자료. 30대 이상이 80%를 차지한다.

이러한 이동성은 ‘비행단’ 업데이트를 통해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만들어진 많은 비행단끼리 오프라인에서 만나 교류를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어떤 게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정모의 모습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가족과 이동성이라는 특징은 커뮤니티 이탈 방지로 이어졌습니다. 혹시나 업데이트에 불만이 있어도, 이후에 불만 요인이 수정되면 다시 돌아와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은 많은 유저들이 복귀할 수 있는 큰 동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특별함으로 장기간 서비스한 것이 드래곤 플라이트가 유저가 선택한 문화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유저와 커뮤니티는 우연적으로 생겨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드래곤 플라이트가 의도한 특별함도 있습니다.

▲ 가족과 이동성이라는 특별함이 문화로 이어졌다.


⊙ 드래곤 플라이트가 준비한, 우연하지 않은 특별함

드래곤 플라이트의 주력 상품은 유료 재화인 수정입니다. 그리고 이 수정을 접속하면 매일 1개씩 지급합니다. 추가적인 캐릭터 구매에는 수정 40개가 필요하니까, 40일을 접속하면 캐릭터 1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으로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유저가 하루 한 번씩 게임에 접속하는 큰 동기가 되었습니다.

드래곤 플라이트에는 시즌 업데이트, 그리고 매달 진행되는 정기 업데이트가 있습니다. 시즌 업데이트는 메인 콘텐츠 추가, 새끼용과 아이템의 추가, 밸런스 개편들이 진행되며, 정기 업데이트는 시즌 업데이트 후 들어온 피드백을 모아 진행합니다.

작년 4월에는 업계 최초로 뽑기 확률을 공개했습니다. 많은 게임이 확률형 상품을 주력 상품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많은 매출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상품의 확률과 결과는 민감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확률 상품에 대한 유저들의 불신이 있고, 신규 유저들이 이런 알 수 없는 상품에 수정을 사용하거나 결제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확률을 공개했습니다. 매출도 중요하지만 유저들이 상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 우연히 발생한 것에 의존하지 않고, 특별한 것을 준비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리고 게임 크레딧이 있습니다. 게임에 기여한 사람들을 적는 공간인데, 이곳에 유저의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게임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어떤 모습을 갖추는지에 대해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유저들에 대해 아무 말도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이 부분을 크레딧에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특별함으로 4년간 서비스를 했으며, 어느 순간부터 유저들 사이에서 문화로 안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게임이 강한 힘을 발휘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저는 단순히 게임을 했지만, 결국 다른 유저와 소통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게임이 문화가 된 지금의 드래곤 플라이트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특별한 유저들에게, 특별한 게임을, 장시간 서비스하며 문화가 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 드래곤 플라이트 크레딧의 마지막을 장식한 유저


⊙ 통계의 활용 - 통계 속에 답이 있다

저는 지금이 문화의 완성이 아닌 시작이라고 느꼈습니다. 문화로서 큰 힘을 갖고 더 많은 유저와 소통하기 위해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는 시야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통계를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에는 일일 방문자, 결제 유저의 지출 금액, 재방문율 등등 수많은 통계가 있습니다. 드래곤 플라이트에서도 유저의 리그별 보유 캐릭터나 보유 새끼용 수, 비행단의 결투 횟수 등 많은 주제로 만들어지며 지속적으로 확인합니다.

이런 통계를 만들고 확인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두 가지에 집중합니다. 먼저 수많은 유저들을 추상화해 보는 것, 그리고 유저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피드백을 얻는 것입니다.

▲ 많은 유저를 나눠 추상화해 빠르게 살펴볼 수 있다.

유저들의 추상화는 유저들 개개인을 하나씩 살펴보기 어렵기 때문에, 특정 기준으로 유저들을 나눠 살펴보는 것입니다. 드래곤 플라이트에서는 유저들의 최고 점수로 배정되는 10개의 기준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유저를 나누면 수많은 유저를 특징적인 몇 명의 유저로 줄여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추상화는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했을 때 어떤 수준의 유저부터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할 때 사용됩니다.

피드백에는 커뮤니티, 메일, 전화 등이 있지만 저는 통계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통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피드백이 유입됩니다. 다른 세 가지의 피드백은 즉각적인 상황 판단에는 좋지만, 주관적이고 감정적이기 때문에 의사 결정의 기준으로 사용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 특히 통계의 흐름은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어떤 상품의 평균 판매량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난다면, 이 상품은 유저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기 때문에 많은 재화를 사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통계를 보고 쉬운 것을 찾아내는 습관이 향후 중요한 지표를 찾아내는 능력을 단련하기도 합니다.

▲ 피드백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통계도 그중 하나다.

통계 속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유저는 통계를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그 속에 답이 있습니다. 드래곤 플라이트의 통계는 여러 콘텐츠의 해금 조건이나 개선 사항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지금도 통계는 수집되면서 다음 개선 사항에 대해 전하고 있습니다.

통계와 문화가 가장 큰 시너지를 보여준 사례는 비행단 업데이트였습니다. 적당한 해금 조건으로, 비슷한 실력의 유저들이 모일 수 있게 해주었으며, 지속적인 밸런싱으로 유저들은 이야기 거리가 늘어나고 소통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가 오프라인 모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당신의 게임에 최선과 열정을 다해주세요”

저는 모든 게임이 특별한 개발자와 회사에서 만들어져, 특별한 유저들을 갖고, 특별한 행보를 취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게임들이 문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게임을 조금 더 많은 유저들에 전하기 위한 제 임무는, 드래곤 플라이트를 더 널리 알리고 더 오래도록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많은 게임들이 매출보다 중요한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계기로 모이고, 그 게임이 문화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미래에는 전 세계의 많은 유저들에게도 함께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할 것입니다. 이것이 문화가 된 게임이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가치를 만들기 위해, 지금 당신의 게임에 최선과 열정을 다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드래곤 플라이트에서 다른 게임, 그리고 전 세계로



■ 질의응답

유저들 사이에서 발생한 커뮤니티에 대한 지원이 있는지?

= 초창기에는 자생적인 커뮤니티를 신경 쓸 여력이 없었지만 지금까지 계속 보완되었습니다. 지금은 일정 수의 유저들이 신청하면 쿠폰을 지급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통계를 바탕으로 한 개발 방향의 수정이나 구체적인 반영 사례는 무엇이 있나?

= 4년 전 출시 당시부터 플레이해 온 유저와 지금 시작하는 유저 사이의 격차는 굉장합니다. 이 격차가 유저의 이탈로 이어진다는 통계 자료가 있습니다. 그 구간을 찾아내 하위권 유저들에게 게임에 필요한 재화를 지급하는 업데이트를 통해 이탈률을 줄이고 잔존율을 높였습니다.


드래곤 플라이트가 잔존율을 높이기 외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 신규 유입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잔존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일정 시간마다 필요한 재화를 지급해주는 콘텐츠를 추가했으며, 유저들을 신규/복귀/기존 유저로 출석 보상을 지급합니다. 이때 통계를 통해 각 유저가 필요한 것을 확인해 그에 맞춰 지급해주었습니다. 이 때문에 4년 전보다 잔존율이 높아졌고, 이탈률도 많이 줄었습니다


통계 자료를 유료 상품 판매에 활용한 사례가 있는지?

= 유료 재화인 수정은 대체로 새끼용 뽑기와 아이템 뽑기에 사용되는데, 이 둘 중 활용성이 떨어지는 쪽은 매출이 낮았습니다. 그래서 유저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와 동향을 확인하려고 했고, 특정 아이템을 얻은 유저들의 이탈률 등을 확인해 밸런스를 조정해 치우치지 않도록 유지, 보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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