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천 넥슨 코리아 / 플랫폼본부 부본부장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박종천 넥슨 코리아 플랫폼본부 부본부장은 총 개발 경력 22년의 베테랑 개발자이다. 한글과컴퓨터에서 개발팀장직을 수행하고 미국 보스톤 벤쳐 기업에서 개발실장으로 5년을 지냈다. 블리자드 미국 얼바인 본사에서 수석 개발자 / 개발팀장을 거쳐 현재 넥슨 플랫폼본부 부본부장을 역임 중이다.

박종천 넥슨코리아 플랫폼본부 부본부장이 6일 진행된 IGC 1일차 행사에서 '한국과 미국의 개발문화'라는 주제로 연단에 섰다. 강연은 개발에서 문화가 의미하는 바에 대한 설명과 인사, 조직에 대한 내용에 이어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한국과 미국의 개발 문화를 비교하는 시간을 가진 이후 그 내용들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조직과 회사가 품어야 하는 마음가짐과 행동에 대해 말하는 순으로 진행되었다.


■ 강연주제: 한국과 미국의 개발 문화에 대하여

박종천 부본부장은 “한국과 미국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 회사들은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비교해보고자 한다.”라는 말과 함께 본격적으로 강연의 운을 띄웠다. 그는 “문화는 생각하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을 총칭하는 개념이기에 딱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며 개발 안에서의 문화를 크게 네 분류로 나눴다.

⊙ Development Culture



개발 안에서의 문화 네 가지 중 첫 번째는 제품(Product)이다. 어떤 것을 만들 것이냐를 시장 상황에 맞춰서 만들기에 문화에서 나온다. 두 번째는 사람(People)이다. 사람을 어떻게 채용하고 교육하고 소통하는지도 문화이다. 세 번째는 기술(Technology)이다. 어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그 문화에 맞춰서 정해진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이 프로세스(Process)이다. 어떤 식으로 사람을 뽑고, 어떤 식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어떤 식으로 기술을 골라서 개발을 할 것인가. 출시 주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이 모든 것이 프로세스이다.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인사라는 단어 자체가 사람에 대한 일이라는 뜻이기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인사 시스템(HR System)을 보아야 한다.



인사라는 것은 결국 사람을 다루는 일이고, 그 안에서 크게 여섯 가지를 볼 수 있다. 어떻게 채용을 하고(Hiring), 이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고(Performance Reviews), 그에 따라서 직급을 어떻게 나누고(Titles), 어떻게 평가해서 어떤 보상(Rewards)을 제공할 것인지. 평가가 잘 나왔으면 보상을 해주고 그렇지 않다면 교육(Education)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복지(Benefits)까지 생각해야 한다.

평가와 보상과 교육, 그리고 직급은 굉장히 긴밀한 요소이다. 한 회사의 인사 시스템과 개발 문화, 그리고 조직 등은 다 맞물려야 한다.

박종천 부본부장은 강연 내내 ‘전문화’를 강조했다. 개발 문화적인 입장이나 개발 프로세스적인 입장에서는 전문화가 필요하다. 회사라는 것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협력해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어떤 직군의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가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직군을 나누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더 자세하고 명확하게 나눈다. 아티스트는 그림을 그리고, 기획자(Designers)들은 게임 기획을 하고, 엔지니어들은 프로그래밍을 한다. 프로듀서는 그 옆에서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으로, 프로젝트 매니저(PM)라고도 한다. 사업계획이나 유료화 계획을 짜는 비즈니스 매니저가 따로 있고 QA에서 테스트를 한다. 이 외에도 다양하게 많다. 이 많은 사람들이 각각 자신의 직군에서 정확히 자기 일을 하는 것이다.

물론 아티스트가 개발 쪽으로 이동을 하는 등 그 안에서 움직일 수도 있다. 다만 직군이 정해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어있는 것이다.

박종천 부본부장은 인사에서는 평가 시스템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하며 많은 한국 회사들이 평가 시스템을 굉장히 단순하게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미국 회사들 중에서 관리를 잘 하는 회사들은 평가 시스템에 신경을 많이 쓴다. 학창시절 성적표를 분석하듯 카테고리별로 더 자세하게 두는 것이다.



강연에서 제시된 기준은 총 일곱 가지이다. 생산성은 얼마나 좋은가(Productivity),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은 얼마나 좋은가(Professionalism/Reliability),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은 얼마나 잘 하나(Teamwork), 자기가 일하는 분야 및 일반적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많은가(Knowledge), 만드는 제품에 버그는 없고 기능은 잘 동작하는가(Functionality), 그리고 소스코드는 얼마나 깨끗하고 아름답게 나오고(Implementation) 디자인과 구조를 얼마나 잘 하는가로 일곱 가지 카테고리를 나누고 그것들을 세세하게 평가한다.

이런 기준은 단순하게 일을 잘 한다와 못 한다로 평가하는 대신 “생산성은 높고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도 잘 되지만 소스코드 퀄리티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처럼 평가를 통해 사람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어떤 부분을 보강하면 더 잘 할 수 있다는 점과 발전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주는 것이다.

이렇게 평가를 하면 사람들의 랭크를 볼 수 있다. 한국의 직책 시스템은 연차에도 신경을 쓰거나 나이를 보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사장과 직원 간에도 평등한 소통이 굉장히 많다. 무언가 다른 생각이 있으면 말을 하는 거다. 직급은 결정권이나 의결권 같은 개념이 아니라 그 능력에 따라 평가가 되는 것이고, 일을 할 때도 이런 작업은 시니어 개발자 두 명에 주니어 개발자 한 명 정도 있으면 되겠다는 식으로 나눌 수가 있는 것이다. 단순히 사람이 얼마나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은 그 사람들한테도 도움이 되고 회사차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도 도움이 된다.

어시스턴트 개발자는 막 입사한 사람, 말하자면 대학교 졸업하고 막 들어온 사람이다. 나의 이 사람들에 대한 요구조건은, 회사 출근해서 숨만 쉬고 있으면 된다. 특별하게 일을 안 해도 된다. 어차피 일을 할 수도 없다. 다른 회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입 개발자가 업무를 익히는데 최소 1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년 동안 교육만 해야 기본적인 부분부터 관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신입을 뽑으면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은 교육만 시킨다. 그 다음부터 일을 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쉽게 초급(Associate), 중급(Mid level), 고급(Senior) 개발자로 나눠진다. 초급 개발자는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 중급 개발자는 알아서 일하는 사람, 고급 개발자는 다른 사람에게 일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리드 개발자(Lead)는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안 해봤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위의 레벨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에 책임을 질 수 있는 Principal까지 있다. 이런 식으로 레벨을 나눠서 회사 내에서 평가나 협업을 하는 시스템을 잘 만들어놓은 회사들이 많이 있다.

박종천 부본부장은 “한국은 소프트웨어 개발 역사가 30년밖에 되지 않지만, 미국은 10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시스템이 발전해왔다. 물론 미국의 시스템이 전부 좋다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 필요한 것은 받아들이고 합쳐서 더 좋은 개발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로 인사 시스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강연에서는 이와 함께 조직의 구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개발, 아트, 기획 각 팀이 수평으로 조직되어 게임을 개발하고 그 앞쪽에 프로덕션, 프로듀서들이 각 팀에 한 명씩 배정돼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해준다. QA는 회사 전체적으로 팀이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들어와서 개발을 도와주고 나가는 식이다.

조직 구성의 목표는 상식적으로 구조를 만들어 사람들이 일을 편하게 하는 것은 물론 다른 조직들도 비슷하게 만들어서 서로 협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사람들에게 역할구분을 확실히 해 내가 이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깨끗하게 정해준다.

블리자드는 각 팀 위에 관리자로 Production, Game, Art, Technical 네 분야의 디렉터(Director)를 두는 방식으로 조직을 구성했다. 이런 식으로 각 직군을 나눠서 각 직군별로 헤드 디렉터가 있고, 이 네 명의 헤드가 모여서 팀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개발자가 60~70명이 있는 하스스톤 팀도 헤드 디렉터는 네 명이다. 그 안에 개발팀들이 클라이언트 개발팀, 서버 개발팀, 툴 개발팀, 디자인팀, 밸런스디자인팀, 콘텐츠 디자인팀 등 여러 가지로 나눠지고 각 팀마다 헤드를 따로 둔다.

프로듀서는 소통을 하고 요구조건을 가져오고 백 로그를 관리하고 일정을 관리하고 일이 잘 진행되는지 트래킹을 하며 혹 중간 중간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해결해서 팀이 앞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일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박종천 부본부장은 “미국에서는 프로듀서라는 역할이 굉장히 흔하다. 아티스트나 엔지니어, 디자이너들은 자기 일에만 집중하고 프로듀서들이 옆에서 도와주면서 일이 되게 한다, 프로듀서가 잘 발전돼있는 조직은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일이 원활하게 돌아간다.”고 말하며 “때문에 나도 지금 일하고 있는 조직에서도 프로듀서라는 직군을 만들어 실무를 할 때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을 많이 붙여서 조금 더 전문성 있게 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은 오늘 강연의 핵심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전문성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알다시피 미국 사람들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다. 나는 나, 너는 너, 회사는 회사라는 마인드가 있다. 직원은 회사에서 잘리지 않을 만큼 일하고, 회사는 직원이 나가지 않을 정도로 월급을 준다는 농담도 있을 정도로 굉장히 사무적이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내 인생을 걸고 하지 않는다. 월급 받은 만큼 일해 주는 것이고, 그만큼 철저하게 받은 만큼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게 프로페셔널리즘이다.

미국에서는 개인적으로 직원들끼리 전화번호를 교환하지 않는다. 회사 동료들끼리 개인적으로 친하지도 않다. 알고 지내고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인거지 친구는 아닌 것이다. 그리고 의견을 다양하게 내고, 모든 일에 발표를 많이 한다. 퇴사도 쉽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이 들어왔다 나가는 비율이 굉장히 높다. 블리자드 같은 경우는 약 10%정도이고, 많을 때는 더 늘어나기도 한다. 꽤 많은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나가는 분위기이다.

대신 게임업계 전반으로 보면 사람들이 꽤 많이 돌아다닌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면서 지식의 교류라는 측면도 있고, 개발자들끼리 네트워크도 있어서 서로 추천을 많이 한다. 채용을 할 때도 밖에서 뽑는다 하면 사내 직원이 저사람 잘한다 해서 뽑히는 경우도 많다.

보통 업계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이 많다. 거의 일한지 15년에서 20년 정도 된 경험 많은 사람들이 많아 같이 일하기 때문에 쉽다. 그리고 블리자드 같은 경우는 개발자의 1/3은 미국사람, 1/3은 유럽사람, 나머지는 동양사람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다인종 국가이지 않나. 전세계 사람들이 다 모이는데 회사도 그렇다보니 많이 섞여있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이를테면 한국에 있는 회사는 전부 한국 사람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만들 때 한국시장을 타겟으로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회사 중에 큰 회사들은 인종이 다양하기 때문에 본인들이 원하지 않아도 그 안에 있는 사라들의 모든 피드백을 받다보면 글로벌을 타게팅하게 된다.

세계시장을 노리는 제품을 만들려면 그 안에 있는 개발자들이 세계시장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한다. 그 감이 있어야 한다 한 번도 미국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미국 시장을 위한 제품을 만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미국에는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준비가 되어있다.



Project Management Maturity Model(PMMM)은 어떤 회사가, 그리고 그 회사의 문화가 얼마나 발전돼있나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기준이다. 강연에서는 이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해 어떤 회사가 잘 돌아가고 있나를 평가하기 위한 다섯 단계가 소개되었다.

첫 번째는 그 회사 내의 사람들이 모두 같은 용어(Common Language)를 사용하는가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부터 어려워한다. 만약 “일이 끝났다”라는 이야기를 했다면, 이것이 QA 테스트까지 끝나서 출시가 되기 직전인건지, 아니면 코딩이 끝났는지, 테스팅을 하긴 했는데 뭔가 더 해야 하는지 의미 전달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통일되지 않은 수많은 용어들을 통일해서 같은 그룹의 조직원들이 같은 언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가 1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는 그 회사에 있는 사람들이 같은 프로세스(Common Process)로 일을 하는가 이다. 프로세스가 정해져있어서 어떤 일을 할 때 계속해서 프로세스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항상 같은 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3단계까지 가면 조직이 같은 방식(Singular Methodology)으로 통일된 것이다. 그래서 큰 기업들, 이를테면 블리자드 같은 경우에 앞에서 살펴봤듯 개발팀들이 비슷한 팀으로 나뉘어서 비슷한 방식으로 일을 한다. 전체 회사가 하나의 조직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어떤 팀에 소속되어있던 같은 식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회사 자체가 하나의 프로세스로 돌아가기 때문에, 만약 하나의 프로젝트에 사람이 부족하면 다른 팀에서 사람을 빌려와도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4단계부터는 더욱 어려워진다. 4단계는 프로세스를 자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이고, 5단계는 그것을 바탕으로 개선까지 가능한 수준이다. 사실 5단계까지 가는 회사는 굉장히 드물다. 개인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도 3단계정도라고 보고 있다. 5단계까지 간 회사는 3M이나 존슨앤존슨 같은 회사들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 자체가 계속 변화할 수 있는, 100년 전에 만들던 제품과 지금 만드는 제품이 전혀 다른, 기술도 바뀌고 조직도 바뀌고 제품도 바뀌고 프로세스가 바뀔 수 있는 그런 회사들이 5단계까지 갈 수 있다.

미국은 이런 식으로 업계의 문화가 통일돼있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이 비슷하다. 만약 MS에서 10년 동안 시니어 프로그래머로 일한 사람이라면 우리에게 와서 이정도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박 부본부장은 “이렇게 미국에는 큰 회사들이 많고 그것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나와서 업계에 기여를 하고 네트워크를 만들고 문화를 주듯, 한국에 있는 많은 회사들에서도 이런 표준적인 문화가 나와야 한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넥슨에서 5년 정도 일한 사람은 이정도 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협업이 되는 거고. 이렇게 많은 회사들에서 직원을 훌륭하게 교육시키고 내보내고 서로 협업을 하면, 앞으로는 아마 어느 회사에서 과장이었다가 아니라 어느 회사에서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 어떤 제품 제작에 참여했다, 어떤 기술을 썼다 등이 중요해질 것이다.


⊙ 다양성

박종천 부본부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하면서 문화가 합쳐지고 다양성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다양성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면서 글로벌 개발 문화와 글로벌 진출에 대한 운을 띄웠다.



이 다양성에 대해서 우리가 마음속에 깊이 이해를 하지 않으면 글로벌 개발 문화나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이 힘들어진다. 그러니 일단 나와 사람들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다른 사람들이 있는 시장을 볼 수 있게 되고 그 시장에 필요한 문화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강연에서는 문화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예로 개발 방향과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방법을 들었다. 블리자드에서는 어떤 일을 할 때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면, 이를테면 사장은 A를, 직원은 B를 하고 싶다면 하나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토론을 한다. 모든 사람이 동의를 해야 진행하는 것이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것을 만들 수 있다. 아니면 한국의 대기업처럼 사장이 방향을 정하고 회사가 그 방향으로 가는 Boss Driven 방식이 있다.

그리고 넥슨의 경우에는 사장은 A라고 생각하고 직원은 B라고 생각하면 그냥 둘 다 한다. 둘 중 하나만 되면 되니까. 생각이 다른데 통일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이론적으로 모두 다르지만 절대로 이중 하나가 옳고 그른 것이 아니다. 애플 같은 경우는 철저하게 Boss Driven이었다. 스티브 잡스 마음대로 했는데도 그렇게 성공 하지 않았나. 물론 다른 회사가 그렇게 했을 때 성공할지는 모른다. 결국 조직의 문화가 다른 것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고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굉장히 창조적인 프로젝트, 우리는 다른 회사가 하지 않는 아주 새로운 일만 추진하는 회사도 있을 것이고, 딱 한 두 개, 5년에 하나씩만 게임을 내겠어 하는 회사도 있을 것이고, 우리는 1년에 20개씩 내겠다는 회사도 있을 것이다. 이 문화 자체를 내가 이해하고 그 문화 안에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어서 박종천 부본부장은 ‘다리를 짓는다’를 예로 들어 개발자들을 나누는 네 가지 타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첫 번째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왜 이 다리를 만드는가를 생각하는 Why 타입의 개발자이다. 두 번째는 어떤 형태의 다리를 만드는가,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가를 생각하는 What 타입의 개발자이다. 세 번째는 그 다리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 제품을 만드는데 어떤 기술을 사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How 타입의 개발자이다.

박 부본부장은 “조금은 이질적일 수 있다”는 말을 하며 마지막 What if 타입의 개발자를 이야기했다. What if 타입의 개발자는 “어째서 다리를 만들지? 배를 만들면 안 되나?”처럼 아예 새로운 의견을 제시한다. 이 타입의 개발자는 조직에 반드시 필요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사람이 없다면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What if 타입의 개발자가 너무 많다면 자칫 팀 자체가 방향성을 잃을 수 있다. 때문에 다양한 타입의 개발자들이 모여 있을 때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와 함께 일의 시기에 따른 구분도 들을 수 있었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진행하는 일에 뛰어난 Initiator, 개발 과정 자체에 뛰어난 Implementer, 마지막으로 일을 마무리 짓는데 능한 Finisher이다. 팀 내에는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고루 분배되어 있어야 한다.



이후에는 미국과 한국의 개발 문화를 비교하는 내용이 이어졌다. 미국은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조직이 개인의 능력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러한 프로세스로 버틸 수 있다. 또한 미국은 한국과 비교해 큰 시장과 인력 풀을 가지고 있어 잠재력이 높다. 이에 더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며 일과 생활 사이의 균형을 잘 잡는다. 속도에 있어서는 빠른 것보다는 다소 느려도 올바르게 가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 세계의 다양한 민족이 섞여 일을 진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Globalization이 이뤄진다.

한국은 미국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국내에서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한국의 상황에 맞춰 최적화하는 Localization에 집중한다. 그리고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개발자 숫자가 적다보니 미국과는 다르게 개발자들 간의 관계 속에서 일이 진행된다. 한 번 관계가 맺어지면 서로 잘 도와주기 때문에 협업이 쉽다. 이에 더해 기본적으로 일을 좋아하고, 또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것을 인정하고 어떻게 회사를 운영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강연에서는 한국의 문화를 설명하면서 “Top to Bottom 식의 조직 문화와 변화를 두려워하고 안정적인 것을 선호하는 문화는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시장을 노리고자 한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고 과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방법만을 사용하면 발전이 없다. 안정보다는 변화를 줄 수 있도록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개발 역사는 미국에 비해 굉장히 짧지만 개발자 하나하나의 실력이 좋아 개발력 자체는 미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게임 기획 측면에서는 오랜 경험을 메꾸기에 아직 조금 부족하다. 하지만 이 부분은 지금도 계속해서 따라가고 있으며, 한국의 문화와 결합되어 빠른 시간 내에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 세계 시장으로

박종천 부본부장은 “지금까지 미국과 글로벌 개발 문화를 살펴본 것은 더 좋은 회사를 만들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함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한국이 잘 하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IT이고, 두 번째는 콘텐츠 제작이다. 그리고 콘텐츠 제작과 IT를 결합한 것이 바로 게임이다. 박 부본부장은 “한국의 미래가 IT에 있고 콘텐츠에 있다면, 그 두 가지를 합한 게임에 미래가 있는 것이다. 한국이 양질의 게임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수출하는 것이 한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이것이 내가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라 말하며 “세계 시장에서 1등이 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는 이야기를 남겼다. 더 나은 개발 문화를 만들어 세계로 진출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번 강연의 핵심이다.



강연에서 제시한 마지막 주제는 Globalization과 Localization이다. 먼저 Globalization을 위해서는 게임의 기본적인 요소들부터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게임의 구성 요소는 클라이언트, 서버, 툴, 플랫폼, 아트, 디자인, 기술이다. 그리고 글로벌을 노린다면 이 모든 요소들을 그에 맞춰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는 다른 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외국에서 우리 플랫폼에 접속할 수 있는지, 서버는 접속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툴 역시 개발단계에서부터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다른 언어를 지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물론, 언어에 따라 바뀔 수 있는 UI 역시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다. 박 부본부장은 자신이 참여한 ‘하스스톤’을 예로 들며 “중국에서는 해골 그림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개발 단계에서 이미 제작한 카드 아트에서 자동으로 해골 그림을 제거할 수 있는 툴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Localization도 마찬가지의 접근이 필요하다. 하나의 시장에 집중해 앞서 말했던 클라이언트, 서버, 툴, 플랫폼, 아트 디자인, 기술의 모든 것을 맞추는 것이다. 강연에서 예로 든 ‘템플런’은 중국 내 현지화를 훌륭하게 해내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똑같은 일곱 가지를 어떻게 하면 전 세계에 연결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한 나라에 집중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블리자드는 One이라는 컨셉을 많이 사용한다. 웹사이트도 하나, 플랫폼도 하나, 빌드 역시 원빌드이다. One site, One Launcher, One Game으로 전 세계를 서포트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겠다면 “왜 그러면 안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

One을 생각할 때는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One Source, 하나의 소스 코드로 전 세계를 서포트할 것인가이다. 두 번째는 One Build,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같은 빌드를 쓸 것이냐이다. 마지막은 One System, 전 세계 사용자들이 하나의 서버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할 것이냐이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PC게임을 만들 때 이런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다. 일단 한국 시장에 특화해 매출을 내고 외국으로 진출할 때는 그것에 맞게 바꾸는 것이 습관이었다. 하지만 모바일은 상황이 다르다. 이미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 자체가 글로벌 플랫폼이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이 그렇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많은 회사들이 원 글로벌 플랫폼에 원 글로벌 런칭을 모바일과 PC에서 동시에 할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한다.

박종천 부본부장은 “점점 세계의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인터넷이 나오기 전과 후가 전혀 달랐고, 아이폰이 나오기 전과 후가 전혀 다르다.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하고 점점 빠르게 통합된다. 내 경쟁작, 내 시장이 지금 여기라고 생각하는 순간 여기에 갇힐 수밖에 없다. 전세계 회사들을 이겨보고 싶다면 우리가 그쪽을 보고 달려가야 한다”고 말하며 이번 강연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는 Open Communication & Alignment. 내부에서 소통을 할 때 한계를 두면 안 된다. 최대한 마음을 열고 소통을 하면서 변화를 할 수 있도록 생각해야 한다. 조직도 변하고 제품도 변하고 기술도 변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Alignment, 즉 서로 연계와 동의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Learn & Grow.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내일은 틀릴 수도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계속해서 보고 배워야 한다. 미국 시장을 목표로 한다면 미국으로, 중국을 목표로 한다면 중국으로 가서 보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은 Globalization & Localization. 내가 만들고 있는 제품과 기술과 조직이 글로벌에 대응할 수 있으면서 각각의 시장에 맞춰서 최적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강연을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한 박종천 부본부장은 “우리 조직이, 회사가, 제품이 세계 시장을 보고 글로벌 개발 문화를 원한다면 이 세 가지부터 신경을 써야한다. 그러다보면 조만간 우리 한국이 세계에서 게임 강국으로 다시 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