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옳고, 그 외의 선택은 대학 진학에 실패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차선책이라는 생각이 사회에 만연하게 됐습니다. 졸업생 취업률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도 대학교 진학 대신 자기 길을 가겠다는 의견을 말하면, 일단 '고졸'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그 사유가 '게임 개발'이라고 한다면 과연 어떨까요?

수능 시험을 1주일 앞두고, 자신의 꿈은 '게임 개발자'라며 대학 진학을 포기한 한 게임 개발자가 있습니다. 바로 10일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개발한 모바일 게임 '블리츠크랭크 미러전'으로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주니게임즈 양준규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직접 만난 그는 대학 진학 대신 '게임 개발자'의 길을 선택한 자신의 판단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스무 살 게임 개발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주니게임즈 양준규 대표



Q.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양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스무 살이 된 주니게임즈의 대표이자 게임 개발자 양준규입니다. 주니게임즈는 고3 때 친구와 함께 저희의 첫 게임 'aVoid(이하 어보이드)'를 만들면서 시작됐어요. 처음에는 친구랑 단둘이서 게임을 만들다가 디자이너 한 분을 모셔서 함께 '어보이드'를 완성할 수 있었죠. 이후에 경기게임아카데미에 들어가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이 경험을 살려 리그 오브 레전드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블리츠크랭크 미러전'을 만들었습니다.


Q. 대학 진학 대신 게임 개발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 제가 게임 개발자가 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린 게 수능 1주일 전이었어요(웃음). 대학 공부에 큰 미련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 일을 양립할 수 없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개발할 때는 10시에 야자가 끝나면 새벽 4시까지 작업을 하고는 했는데, 이러한 생활을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계속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대학교에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냐고 묻는 분도 많이 계신데, 사실 아쉬운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에요. 미련도 있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다른 좋은 개발자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필요한 공부를 직접하면서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된 지금은 정말 만족하고 있습니다.


Q. 다른 시기도 아니고 고등학교 3학년 때, 그것도 수능을 1주일 앞두고 갑자기 '게임 개발자'의 길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그만큼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정말로 좋아했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플래시 게임을 직접 만들기도 했고, 중학생 때는 '게임을 이용한 지 23시간이 지났습니다. 지나친 게임은 건강을 해칩니다.' 같은 문구가 나올 때까지 정말 열심히 게임을 했어요. 24시간을 채우면 뭔가 위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바로 게임을 껐지만요(웃음).

게임을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좋아하는 게 바로 직접 게임을 개발하는 거였어요. 어렸을 때 플래시나 파워포인트를 사용해서 게임을 만들었던 것도 생각나고,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어떤 형태로 구현하고 싶었죠. 가끔 보드게임 같은 것을 하다 보면 '규칙을 조금만 바꿔보면 재밌겠다'라고 생각할 때가 많잖아요. 그래서 고등학교 재학 중에 프로그래밍도 공부하고, 유니티도 공부해서 2, 3학년쯤에는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것들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됐습니다.


Q. 주니게임즈의 첫 게임, '어보이드'는 어떤 게임인가요?

- '어보이드'는 보이드라는 로봇을 조작해서 장애물을 피하고, 도착지점에 가는 퍼즐게임입니다. 보이드는 화면을 터치하면 투명한 상태가 되어 아이템, 장애물은 물론 도착지점까지 모든 것을 통과하는데, 이러한 간단한 조작으로 다양한 퍼즐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앞에서도 잠깐 말씀드렸듯, '어보이드'는 고3 때 함께 게임을 개발한 친구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게임이에요. 어느 날 친구가 흰 백지에 공 하나와 선 하나를 그어놓고 '터치를 하면 공이 투명해져서 선을 통과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줬는데, 아이디어가 기발한 것은 물론 저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그림판으로 그려서 만들었는데, 이왕 재미있는 게임 아이디어가 있으니 더욱 깔끔한 그래픽으로 만들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당시 개발상황을 인디게임개발자 모임 '인디라'에 공유했고, 결국 모임의 디자이너분께서 흔쾌히 도와주셔서 현재의 '어보이드'를 구현할 수 있게 됐습니다.



Q. '어보이드'는 경기게임아카데미 1기 과정을 통해 출시된 게임으로 알려졌는데, 아카데미 수료 과정에서는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었나요?

- 프로그래밍에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고, 전반적인 레벨 디자인에 대한 조언을 많이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보이드'를 작년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BIC)'에 출품했을 때 난이도가 너무 어렵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플레이할지, 적당한 레벨 디자인 설계부터 기획적인 부분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를 통한 마케팅 연계 방법도 배울 수 있었어요.


Q.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블리츠크랭크 미러전'도 경기게임아카데미를 통해 만들어진 게임인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 '블리츠크랭크 미러전'은 경기게임아카데미에서 교육 과정을 함께한 개발자 형과 둘이서 만든 게임이에요. 당시 스토어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IP로 만들어진 게임이 많았는데, 블리츠크랭크로 게임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초기 컨셉을 정하자 마자 밤을 새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어요. 다음날 다른 사람들에게 프로토타입을 보여주니 재미있다는 평을 들을 수 있었고, 그 후로 일주일간 집에도 안가고 꾸준히 작업한 끝에 '블리츠크랭크 미러전' 게임을 출시할 수 있게 됐죠.

'블리츠크랭크 미러전'은 그랩으로 상대방을 끌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방식의 게임입니다. 조작은 이동과 그랩, 그리고 점멸이 전부에요. 화면 양옆에는 '블루', '레드' 버프가 있는데, 블루 버프를 끌어오면 모든 기술의 쿨타임이 50% 감소하고, 레드 버프를 먹으면 이동속도가 2배로 빨라집니다. 이외에도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친구와 함께 게임을 할 수도 있고, AI전도 가능합니다. 인게임 결제는 하나도 없어요. 블리츠크랭크의 외관을 꾸미고 특수한 능력치가 적용되는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골드로 전부 구매할 수 있습니다.



Q. '리그 오브 레전드'의 IP를 사용하는 게임을 만들 때 조심해야 할 점, 고려할 점이 있다면?

- '블리츠크랭크 미러전'을 만들고 난 뒤에 정말 많이 들은 질문입니다(웃음). 이제는 정확하게 3줄 요약으로 말씀드릴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유료 콘텐츠 판매 금지, 두 번째는 무료 콘텐츠에 광고를 붙이는 것은 가능, 세 번째는 라이엇, 리그 오브 레전드의 상표 관련 문구를 넣어줘야 한다는 것이에요. 현재 구글 플레이 페이지와 인 게임 내에 해당 문구가 삽입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위에 세 가지만 잘 지키면, 게임 내의 소스를 그대로 따와서 사용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실제로 '블리츠크랭크 미러전'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아나운서 음성 파일이 그대로 들어있죠.

* '블리츠크랭크 미러전'은 양준규 대표가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기 전 만든 작품입니다.

▲ '블리츠크랭크 미러전' 페이지에 명시된 문구.


Q.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게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 네. 이번 주에 출시되는 '함수해!(Func it!)'라는 게임인데요. 스톱모션을 컨셉으로 이과 출신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함께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동생이 유니티로 sin x 그래프를 어떻게 그릴 수 있는지 질문했는데, 그것을 설명해주다가 이것을 활용한 게임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고, 살을 붙여서 게임 형태로 탄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게임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y = a + b sin x 그래프를 그리는 런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직접 개발하면서도 정말 재밌었어요. 문과 출신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플레이하기 힘드실 수도 있습니다(웃음).



Q. 이후에 문과 출신의 유저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 생각은 없나요?

- 제가 이과 출신이긴 한데, 시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언젠가 문과 출신들을 위한, 문과를 나왔다면 빵빵 터질 수 있는 그런 게임을 꼭 개발해서 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Q. '함수해!' 이외에도 준비하고 있는 게임이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 물론 있습니다. 이번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의 IP를 활용한 게임으로, '블리츠크랭크 미러전'에서 유저들의 요청이 많았던 멀티플레이 기능이 추가된 게임을 개발 중입니다. 이번 게임도 직접 개발하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번 달 내에 출시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Q. '블리츠크랭크 미러전'부터 '어보이드', ''함수해!'에 새롭게 준비 중인 신작까지, 1년 사이에 4개의 게임을 출시하는 셈인데요.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여러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이유가 있나요?

- 물론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인 '대작' 게임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가능하면 많은 게임을 만들고, 출시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큰 상태입니다. 대학을 포기하고 게임을 개발하는 만큼, 이 시간을 정말 잘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싶었어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만들다 보니까 지금처럼 됐다고 생각합니다.



Q. 모든 게임을 두세명의 소규모 인력으로 만들고 있는데, 소규모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게임의 개발 규모가 크든 작든,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만드는 사람이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개발하면서 조금이라도 귀찮거나, 찝찝하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어떤 형태로든 그 감정이 게임 내에 묻어나게 되더라고요. 어떤 게임을 개발하더라도 개발자 본인이 재미있고, 행복하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많은 인원이 다 같이 행복하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그런 게임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당장은 소규모로 재미있게 많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대학도 안 가고 게임을 만드는 저를 믿고 따라준 팀원들, 그리고 제 선택을 존중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항상 행복한 마음으로 만들고 싶은 게임을 열심히 만들어서 유저들에게 다 보여드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