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에서 유저들이 생각하는 최종 콘텐츠 중 하나로 룩덕질이 있다. 룩덕질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에게 성능과 상관없이 마음에 드는 아바타를 입혀 꾸미는 행위를 총칭하는 말이다.

캐릭터나 플레이하는 유저의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룩덕질에 심취하여, 클론 레어 아바타를 구입하는 순간부터 인벤토리에 골드가 남아나지 않는 현상을 겪게 될 정도다.

어느 유저는 인기 만화 속 캐릭터의 룩을 그대로 재현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현실 속 배우의 멋진 모습을 본뜨기도 한다. 염색 시스템마저 있기 때문에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도트 그래픽의 한계를 뛰어넘는 퀄리티가 나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하지만 이런 심오한(?) 룩덕질의 세계에도 어느 정도 공통된 취향의 아바타가 존재한다. 바로 경매장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수영 마니아 페디큐어' 아바타다.


▲ 조금이라도 룩덕질을 해본 유저라면 겉모습만으로 견적이 나온다고 한다




■ 평균 3천만 골드의 고가 아바타 - 유저들은 왜 페디큐어에 열광하는가?

평소 룩덕질을 하지 않는 유저라도 페디큐어는 들어봤을 것이다. 커뮤니티에서 당장 페디큐어로 검색해서 나오는 글의 내용이나, 페디큐어를 사기 위해 돈을 모았다는 글을 보면 그 명성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던파 공식 홈페이지에서 연재되었던 '던파 이모저모(VOKE 作)'에도 룩덕질의 대표적인 아바타로 표현된 적 있다.


▶ 주변 지인이 어떻게 룩덕질에 빠져드는지에 과정을 표현한 카툰

▲ 클레압 + 페디큐어는 여마법사의 기본 소양이자 필수품!(출처 : 던파 공식
홈페이지 연재 카툰 '던파 이모저모'



페디큐어 아바타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많은 던파 아바타 중에서 유일하게 캐릭터의 다리를 매끈하게 노출시켜주는 '맨발' 아바타기 때문이다.

페디큐어 아바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자면 정식 명칭은 '수영 마니아 페디큐어'로 2013년 출시된 핫 섬머 패키지에 포함된 신발 부위 아바타다. 여성들이 손톱에 바르는 매니큐어와 달리 발톱에 물을 들였다고 보면 쉬운데, 던파 특유의 도트 그래픽 덕에 발톱이 강조되기보다는 단순히 착용한 캐릭터를 맨발로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물론 맨발'처럼' 보이는 것일 뿐, 실제로는 발가락에 물이 들어 있기 때문에 니삭스나 스타킹류 하의를 같이 착용하면 양말에 구멍이 뚫린 마냥 발가락이 물들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핑크로 물든 발가락도 귀엽다!
(※ 출처 : 인벤 자유게시판 '황금갑주허리')



출시 당시에는 정작 페디큐어가 아니라 고성능 옵션을 지닌 크리처와 오라, 그리고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연상하게 만드는 B타입 수영복 디자인이 더욱 주목받은 것이 사실이다. 일부 유저는 돈에 눈이 먼 네오플이 드디어 건드려서는 안 되는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흐르고 흐르자 일부 유저들에 의해 B패키지 타입의 페디큐어가 '맨발' 속성이라는 것에 집착(?)하게 되고, 이를 활용한 룩펙업이 성행하자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르게 됐다.


▲ 당시에는 스쿨미즈라고 불리는 B타입 수영복이 더 큰 화제였다



맨발이 뭐 대수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룩을 조합하기에 따라서 맨발 스타킹이나 가터벨트, 혹은 하의실종룩 등 여러 가지 바리에이션이 가능하며, 일부 아바타의 경우 눈엣가시 같은 장식물을 죄다 치워버릴 수 있어 룩덕질의 필수요소이자 기본 소양처럼 번져갔다.

좀 더 솔직하고 담백하게 말하자면 도트 그래픽이라는 한계 속에서 맨발이라는 독특한 속성과 어떻게든 캐릭터의 노출을 원하는 유저의 신사적인 마음이 어우러져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게 된 셈이다.

실제로 여귀검사의 경우 기본 아바타에 페디큐어만 발라도 가터벨트 + 니삭스 + 맨발이라는 엄청난 조합이 가능하다.


▲ 맨발 + 스타킹, 혹은 그냥 맨발이어도 좋다!



현재 경매장에서 검색하면 비교적 가격이 싼 여격투가와 여거너를 제외하면 평균적으로 약 3천만원대의 가격을 자랑한다. 특히 페디큐어가 대표적인 룩덕질로 자리잡은 캐릭터는 여마법사와 여귀검사를 꼽을 수 있는데, 해당 직업들은 4천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당시 패키지 구성품의 내용이 워낙 파격적이고 수영복 자체의 디자인도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물량이 상당히 풀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고 있지 못한 셈이다.


▲ 여마법사의 경우 경매장 기준으로 상하의가 2천만골드에 달한다!




■ 그래서 결국 페디큐어 좋아하는 이유가 뭐에요?

평범하게 페디큐어가 인기가 좋고, 가격대가 높은 이유를 찾자면 위에서 설명했듯이 물량이 정해진 한정판 아바타라는 점과 모든 아바타룩 중에서 유일하게 캐릭터를 맨발로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는 그럴듯한 포장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어떻게든 캐릭터의 속살을 노출시키고자하는 순수한 욕망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정확하게는 맨발인 페디큐어가 있어야만 완성되는 룩이 너무나도 많다.

대표적인 예로는 속옷 아바타가 있다. 2012년 만우절 이벤트로 처음 선보인 속옷 아바타는 도트 그래픽 속 여캐릭터를 어떻게든 벗겨보고자 하는 네오플의 의지가 담겨 있었고, 유저들 역시 이에 호응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다만 속옷 아바타를 입게 된 것은 좋은데, 이벤트 페이지에서 광고하던 것과 달리 달랑 상/하의로만 이뤄진 구성이라 나머지 속옷 아바타'만' 입고 있으면 보기 흉측한 혼종이 되버린 것이다.


▲ 이건 마치 페디큐어를 사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속옷이든 수영복이든 제대로 된 룩을 완성시키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신발/목가슴/허리 부위가 필요했고, 그중 가장 중요도가 높은 것은 신발이다.

위에서 여귀검사의 예시를 들긴 했으나, 여마법사나 여거너의 경우에도 도저히 섹시한 이미지의 신발이 아니기 때문에 맨발 외에는 좀처럼 어울리는 아바타를 찾기 힘들었다. 그 어떤 캐릭터가 속옷에 스니커즈나 이상한 장화를 신고 돌아다니겠는가.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벗겨놓은 만큼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답은 더욱 쉽게 나온다. 신발은 특정 룩에 어울리는 것을 찾아야 하나, 맨발은 어떤 옷을 입고 있더라도 잘 어울린다. 섹시한 룩만이 아니라 귀여운 룩, 엽기적인 룩, 산뜻한 룩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 페디큐어가 없어서 고통받는 여프리스트
(※ 출처 : 자유게시판 '리디머')


▲ 아그네스 '따위'는 페디큐어에 미치지 못한다!
(※ 출처 : 자유게시판 '은성하')



최근에는 오히려 다 벗겨놓은 것보다 은근히 노출되는 것이 좋다며, 하의실종룩에서 더욱 많이 쓰이고 있다. 실제 페디큐어를 착용하고 있는 유저와의 대화를 하면 그 이유가 여실히 드러난다.

다만 높디높은 수위 덕에 모든 채팅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예쁘고 섹시한 여성의 몸을 보고 싶어하는 순수한(?) 욕망을 어찌 부정하다 욕할 수 있겠는가.



■ 모든 코디에 가장 완벽한 신발 부위 아바타는 '페디큐어'입니다.


Q. 반갑다. 급작스러운 질문이지만 페디큐어 아바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평범한 페디큐어 유저] : 말이라고 묻나? 당연히 최고의 아바타다. 지금 입고있는 나이트도 그렇지만 여격투가, 여귀검사, 여도적 등 키우는 여캐에게 페디큐어를 전부 사줬다. 아바타 룩을 꾸밀때 필수 요소다.


▲ 룩덕질 하나만 보고 나이트를 키웠다는 바람직한 유저


▲ 돈을 벌면 버는대로 옷 사는데 투자된다고...



Q. 유저마다 취향이 있을텐데, 페디큐어의 어떤점을 보고 구매했나?

[평범한 페디큐어 유저] : 솔직히 말해서 캐릭터의 노출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예쁜 여캐를 마다하는 유저가 대체 누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알다시피 던파에 아바타는 부위별로 노출되는 부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여러종류의 아바타를 조합하여 최고의 노출도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풀세트인 경우에는 전신을 뒤덮고 있는 답답한 아바타 세트도 한꺼풀씩 벗기다(?)보면 그 자태가 아름답게 드러나기도 한다. 그리고 페디큐어는 그런 복장을 완성시키는 최고의 마스터 피스라고 생각한다.

맨발과 스타킹을 보면 흔히 말하는 상상력이 자극된다. 이것은 좋은 것이다.


Q. 페디큐어가 잘 어울리는 아바타로는 무엇이 있는가?

[평범한 페디큐어 유저] : 어떤걸 입혀도 괜찮다. 기본적으로 팬티(수영복) 종류를 여러개 모으고, 그위에 상의만 맞춰줘도 대충 룩이 완성된다. 개인적으로 가슴골을 아래쪽으로 드러내는 룩이 마음에 든다. 볼때마다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Q. 추가적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평범한 페디큐어 유저] : 여프리스트를 키우고 있는데 페디큐어도 빨리 나왔으면 한다. 15시즌부터 수영복이 매년 나오고 있는데, 여프리스트도 나온만큼 올해도 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알아서 내줬으면 좋겠다.


▲ 수위가 너무 높아서 일부 채팅밖에 가져올 수 없었다





짧은 대화를 하면서 기자 역시 느끼는 것이 많다. 과거에 여마법사 1차 레어 아바타를 입혀주기 위해서 봉인된 자물쇠에 수십만 원을 부었던 기억은 흑역사(?)로 남아 있지만, 다시 한 번 선택하라고 해도 아바타에 아낌없이 돈을 투자했을 것이다.

또, 한 번 게임을 접으면 다시 복귀했을 때 아이템은 대개 폐기물 취급을 받게 되나, 아바타만은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언제까지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녔다. 오히려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숙성되어, 고급 와인과도 같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룩을 따라 하기 위해, 과감히 경매장을 열고 그 자리에서 즉시 페디큐어를 구매했다. 여마법사에게도 사주지 않았던 페디큐어를 여귀검사가 처음 가지게 될 줄이야.


▲ 뭔 변명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여캐 맨발 보고 싶어서 산거죠



부수적으로 여귀검사에 페디큐어와 어울릴법한 하의실종 패션을 완성시키고 나니 어느덧 5천만 골드가 추가로 증발했다. 본래 가지고 있던 골드중 고작 1천만 골드만 남은 모습을 보니 머리속이 혼란스럽다.

곰곰히 생각해 봤으나, 어차피 골드를 가지고 있어 봤자 지옥파티 초대장 사서 헬 던전이나 돌았을거라 생각하니 별로 손해를 봤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헬은 아무리 돌아봤자 쌓이는 것은 조각뿐이고 내가 모으고자 하는 부위가 나올 것이라는 희망은 애시당초 버린 지 오래다.

결국 던파를 오랫동안 하면서 남는 것은 아바타 뿐이다. 현재 90제 에픽이 아무리 성능이 좋고, 이를 통해 업그레이드 에픽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1, 2년이 지나면 또 다른 에픽 아이템을 뽑기 위해 헬을 돌게 될 뿐이다.

한편으로는 육성중인 여크루에 사줘야 할 스위칭용 무기가 떠오른다. 이래서는 언제 레이드 데려가나 싶기도 하지만, 더 이상의 후회는 없다.


▲ 어차피 헬 돌아봤자 조각밖에 나오지 않는다.


▲ 비록 올해 다시 한 번 페디큐어가 풀리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