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리츠 이수진 대표

게임 개발자에게 있어 자신들이 만든 게임이 유저들의 2차 창작으로 이어지는 것보다 기쁜 일이 있을까? 유저의 자발적인 의지로 만들어진 IP 상품이 출시되고, 게임을 사랑하는 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오프라인 행사가 개최된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한회사 체리츠의 이수진 대표는 텀블러에서 유저가 언급한 게임 횟수 1위에 '오버워치'나 '포켓몬 고'와 같은 대형 게임들을 제치고 자신들의 게임 '수상한 메신저'가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바이럴'과 '2차 창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히 광고를 집행하지도 않고, 퍼블리셔의 도움 없이 직접 게임을 출시하는 체리츠는 매년 수십억 이상의 매출과 높은 영업 이익을 기록하며 인디 정신을 유지하는 게임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과연 유저들의 2차 창작과 바이럴을 이끌어내는 체리츠의 노하우는 무엇일지, KGC 2017 행사에서 진행된 이수진 대표의 강연을 통해 확인해봤다.

▲ 바이럴, 2차 창작으로 넓게 퍼진 체리츠의 '수상한 메신저'

이수진 대표는 지금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라면 먼저 왜 유저가 긍정적인 바이럴과 2차 창작을 하게 될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저는 게임이 만든 '가상의 체험'이 게임을 종료한 후에도 계속 기억나고, 게임 속 무언가가 나의 기대치를 넘어섰을 때 그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때문에 유저의 마음 속 깊이 파고 들기 위해서 개발자는 마케팅을 통한 '유저의 기대치 관리', 기획 과정에서의 '게임 몰입 요소 관리', 그리고 '스토리텔링의 깊이'를 항상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이날 강연을 통해 소개할 것은 스토리텔링의 깊이를 만드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유저분석 을 통해 유저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계속 파악하고 그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실현가능한 완성주의를 기본으로 삼고 유저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 유저분석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유저' 이미지를 계속 생각할 것

다음 단계는 '캐릭터 설정'이다. 이때는 유저의 필요를 채워주는 컨셉을 정하고, 유저가 상호작용하고 싶어할 캐릭터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며 유저 중심의 사고를 유지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멋있고 잘난 캐릭터가 아닌, 유저의 이야기와 공감하고 연결될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유저의 아픔과 결핍을 메워줄 수 있는 캐릭터는 어떤 모습일지, 특징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나하나 고려하다보면 유저들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모습을 구체화 시킬 수 있다.


세 번째 단계는 '플롯/줄거리 작성'이다. 이전까지의 단계를 확실히 해냈다면 플롯 작성은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도 유저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해졌는지, 이 플롯 때문에 상처받을 유저는 없을지 계속해서 체크해야 한다. 이외에도 더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플롯과 캐릭터의 매력, 게임 시스템을 어떻게 어우러지게 할 것인지, 유저가 보고 싶어하는 대중적인 부분도 충분히 고려했는지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는 '게임 스토리 집필' 단계다. 이때 개발자는 게임 시나리오는 소설과 성향이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게임 텍스트는 소설보다 호흡이 빠르고, 유저들은 적극적으로 '재미'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유저들이 읽기 쉬운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 그리고 '썰'을 위한 재미있는 소재와 세부 설정을 추가했는지 체크하며 글을 작성해야 한다.

이 대표는 스토리 집필은 긴 시간의 싸움이 되므로, 창작자의 멘탈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일을 끝내는 것에 급급하지 말고, 항상 유저를 떠올리며 글을 쓰는 진짜 목적을 계속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정도로 유저가 기뻐할까?'라는 의심이 드는 순간에 자신을 믿고 계속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며, 글에 대한 팀원의 관심과 피드백이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이후에는 UI 디자인을 감수하고, QA 과정을 진행하며 UX를 살리고, 게임 출시 전까지 계속해서 몰입도를 체크해야 한다. 가장 마지막에 추가한 것이 가장 좋은 반응을 얻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의 정식 발매 전에는 기대치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과장된 마케팅으로 게임의 기대감을 높이면, 정말 재미있는 게임을 내놓아도 바이럴을 통해 부정적인 평가를 들을 수도 있다.

이수진 대표는 끝으로, 바이럴과 2차 창작으로 연결되는 길은 '게임을 개발하는 동안 얼마나 유저를 많이 생각했는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자본과 인력이 부족해도, 유저를 생각하는 마음을 변치 않고 유지한다면 많은 유저들의 공감을 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