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게임의 뒷 모습을 쫓는 게임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소위 ‘대박’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게임들은 그와 엇비슷한 모양새로 살짝 분위기만 다른 게임들을 찍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던전앤파이터의 성공에 따라 이와 유사한 게임들이 얼마나 많이 등장했던가? 나름 3D로 재구성하며 그래픽 수준도 높이고 화려하게 치장한 게임들이 우후죽순 등장했지만 아직도 던전앤파이터의 아성을 무너뜨릴 작품은 없다고 할 수 있다. FPS 게임은 어떤가? 스페셜포스에서 서든어택으로 왕좌가 넘어가긴 했지만 엇비슷한 FPS 게임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있다. 카트라이더, WOW, 리니지 등등 한국 게임계의 패권(?)을 선점했던 게임들의 아류작은 너무나 많고 지금도 또 다른 아류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도 예외는 아니다. 저연령층을 중심으로 하나의 국민코드를 만들어낸 메이플스토리는 지금도 매우 훌륭한 성공모델이고 이와 유사한 게임들도 몇 개나 나왔었다. 그러나 아직도 메이플스토리를 왕좌에서 끌어내린 게임은 없다. 그리고 2009년 또 하나의 유사한 게임이 등장했다. 그 이름은 ‘파이널퀘스트’.








■ 메이플스토리 + 던전앤파이터 = 파이널퀘스트 ??


사실 파이널퀘스트를 메이플스토리의 뒷모습을 쫓는 아류라고 치부하기엔 분명히 비교되는 다른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다. 훨씬 높이 점프할 수 있고, 달릴 수도 있고, 더 화려한 이펙트의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고, 특정 사물들을 이용하는 어드벤처, 퍼즐 요소도 있고, 더 수준 높은 컨트롤을 요구한다.


그러나 처음 튜토리얼을 진행해보면 ‘메이플스토리’의 그림자를 너무나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튜토리얼만 비슷하다고 ‘아류’로 칭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마을의 구성은 또 어떤가? NPC들이 서있는 풍경을 비교해본다면 비슷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 친절한 튜토리얼. 구성이 정말 비슷하다. ]





[ 마을에 가면 각종 NPC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도 유사하다. ]




파이널퀘스트에서는 던전앤파이터의 특징적인 시스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메이플스토리의 부족한 액션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달리기, 구르기 등 기본적인 액션의 범주를 늘리고 레벨업을 할 때마다 얻는 스킬포인트(SP)를 사용해 스킬을 배우고 더 멋지고 강력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던전의 보스몬스터를 처치하고 3개의 보물상자 중 하나를 선택해 보상을 받는 시스템도 유사하다. 또한 피로도 시스템도 그렇다.




[ 기본 조작법도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 스킬까지 조합되기 때문에 액션성은 높은 편 ]




[ 보스를 처치하면 3개 보상 중에 하나 선택? 이 시스템 이젠 너무 익숙하네.. ]




그러나 근본적으로 파이널퀘스트가 던전앤파이터와 다른 점은 던전앤파이터에서 위, 아래 이동이 ‘평면 축 이동’으로 3차원적인 공간감을 표현했다면, 파이널퀘스트는 메이플스토리와 같이 완전한 2D 평면 액션 게임으로 기본적인 앞, 뒤 이동에 점프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파이널퀘스트의 첫 인상은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를 교묘하게 섞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파이널퀘스트가 어떤 유저층을 주타겟으로 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 에반게리온? 독특한 복장들도 볼 수 있었다. ]





■ 사실 따라했느냐 안했느냐는 중요한게 아니다.


파이널퀘스트가 두 게임에서 얼마나 비슷하게 따라했느냐를 가지고 잘했네 못했네를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성공적인 게임을 벤치마크해서 장점을 흡수하고 더 좋은 모습으로,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냈다면 오히려 박수를 쳐줄만한 일이다.


문제는 '재미가 있느냐?' 하는 부분이다.


이번 2차 CBT에서 파이널퀘스트를 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세 가지다. 너무 불편하고 너무 어렵고 너무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지쳤고, 아직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파이널퀘스트는 크게 마을과 필드, 그리고 던전으로 구분된다. 마을에서 필드를 거쳐 던전을 들어가게 되는데 모두 각각의 존으로 구성되지만 마을이나 필드에서는 다른 유저들을 볼 수 있고, 던전은 함께 진입한 파티원들과의 인스턴스 공간이 된다.


쉽게 말해 던전이 주요 사냥터지만 던전으로 가는 길을 필드라는 또 하나의 존으로 구성해 거리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심리스 월드가 아닌 존 단위 구성의 맵에서 이런 거리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강력한 몬스터가 있는 고레벨 던전은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에 길고, 고달픈 여행이 필요하다.'라는 식의 거리 개념은 나중에는 편의를 위해 한번에 이동시켜 줄지언정, 비현실적인 롤플레잉 게임에서 최대한 유저들에게 현실감각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개념이다.


문제는 파이널퀘스트의 필드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부분이다. 적어도 이번 2차 CBT에서는 필드는 던전 입구까지 이동하는 시간만 늘려주는 귀찮은 과정일 뿐이었다.


필드에 몬스터들도 있지만 충돌 개념이 없는 파이널퀘스트에서는 장애라고 말하기가 무색하다. 높은 점프로 살짝살짝 뛰어 넘으며 다음 존으로 달리면 그만이다. 필드에 있는 특정 몬스터를 처치하는 퀘스트를 통해 필드에 가치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파이널퀘스트의 필드는 긴장감 없는 귀찮은 구간, 딱 그 정도 수준이었다. 의도는 좋았지만 그 특징은 잘 살리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 각각의 존들을 연결해 거리 개념을 도입한 것 좋았지만, 그 장점은 살리지 못했다. ]




튜토리얼을 끝내고 1레벨로 첫 던전인 ‘천연동굴’에 도전했을 때 그 황당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렇게 어려운 1레벨 던전은 최근 5년간 비슷한 류의 게임을 하면서 처음으로 느껴본 끔찍한 체험이었다. 스킬도 없고 돈도 없는 상태에서 몸뚱이 하나만 믿고 입장한 1레벨 던전에서 슬라임에게 맞아 죽는 경험이 유쾌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첫 캐릭터는 근접 공격을 하는 파이터였고, 파이터에게 슬라임이 던지는 콩알탄은 정말 피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난해한 공격이었다. 한방한방이 너무나 아파서 몇 번을 죽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공격력은 그야말로 간지러운 수준이었기 때문에 보스몬스터를 잡을 때는 마음을 비우고 10분이나 치고 빠지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파이널퀘스트는 던전에서 죽을 경우 제자리 부활이 가능한데 부활 횟수에 제한이 있다. 제자리 부활을 모두 사용했다면 여지없이 마을에서 부활해야 하고, 던전을 처음부터 다시 돌아야만 한다. 물약을 꾸역꾸역 먹어가며 보스 앞까지 갔는데, 실수 몇 번으로 제자리 부활이 다 떨어지고 결국 마을로 가게 되고, 처음부터 다시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버럭하고 화를 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계속 도전을 하면서 ‘그만하고 때려칠까?’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었음을 고백한다. 알고 보니 이번 2차 테스트에서는 높은 난이도 설정으로 2인이나 3인 파티로 보스를 처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하더라. 쉬운 난이도의 1레벨 첫 던전부터 말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파티마저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 도대체 몇번을 죽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슬라임이 이렇게 쌔도 되는건가? ]




기본 공격거리가 짧은 파이터와 매지션으로 첫 던전에서 울화통이 치미는 경험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직업이 아처(궁수)였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점을 발견한다. 기본 공격 거리가 긴 아처는 앞서 플레이한 파이터, 매지션과 완전히 다르게 난이도가 뚝 떨어진다.


몬스터의 공격 범위는 아처의 사정 거리보다 짧았고, 별다른 컨트롤 없이 죽어라 공격키인 S만 연타하면 보스에게 단 한대도 맞지 않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었다. 이 무슨 허탈한 경우인가?


몬스터가 공격하는 것을 보고 피하는 것도 대상과 거리가 떨어진 아처가 더 쉽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직업이 나뉘면 상황에 따라 장단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지만, 이것은 장단점 수준이 아니라 파이터, 매지션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수준이었다.




[ 어째 아처가 많이 보이더니 이유가 이것이었나? ]




사실 이런 류의 게임에서 밸런스 조절은 몬스터의 공격력과 사정거리, 캐릭터의 방어력과 HP, 스킬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야 한다. 적어도 첫 던전이라면 세 직업 모두 비슷한 수준의 난이도가 나와야 하는 것은 기본이 아닐까? 그런데 어떤 직업은 혼자서 클리어 하는 것 자체가 요원한 일이고 어떤 직업은 시간만 있으면 그야말로 가볍게 클리어가 가능하다는 것이 무엇을 테스트하기 위한 시도였는지 알 수가 없다.


파이널퀘스트는 최대 3인의 파티까지 가능한데, 과연 파티에서 각각의 직업들의 특징이 고유의 색깔을 내고 더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2차 CBT에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파이터, 매지션, 아처의 조합보다 아처 세 명이 훨씬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 던전에서의 퍼즐 요소는 파이널퀘스트의 장점이 분명하지만..


파이널퀘스트의 장점은 던전에 있는 돌이나 나무 등의 오브젝트를 자라게 하거나, 옮기거나, 파괴해서 새로운 길을 만든다거나 일반적으로 탐험할 수 없는 곳을 가볼 수 있는 등의 퍼즐, 어드벤처 요소가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 신선한 퍼즐 요소.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이 시스템은 같은 던전이라도 색다른 형태로 플레이 스타일을 변화시킬 수 있고, 상상력을 발휘해야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바위를 이용해 몬스터의 공격을 막으면서 공격하는 소위 빼꼼샷도 가능하고, 발판을 눌러야만 열리는 문을 통과하기 위해 바위를 발판위에 옮겨놓아야만 통과되는 지형도 존재한다.


이렇다보니 개발사에서 던전을 디자인할 때는 꽤나 많은 것을 신경써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퍼즐 요소를 통한 자유도는 자칫 던전의 난이도를 대폭 낮추는 편법으로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가능성을 체크하고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을 사전에 막고, 퍼즐 요소를 응용한 더 많은 공략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이런 퍼즐, 어드벤처 요소들은 새로운 던전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늘려주는 주범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2차 CBT를 통해 파이널퀘스트에서 공개된 던전은 그리 많다고 보기는 힘들다.


분명 이 퍼즐, 어드벤처 요소의 도입은 신선한 시도이며, 이를 통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장점이 된다. 이 퍼즐, 어드벤처 요소가 얼마나 다양하게 시도되고 얼마나 많은 재미를 줄 수 있는가가 파이널퀘스트의 특징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정보 찾기가 너무나 수월한 현 시점에서 퍼즐 요소는 또 하나의 약점을 가지고 있다.
'기가 막힌 퍼즐을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그 해결을 위해 혼자 고민하고 힘들게 해결하며 재미를 느끼는 유저가 얼마나 있을까?'라는 점이다. 검색 몇 번이면 가장 효과적으로 퍼즐 요소를 이용하는 방법이나 숨겨진 장소로 이동하는 방법들이 줄줄이 나올테니까 말이다. 퍼즐의 해법이 공개되더라도 퍼즐 요소가 강점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개발사의 숙제가 될 것이다.




■ 아직 다듬을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 벌써 OBT를 시작하나?


이번 2차 CBT에서 ‘파이널퀘스트’가 보여준 모습은 다소 실망스럽다.


말도 안 되는 첫 로딩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끔직하다. 파이널퀘스트가 아이온처럼 화려하고 사실적인 그래픽을 자랑하는 3D게임도 아니고, 너무나 화려한 오프닝을 보여주는 게임도 아닌데 게임을 시작해 캐릭터를 선택하는 화면까지 멍청하게 모니터를 처다봐야 했던 시간은 너무나 길었다.


아직 클베니까 최적화가 부족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2D 횡스크롤 액션RPG가 이렇게 긴 로딩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솔직히 이해도 안되고, 게임 로딩이라는 근본적인 시스템이 CBT에서 OBT로 넘어가며 크게 개선이 될 수 있을까하는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 2009년! 2D게임 로딩이 이렇게 오래걸린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




또한 2차 CBT 내내 꽤나 자주 서버다운이 있었다. CBT 기간 중 업데이트 과정에서 서버다운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특별한 업데이트가 없는 상황에서도 서버다운이 몇 차례나 있었고 테스트에 참여했던 많은 유저들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었다. 서버 상황이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위에서 말한 직업간 밸런스의 세세한 조정도 꼭 필요한 부분이며, 현재 파이널퀘스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컨텐츠(던전) 또한 많다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대부분의 MORPG에서 그렇듯이 파이널퀘스트 역시 컨텐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상당히 레벨업이 느리게 설정되어 있고, 퀘스트를 통해 같은 던전을 몇번이고 뺑뺑이를 돌린다. 피로도 또한 연장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겠다.


물론 게임 컨텐츠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르게 컨텐츠를 업데이트 할수 있느냐는 것이지만, 그것은 공개서비스가 이뤄진 후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문제는 파이널퀘스트의 공개테스트가 근시일내에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당초 파이널퀘스트는 이번 2차 CBT를 진행하면서 10만명이 OBT를 신청하면 곧바로 OBT를 시작하겠다는 이벤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벤트 페이지에서는 현재 6만명 이상이 신청한 것으로 확인되며 현재까지 증가치를 고려하면 몇 일 내로 OBT를 시작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 이벤트가 실제 유저들이 신청한 결과가 사실적으로 보여지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마케팅적인 눈가림식 결과를 보여주는지는 알 수 없다.




[ 6월 14일 오후 9시 이벤트 상황. 현재는 7만명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언제라도 OBT를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지난 2차 CBT에서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줬던 ‘파이널퀘스트’가 이대로 공개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설마 컨텐츠도, 밸런스도, 최적화도 불안정한 상태에서 OBT를 시작하겠냐고 생각되지만 결과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저 바라고 있을 뿐이다. 조금만 더 준비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