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게임 박람회로 널리 알려진 차이나조이가 올해로 7주년을 맞이했다. 차이나조이에서는 각종 제작사들이 발표한 게임 외에도 다양한 재미가 숨겨져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바로 라이벌 제작사간에 방문객의 시선을 끌기 위한 경쟁 및 견제 전쟁을 들 수 있다.



차이나조이를 방문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입장하는 곳은 제 1관으로, 8개의 대형 제작사 부스가 중간을 차지하고 있고 작은 부스들이 벽에 달라붙어 있는 구조로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이 8개의 대형 제작사들은 절묘하게도 각각 라이벌이라 부르는 제작사들끼리 인접하거나 마주보도록 부스가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 까닭에 차이나조이 행사 기간 내내 방문객들을 자사의 부스로 끌어오기 위하여 각 부스에서는 끊임 없는 이벤트 및 무대 행사가 진행되었고, 서로 마주 보는 제작사끼리는 어느 한 쪽이 이벤트를 벌이면 맞불작전 이벤트를 펼치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일단 1관의 부스 배치 상황을 보자. 아래의 부스 배치도를 기준으로 서로 마주보는 부스를 라이벌 제작사로 간주하고, 기자 멋대로 행사장 방문객의 관심을 얼마나 받았는지를 기준으로 승패를 정해 보았다.




[ 차이나조이2009 제1관의 각 제작사 부스 배치도 ]




샨다 vs 자이언트


차이나조이 1관에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은 샨다와 자이언트이다. 샨다는 각종 매체나 보도자료를 통하여 우리에게도 제법 잘 알려져 있는 회사로, 한국의 게임을 중국에 서비스하는 회사 중 하나이다. 그에 비해 자이언트는 자사가 개발한 게임을 중국 내에 서비스하는 것을 주로 하기 대문에, 해외 수출파인 샨다와 자국 내수파인 자이언트의 대결인 셈이다.



아이온을 시작으로 한국에서 제작된 게임을 주로 퍼블리싱하는 샨다의 무기는 바로 바구니차. 부스를 한 바퀴를 돌고도 모자를 정도로 방문객의 줄이 길었던 샨다는 바퀴가 달려서 끌고 다닐 수 있는 바구니가 달린 2륜차를 방문객에게 증정했다.




[ 샨다는 게임보다 카트가 더 인기있었다 ]



보통 게임 행사장에서 부스별로 증정하던 대형 쇼핑백과는 차원이 틀린, 아예 바퀴가 달린 대형 카트를 증정하여 각종 팜플렛이나 홍보자료를 넣어서 이동할 수 있도록 하였다. 차이나조이 방문객 10명 중 7명은 이 붉은색의 샨다 카트를 끌고 다녔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그에 대한 자이언트의 반격은 부스걸. 자이언트의 부스걸은 붉은 악마를 연상케 하는 붉은 뿔과 붉은 옷의 부스걸을 대거 투입하여 팜풀렛을 나눠 주거나 카메라에 포즈를 취해 주는 등의 무대 행사가 주로 진행되었다. 특히 부스걸이 전부 등장하여 늘어서는 무대 행사가 가장 큰 인기를 모았다.




[ 자이언트의 붉은색 옷을 입은 부스걸 무대행사, 부스걸 전쟁은 여기서 시작된다 ]



그러나 입구에 더 가까운 위치와 다수의 부스걸이 투입된 자이언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샨다의 엄청난 카트 물량 공세에는 당할 수 없었다. 최고의 인기인 카트를 앞세운 샨다의 승리.




[ 지게차로 실어나를 정도로 엄청난 분량을 자랑한 샨다의 카트 박스 ]



텐센트 vs 나인유

샨다-자이언트와 마찬가지로 자국 서비스 위주의 텐센트와 해외 게임 퍼블리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인유. 중국 최대의 메신저인 QQ메신저를 기반으로 하는 텐센트의 출품작은 대부분 완미세계의 성공 이후 다수의 제작사가 시도하는 MMORPG나 캐주얼 게임들이 많았으나 큰 임팩트를 주는 게임은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인지 텐센트 역시 부스걸을 동원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푸른색과 흰색의 복장을 입은 부스걸들을 매일 일정 시간 단위로 무대 위에 등장시켜서 많은 카메라 플래쉬의 집중을 노렸다. 특히 미인대회를 연상케 할 정도의 무대 행사가 진행된 것이 특징이다.




[ 텐센트의 부스걸 무대 행사, 그나마 이쪽은 노출도 면에서는 양호한 편에 속한다 ]



그에 대해 나인유도 부스걸로 응대했다. 텐센트쪽은 그나마 부스걸다운 비교적 점잖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인유쪽은 속옷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아찔한 노출도의 흰색 복장을 입은 부스걸이 등장했다. 그것도 무대 위에서 툭하면 패션쇼 급으로 움직여대니 가까이서 보는 것도 민망할 정도.



그뿐 아니라 복장 역시 하나가 아니라 게임에 맞춰서 각각의 복장을 입은 부스걸이 있기 때문에, 복장 종류만으로 따진다면 차이나조이 참가 회사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한다.




[ 나인유는 음료수 회사와 제휴 이벤트도 진행했다 ]



부스걸로 시작해서 부스걸로 끝난 텐센트와 나인유의 대결은 노출도와 숫자로 승부한 나인유의 승리.



완미시공 vs 킹소프트

이번 차이나조이에서 어느 의미로는 최고 수준의 부스걸 대결을 벌인 완미시공과 킹소프트. 완미세계의 성공 이후 연속적인 해외 수출로 급성장한 완미시공사와 자국 서비스 위주인 킹소프트는 해외파와 자국파의 자존심 대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무대 역시 서로 정면을 마주보도록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벤트 대결은 피할 수 없다. 무협 MMORPG가 대부분인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스포츠 게임이나 FPS게임 등 다양한 장르를 전시한 킹소프트는, 분홍색의 의상을 입은 부스걸과 소림 무술 시연 및 연예인을 초청한 오프라인 무대 행사 위주의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 중국 전통 의상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킹소프트의 부스걸 의상 ]



반대편에 자리잡고 있던 완미시공은 최대 히트작이자 지금까지 발표한 게임들의 기본이 되는 게임 엔진이 도입된 완미세계를 시작으로, 주선 등 다양한 게임이 전시되었다. 그렇지만 모든 게임이 완미세계의 게임 엔진을 기본으로, 캐릭터만 조금씩 다른 수준에 가까웠기 때문에 게임 자체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완미시공의 결정타는 부스걸이었다.



바니걸을 연상시키는 흰색과 검은색의 복장을 입은 완미시공의 부스걸은 그 숫자부터 다른 회사들의 부스걸 숫자를 압도했다. 정확한 수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최소 30명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많은 인원수의 부스걸이 무대 행사를 진행하여 많은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무대 행사 타이밍 역시 반대편의 킹소프트가 행사를 시작하여 관람객이 어느 정도 모이면 그 순간 부스걸을 총동원하여 무대에서 패션쇼에 가까운 이벤트로 전환하는 전법을 이용했다. 특히 완미시공 부스에 설치되어 있는 높이 6미터에 가까운 크기의 공과 같은 시설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그 안의 층마다 부스걸이 배치되는 연출은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최고의 무기였다.




[ 완미시공의 최종 병기, 부스걸 대량 투입 ]



그 결과 출품 게임수의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킹소프트는 이벤트 대결에서는 패배하고 말았다. 킹소프트와 완미시공의 관람객 시선 모으기 대결은 1개 소대급의 부스걸을 투입한 완미시공의 승리.



더나인 vs 넷이즈

WoW 서비스를 이전 이후 개인정보 이전 문제 등 서비스 재개 관련으로 고심중인 넷이즈와 WoF 및 뮤X를 앞세운 더나인의 대결이 1관의 라이벌 대결 중 마지막을 장식한다. 2회사의 부스 모두 1관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대형 부스들에 비해서 관람객의 주목도는 약간 떨어졌다.



그뿐 아니라 바로 옆에서 벌어졌던 차이나조이 최고의 부스걸 대결인 완미시공과 킹소프트의 이벤트 대결에 대부분의 관람객의 시선이 모였기 때문에 무대 행사를 개최한다고 해도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 넷이즈의 무대 행사, 부스걸보다는 게임 동영상 위주였다 ]



넷이즈는 자사 개발 및 퍼블리싱 게임 외에도 블리자드의 부스를 오픈하였다. 그렇지만 게임 플레이는 할 수 없었으며 WoW 확장팩과 스타크래프트2의 동영상만 상영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블리자드의 게임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또한 실제 플레이 가능한 시연대의 숫자 역시 적은 편이었고 게임 자체도 미완성된 버전이 많아서 관람객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에 비해 더나인은 차이나조이 이전부터 홍보를 시작한 뮤X와 WoF 및 오디션2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부스 구성이었다. 전시된 게임 숫자 자체는 넷이즈보다 훨씬 적었으나, WoF의 시연용 PC의 숫자가 10여대였고 뮤X의 가입 이벤트도 동시에 진행했기 때문에 비교적 통로가 좁은 부스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 더나인의 무대행사, 이미 게임 홍보가 아니라 패션쇼다 ]



또한 더나인과 넷이즈 모두 부스걸이 배치되어 있었고 부스걸의 숫자와 복장 등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기 때문에 승패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관람객의 방문 숫자와 관심도 및 출품된 게임들의 완성도면에서 더나인의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