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말하자면, 인터뷰가 다 끝나고 글을 정리 중인 지금도 어안이 벙벙하긴 하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보통 인터뷰를 하면 게임 개발자가 대부분이고, 좀 특별한 경우 e스포츠 스타 플레이어나 게임 산업 셀럽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곤 한다. 그런데 NBA 선수다. 그것도 전설적인 커리어를 밟아가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급 선수다.

'NBA 2K22'의 커버 모델이라는 아주 그럴싸한 당위성이 있었기에 인터뷰 진행 자체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지만, 그럼에도 부담이 거셌다. 내가 농구 전문지나 스포츠지 기자였다면 너무나 좋은 기회겠지만, 야속하게도 난 게임 기자 아닌가. 그나마 다행이라면 개인적으로 NBA의 팬이며, 케빈 듀란트의 대단함도 알고 있다는 것이겠지만, 케빈 듀란트를 상대로 인터뷰 내내 게임 얘기를 하는 게 가능할까 싶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자리가 생긴 김에 사리사욕 가득한 팬 인터뷰라도 해야겠다 마음먹고 나선 자리. 뜻밖에도 케빈 듀란트는 게임을 좋아했다. 게다가 엄청나게 플레이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인터뷰 대부분을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로 채울 수 있었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이 정도는 누구라도 이해해 줄 거라 믿는다. 어? 그러고 보니 케빈 듀란트가 나랑 동갑이다. 생일도 비슷하네? 반갑다 친구야!

▲ 화상 통화로 만난 브루클린 네츠의 케빈 듀란트


Q. 먼저, 본인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브루클린 네츠의 '케빈 듀란트'입니다. 이번에 더크 노비츠키와 카림 압둘 자바, 두 전설과 함께 NBA 2K22의 커버를 장식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제 또 다른 꿈이 드디어 이뤄졌군요. 감사합니다.


Q. 이번에 세 번째 커버 모델 선정입니다. 2K 시리즈의 모델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선수 개인에게도 큰 의미이지만, 비디오 게임 씬에서는 더욱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가족들이 항상 바라던 일이고, 어린 시절엔 2K 시리즈의 커버 선수들이 마치 영웅처럼 비춰지기도 했죠. 세 번이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입니다.

저는 경기장에 설 때마다 팀을 대표하고, 친구와 가족들을 포함해 최대한 많은 이들의 자랑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기에, 제가 2K 시리즈의 커버 모델이 될 자격을 갖추었다는 점을 굉장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 2K15 커버에 실렸던 케빈 듀란트


Q. 최근 NBA 2K 시리즈의 커버는 마이클 조던이나 코비 브라이언트 등 비교적 최근에 활동한 전설적 선수들로 채워졌습니다만, 올해는 오래된 전설인 카림 압둘 자바가 함께했습니다. 카림과 함께하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개인적으로 카림이 쌓은 훌륭한 커리어에 비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를 보는 건 매우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는 역대 최고의 득점왕이며, 막을 수 없는 슛을 쏘는 선수이며, 여러 번의 우승과 MVP를 수상했습니다. 그가 계속 농구계에 남아 2K와 협력하고, 커버를 장식하는 걸 보는 건 참 멋진 일이라 생각합니다.


Q. 어린 시절에도 2K 시리즈를 플레이했다고 했는데, 그 시절에 대해 말해줄 수 있나요?

전 거의 매일 게임을 플레이했고, 2K 시리즈를 처음 접한 건 2000년도에 출시한 작품일 겁니다. 당시 '엘런 아이버슨'이 커버에 실려있었죠. 지금에 비하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픽에 홀려버렸죠. 당시로 최상급의 그래픽이었던 게임을 보면서 마치 미래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1년에 한 번씩 그 순간을 느끼고 있군요.

▲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을 커버모델로 군림했던 엘런 아이버슨


Q. NBA 2K 시리즈에서 선호하는 팀은 어디이며, 본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플레이하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선호하는 팀은 당연히 네츠죠. 저와 카이리(카이리 어빙), 그리고 제임스(제임스 하든)는 완벽한 팀이니까요.

저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플레이하는 선수라면 아마 카와이(카와이 레너드)겠네요. 그의 팀으로 자주 플레이하곤 합니다. 올 타임 샌 안토니오와 올 타임 랩터스 팀을 주로 플레이하곤 하죠. 그는 이 두 팀 모두에 속해 있고 게임 내에서 굉장히 강한 모습을 보입니다. 실제로도 그렇지만요.


Q. 자신이 캐릭터가 되어 가상 세계에 놓인 것을 보는 건 꽤 이색적인 경험일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게임에 등장한 본인을 보는 건 꽤 비현실적인 경험이지만, 이 또한 NBA에 진출한다는 꿈을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네츠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저에 대한 통계와 저라는 선수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팀 내 모든 선수들의 정보들을 살펴보곤 하는데, 대부분의 정보들은 매우 정확합니다.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이 게임에서 그런 세부적인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매우 재미있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있죠.

2K 개발진이 매년 이 정보들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이 NBA 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2K 시리즈가 존재하고, 선수로서 게임에 등장하는 일이 우리가 농구 선수로서 해야 할 역할 중 매우 중요하고 큰 역할이라 믿습니다.

▲ 내가 나를 보는 느낌이라니 음...


Q. NBA 2K 시리즈에서 역사적 팀의 존재는 게임의 매력을 크게 높이는 부분입니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적 팀은 어디이며, 팀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앞서 카와이의 올 타임 샌 안토니오와 토론토를 주로 플레이한다고 말하긴 했습니다만, 이번에 계획중인 팀 내 2:2 토너먼트에서 저와 마이크 제임스는 이런 경우 언제나 올 타임 올랜도 매직을 선택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앤퍼니 하드웨이나 트레이시 맥그레디, 샤킬 오닐, 드와이트 하워드, 빈스 카터 모두 대단한 선수들이니까요.


Q. NBA 2K에 케빈 듀란트 챌린지 모드가 있다면, 어떤 경기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제 커리어에서 말이죠? 아마 2014년 토론토전이 좋을 것 같아요. 무슨 행진 게임 같았죠. 그날 밤 51점을 득점했어요. 2019년의 토론토전도 생각나는군요. 그 때도 51점을 득점했죠. 지금 당장 생각나는건 그 정도입니다.


Q. NBA 2K에서 당신의 동작이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되는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솔직하게 말하면 매우 정확해요. 그들은 모든 선수의 동작을 분석해 작업합니다. 각 선수들의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실제 경기의 모습과 굉장히 흡사하고, 이는 실제로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게임을 무척 친근하게 여기는 이유가 되죠. 지금보다 어떻게 더 좋아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저와 함께 NBA 2K 시리즈를 플레이하는 선수들 대부분은 게임 내에 구현된 선수들의 움직임이 얼마나 정확하고 현실같은지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곤 합니다.


Q. NBA 2K 시리즈에서 본인의 OVR에 대해 만족하십니까? 참고로 전작에서는 96점이었습니다.

아뇨! 더 높아야 합니다! 뭐 터무니없을 정도로 대단한 배지를 지니거나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현역이잖아요.

▲ 나 듀란트는 96점에 실망했다


Q. NBA에서 실제로 겨룬 선수들 중 당신을 가장 힘들게 한 수비수는 누구인가요?

토니 앨런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몇 년 전에 은퇴했지만, 리그에서 첫 7년 동안 우리는 굉장히 많은 경기를 했었죠. 제가 정말 존경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수비수 하면 항상 제일 먼저 생각나는 선수죠.


Q. 일반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때 혼자 하시나요? 아니면 친구들과 함께 하나요?

당연히 둘 다죠! 보통은 온라인으로 친구들과 하곤 합니다. 온라인 플레이를 하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실제로 만나서 친구가 되기도 했죠. 그것도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게임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커뮤니티는 지난 몇 년간 제 삶에 큰 영향을 주었고, 매우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Q. 시즌 중에도 팀 동료들과 온라인으로 NBA 2K를 플레이하곤 하나요?

그렇습니다. 카이리, 제임스와 항상 플레이하죠. 그 외에도 온라인 상에 같이 플레이할 친구는 많아요. 무엇보다 온라인에 접속하면 늘 재미있어요. 제 머리 위에 NBA 로고가 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절 알아보거든요. 2K21에서는 로비 역할을 하는 파크와 도시가 통합되어 전체적으로 더 즐거워졌습니다.

▲ NBA는 작년에 '선수만 출전 가능한' e스포츠 리그를 열기도 했다(사진 출처: Esquire)


Q. 만약 당신이 원하는 선수를 뽑아서 팀을 구성한다면, 현역 선수중에 어떤 선수들을 뽑을 것 같나요?

아 제발... 이런 질문은 항상 나중에 문제를 일으켜요. 훌륭한 선수들이 너무 많은데 항상 누군가를 잊어버려서 나중에 서운해하거든요. 뭐 그래도 꼭 다섯 명을 뽑아야 한다면 저는 카이리 어빙과 제임스 하든, 르브론 제임스, 앤서니 데이비스와 저를 선택할 것 같아요.


Q. 다른 모든 요인을 배제하고 경기 중 다른 포지션을 맡게 된다면 어떤 포지션을 맡고 싶나요?

포인트 가드죠. 게임을 지배하는 포지션이거든요.


Q. 당신은 리그 내에서 가장 높은 영향력을 지닌 빅맨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리그의 전설적인 빅맨들 중 당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선수는 누구인가요?

더크 노비츠키, 하킴 올라주원, 케빈 가넷, 그리고 카림... 음 일단 저들은 확실한 것 같아요. 일단 그들은 체형이 저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기술과 경기에 대한 마음가짐은 제가 어린 시절부터 매우 존경했었죠.

저는 더크처럼 슛을 하고 싶었고, 올라주원처럼 움직이고 싶었으며 케빈 가넷처럼 높은 릴리즈의 턴어라운드 점퍼를 쓰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음... 이 선수들에게 많은 것들 배우고 싶었습니다. 언제나 그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그들의 기량과 기술을 조금이나마 더 가져오고 싶어하는 저를 보게 되죠.

▲ 하나의 인터뷰만 가능했기에 미처 만나지 못한 '카림 압둘 자바'


Q. 국제 단위에서 농구 산업의 성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1992년 이후 드림팀의 도움 덕분에 국가에 따른 농구 산업의 경계는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그 무렵 미국 드림팀의 존재가 해외 선수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파우 가솔과 마크 가솔 형제(스페인 출신의 형제 NBA 선수들)에게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언젠가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각국의 그런 드림팀을 보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가 했던 것 처럼 말이죠.

실제로, 지금의 NBA는 해외파 선수들의 진출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니콜라 요키치나 루카 돈치치는 속도 위주의 NBA 플레이와 달리 느린 페이스와 픽앤롤 스타일을 고수하지만, 이를 통해 또 다른 역동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만들었어요. 이와 같은 모습은 나날히 높아지는 경기 수준을 대변하는 것이며, 매우 아름답게 보입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첫 번째 질문과 비슷하지만, 중간에 당신은 더크와 카림이 당신의 우상들이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NBA 2K의 커버를 장식하게 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말 큰 영광입니다. 농구계 전반에 큰 의미를 지닌 두 남자와 함께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죠.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어요. 전 평생 그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일해왔기 때문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죠. 그리고 뭐...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자랑도 좀 할 수 있겠죠.(웃음) 다시 말하지만, 저에겐 정말 영광스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