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오브워쉽을 하다보면 다들 자신만의 애정이 가는 함선이 생길 것이다. 기자의 경우 문어발식 트리를 올리는 편이고, 같은 함선은 하루에 두 번 이상 타지 않는다는 묘한 고집이 있기에 판수가 압도적으로 높은 함선은 없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몇몇 함선들은 성능과 관계없이 배 자체가 재미있어서 손이 많이 가는데, 타는 재미는 물론 게임 플레이 방식에 큰 영향을 주었던 함선을 구축함, 순양함, 전함별로 하나씩 골라보았다.


▲ 2천판까지 44%의 승률이었으나, 지금은 어엿한 1인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아직도 현역으로 부족함이 없다! - 브위스카비챠

기자의 경우 아직 미국과 일본 구축함 2개 트리만 있던 시기 일구축으로 게임에 입문했다.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일일 전투 임무나 캠페인 등 별다른 복지(?)가 없었기에 티어를 올리는데 천문학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고, 덕분에 다른 국가 트리를 병행해서 올린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시기였다.

일구축을 먼저 올렸던 이유는 간단한데, 당시에는 어뢰정이 매우 강력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몇가지 있는데 우선 순양함의 경우 스텔스 포격이라고 하여 주포의 사거리를 자신의 포격 시 피탐지 범위보다 길게 늘릴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원거리에서 카이팅을 하는 전술이 주로 쓰였고, 필연적으로 구축함을 견제해야 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견제를 할 수 없었다.

반대로 구축함 입장에서는 레이더도 음파 탐지도 없던 대낭만의 시대였기에 게임 내내 어뢰만 쏘더라도 톡톡히 재미를 볼 수 있었다.


▲ 어뢰정 대낭만의 시대의 상징과도 같았던 전설의 구축함 미네카제



하지만 점차 유저들의 숙련도가 붙기 시작하고, 8티어 이상의 매칭으로 건너간 시점에서는 단순히 어뢰만 쏜다고 해서 해결되는 상황이 오지 않았고, 포격 능력에 대한 갈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타이밍에 적절하게 프리미엄 함선으로 출시된 것이 바로 브위스카비챠다. 지금이야 동티어의 레닌그라드와 비교하면 객관적으로 떨어지는 부분이 많았으나, 브위스카비챠 출시 이후 1년 후에야 등장했으니 논외다.

어쨌든 일구축 정도는 그냥 박살내버릴 수 있는 7문 구성의 주포에 티어 대비 높은 내구도, 뇌장 능력도 쓸만하고, 속력은 역대급이라 할 수준으로 빨랐다. 딱 하나 대공 능력이 0에 수렴한다는 점과 피탐지가 6.8km대로 마한을 제외하면 비슷한 티어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였다는 점이다.


▲ 지금도 주포가 7문인 구축함은 아호트니크와 더불어 브위스카비챠가 유이하다



피탐지가 크다는 부분은 당시에는 치명적인 단점이었기 때문에 인기는 생각외로 안좋았으나, 기자의 경우 속력이 빠르다는 것에 주목하여 대놓고 달리면서 아웃파이팅을 벌이는 스타일을 쉽게 익힐 수 있었다.

지금도 비슷한 성격의 소련이나 프랑스 구축함 승률이 60%를 넘기는데에는 분명 브위스카비챠를 오래탄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본다. 물론 지금은 온갖 레이더쉽이 범람하고 빠른 속도의 구축함도 적당히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유저들의 실력이 올라왔기에 선뜻 구입을 추천할만한 배는 아니다. 하지만 구축함 중에서 가장 많은 판수를 기록하고, 아직도 꾸준히 타고 있는 배를 꼽자면 역시 브위스카비챠가 아닐까 싶다.


▲ 포격 구축함에 대한 개념과 대구축전 능력을 향상시켜준 고마운 함선이다




■ 출시와 동시에 21만원 현찰 박치기로 구입한 함선 - 크론슈타트

크론슈타트는 워쉽에서 최초로 출시된 대형순양함이다. 지금은 대형순양함 시리즈 중에서 아즈마 다음으로 나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자에게는 가장 애정이 가는 순양함 중 하나다.

구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어떤 유저가 찍은 스크린샷으로 노스 캐롤라이너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었는데, 순양함임에도 불구하고 전함을 압도할 웅장한 덩치에 반했다. 또한, 전함을 잘 몰지 못하는 기자에게 있어 순양함의 기동성을 가지고 전함급 화력을 낼 수 있는 대형순양함이라는 함종은 무척 매력적으로 보였다.

물론 온갖 트리에 문어발식으로 걸쳐서 올리느라 모아놓은 자유경험치가 없었기에 20만원 이상의 쌩돈을 부어가면서 뽑았다는 건 맘아픈 일이었으나 후회하지는 않았다.


▲ 자경 이벤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일 현찰 박치기를 통해 구입한 자경 함선이다



첫 출전에서부터 탄이 퍼지는 모습을 보고 눈을 의심하기도 했으나, 그와 별개로 대형순양함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철갑탄 방호력과 알파 대미지는 낮으나 전함급 관통력을 보유한 주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단점이라면 전신이 25~27mm 장갑으로 구성되어 8인치 이상의 고폭탄에는 얄짤없이 터져나간다는 점이고, 대공 수치가 7티어 수준에 그쳐 항모의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대신 덩치에 비해 피탐지가 매우 좋아 레이더 소모품의 효율이 좋고, 가속력과 선회력 등 기동성이 소련배 치고 우수하다는 것은 장점이다.

다만 생소한 운영법에 비해 성능은 뭔가 2% 부족했던터라 반짝 인기를 끌다가 이후에 등장한 알래스카에 밀려 현재는 희귀 함선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추가로 완벽한 상위 호환이라 할 수 있는 스탈린 그라드부터 중순양함 트리의 페트로파블롭스크 등 우수한 경쟁자들이 연이어 출시되었기에 본인이 앞서 두 함선을 이미 보유했다면 딱히 크론슈타트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 티어는 다르지만 스탈린 그라드라는 완벽한 상위 호환이 존재한다



하지만 나름 차별화되는 장갑 구조와 기동성, 그리고 피탐지 등 소련 순양함 트리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상당 부분 극복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특히 플레이 스타일이 어느 정도 강제되는 스탈린과 모스크바, 페트로와 달리 크론슈타트의 상황 대응력은 소련 순양함 중에서 정말 높은 편이다.

기자 역시 나름의 희귀성과 유저들이 잘 모르는 함선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해도 승률은 잘 나오기에 아직도 크레딧이 부족하면 무사시와 함께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순양함이다.


▲ 몰다보면 다른 대형 순양함과 비교해서 개성적인 부분이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워쉽에서 가장 흉악한 OP 함선 중 하나가 바로 나! - 무사시

처음 등장했을때부터 많은 화제가 되었고, 지금도 밸런스에 대해 말이 많은 바로 그 함선이다. 기자의 경우 구축함 유저라 전함 운용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이해도가 낮은편이고 특히 명중률 문제는 지금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나름의 운영법을 익혀서 승률이 나온다지만, 가장 처음 손을 대었던 일본 전함 트리의 성적을 보면 명중률이 20%도 되지 않는 처참한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얼마나 PTSD가 왔냐면 게임을 수년간이나 했음에도 지금도 10티어 전함은 모든 트리를 통틀어 야마토 단 한대뿐일 정도다. 그만큼 전함을 모는데 자신감이 없었는데, 이런 기자를 치유해준 고마운 함선이 바로 무사시다.


▲ 주포 명중률 단 15%! 이때만해도 전함은 내가 갈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사시의 장점은 9티어라는 것이다. 스펙상으로는 대공 능력과 시그마값을 제외하면 10티어 야마토와 동일한 스펙인데, 7티어 함선까지 매칭이 잡힌다는 것, 이것이 무사시의 최대 장점이다. 보통 7티어들이 만나는 전함들은 16인치도 드문편인데, 갑자기 18.1인치의 대구경을 들이대는 함선이 난입해오니 저티어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고 팔짝 뛸 지경이다.

장갑 역시 동일한 구조기에 야마토 특유의 57 mm/50 mm 갑판 장갑이 그대로 발라져 있어 8인치 이하의 고폭탄은 죄다 튕겨낼 수 있다.

무사시를 통해 처음으로 티어나 장갑, 구경에 대한 우위를 바탕으로 라인전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고, 아시아 서버의 흔한 저격충에서 벗어나 고승률을 기록하게 만들어줬다. 오랜 기간동안 구축함 위주로 타고 다녔기 때문에 오버매칭이나 구경에 따른 관통 수치에 대해서는 무지한터라 뒤늦게 문제점을 찾고 고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무사시라는 함선 자체가 너무 OP기 때문에 이런 승률이 나왔을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중장갑 계열의 전함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후속으로 육성하게 된 독일 및 소련 전함 트리는 나름 60%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 주포는 여전히 못쏘지만 탱킹을 할 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승률이 급격히 상승했다



기자 외에도 무사시를 타는 유저들은 많을텐데, 조언을 해준다면 오버매칭에 대한 개념과 자신의 장갑과 상대 구경에 대한 상관관계를 확실히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전함을 오래탄 유저라면 상식이겠지만, 대다수의 함선은 자신의 구경과 상대의 장갑 수치에 따라 피해를 줄 수 있는 함선과 그렇지 않은 함선이 나눠져 있다.

초보 시절 전함 승률이 낮았던 이유 역시 구경과 장갑에 대한 공부가 없었기에 그냥 표적이 보이는대로만 쏘느라 형편없는 성적이었으나, 지금은 확실히 내가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함선과 각도를 살필 줄 알게 되었다. 쓸모없는 사격은 피하고 효율적인 사격을 지향하게 된 셈이다. 다만 무사시는 이런 오버매칭이나 구경별 관통력에 대한 공부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별 상관없다는 점이 초보에게는 큰 혜택이다.

쉽게 말해 7~9티어 매칭에서 탱킹은 되지만 화력이 낮거나, 혹은 화력이 높으나 탱킹이 안되는 반쪽자리 함선밖에 없는 환경에서 혼자서 탱딜힐을 모두 수행하기 때문에 OP인 것이다. 자신이 7티어 함선에게는 맞아도 기스도 안나는것을 알고 전투에 임하면 어느 순간 게임을 보는 눈이 상당히 달라져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미주리가 복각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무사시 또한 언젠가 다시 재판매가 이뤄질 것인데, 차후 밸런스가 변경될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구입할 수 있을때 놓치지 않길 바란다.


▲ 전함 공포증을 치료해준 고마운 함선인 무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