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인상 깊은 장면은 두 가지였다. 주인공은 'P2E(play to earn)'이다.

#1 국내에서 서비스되지 않는 '미르4 글로벌'이 대한민국 게임대상 게임 비즈니스 혁신상을 받았다.

#2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간담회에서 "한국의 경우 게임 내 재화가 밖으로 나오면 사행이라고 규정했는데 실제 게임 플레이에 맞는지 심각하게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현행 게임법에 사행성 금지가 있다면, NFT 게임은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 (왼쪽부터) P2E 논의를 지켜보는 김규철 게임위원장, 비즈니스 혁신상을 받은 '미르4 글로벌'

현재 국내 NFT 게임물을 두고 업계와 기관 차이가 선명하다. 정확히 말하면 NFT를 통한 P2E(Play to Earn)가 화두다. 게임위는 집행기관으로서 P2E를 사행성으로 해석한다. 반면 게임업계는 P2E를 혁신으로 내세운다. 게임업계는 사행성이 아니라 이익을 유저와 공유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게임위 입장에서 NFT는 경마의 점수보관증과 같다. 게임위 등급분류 규정을 보면 '환전이 용이하도록 게임의 결과물 등을 장치를 이용하여 보관하거나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전송하는 경우'를 심사하도록 되어있다. NFT가 이에 해당한다. 점수보관증으로 상금을 받듯, NFT를 통해 실제 돈을 받을 수 있으면 사행성이라는 점이다. 게임위는 여러 차례 규제하는 것은 신기술이 아닌 사행성이라고 강조한다.

문제가 되는 법은 게임산업법 28조 '경품 등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이란 금지 조항이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해당 조항은 과거 바다이야기 사태 재발 방지가 주목적이다. 이를 두고 게임업계와 기관 생각이 엇갈린다. 게임업계는 P2E가 글로벌 게임시장의 새로운 흐름인데, 이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로 본다. 게임위는 사행성에 대한 유저보호 조치라고 본다.

'법대로 하자'고 하면 게임위 입장이 우세하다. 다만, 해당 금지 조항을 '게임산업의 신성장을 막는 규제'라고 보면, 논의해볼 지점은 있다. 현재 법에 적힌 '게임물' 의미와 '사행'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현재 법적으로 게임물은 일반 비디오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물이 하나로 묶여있다. 문제는 아케이드 게임물을 이용하는 것과 콘솔 게임을 즐기는 걸 똑같이 '게임을 이용한다'고 보는 것은 일반인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발의한 개정안을 주목할만 하다. 이용 의원안은 하나로 묶인 게임물 개념을 아케이드 게임물과 일반 게임물로 나누도록 한다. 이용 의원실 관계자는 "디지털게임과 특정장소형 게임을 분리해 각 영역에 부합하는 규제체계를 구축하고,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규제방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개정안이 P2E 게임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어도 P2E 게임 규제가 풀릴지는 미지수다.

이어 사행성 범위다. 게임위가 사행성을 판단하는 데는 운과 환전이 중요하다. 현재 주요 BM인 뽑기가 사행성 망을 피한 것은 현금화가 빠져서다. 약관 위배이기는 하나 게임 내에서 얻은 아이템을 현금 거래하는 것과 바다이야기를 통해 운이 좋아 큰돈을 번 것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는가는 생각해볼 법 하다. 대표적 P2E 게임이 되어버린 '미르4 글로벌'에 빗대면, 게임 내에서 흑철을 얻는 것과 바다이야기로 돈을 버는 것을 같은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P2E 게임이 중요시되는 만큼, 앞으로 게임물의 개념과 사행성의 범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P2E,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게임
발행한 코인 가치 상승과 안정적인 수수료 매출

P2E는 정체된 국내 게임업계의 새로운 활로가 됐다. 게임업계는 P2E를 뽑기 BM 이후 새로운 사업으로 낙점한 듯하다. 이유는 모객다. 종종 P2E에 소극적인 게임사는 "재미가 더 중요"라고 말한다. 반면 P2E를 내세우는 게임사는 "돈 버는 게 제일 재밌다"고 말하는 듯하다. 기존 게임과 P2E 게임 중에선, P2E 게임이 경쟁력이 더 있다. 재미는 P2E 게임끼리 경쟁할 때 중요해질 것이다.

실제로 위메이드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게임산업에서 글로벌 게임 론칭은 오랜 기간 숙제였으며 그 중심은 회원 유치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P2E는 돈 벌면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회원 유치가 매우 용이하다. 이는 미르4 글로벌에서 검증됐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게임업계는 서비스하는 게임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드는 게 목적이다. 지금까지 게임 아이템은 현실과 벽이 있었다. 아이템 현금 거래는 게임사가 눈감는 동안 행해지는 암시장과 같았다. 이제 게임사는 NFT 기술을 통해 현실과 연동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는 게임사에 안정적인 매출 수단으로 거듭난다.

▲ 위믹스 지분 구조

▲ 위메이드 토큰 수익 전망치

25일 기준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 코인 시가총액은 약 2조 5천억 원이다. 코인 발행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위메이드가 직접 소유한 것만 73.79%이다. 위메이드로서는 '미르4 글로벌' 인기가 높아질수록 위믹스 코인 가치도 오르고, 그에 따른 플랫폼 수수료 수익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국내 P2E 게임 시장 움직임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글로벌로 향하는 위메이드, 컴투스 △만지작하는 엔씨소프트, 넷마블 △국내에서 하려는 스카이피플 △국내 시장을 노리는 더 샌드박스(The Sandbox)가 대표적이다.

위메이드는 국내법이 P2E 게임을 금지하니 애초에 글로벌로 향했다. 그리고 성과를 내고 있다. 장현국 대표는 국내 게임법에 대해 현실과 다르다고 의문을 제기하나, 무리해서 국내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는다. 컴투스는 P2E에 맞게 조직을 개편하고 글로벌 게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내부적으로 준비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회사 규모를 생각하면 곧바로 P2E 게임에 진출하는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다만 법리 검토에 신중한 모습이다. 엔씨소프트 경우 글로벌보다는 국내 비중이 큰 회사다. 위메이드처럼 국내를 패스하고 글로벌 서비스에 집중하기엔 게임 상황이 다르다.

스카이피플은 국내에서 P2E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 게임위가 사행성을 이유로 '파이브스타즈 for Klaytn'을 불법 게임물로 규정하자, 스카이피플은 소송을 진행했다. 법원의 판단을 받아 합법적으로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서비스하겠다는 의지다. 게임사 움직임 중 가장 강경하다.

더 샌드박스(TSB)는 글로벌 게임사로서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싶어 한다. NFT가 적용된 플랫폼을 개발한 TSB는 국내 게임법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TSB 입장에서 한국은 NFT 이해도와 P2E 수요가 높은 시장이다. TSB가 발행한 샌드 코인 수요도 미국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로 많다. TSB는 서비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한국에서의 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글로벌 P2E 게임 시장을 전망하면, 운에서 노력, 창작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 P2E라 할 수 있는 크립토키티, 엑시 인피니티가 운에 해당한다. 다만, 운에 의한 P2E는 국내에서 사행성 논란을 벗어나기 힘들다. '미르4 글로벌'은 노력 모델이다. 꾸준히 흑철을 캐야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사행성 판단에 중요한 운이 빠졌다. 이후엔 창작이 중요해질 것이다. TSB가 기존 게임인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와 같이 창작이 중요한 게임에 P2E를 더했다. 이용자 사이 인기와 유행에 따라 값어치가 크게 오를 수 있다.


결국 실마리는 국회에
P2E 보고서 준비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

▲ 11월 17일 협회-국회 비공개 간담회

국내 P2E 게임 이슈는 결국 정부, 국회가 나서야 풀린다. 김규철 위원장이 P2E 게임을 언급할 때마다 나오는 것이 '현행법'이라는 전제다. 현행법상으로 게임위는 어쩔 수가 없으니, 국회가 나서서 법을 개정해야 실마리가 풀린다는 얘기다.

이에 국내 게임업계를 대변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조심스럽게 국회에 다가간다. 당장 P2E 게임 규제 해소를 외치지는 않는다. 협회는 국회를 설득할 보고서를 준비 중이다. 이제 운을 뗀 정도다.

협회는 지난 17일 국회의원 지스타 방문 일정 중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관계자는 협회가 "해외의 NFT 현황을 연구용역을 통해 조사 중이다"라며 "아직 정책 방향성을 논의하기는 어렵고, 우선 해외 현황이 '이렇다'라는 준비를 하고서 의원실과 상의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라 전했다. 이 자리에는 협회와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전용기 의원, 국민의힘 하태경, 허은아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있었다.

협회는 비교적 조심스럽게 NFT 얘기를 꺼낸 것으로 알려진다. 관계자는 협회가 "지금 단계에선 우리가 국회나 어느 언론사에 입장을 표명하긴 어려운 단계"라며 "해외 연구 결과를 토대로 협회가 정책적으로나 실무적으로 방향성을 정해 국회와 상의할 것이라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국회는 알아보는 단계다. 몇몇 국회의원은 게임 내 NFT 이슈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다. 결국 국회에서의 행동은 게임업계 주장처럼 규제를 해소하느냐, 게임위 의견처럼 사행성 보호를 유지해야 하느냐로 갈린다. 아직까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고, 유불리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NFT 규제 해소가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사행성 이슈는 국회의원이 총대를 메기 가장 껄끄러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P2E가 정식으로 국내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경품 제공 금지 및 사행성 조장 금지'를 개정해야 하는데,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며 "이를 개정하려고 하면, '학부모 단체'가 반대할 것이다"라고 의견을 냈다. 국회의원으로서 학부모 단체 리스크는 굉장히 부담하기 싫은 위험이다.

한편, P2E에 부정적인 일반 게이머도 상당수다. 일반 게이머와 학부모 단체 의견이 일치하는 흔치 않은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