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나오거나 그런 호러 장르는 젬병이면서도 어릴 적부터 퇴마물이라고 하는 장르는 좋아했다. 어딘지 모르게 로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퇴마물이라고 하면 보통은 인간이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요괴나 악령이 등장한다. 보는 건 커녕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그런 존재들. 작품 속 일반인들은 그저 무력하게 당하고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지만, 퇴마사들은 달랐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요괴에 맞서 싸울 뿐 아니라 퇴치하기까지 한다. 그런 모습들이 어딘지 모르게 멋스러웠다. 어찌 보면 공포의 상징이랄 수 있는 요괴나 악령을 제압하는 그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낀 걸지도 모르겠다.

비단 기자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닌 것 같다. 실제로 퇴마물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왔다. 수많은 고전 괴담을 비롯해 현대 퇴마물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공작왕을 거쳐 결계사나 청의 엑소시스트, 그리고 한국의 퇴마록이나 미드 수퍼내추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하고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처럼 서적과 미디어를 통해 여기저기서 인기를 끌고 있는 퇴마물이지만 유독 그렇지 못한 분야가 있다. 게임이다. 퇴마물은 유독 게임과 연이 없었다. 가뭄에 콩 나듯 퇴마물이 등장하긴 했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신통찮은 모습이었다. 맞서 싸운다는 측면에서의 퇴마를 다룬 게 아닌 쫓기면서 한을 푸는 호러에 가까웠기에 퇴마물 특유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퇴마물에 대한 관심도 어느덧 옅어지던 차에 등장한 게 바로 '고스트와이어: 도쿄'였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어반 판타지이자 정통 퇴마물에 가까운 모습에 절로 가슴이 뛰었다. 이제야 제대로 된 퇴마물이 나왔구나 싶었다. 과연 '고스트와이어: 도쿄'는 퇴마물 팬들의 오랜 갈증을 달래줄 수 있을까. 1인칭 액션 게임으로서의 완성도, 그리고 퇴마물로서의 완성도 두 가지 측면에서 게임을 살펴봤다.

게임명: 고스트와이어: 도쿄 (Ghostwire: Tokyo)
장르명: 1인칭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2. 3. 25.
개발사: 탱고 게임웍스
서비스: 베데스다
플랫폼: PC, PS5

관련 링크: '고스트와이어: 도쿄' 오픈크리틱 페이지

※ 본 리뷰는 PS5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몰입을 극대화하는 '듀얼센스'의 힘

게임으로서의 완성도에 대해 짚기 전에 비주얼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해볼까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게임의 그래픽, 비주얼은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게 없다. 일단 그래픽이 좋으면 눈길이 가고 눈길이 간다는 건 세일즈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스트와이어: 도쿄'는 어떨까.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고스트와이어: 도쿄'의 그래픽은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우긴 다소 애매한 수준이다.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등 그래픽으로 정평이 난 최신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만의 얘기가 아니다. 몇 년 전 출시한 PS4 황혼기 게임들과 비교해도 여러모로 아쉬운 점들이 눈에 띈다.


▲ 수준 이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수준급이라고 하기도 뭣한 딱 무난한 수준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경우에 국한되는 문제다. 캐릭터 모델링이나 오브젝트를 일일이 다른 게임과 비교하면서 살펴본다면 모를까 그냥 게임을 즐기기엔 '고스트와이어: 도쿄'의 그래픽도 썩 나쁘지 않다. 갑작스럽게 사람들이 사라진 도쿄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물론이고 때때로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인해 현실이 뒤틀리는 연출 등 게임이 주고자 하는 분위기를 가감 없이 전달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다소 아쉽지만, 몰입을 해칠 정도로 수준 낮은 그래픽은 아니라는 얘기다.

사실 그래픽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최적화에 대한 부분이다. '고스트와이어: 도쿄' PS5 버전은 총 세 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30프레임에 레이 트레이싱을 지원하는 품질 모드, 레이 트레이싱이 빠진 대신 60프레임을 지원하는 성능 모드, 그리고 그래픽 품질은 떨어지지만, 프레임 제한이 없는 HFR(고프레임) 모드다. 일단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모드를 나눈 건 딱히 특별할 게 없다. 다른 콘솔 게임들 역시 대부분 그래픽과 품질 두 가지 모드 정도는 지원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능 모드의 핵심인 60프레임마저도 완벽하게 유지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애초에 레이 트레이싱을 지원하는 품질 모드 대신 그래픽을 희생한 성능 모드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60프레임을 유지함으로써 쾌적한 경험을 얻기 위해서다.

▲ 불행 중 다행으로 전투 중에는 그래도 프레임이 잘 유지되는 편이다

그런 유저들에게 있어서 프레임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60프레임에서 50프레임 언저리로 떨어져도 문제인데 '고스트와이어: 도쿄'는 드문 경우지만, 특정 구간에서는 눈에 띌 정도로 프레임이 급락한다. 정식 출시 버전이 아닌 1.0.0 버전이라는 점, 그리고 데이원 패치를 통해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끝으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던 와중 특정 구간에서만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쾌적한 플레이를 방해하는 이런 문제는 여러모로 아쉬울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고사양 PC를 놔두고 PS5로 하는 건 손해로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최상급 게이밍 PC는 최상의 게이밍 환경을 제공한다. '고스트와이어: 도쿄'를 4K 해상도에 레이 트레이싱을 킨 상태에서 프레임 제한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소리다. 누구 말마따나 최강의 게임기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PS5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빠른 로딩, 그리고 듀얼센스 때문이다.

▲ 비가 내리면 비를 맞는 느낌을 주고

개인적인 부분일 수도 있지만, 듀얼센스의 등장 이후 햅틱 피드백 지원 여부는 플랫폼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앞서 언급한 몰입이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게임이 주는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듀얼센스는 이전과 이후를 나눈다고 할 정도로 다른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햅틱 피드백을 통해 비를 맞는 듯한 투박하면서도 잔잔한 진동을, 비지터(마레비토)의 코어를 뜯을 때에는 묵직하면서도 다소 거친 진동과 함께 트리거의 장력 역시 무겁게 바뀌어 덩달아 힘을 주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몰입하도록 만드는 셈이다.

▲ 비지터의 코어를 뜯을 때는 실제로 뭔가를 쥐어뜯는 듯한 느낌이 든다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만이 아니다. 듀얼센스 세 번째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스피커 역시 마찬가지로 게임에 더욱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주인공 아키토의 몸에는 퇴마사 KK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 하나의 몸에 두 개의 영혼이 공존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때때로 KK가 말을 하면 외부 스피커에 더해 듀얼센스 스피커로도 출력돼서 몸속의 영혼이 말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비지터를 감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만화를 보면 적의 기척이 느껴진다는 그런 표현이 등장하지 않던가. 이를 '고스트와이어: 도쿄'는 듀얼센스를 통해 완벽하게 구현했다. 비지터가 근처에 있으면 눈치채지 못한 상태에서도 지직거리는 듯한 소음과 함께 어딘지 거친 숨소리 같은 게 듀얼센스를 통해 들려온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유저는 자연스럽게 전투를 준비한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러한 연출들은 자연스럽게 게임에 더욱 몰입하도록 도와준다. 기존의 컨트롤러로는 체험할 수 없는 여러모로 즐거운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 듀얼센스를 십분 활용한 이 같은 연출은 게임에 더욱 몰입하도록 도와준다



공방일체 제대로 갖춘 1인칭 액션

1인칭 액션 게임으로서 '고스트와이어: 도쿄'는 얼핏 유비식 오픈월드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정화(해금)하면 지도를 밝히는 동시에 빠른 이동 거점이 되는 성소를 비롯해 주변을 맴도는 영혼을 수집해서 전송하면 경험치와 돈을 얻을 수 있는 공중전화, 상인 역할을 하는 네코마타에 수많은 사이드 미션과 일부 스킬을 해금하는 데 필요한 마가타마를 얻는 요괴 관련 콘텐츠까지. 지도를 열면 수많은 마커가 유저를 맞이한다.


▲ '고스트와이어: 도쿄'는 오픈월드지만 처음부터 자유롭게 돌아다닐 순 없다

이러한 유비식 오픈월드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 그리고 긴 플레이타임을 보장한다는 점이 장점으로 취급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의미하게 플레이타임을 늘린다며 혹평을 사기도 한다. 장단이 명확한 형태. 탱고 게임웍스 역시 이러한 장단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고스트와이어: 도쿄'는 유비식 오픈월드를 차용하는 한편, 이를 자신들의 게임에 어울리게 주물렀다. 방대하지만, 제한을 둔 것이다.

'고스트와이어: 도쿄'는 오픈월드지만, 처음부터 도쿄 전역을 돌아다니진 못한다. 사람들을 순식간에 영혼으로 만드는 죽음의 안개가 사방에 깔린 상태이기에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해선 성소를 정화해 안개를 제거해야 한다. 사이드 미션이나 요괴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다. 성소를 정화하고 안개를 제거해야 생겨난다. 점진적으로 맵과 콘텐츠가 확장되는 형태이기에 유비식 오픈월드를 하다 보면 으레 겪는 방대한 콘텐츠로 인한 부담을 덜어준다고 할 수 있다.

▲ 초반에는 바람 속성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그렇다면 전투는 어떨까. '고스트와이어: 도쿄'의 전투는 이더리얼 위빙이라는 영능력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바람, 물, 불 세 가지 속성으로 상황에 따라 이를 적절히 바꾸는 식이다. 바람 속성은 빠르고 연사할 수 있지만, 공격력이 약하기에 원거리에서 적을 상대할 때 유리하며, 물 속성은 사거리가 짧은 대신 근거리에서 강할 뿐 아니라 범위 공격을 할 수 있기에 적들이 에워싸거나 빠르게 거리를 좁힌 상황에서 유리하다. 불 속성은 특수무기에 가깝다. 연사력은 떨어지지만, 강적들도 휘청이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차지 공격은 범위 공격이어서 적 다수를 상대할 때 큰 위력을 발휘한다.

▲ 강적을 상대할 땐 다양한 속성을 전략적으로 쓸 필요가 있다

물론, 무조건 정면승부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적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뒤에서 기습해 한 방에 코어를 뜯어낼 수도 있으며, 가까이 접근하지 않더라도 원거리에서 활로 조용히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전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전투 중에는 속성들의 특징을 파악해 전략적으로 써야 한다. 일반적인 적을 상대할 때는 바람 속성만으로도 충분하다. 비틀대기 일쑤고 몇 대만 맞아도 코어가 노출돼서 여유롭게 처치할 수 있다. 코어를 뜯어내면 체력 일부를 회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SP도 더 많이 얻을 수 있으니 SP가 부족할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수가 많아지면, 그리고 강적들을 대동하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코어를 뜯어낼라치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질 않나 원거리에서 에너지 탄을 뿜어내고 바람 속성으로는 비틀거리지도 않는다. 우산으로 공격을 튕겨내기까지 하기에 이런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다른 속성도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

▲ 무턱대고 코어만 뜯으려고 하다간 맞기 십상이다

물론, 공격이 전부인 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부 강적들은 그냥 공격을 무시하고 다가온다. 이럴 때에는 소모품인 부적이 제값을 톡톡히 발휘한다. 일정 범위 내의 적들을 마비시키는 기절 부적부터 적의 방어력을 떨어뜨려서 코어를 뜯기 쉽게 해주는 노출 부적 등을 활용하면 강적들과의 전투 역시 한결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부적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느릿하게 움직이는 적들의 모습은 얼핏 위협적이지 않아 보이지만, 이건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다. 좁은 공간에서 적 다수를 상대하는 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여기에 강적까지 등장한다면 여유로워 보이던 SP마저 부족할 때가 있다.

▲ SP가 적을 때, 강적을 상대할 때, 이때가 바로 방어가 빛을 보는 순간이다

이때가 바로 방어가 빛을 보는 순간이다. 물론, 방어한다고 해서 피해를 입지 않는 건 아니다. 방어는 어디까지나 대미지를 줄여줄 뿐. 그 이상의 도움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타이밍을 맞춰서 완벽하게 막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적의 공격에 타이밍을 맞춰서 완벽한 방어에 성공하면 SP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보통의 적은 튕겨내서 일순 무방비 상태로 만든다. 강적들을 상대하려면 공격만큼이나 방어 역시 잘해야 하는 셈이다.

영체 연결은 전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다. 적을 처치하면 오르는 공명치가 최대가 되면 쓸 수 있는 영체 연결은 일종의 파워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영체 연결을 발동하면 충격파를 발생시켜 약한 적들의 코어를 드러낼 뿐 아니라 적의 코어를 노출하기 쉬워지기에 위험한 상황에서 일발역전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 보스전은 방어와 점프를 적극적으로 써야 하지만 그럼에도 많이 단조로운 편이다

다만, 보스전은 다소 아쉬운 게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보스전이라고 하면 전투와 관련된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고스트와이어: 도쿄'의 보스전은 반쪽짜리에 가깝다. 나름의 공략법이랄까. 적의 공격을 어떻게 피할지 어떻게 공략할지 알아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단조롭기에 크게 위협적이진 않다. 오히려 강적들이 다수 등장하는 그런 상황이 더 위협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액션 게임에서 보스전이 가지는 위치를 고려하면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호러 젬병도 몰입하게 만드는 퇴마물

그렇다면 장르로서, 퇴마물로서 '고스트와이어: 도쿄'는 어떤 모습일까. 호러의 한 갈래라고 할 수 있는 퇴마물로서 본다면 '고스트와이어: 도쿄'는 연출 측면에서 호러와 액션의 균형을 성공적으로 잡은 모습이다. 사실 퇴마물로서 이 균형만큼 중요한 게 또 없다.

▲ 드물지만 점프 스케어 연출도 간간이 나오는 편

순수 호러 장르의 경우 대부분의 주인공은 무력하다. 괴물에게 쫓기기 일쑤고 이렇다 할 반격도 할 수 없다. 이러한 호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순수 호러 장르가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이른바 하는 사람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호러 게임들이 액션 요소를 더한다. 무력하게 쫓기는 것과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는 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액션 호러 게임들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호러 요소가 너무 옅어져 전혀 무섭지 않게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그럼에도 호러 요소가 너무 강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 공포스러운 것부터 기괴한 것까지 온갖 사이키델릭한 연출들이 등장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고스트와이어: 도쿄'는 연출을 통해 호러와 액션의 균형을 잡은 모습이다. 빨간 마스크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쿠치사케가 미친듯이 달려드는 모습, 사이드 미션에서 때때로 이계와의 경계가 무너지는 연출 등은 심리적인 측면에서 묘한 압박감을 준다. 화면이 기괴하게 일그러질 뿐 아니라 환각들이 보이고 상하좌우가 뒤틀리는 등의 연출은 호러 게임 매니아라면 웃어넘길지도 모르지만, 내성이 없는 사람에게는 이것만으로도 저도 모르게 움찔하게 만든다.

이외에도 여러 부분에서 퇴마물로서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은 점 역시 고평가를 줄 만하다. 단순히 적을 처치하는 그런 사이드 미션 외에도 도시 괴담과 얽힌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거나 그 과정에서 여러 요괴를 만나기도 하며, 때로는 스펙트럴 비전(영시)를 사용해 영혼의 흔적을 뒤쫓거나 숨겨진 문을 찾아야 할 때도 있다. 그 과정에서 때때로 악령을 정화해야 할 때가 있는데 이때에는 아날로그 스틱으로 수인을 맺는 등 여러모로 퇴마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동할 연출로 가득하다.

▲ 별모양으로 그리고 싶었는데...

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본을 대표하는 수많은 요괴가 등장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는 마이너스를 주고 싶다. 갓파나 텐구, 자시키와라시, 로쿠로쿠비 등의 요괴가 등장하긴 하지만 요괴 미션, 그러니까 미니 게임에 가까운 형태로만 등장하고 적으로 나오진 않는다.

적으로 등장하는 건 보스를 제외하면 도시 괴담에서 모티브를 얻은 비지터 뿐. 이왕 도시 괴담을 모티브로 했다면 슬렌더맨이나 빨간 마스크 외에도 팔척귀신이나 쿠네쿠네 등 더 많은 비지터를 넣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건 퇴마물, 도시 괴담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아쉬울 따름이다.

▲ 그나마 네코마타가 귀여우니 봐준다





결론을 내리자면 '고스트와이어: 도쿄'는 준수한 퇴마 액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얼핏 퇴마물의 탈을 쓴 FPS로만 여겨졌던 전투 시스템은 공방을 신경 써야 하는 등 여러모로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고 자칫 색이 옅어질 수 있는 퇴마물로서의 정체성을 사이드 미션과 연출을 통해 시종일관 유지한 점 역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다만, 번역의 경우 여러모로 아쉬움이 있다. 차지 공격을 돌진 공격이라고 번역했을 뿐 아니라 쓰러진 적을 아래에 있는 적이라고 하는 등 여러모로 어색한 번역들이 더러 눈에 띈다. 또한, 자막과 일본어 음성이 맞지 않는 점 역시 못내 아쉬움을 준다. 일본어 자막과 영어 자막을 따로 번역할 수 없기에 생기는 문제인 만큼,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간혹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 아무리 그래도 차지를 돌진으로 번역한 건 좀 심하지 않나 싶기도...

이러한 몇몇 단점을 제외하면 퇴마물로서 '고스트와이어: 도쿄'는 제법 매력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호러 게임에 젬병이면서도 이러한 퇴마물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오는 25일 출시되는 '고스트와이어: 도쿄'를 해보길 바란다. 완벽한 게임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퇴마물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기엔 충분한 게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