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원작 IP를 영화로 만드는 일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대표적으로 파이널 판타지와 레지던트 이블(바이오하자드 시리즈), 몬스터 헌터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최근에 개봉한 작품으로는 소닉 시리즈의 '수퍼 소닉'과 PS의 유명 독점 타이틀 중 하나인 '언차티드'를 꼽을 수 있겠다.

두 영화는 무난한 킬링타임 영화라는 평을 받으며 좋은 흥행 성적을 달성했고 수퍼 소닉 2의 경우 게임 원작 IP 영화 중에서 최고 흥행 기록을 달성했다. 언차티드의 경우 촬영 기간이 오래 밀린 데다 촬영 감독이 여러 번 바뀐 만큼 게임 팬의 걱정이 많았으며 PS 플랫폼의 대표 IP 중 하나였기에 SONY의 간섭이 많다는 등의 루머가 끊임없이 돌았지만, 괜찮은 액션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게임 IP를 영화로 재해석한 작품 중에서는 원작의 설정이 희석되고 이름만 같은 영화 수준으로 나와 기존의 팬에게는 실망스러운 경우가 더러 있었다. 과연 언차티드와 수퍼 소닉 2는 이런 문제를 잘 극복해 팬으로서의 만족도를 채움과 동시에 영화로써의 완성도도 잘 끌어냈는지 궁금해졌다. 게임 내 어떤 장면이 영화에 담겨있는지, 어떤 밈이 들어가 있는지 확인해보자.

※ 해당 기사에는 '언차티드', '수퍼 소닉' 관련 게임 및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차티드

큰 틀은 4편을 따왔지만, 전체적으로는 다른 내용

예고편을 보면 시리즈 중에서 가장 최신작인 4편의 설정이 바탕이라는 점을 눈치챌 수 있다. 대표적으로 부자들만 참석할 수 있는 경매장, 보물을 노리는 악당과 고용된 여성 용병, 보트를 타고 외딴섬으로 떠나는 장면은 모두 게임 4편에서 등장하는 장면이다.

영화를 끝까지 보면서 느낀 것은 원작을 즐긴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밈이나 설정이 있는 팬 영화라기보다는 대중적인 액션 영화에 치우쳐져 있다. 그래서 시리즈의 팬이라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으나 기존 언차티드의 또 다른 평행 세계를 다룬 외전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보면 괜찮다.

▲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4편의 내용을 많이 따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언차티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 화물 비행선 액션

언차티드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연출 중 하나인 화물 비행선 액션신이 등장했다. 해당 장면은 원래 시리즈의 3편에 등장했는데, 워낙 유명한 장면인데다 연출도 좋아 영화에 넣은 것으로 추측하며 국내 홍보 포스터에서도 이 장면을 사용했다. 게임과 영화에서의 연출이 약간 차이가 있는데, 게임은 사막 한 가운데에서 화물 비행선이 파괴되며 네이선과 함께 추락했지만 영화에서는 바다 한 가운데서 네이선이 떨어지는 차에 치여 혼자 추락한다.

또한 게임 내에서는 화물이 고정된 트레일러가 휘날리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끈으로 연결한 화물들이 줄줄이 달린 모습을 볼 수 있다. 세세한 부분은 다르지만 그렇다고 원작의 느낌을 해치진 않았다. 오히려 충분히 그때의 향수를 곱씹을 수 있으면서도 더욱 위험하고 박진감 넘치는 연출을 냄으로써 영화를 보는 맛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차에 치이기 직전 톰 홀랜드는 'Oh, crap. (젠장)'이라 말하는데 이는 게임 속 네이선이 자주 내뱉는 말버릇이다.

▲ 게임과 영화의 연출이 거의 똑같아 보는 맛이 좋았다.


해적선이 숨겨져 있는 섬의 비밀 장소

게임 시리즈의 4편에서 네이선이 보물의 위치를 알아내곤 섬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 잠수하는 장면이 있다. 바다에서 올라온 네이선은 황금이 가득 실린 해적선을 발견하는데 이 장면도 영화에서 등장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4편에서 따왔기 때문에 아마 후반부 진행도 이와 비슷하게 채택한 것으로 추측한다.

▲ 참고로 게임에서는 배가 한 척이었지만, 영화에서는 두 척이 있다.


중반까지는 평범한 액션 영화로, 후반부와 쿠키 영상에 뽕을 터뜨리는 팬 무비로.

시작하자마자 등장한 3편의 연출을 제외하면 원작에는 없는 설정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이름만 같은 캐릭터에 배경만 대충 비슷할 뿐, 게임의 팬으로서는 기대감보다는 실망감이 조금씩 커질 것이다. 일본의 코스프레를 덕지덕지 바른 영화보단 낫겠지만 말이다.

그런 실망감은 영화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어느 정도 해소해 준다. 톰 홀랜드가 비행선에 떨어진 직후 외딴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때, 게임의 네이선 드레이크 성우를 담당한 놀런 로스가 관광객 역으로 깜짝 등장한다. 이후 자기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농담을 던지는데 게임을 했던 팬이라면 금방 알아챌 수 있는 이스터에그라 할 수 있다.

후반부에는 쓰러뜨린 적으로부터 홀스터를 빼앗아 착용한 후 싸움을 이어가는데, 이때 언차티드의 오프닝 BGM이 깔리면서 연출을 극대화한다. 네이선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홀스터의 등장과 함께 BGM이 웅장하게 울리니 팬들이라면 감격할만한 장면이다.

쿠키 영상에서도 팬을 위한 서비스가 등장한다. 게임 속 빅터 설리번은 콧수염이 돋보이는 외형에 고급 시가를 달고 사는 중년 남자지만, 마크 월버그가 연기한 빅터 설리번은 평범한 중년 아저씨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쿠키 영상에서는 게임 속 빅터와 같이 콧수염을 기르고 고급 시가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 후속작에서는 조금 더 원작에 가까운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든다.

▲ 네이선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홀스터는 후반부에 등장한다.

▲ 팬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짤막한 쿠키 영상. 후속편을 기대하자.

■ 이미지 원본 출처: 소니픽쳐스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


수퍼 소닉 2

원작의 소리를 최대한 활용했다. 지금 들어도 흥겨운 소닉 1의 그린 힐 BGM

수퍼 소닉은 팬 무비의 정석이라 할 만큼 게임의 설정이나 밈 등을 영화에 잘 녹여냈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영화 완성도도 떨어지지 않아 높은 성적의 흥행을 기록했다. 특히 이번 수퍼 소닉 2에서는 그 점이 더욱 강화되어 팬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런 평을 받을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로는 BGM을 꼽고 싶다. 수퍼 소닉의 예고편을 보면 원작의 BGM을 어레인지해서 사용하는 것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데 게임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정말 반가운 요소다. 수퍼 소닉 2의 예고편에서도 이와 같은 점을 볼 수 있다.

아내의 친누나 결혼식에 참석한 톰 워쇼스키는 결혼식 도중 소닉으로부터 연락받게 되는데, 잠시 벨 소리가 울리며 결혼식을 방해한다. 벨 소리를 잘 들어보면 알겠지만 바로 소닉 1의 대표 맵인 그린 힐 BGM이다.

▲ 예고편이 시작하자마자 익숙한 BGM이 들린다.


무한한 에너지를 내뿜는 마스터 에메랄드

수퍼 소닉 2에서 등장하는 푸른색의 거대한 에메랄드는 게임 설정으로도 존재하는 마스터 에메랄드다. 이 거대한 보석은 카오스 에메랄드라고 불리는 7개의 에너지원을 제어하는 아주 중요한 에메랄드다.

게임 내에서는 너클즈가 속한 에키드나 부족이 수호했으며, 예고편에서도 너클즈가 에키드나의 전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을 보면 게임 속의 설정을 그대로 반영해 너클즈가 자연스럽게 등장하도록 했다.



에그맨하면 빠질 수 없는 로봇, '에그 모빌'과 '데스 에그 로봇'

에그맨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빌런 캐릭터다. 그래서인지 초인적인 능력을 갖춘 소닉을 상대할 때 직접 개발한 로봇을 타고 등장하는데, 게임에서 자주 등장했던 로봇 두 가지가 영화에도 등장했다.

그 정체는 바로 에그 모빌과 데스 에그 로봇으로, 게임의 모습보다는 세련되고 깔끔한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원작과 흡사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 에그 모빌의 세세한 부분은 다르지만 거의 흡사하다.

▲ 특히 데스 에그 로봇은 원작 닥터 에그맨의 느낌이 잘 나타나 있다.


싸닉 헤즈혹을 쉽게 그리는 법

싸닉 밈은 소닉 시리즈와 떼놓을 수 없는 밈 중 하나다. 해당 밈의 시초는 해외의 한 유튜버가 올린 영상에서 시작되었다. 해당 유튜버는 '싸닉 더 헤즈혹을 그리는 방법'이라면서 영상을 올렸다. 엉성한 그림과 이상하게 변조된 BGM이 흘러나오는 이 영상은 순식간에 유명해졌지만, 아쉽게도 원본 영상은 내려갔다. 다행히도 다른 유튜버가 영상을 복원해 해당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소닉과 관련된 밈이나 유머를 자주 다루는 소닉 북미 공식 SNS 계정에서도 이 밈과 관련된 게시물을 자주 올리며, 수퍼 소닉 1편 초반에도 소닉을 유일하게 목격했던 크레이지 칼이 소닉의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잠깐 등장했다. 수퍼 소닉 2의 예고편 중 '가장 빠른 예고편'에서도 아주 잠깐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왼쪽이 밈의 원작이다. 영화 예고편에서는 이를 고퀄리티 3D로 재창작했다. (Viddi O games 유튜브 영상 캡쳐)


과거의 고통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것이 일류다.

그 외로 '두유노다웨? (Do you know the way?)'처럼 유명한 밈도 있지만 영화 수퍼 소닉에서 만들어진 밈도 있다. 처음 영화가 개봉하기 전 공개했던 예고편에서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소닉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흔히 말하는 불쾌한 골짜기가 가득 느껴지는 이상한 생김새는 소닉 시리즈의 팬은 물론, 일반인조차 거부감을 표현할 정도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결국 영화는 돌연 개봉을 연기하고 소닉 모델링을 갈아엎어 버린다는 소식이 공개되었다. 이후 소닉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귀여운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며, 그 덕인진 모르겠지만 수퍼 소닉 시리즈는 게임 원작 영화 중 흥행 성적 1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과거에 내린 과감한 선택의 결과라고 생각하면 추가 제작비는 아깝지 않을 것이다. 제작진도 뼈 아픈 과거를 잊지 못하는지 '가장 빠른 예고편'에 해당 이미지를 넣어 웃음을 자아냈다.

▲ 놀랍게도 동일한 캐릭터다.

■ 이미지 원본 출처: ParamountKR 공식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