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 인터랙티브 스토리 텔링, 도전과 기회
  • 강연자: 데이비드 케이지 / 퀀틱 드림 대표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발표분야: 내러티브
  • 강연시간: 2022.11.17(목) 11:00 ~ 12:00
  • 강연요약: 헤비 레인,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및 곧 출시될 스타워즈: 이클립스의 개발자인 데이비드 케이지가 게임의 인터랙티브형 스토리텔링과 감정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공유한다.


  • ■ 바빌론에서 할리우드까지, 스토리텔링의 역사

    동서양 모두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역사를 따라 오랜 기간 이어졌으며 케이지 대표는 자신에게 좀 더 친숙한 서양의 스토리텔링 역사를 이야기하며 그 변화와 현실을 설명했다.

    스토리텔링에 관한 역사 속 기록은 약 3,000년 전 길가메시를 시작으로 일리아드, 그리고 여러 성서를 통해 이어져 왔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에서는 스토리텔링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신에게 기도하기 위한 차원의 스토리텔링이 존재했고 때로는 도덕적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혹은 단순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비극의 법칙이 만들어졌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 구축한 비극의 법칙은 오늘날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영화, 책 등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스토리는 고대 그리스의 비극의 법칙이 작용한다.

    러시아의 민속학자이자 작가인 블라디미르 프로프는 설화와 우화를 연구하며 모든 스토리에 존재하는 공통점, 몇 개의 전형이 있다고 확신했다. 이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의 규칙, 네러티브 작법을 제시했다.

    유명한 심리학자 카를 융 역시 이러한 전형에 집중했다. 전해내려오는 설화, 우화는 물론 수많은 스토리에 있는 전형을 발견한 그는 인간의 무의식에 이러한 전형이 존재한다고 봤다. 조지프 캠벨은 인간의 이야기 속 영웅들이 수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며 저서 천의 얼굴을 지닌 영웅을 통해 이 논리를 정립해나갔다.

    더 나아가블레이크 스나이더는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주목했다. 그는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있어 어떤 분기가 더 매력적이고 최선의 스토리 텔링 방식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세이브 더 캣이라는 책을 집필했다. 할리우드의 제작자들은 30년 동안 이 공식을 바탕으로 각본을 써내려 갔다. 이에 효율적인 스토리텔링과 동시에 많은 영화가 비슷하게 그려진다는 단점이 부각되었다.

    고대 바빌론에서 오늘날 할리우드로까지 서구권의 스토릴리텔링 역사가 이어지는 셈이다.

    이처럼 스토리텔링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해왔다. 인간이 직접 쓴 저서 외에도 스포츠 경기에서도 이를 찾을 수 있다. 축구 경기를 보고 친구에게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고, 또 악당 역할은 누군지, 어떠한 반전이 있었는지 설명한다면 그것 자체로 스토리텔링이 된다. 누구도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스포츠의 스토리텔링은 즉흥적이고, 그래서 더 흥미롭다.

    광고에도 스토리 텔링이 필요하다. 음료수 광고라면 이걸 마시라고, 맛있다고 설명하는 스토리 텔링이 담긴다. 하지만 이는 강한 영감이나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못한다. 이 외에도 종교에서 자신들의 가치 전달을 위해 스토리텔링을 사용하며 정치에서도 특정한 사건에 관해 스토리를 만들어 메시지를 담아 의도를 전한다.


    하지만 오늘 설명하는 게임 속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그렇다고 게임이 처음 시도한 것은 아니다.

    하우스 오브 리브스라는 책은 플레이어가 결정을 내리고 해당 페이지로 뛰어 넘어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의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구현했다. 이머시브 시어터라는 몰입형 연극 역시 존재한다. 가만히 앉아 연극을 지켜보는 게 아니라 연극의 한 부분이 되어 연기자와 상호작용을 하고 그에 따라 연극의 이야기가 달라진다.

    앞으로의 전개를 바꾸는 결정권을 시청자가 지닌 인터랙티브 TV 프로그램도 있다. 시청자는 기존의 수동적 역할에서 벗어나 작품 스토리 전개를 직접 바꾼다. 넷플릭스의 블랙미러 밴더스내치가 성공적으로 이러한 목적을 달성했고 넷플릭스를 비롯해 다른 회사도 이러한 TV 프로그램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

    위치 기반 VR 역시 헤드셋을 쓰고 몸을 직접 움직이며 인터랙티브 경험을 체감한다. 당연하게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소셜 네트워크 역시 이를 구현했고, 오늘날 우리 생황에 깊게 녹아들었다.

    삶과 역사에서 오랜 기간 스토리텔링이 구현된 만큼 인간은 모두 타고난 스토리텔러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면 우리의 뇌는 꿈이라는 형태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꿈에는 캐릭터도 존재하고 액션도 있으며 기묘한 사건도 발생한다. 과학자들은 이 스토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연구하고 있는데 뇌가 이 이야기를 창조해낸다고 생각한다면 그 놀라움은 배가된다.


    이처럼 인간은 스토리텔링 그 자체를 좋아한다. 스토리텔링은 세상에 있는 모든 사건의 의미를 부여한다. 탄생, 죽음, 전염병 등 그 사건이 무엇이든 스토리텔링을 통해 여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아이디어와 가치를 전달하는 데에서의 효율성 역시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그렇기에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정치는 스토리텔링이 적극적으로 쓰이는 부문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주체가 되고 싶어 하는 특성이 있다. 사람은 듣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스스로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그걸 구현할 수 있는 게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 어떻게 해야 스토리텔링을 인터랙티브하게 전할 수 있을까

    케이지 대표는 자신의 게임 개발 25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효과적 방법을 설명했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스토리텔링과 게임의 관계에 관해 묻는다.

    서사적 경험은 정말 게임인가?
    이야기를 듣거나 게임을 하는 것. 이것은 다른 것 아닌가?
    비디오 게임이 현실의 문제를 다뤄야 하는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에 대해 다뤄야 하는가?



    스토리텔링과 비디오 게임의 게임 플레이는 서로 쉽지 않은 관계, 애증의 관계처럼 그려진다. 많은 컷신이 존재하는 것 역시 게임과 스토리텔링을 구분한다. 게임을 하다 컷신이 등장하면 이를 보는 단계로 넘어간다. 즉, 컷신은 수동적인 구간, 액션은 인터랙티브 구간이라는 구분이 생기는 식이다.

    하지만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강점을 보여준 게임 역시 존재한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에게 게임과의 감정적인 연결을 만든다. 이야기가 주는 강렬함은 플레이어 경험의 원천이 된다. 스토리를 통해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주인공을 좋아하고 이해하며 애착을 가지게도 된다.

    스토리텔링은 게임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는 의미를 만들기도 한다.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고 상처입히는 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이 있다면 플레이어가 게임 플레이의 해답을 구할 수도, 더 전진해나갈 이유도 찾게 된다. 이는 게임을 즐기는 단계로 플레이어를 이끈다.

    이러한 플레이어와 게임의 연결은 게임을 끝까지 즐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그 경험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돕는다. 케이지 디렉터는 2010년 출시된 헤비 레인의 플레이어를 만났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플레이어는 출시 당시 플레이했던 경험과 감정을 생생하게 기억했고 주인공에게 발생한 사건을 마치 자신이 겪은 이야기처럼 이야기하고 설명했다.

    퀀틱 드림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분석한 바 있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은 하는데 그 끝까지 플레이하는 사람이 적다는 데 좌절감을 맛봤다고 설명했다. 개발자들은 플레이어가 더 긴 콘텐츠, 더욱 많은 콘텐츠를 체험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실제로 이를 끝까지 즐기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영화를 시작했는데 영화 상영 도중 사람들이 영화관을 떠나는 것과 유사하다. 개발자들이 이를 원한 건 아니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단순히 게임의 만듦새가 떨어진다는 건 아니다. 다만, 오픈 월드와 같은 게임은 게임을 엔딩까지 진행하지 않아도 게임의 많은 부분을 체험할 수 있다.

    외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61.7%의 높은 게임 결말 도달 비율을 보였는데 케이지 대표는 이를 스토리텔링 덕에 생긴 캐릭터와의 애착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가진 특별함은 무엇일까?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다른 것과 달리 청중을 위해 만드는 콘텐츠가 아니라 청중과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콘텐츠다. 플레이어는 일종의 공동 집필가, 연출가, 배우가 되어 플레이 경험을 함께 만든다.

    그림을 그리거나 영화, 혹은 책을 보는 것도 비슷한 경험을 주지만, 이야기의 내용을 바꿀 수는 없다. 인터랙티브 게임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여기에서 매력이 발산된다.



    ■ 선형에서 비선형 인터랙티브로, 작법 역시 새롭게

    좀 더 깊이 파고들어 어떻게 이런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지는지가 설명됐다. 핵심은 크게 3가지다.

    우선 플레이어와 함께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는 것. 즉, 플레이어에게 자유도와 가능한 한 충분한 여지를 주어 이야기를 변화시킬 힘을 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컷신이 아니라 게임 플레이로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게 들어야 한다. 컷신만 주어진다면 그건 게임이 아니라 영화다. 컷신 역시 있어야 하겠지만, 핵심은 게임 플레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에 따라 실질적인 결과 역시 존재해야 한다.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선택지에 따라 분명하게 바뀌는 변화 말이다. 보통은 선택에 따라 작은 디테일의 변화, 대화 내용만 바뀌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자신의 선택이 중요한 변화를 가져온다고 인식할 수 있는 정도의 결과가 있어야 한다.

    이쯤에서 인터랙티브에 관한 의미를 되짚어보자.

    많은 게임이 인터랙티브를 신체적인 행동으로만 한정한다. 누군가를 죽이고, 때리는 파괴적 행위 말이다. 하지만 인터랙티브는 때때로 파괴적 행위를 넘어서 매우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 개발진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거나 환경의 변화를 제공하는 것.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토록 하는 것. 일종의 생각할 거리를 주고 그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 역시 인터랙티브다.


    기존과 다른 전달 방식, 목적, 전개의 차이에 따라 스크립트 제작 역시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선형적 각본은 2차원 공간 안에서 존재한다.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공간, 그리고 전개되는 시간 안에서 각본이 짜인다. 인터랙티브 게임에는 여기에 선택과 결정이라는 깊이가 더해진다.

    선형적 각본은 하나의 스토리만을 제공하지만,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전개에 맞게 최대한 많은 스토리를 구현해야 한다. 고정된 캐릭터 역할도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고정된 각각의 정의도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모두가 똑같은 경험을 얻는 선형적 스토리텔링과 달리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그걸 체험하는 플레이어마다 모두 다른 경험을 얻는다. 그에 따라 일반적으로 90페이지 정도의 스크립트를 제작하는 것과 달리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무려 4,000페이지에 달하는 각본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게임에 맞는 새로운 작법이 필요하다.

    우선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에 맞는 게임 공간의 정의를 새로 구축하는 일이다. 영화 제작 단계에서는 청중을 위한 인터랙티브 공간을 별도로 설계할 필요가 없다. 물론 해석의 여지는 청중마다 다르기에 그게 좁은 의미의 인터랙티브 공간이기는 하다.

    하지만 인터랙티브 게임에서는 사람들이 통과할 수 없는 공간이 비교적 여유롭게 주어진다. 그렇다고 그 제약이 없는 건 아니다. 주인공에게 총을 줬다고 해서 플레이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죽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최소한의 제약은 필요하다. 그게 없다면 이야기 진행이 불가능하니 말이다.

    대신 플레이어가 그 한계가 존재한다고 느끼지 않도록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렇게 설정된 공간 안에서 플레이어는 자유롭게 자신만의 스토리를 써내려 간다.


    두 번째는 다이어그램이나 트리 구조를 활용해 인터랙티브를 써내려 가는 일이다.

    특정 상황에서 플레이어에게 2개의 선택지가 존재한다면 1개의 발단에 2개의 분기가 생긴다. 하지만 2개의 분기에 또 다른 2개의 선택지가 존재한다면 이야기 분기는 4개로 늘어난다. 상황마다 단 2개의 선택지만이 주어져도 이는 곧 수십, 수백의 분기로 이어진다.

    네모 하나로 대신했지만, 각각의 상자에는 캐릭터, 대화, 음악, 카메라, 조명 등 다양한 작업이 더해져야 한다. 이걸 모두 게임으로 연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즉,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에서 작가의 역할은 단순히 전개를 구상하는 작가를 넘어 정원사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정원을 키우는 동시에 가지를 쳐내 나무를 예쁘게 가다듬는 일 말이다.

    케이지 대표는 주인공이 있는 편의점에 강도가 들어온 헤비레인 속 한 장면을 예시로 들었다. 강도가 들어와 종업원에게 돈을 달라고 협박할 때 플레이어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으며 종업원은 죽게 된다. 상황에 직접 개입할 경우 대화를 풀어나가거나 어떠한 행동이 성공적인, 혹은 그렇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트리 구조에 따라 4개 정도의 엔딩이 구현된다. 무한대의 확산이 아니라 적절한 조정이 이루어진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엔딩은 다른 장면에 영향을 주고 새로운 변수로 작용한다. 이는 단순한 사례 중 하나로 실제 게임에서는 더 복잡하고, 스토리 변수 또한 많아진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수천 개의 변수가 존재한다.

    각본을 쓰는 사람은 이 모든 변수를 고려해 대본을 작성해야 하고 여러 변수, 이야기 구조가 일관성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로 고려할 문제는 선택과 그에 따른 명확한 결론이다.

    게임 안에서 왼쪽 문과 오른쪽 문을 여는 두 가지 상황을 제시한다고 보자. 단순히 문 여는 상황만이 주어진다면 플레이어는 왜 그 문을 열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에 왼쪽을 열면 좋은 무언가를 얻을 수 있으며 오른쪽 문을 열면 좋은지 나쁜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놀라울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맥락을 제시해보자. 그럼 플레이어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선택은 단순히 흑과 백이 아니라 일종의 회색 지대로 남겨두어야 한다. 플레이어에게 '좋은 사람이 될 것인가? 나쁜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선택지 안에서는 진정성 있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플레이어에게 모호한 질문을 던질수록 선택에는 플레이어의 가치관이 더 깊게 반영된다.

    헤비 레인에서는 아들을 위해 손가락을 자르겠느냐는 선택이 존재한다. 아들을 위해 당연히 자를 수 있다는 사람도, 아무리 그래도 손가락을 자를 수는 없다는 사람도 있다. 더 심하게는 아들을 위해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지 없는지를 선택하도록 한다. 무엇이 정답이고, 아니고를 떠나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에 따라 이러한 질문의 답이 결정된다. 플레이어는 그 과정에서 게임에 더 깊이 몰입하고 공감하게 된다.

    선택 결과가 구체적이고, 가시적으로 제시돼야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핵심 인물이 죽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거나 주변 인물이 사망하는 결과를 제시하는 식이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루터라는 캐릭터는 초반에 빨리 사망하기도 하고 게임 끝까지 살아남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살아있기는 하지만,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과 결과를 초반에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플레이어가 '내 선택이 이렇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선택 비중이 적은 선택지를 남기는 것 역시 케이지 대표가 취한 선택과 결과의 영향력 증가의 방법이었다.

    게임 안에는 10% 정도의 플레이어만이 고르는 선택지가 있다. 1/10만이 보는 시퀀스지만, 개발 노력은 비슷하게 든다. 이걸 남기느니 많이 선택하는 시퀀스에 더욱 집중하는 것 역시 효율적인 개발 방향일 수 있다.

    하지만 빈도가 낮은 선택지를 고른 사람은 적을지 모르지만, 그들 역시 주변에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스토리 중심의 게임에서 유튜버들이 게임의 스토리를 스포일러하는 건 게임 업계에서 오랜 기간 적대적 행위로 고려됐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지가 유튜브 등을 통해 공유된다면 여러 플레이어는 이 상황에서는 다른 선택을 해보는 게 좋지 않느냐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걸 구현하기 위해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적은 수의 사람만이 선택하는 시퀀스를 남겨 얻는 이득이 되는 셈이다.

    케이지 대표는 안드로이드들이 혁명을 일으키고 그에 대해 노래를 부르는 시퀀스를 위해 30여 명의 가수를 데려다 녹음과 모션 캡처 녹화를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본 플레이어는 전체 중 10~15%에 그쳤다. 하지만 그 장면을 본 이들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했다며 케이지 대표는 플레이어의 그러한 경험 공유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새로운 방식의 스크립트 제작 방식 역시 도입해볼 만하다. 이날 강연에서 공개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스크립트의 첫 페이지는 대중에 처음 공개된 내용이다.

    안드로이드가 인질을 납치한 오프닝 시퀀스를 그린 스크립트에는 영화 각본과 비슷한 일반적 제작법이 쓰였다. 여기에 여러 색을 입혀 이해를 높이기도 하고 직접 제작한 그림으로 이를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다.

    작가인 케이지 대표 자신의 생각을 팀원들이 최대한 이해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 이걸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의 스크립트만으로 스토리텔링을 모두 전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다이어그램, 트리 구조를 통해 다시금 전개를 확인하고 빠트린 것은 없는지 가능한 모든 변수를 다루고 있는지 팀원들과 확인할 수도 있다. 굉장히 수고가 많이 드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게임의 만듦새 향상을 위해 이는 꼭 필요한 작업이었고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역시 개발 작업에서 텍스트로 이루어진 스크립트, 이미지 스크립트, 차트 등이 여럿 활용됐다.

    다섯 번째는 게임의 테마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찾는 일이다.

    퀀틱 드림은 게임이 단순히 판타지에 그칠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다룰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누군가는 그저 애들 장난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지만, 현실에 담긴 미묘한 아이디어, 감정을 전달하고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는 등 철학적 문제 제기를 바탕으로 책, 연극, TV, 영화처럼 현실 속 문제를 되돌아보도록 하는 게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퀀틱 드림은 이러한 철학적 문제에 관해 가르치려고 한다거나 해답을 제시하려고하지는 않았다. 계층/인종 차별. 소수자 관리. 정책 탐구, 사랑, 인간성 등을 게임에 반영하기 위해 2년가량 연구를 반복했다. 스파르타쿠스 같은 미디어는 물론 마틴 루터 킹과 말콤 X와 관련된 실존 사례 등도 참고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존중하는 자세로 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어떠한 이슈를 단순히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고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발자 역시 존중을 담아 그려내는 식이다. 단순한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문제에 관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나가며 인식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모든 이야기를 똑같이 매력적으로

    여러모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도전적인 영역이고 그만큼 어려움도 뒤따른다.

    모든 분기는 똑같이 매력적이고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그걸 위한 노력은 말할 것도 없다. 내러티브와 관련해 갈등 발생의 여지도 있다. 선택과 결과의 일관성 역시 중요하며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개발 과정에 있을 영향력 역시 주시해야 한다.

    선택, 결과가 반영된 하나의 트리 구조가 다른 트리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전개뿐만 아니라 모션 캡처의 추가 녹화라든가 배우들이 새로운 대사를 녹음해야 하기도 한다. 최대한 복잡한 트리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과 우리 팀이 제대로 만들 수 있는 트리 구조를 만드는 것. 그사이의 조율이 중요하다.

    배우의 존재가 게임의 자산이 될지, 문제점이 될지에 대한 의구심도 어려움 중 하나로 꼽힌다. 1999년 퀀틱드림은 일찌감치 실존 배우를 3D 아바타로 만들었던 회사다. 데이빗 보위는 촬영 당시의 모습으로, 또 20대의 모습으로 구현되기도 했다. 비욘드: 투 소울즈에서는 윌럼 더포, 엘리엇 페이지 등이 출연했고 헤비 레인,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모두 많은 배우가 연기를 맡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명한 배우를 굳이 기용해야 하느냐는 의문도 있다. 하지만 상기한 배우는 그저 유명세에 기용된 게 아니라 이들이 훌륭한 연기자이기에 기용됐다고 케이지 대표는 설명했다. 자신의 재능을 게임 안에서 발산할 수 있는, 자산이 될 인물이라는 계산이다.

    배우 외에 작가 역시 게임의 문제와 자산 사이를 오가는 요소다. 스스로 퀀틱 드림 게임의 작가를 맡았던 케이지 대표는 작가를 모든 정보를 가진 천재가 아님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그들은 스튜디오의 문제의 해결책을 모두 가진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재능을 바탕으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작가가 더해주는 새로운 시각을 바탕으로 팀의 모든 재능, 여러 역할의 사람들이 서로 조율해나간다면 팀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



    ■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대체가 아니라 선택의 영역으로

    수동적인 역할만을 수행해왔지만, 청중은 모두 내가 직접 상황과 상호작용하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그에 따라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미래 역시 밝은 편이다.


    그렇다고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모든 선형적 스토리텔링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선형적 스토리텔링에 익숙하고 이를 좋아한다. 선형적 스토리텔링의 대표적 장르인 영화 역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반대로 선택과 그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가 주는 즐거움 역시 존재한다. 그렇기에 비디오 게임만이 아니라 다른 매체 역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적용해나갈 것이다.

    특히 스토리텔링의 가치를 이해하고, 또 제공해나가는 만큼, 액션 게임에서의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에서도 더욱 그 가치가 높아지게 될 것이다. 그에 따라 게임사 역시 각본, 연기, 시네마틱 요소에 관해 더욱 집중해나가고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지 대표는 업계에 논란이 있는 문제긴 하지만, 게임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며 개발자 자신이 공유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명확히 고민하고 찾아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현재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에 있어 명확한 규칙 없이 개척자들이 만들어놓은 것을 따라가고 있는 작법 상태에서 자신의 규칙을 만들어낸다면 충분히 개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창의성과 나만의 개성을 끝까지 유지할 용기, 진정성 있는 자세로 개발에 접근해야 플레이어 역시 그 이야기에 감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