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스퀘어의 로그라이크 탑다운 슈팅 액션, '앤빌'이 7월 27일 얼리액세스를 마치고 정식 출시된다. 지난 12월 얼리액세스부터 액션 게임 베테랑의 노하우로 액션의 손맛을 가미한 탑다운 슈팅을 초반부터 선보인 한편, 로그라이트하면 떠오르는 덱 빌딩이나 사망 후 남은 잔여 보상으로 조금씩 테크를 올리는 전반적인 얼개를 2년에 걸쳐서 다져온 셈이다.

그간 타격감 개선, 시즌제 도입 등 다양한 기반을 마련한 뒤 정식 출시로 전환하는 '앤빌'은 기본기를 한층 다듬으면서 불안했던 기반도 어느 정도 다듬어왔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요소가 도입된 만큼, 이를 어떻게 연착륙시킬까 하는 과제가 더해졌다.

게임명: 앤빌(Anvil)
장르명: 로그라이크 슈팅
출시일: 2023.7.27
리뷰판: 리뷰 빌드(1.19)
개발사: 액션스퀘어
서비스: 하이크
플랫폼: PC(Steam)
플레이: PC



직관성 강화와 시스템 보완으로 접근성을 높이다


액션스퀘어는 회사명에서 보듯 '액션'에 중점을 둔 개발사다. 첫 작품인 블레이드 시리즈부터 최근에 개발 중인 '킹덤: 왕가의 피'나 '던전 스토커즈'까지 다양한 액션 스타일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 액션에 대한 열정과 탐구심을 탑다운 슈팅에 접목시킨 것이 '앤빌'이었다. 2021년 얼리액세스 초창기부터 그 짜임새는 상당한 수준이었던 만큼, '재미'에 있어서는 확실하게 어필할 여지가 있었다.

특히 각종 아이템이나 스킬을 파밍하면서 나아가는 구성 위에 액션스퀘어가 그간 쌓아온 회피와 반격 기반의 액션 노하우를 더하면서 손맛을 살린 점은 높이 평가할 만했다. 쏟아지는 탄막 사이를 파헤치면서 극딜 타이밍을 노리고 반격하는 재미까지 더한 셈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탑다운 슈팅에서 통상 불리할 수밖에 없는 근접 무기도 나름의 메리트를 주는 등, 이론만 보면 밸런스적으로 상당히 완벽한 설계였다. 원거리캐는 회피하면서 카이팅하고, 근접캐릭터는 정면에서 붙다가 반격과 방어로 적의 공격을 맞받아치면서 강공 일변도로 나가는 그림 같은 구도가 완성되지 않겠나. 더군다나 이렇게 파훼법이 다 갖춰진 만큼, 통상 탑다운 슈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탄막과 까다로운 패턴을 돌파하는 재미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었다.

▲ 슈팅뿐만 아니라 반격 액션까지, 액션 게임 개발의 노하우를 녹여낸 특유의 손맛이 있다

그럼에도 '얼리액세스'라는 선택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론은 좋았지만, 그 이론을 뒷받침할 편의성과 여러 요소들이 미처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처음 '앤빌' 얼리액세스를 플레이했을 때는 테스트 때보다 급격하게 난이도가 올라서 당황했던 적이 있다. 로그라이크가 분명 어려운 장르는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그라이크 슈팅이 전부 탄막 슈팅처럼 한 대 맞으면 죽는 그런 유형은 아니지 않던가. 다소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당시의 앤빌은 첫 우주만 지나면 보스뿐만 아니라 조금 센 잡몹조차도 한 방이 있었다.

거기다가 일정 시간마다 기계신의 수하들이라는 강적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빌드를 고민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그 고민하는 사이에 적은 더 강해지고 미터기마냥 강적들 수도 늘어나니, 이거저거 고민할 사이에 빠르게 돌파하고 극딜 템트리만 올려서 치고 달리는 게 강제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어떤 빌드를 선택하든 결국에는 한 대나 두 대 맞으면 죽을 정도로 적이 세서 다양한 조합을 짜는 모험을 하기도 애매했다. 이를 밸런스 패치로 계속 개선해왔지만, 유저들에게 바로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다. 내부 수치를 바꾼 만큼 어느 정도 플레이해야만 그게 체감이 되는데, 한 번 떠나갔던 유저들이 다시 돌아와서 조금 진득하게 붙어있지 않는 한 그 단계까지는 가기 애매하다. 그러니 자연히 묻힐 수밖에 없다고 할까.

▲ 초창기에는 상대하기 벅찬 몹들이 등장했지만, 이제는 좋은 단백질...금속 보충원이다

그래서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비명횡사를 최대한 막기 위해 '보호막'이 추가됐다. 아이템으로 회복해야 하는 체력과 달리, 보호막은 일정 시간 이상 공격을 받지 않으면 자연히 회복되고 수치가 높지는 않아도 적의 공격을 생각보다 잘 막아주기 때문에 이전처럼 엘리트몹의 기습 강공 한 방에 허무하게 죽는 경우는 없어졌다.

여기에 동일 스킬 강화 선택 시에 누적 보너스 효과까지 추가, 짧은 시간 내에 효과적인 빌드를 빨리 캐치해서 전장을 돌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에는 강화 빌드가 중구난방에 효과가 직관적이지 않아 어느 정도 숙달이 되지 않으면 엘리트몹 정도를 잡는 것도 자칫 시간이 질질 끌릴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누적 보너스가 더해지면서 중간 단계에서의 비합리적이고 지루한 플레이는 최대한 쳐내고, 까다로운 보스전에 집중할 수 있게끔 했다.

▲ 누적 보너스까지 더해서 빌드 강화 효과를 바로 체감할 수 있게끔 했다


억지스러운 랜덤은 줄이고, 합리적으로 어렵게


앤빌을 설명할 때 유달리 '비합리적'이라는 단어가 계속 나오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각종 효과를 활용하는 요소들이 처음에는 눈에 잘 안 띄게 구성이 되어있기도 하고, 그 효과를 활용하는 빌드업이 나중에는 거의 쓸모가 없을 정도로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석화나 빙결은 초반부터 보스한테 거의 안 들어가고, 화상 같은 지속 피해도 어지간히 스택이 쌓이지 않는 한 눈에 잘 안 들어온다. 특히나 최종 단계 보스는 어느 정도 페이즈만 넘어가면 모든 상태 이상 면역이 기본으로 달려있어서 결국 깡딜로 밀지 않으면 시간 단축이 안 되는 구조다.

더군다나 특정 지형에서는 몹 대부분이 특정 CC기 면역이 높아서 아예 스킬 하나가 봉인되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일도 있다. 일례로 얼음 지형에서는 몹들이 전부 빙결 면역이라서 아예 빙결 스킬을 갖고 있는 브레이커들이 스킬 효과 하나가 상쇄되어버리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자칫하면 익숙해지기도 전에 아무 것도 안 통한다는 자괴감을 받기 딱 좋은 구성이라고 할까.

물론 이젠 로그라이크도 대중화된 만큼, 이런 어려움은 감수하고 플레이하는 유저 비중이 낮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렵다와 불합리하다는 동의어는 아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아예 100% 면역보다는 수치를 조정해서 조금 덜 통하게 개편하고, 처음부터 씨알도 안 먹히던 보스전은 다소 완화해서 마지막 페이즈 전까지는 어찌저찌 대응이 가능하게끔 했다. 조건부 추가 대미지도 완화하고 수치도 조정하면서 한참 동안 보스 피를 하나하나 대패질하듯 깎아내는 구도도 완화했다.


여기에 기존의 시즌 콘텐츠 이전의 네 개 우주까지는 스테이지의 구조나 적의 종류는 다소 달라도 맵 지형이나 보스는 동일하게 해서 초보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로그라이크'라는 점에서 보면 이는 다소 퇴화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정도 유물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는 기본기에 익숙해지도록 한 뒤 다음 단계로 건너가게끔 레벨 디자인을 한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했다.

앞서 억지스러운 돌연사를 줄이고 다듬은 것까지 포함해서 '로그라이크'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난이도가 낮아진 것 아니냐고 추측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앤빌'은 저런 시스템을 갖출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전에는 뭔가 하나만 잘못 타도 고행길의 연속이고, 그걸 여러 차례나 반복해서 뭔가 뚫어놔야 그런 갑작스런 황천길 익스프레스행을 한두 번 정도 피할 수 있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소위 고인물이나 탑다운 슈팅 장인들은 이런 고행에도 아랑곳 없이 랭크를 경쟁하곤 했지만, 그 도전에 뛰어들 엄두가 안 나는 라이트 유저에게는 언감생심이라고 할까.

그들이 '앤빌'이라는 이 정글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디딤돌이 필요했고, 이를 얼리액세스에서 여러 데이터를 수집한 끝에 해답을 찾고 정식 출시로 전환한 셈이다. 이미 시즌 챌린지를 얼리액세스 이후로 점차 구축한 뒤,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6개의 난이도 단계를 추가하고 오리지널 보스에 고유 페널티까지 더하면서 새로운 난관을 돌파하는 재미까지 더했다. 우선은 좀 더 합리적으로 구성된 난관을 돌파해보면서 특유의 짜임새를 알아가고, 이를 토대로 더 어려운 무작위의 세계로 나아가게끔 한 것이 '앤빌' 정식 버전의 비전이라고 할까.




▲ 기존 콘텐츠는 입문용으로 랜덤 요소를 줄이고, '시즌 챌린지'는 난이도 선택 및 페널티로 도전하는 맛을 더했다


PVP 밸런스와 장기적인 관리 능력을 입증해야


근 2년 동안 시즌 업데이트 및 여러 번의 패치로 데이터를 축적한 '앤빌'은 이제 비로소 정식 출시라는 마지막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얼리액세스'라는 보호막이 사라지는 만큼, 이제는 더 엄격해진 유저의 피드백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일부 유저 사이에서는 의구심을 표하긴 해도, 어쨌거나 '얼리액세스'는 아직 가다듬는 단계로 받아들여지지 않던가. 그러나 이제는 완성이 되서 유저들에게 선보인다고 하니, 그 완성도를 좀 더 엄중하게 따질 수밖에 없다.

이를 인지한 듯 액션스퀘어에서도 그간 '앤빌'에서 부족했던 요소들을 최우선적으로 채우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반부터 갑자기 뜬금 없이 죽어나가는 비합리적인 구도를 탈피하고자 했고, 무미건조하게 아무런 도움말도 없이 전장만 도는 구성을 벗어나고자 오퍼레이터 추가 등 다양한 콘텐츠를 더했다. 여기에 한층 더 강력한 효과의 초월급 유물에 무기 제작 시스템, 그리고 무기별 개성을 한층 살리는 패치와 적 타입에 맞춰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무기 피해 속성 구조까지 다각도로 개선을 진행했다.

그 방향이 100% 맞게 나아가고 있나 아직 확신하기는 이르다. 더군다나 양날의 검인 'PVP'가 추가되니 더더욱 그렇다. 무작위로 출현한다고 해도 결국 정해진 범위 내에서 무작위로 조합되는 만큼 궁극적으로는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PVE와 달리, 사람 대 사람은 그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하지 않던가. 서로가 심리와 컨트롤을 겨루는 PVP의 긴장감과 재미야 이미 다른 게임을 통해서 검증이 된 상황이지만, 그만큼 스트레스와 부담감도 심해서 유저들이 이탈하기 쉬운 것이 PVP의 맹점이기도 하다.

▲ 정식 출시 버전에서 PVP가 새로 추가된다

물론 앤빌의 기반이 최고난도 스테이지 클리어를 목표로 하는 PVE 게임인 만큼, PVP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무방하긴 하다. 그렇지만 PVP는 결국 유저가 많아야 매칭이 고르게 잡히면서 재미가 배가 되는 콘텐츠인 만큼, 거시적으로 볼 때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개발사가 계속 관리를 해야 의미가 있지 않던가.

더군다나 초반부는 불합리한 구성을 덜어냈다고 해도, 후반에 난이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소위 '억까'스러운 느낌을 완전히 덜어내지 못한 것이 아쉬운 상황이다. 빌드 잘못 타서 보스 피도 제대로 못 깎으면 광폭화로 한 방에 끔살당하는 일은 줄였다지만, 어느 때고 스피드런을 강제하는 구성은 그대로라서 피로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소위 고인물이 되면 그런 게 문제가 안 되겠지만, 처음부터 고인물인 사람은 없지 않던가. 자연히 난이도가 높은 콘텐츠를 처음 즐길 때는 신중하게 접근해보기 마련인데 이를 간과한 상태에서 여러 요소만 새롭게 추가하다보니 중반 이후부터는 정식 출시 이전까지의 문제가 온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앤빌'은 쏘고 피하는 탑다운 슈팅에 스킬을 화끈하게 쓰고 패턴에 대응하는 액션 게임의 기반만큼은 확실하다. 그 기반 위에 여러 요소들을 계속 보완하면서 이제 정식 출시라는 마지막 단계로 올라오고 있으니, 극후반부의 구성까지도 좀 더 신경을 써서 앤빌만의 특징으로 볼 요소들과 비합리적인 요소들은 한 번 더 걸러내면서 업데이트를 전개해나가는 비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 단초를 초반에는 어느 정도 마련해둔 만큼, 그 뒷심을 앞으로도 좀 더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