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DEC 2023 행사에서 진행된 모든 게임 관련 강연 중, 단일 게임 타이틀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16(이하 FF16)'이다. 전작 출시 후 약 7년 만에 등장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정식 넘버링 작품이면서, 출시 후 평론가 평점 88점이라는 우수한 성적까지 거둔 타이틀 개발자들의 노하우 공유였기에, 자연스레 참관객들의 관심도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게임을 구성하는 각 부문에 대한 강연들이 진행됐고, 그중에는 테크니컬 아티스트(TA)의 업무를 소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FF16 속 TA 업무 소개, 날뛰는 소환수에 의해 파괴되는 스테이지를 만드려면'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강연에는 스퀘어에닉스 제3개발사업본부의 하타케야마 료타 TA, 하세가와 치아키 TA, 그리고 와다 히카루 ENV 애니메이션 리더까지 3인의 개발자가 참석했다.

▲ (왼쪽부터) 스퀘어에닉스 하타케야마 료타 TA, 와다 히카루 ENV 애니메이션 리더, 하세가와 치아키 TA

발표에서는 게임 속에서 그려지는 다양한 파괴 연출과 시뮬레이션이 어떻게 제작됐는지 소개됐고, 이를 통해 TA가 개발 과정에서 어떤 업무를 맡아서 진행하게 되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FF16의 파괴 연출 개발에는 시각 효과 그래픽 툴인 '후디니(Houdini)'가 주로 활용됐다.FF16 게임에서는 게임 초반 피닉스와 이프리트전에서 그려지는 유적 파괴 연출, 마을의 돌벽이 무너지는 표현, 또는 거대한 소환수들이 날뛰며 산이 무너져 내리거나 땅이 꺼지는 연출 등 정말 다양한 파괴 연출이 포함되어 있다.

와다 히카루 애니메이션 리더는 사실적으로 그려지는 에셋 파괴 표현은 굉장히 번거로운 작업이고, 같은 상황이더라도 여러가지 부수는 방법, 또는 무너지는 방법들을 직감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각각에 상황에 맞는 표현을 TA 팀에 요청하고, TA가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어셋을 제작하여 전달하는 식으로 개발 작업이 진행됐다고 소개했다.


TA가 어셋을 개발하는 것은 1) 작업과 수정의 반복 효율 상승, 2)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학습 비용이 낮은 툴의 개발, 그리고 3) 다양한 파괴 연출의 구현의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고 정리할 수 있다.

가장 첫 번째로 소개된 툴은 '석재 파괴툴'이다. 게임 초반에 피닉스와 이프리트가 격돌하는 장면, 그리고 게임 내 다양한 상황에서 석재 구조물이 파괴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모든 장면을 연출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석재 파괴에 특화된 툴을 미리 마련해둔 셈이다.

하타케야마 료타 TA는 파괴되어 부서지는 조각들의 단면이 너무 평평하면 어색할 수 있으니 자연스러운 요철을 만들고, 울퉁불퉁하게 쪼개지는 파편의 크기가 균일하지 않도록, 미세한 파편들이 생성될 수 있도록 도구를 설정했다고 소개했다. 이를 활용하면 큰 석재 파편이 튀는 장면에서 미세한 파편이 함께 생성되고, 파편 크기를 직접 조절하거나 부서지는 조각의 모양까지 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 더 사실적이고 세밀한 석재 파괴 연출을 위한 툴의 시연 영상도 소개됐다

두 번째로 목재 파괴툴이 소개됐다. 게임에서는 기가스 전에 돌입하기 전에 다리가 무너지는 장면, 클라이브가 발차기로 판자를 부러트리는 장면, 또는 일반 전투에서 테이블이 파괴되는 장면 등, 석재 못지 않게 다양한 장면에서 목재 파괴 연출이 그려지고 있다.

애니메이션 리더는 나무가 부러졌을 때의 단면에 거스러미의 표현을 제대로 넣고 싶었고, 거스러미 표현 역시 하나로 통일시키지 않고 더 유연하게 조정하고 싶다고 요청했으며,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목재 파괴툴'이 마련됐다. FF16의 목재 파괴툴을 활용하면 목재의 긴 변 방향으로 거스러미가 자연스럽게 생성되고, 그 방향 역시 직접 지정할 수 있다. 하타케야마 료타 TA는 거스러미의 미세함, 크기 역시 각 상황에 맞춰 사용자가 직접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목재가 깨진 후의 거스러미의 방향, 크기 역시 직접 조정해서 연출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소개된 것은 '라인 파괴툴'이다. 이는 생각한 부분을 정확히 가르거나 부수고 싶다는 요청을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됐다. TA는 에셋상에서 작업자가 직접 선을 그으면 그 선을 단면으로 표시할 수 있는 라인 파괴툴을 만들었다며, 파괴 단면은 다시 재질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목재라면 거스러미가 생기고, 석재라면 작은 부스러기가 흩어지게 되는 식이다.

끝으로 '참철검 툴'이 소개됐다. 이는 오딘전에서 주로 활용된 에셋으로, 오딘의 기술로 인해 갈라진 오브젝트가 잠시 아래로 쓸려 내려간 후, 작은 먼지 조작과 함께 떨어지는 연출을 더해 '참철검'의 효과를 극적으로 담아내려한 것이 특징이다.

와다 히카루 ENV 애니메이션 리더는 단번에 '싹' 베어낸 것 같은 깔끔한 단면을 만들고, 이를 통해 참철검의 강력함이 그대로 드러나길 바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참철검 툴을 활용하면 참격이 가해진 위치, 각도를 작업자가 어셋으로 직접 표시하고, 해당 표시를 기준으로 잘린 조각이 미끄러져 내리는 것 같은 연출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 마우스로 줄을 긋는 것 만으로 오브젝트에 단면 표현을 넣을 수 있다

▲ 라인파괴 툴에서 나아가, 참철검 연출을 위한 전용 툴도 제작됐다

▲ 오브젝트가 잘리는 방향, 각도 역시 직접 설정할 수 있다

TA는 후디니, 마야, 어셋 에디터를 활용하여 파괴 연출을 위한 에셋을 개발했기 때문에 FF16에서는 더욱 자연스러운 파괴 연출을 그려내는 것이 가능했다. 하타케야마 료타 TA는 파괴 툴을 패키지화함으로써 불필요한 학습 비용을 크게 억제할 수 있었고, 경력이 짧은 개발자에게도 하고 싶은 파괴 연출을 직접 진행하도록 작업 자체를 맡기는 것이 가능했기에 TA로서도 굉장히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앞으로는 천이나 사슬, 로프의 파괴 시뮬레이션 역시 에셋으로 구현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 TA의 노력으로 FF16 속 자연스러운 파괴 연출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