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하면 빠질 수 없는 게임, '크로스파이어'를 기반으로 한 VR 신작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가 지난 8월 출시됐다.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는 지난 2022년 최초 공개된 크로스파이어 기반 VR 게임으로, 1세대 판타지 작가로 유명한 이상균 총괄 디렉터가 개발을 지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내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그 이후로 출시 전까지 GDC 2023 등 다양한 현장을 오가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유저에게도 적극적으로 어필해왔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였던 만큼,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가 타 플랫폼에 비해 열세한 데다가 이미 기존 경쟁작들이 치열하게 붙고 맞붙고 있는 VR 슈팅 게임에서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이를 유지하는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게임명: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
장르명: FPS
출시일: 2023. 8. 29.
리뷰판: 1.008 버전
개발사: 스마일게이트
서비스: 스마일게이트
플랫폼: PC(VR), PS5(PS VR2)
플레이: PS5(PS VR2)



IP의 기틀이 된 '크로스파이어'는 정통파 FPS를 기반으로 캐주얼하게 다듬어온 게임이다. 이제는 고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진 게임이기도 하고 로스트아크와 함께 스마일게이트를 지탱해주는 양대 기둥이니 더 말이 필요 없지만, 그럼에도 이 말을 꺼낸 이유는 간단하다.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 또한 다른 의미에서 정통파와 캐주얼을 섞은 방향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크로스파이어는 각종 무장세력의 난립과 이를 제압하기 위한 특수부대원들의 대립구도가 얽히고 설킨 밀리터리물을 표방한 IP다. 물론 이를 온라인 PVP로 풀어낸 원작 특성상 작품 내에서 풀어내기는 어려웠지만, 여러 설정을 비롯해 이후에 크로스파이어 IP로 낸 신작에서 이런 요소들을 풀고자 한 시도들을 엿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실존하는 특수부대와 테러단체에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점차 '글로벌리스크'와 '블랙리스트'라는 두 가상의 세력을 중심으로 이어가는 이야기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풀어갔기 때문이다.

▲ 기껏해야 갱이나 테러리스트들 잡는 거겠거니 싶었지만


▲ 아니 군용 드론까지 이렇게 챙겨다닐 줄은

▲ 알고 보니 또다른 적대 PMC 집단 '블랙리스트'의 소행인데...스쿼드 단위로 밀고 들어가라니 이 무슨 폭거

이러한 맥락은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주인공이자 유저의 분신인 '테리'는 글로벌리스크의 요원이자 시에라 스쿼드의 분대장으로, 원래 글로벌리스크와 거래하기로 한 지역 갱단이 갑작스럽게 협력을 거부하자 이 내막을 조사하기 위해 분대원들과 함께 작전에 투입된다. 그 배경에는 또다른 갱단 그리고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걸 파악한 시에라 스쿼드 대원들은 쉽사리 후속 조치를 이행하지 못하지만, 해당 구역을 관리하는 카를로스 상사가 작전 강행을 명령한다. 상부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시에라 스쿼드는 전쟁을 무릅쓰고 구시장파 그리고 블랙리스트의 구역에 침투, 그들이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나 조사하는 것이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의 캠페인이다.

게임에서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각자 취향에 달린 문제지만,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의 스토리는 어찌 되었든 그간 밀리터리 레일 슈터를 즐겼던 유저들에게는 상당히 친숙한 구성이다. 지역의 갱단 혹은 무장단체와 결탁한 PMC나 또다른 국가의 특수부대 혹은 그 윗선의 음모와 이를 저지하기 위한 특수부대원들의 활약. 클래식하지만, 그만큼 크로스파이어 IP에 대해 알지 못했던 유저도 접근하기가 쉽다. 글로벌리스크, 블랙리스트가 어떤 단체인지는 잘 몰라도 익히 잘 아는 문법에 각 세력과 인물을 대입해 보면 술술 읽히기 때문이다.

▲ 클리셰지만 그래서 심플하고 직관적인 연출에

▲ 고난 예고를 직통으로 꽂아버리는 플래그까지, 배경 맥락 몰라도 바로 뭔 일이 벌어질지 이해가 간다

물론 그게 크로스파이어 IP의 전체적인 흐름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그 느낌만큼은 맥락 설명 없이도 바로 들어온다. 각종 택티컬 장비들을 껴입은 특수부대원들이 중무장한 테러리스트 그리고 이들처럼 위장한 또다른 요원들과 싸우는 장면을 리얼한 스타일의 그래픽으로 구현해낸 게임이 그간 한두 가지가 아니지 않았나. 그 문법을 충실하게 담아낸 만큼 처음 사격장에 진입하는 그 순간부터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의 그 맛이 어떨지 충분히 상상이 간다고 할까.

그렇게 접근하기 쉽게 풀어낸 것은 좋지만, 그런 스타일에서 기대하는 진중한 스타일과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의 지향점은 조금 달랐다. 개발진이 GDC 2023 그리고 여러 시연장에서 밝혔듯,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는 아케이드 게임의 감성을 담고자 한 작품이다. 아직은 좁지만 점차 유저층이 넓어지고 있는 VR 플랫폼인 만큼, 이를 처음 접하는 유저도 쉽게 VR 슈팅의 재미를 느끼도록 조작법이나 여러 복잡한 요소는 간소화하고 쏘고 엄폐하는 핵심 재미를 강조하는 것에 주력했다. 마치 타임크라이시스나 버추얼 캅처럼 이동이나 수색 요소는 최소화하고, 쏘고 장전하고 피한 뒤 각 적의 패턴에 맞춰 대응책을 찾는 그런 느낌을 담았다고 보는 게 정확하겠다.

VR 멀미 때문에 쉽게 VR 게임을 접근하지 못했던 입장에서 이 전략은 상당히 유효한 느낌이었다. 몸을 직접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하는 VR 게임이 아니고서는 전투보다 이동 과정에서 많이 멀미를 느끼게 되는데, 이를 최소화하고 전장의 다양한 지형지물 사이로 은엄폐하면서 접근해오는 적들을 슈팅으로 제압하는 재미만 온전히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이런 말을 꺼낸 사람치고 제대로 책임지는 건 못 봤지만...어쨌거나 날뛰라는 소리니 소원대로 날뛰어주마

▲ 아 더블배럴 샷건, 로망이지

▲ 샷건으로 중거리까지 땅땅땅빵! 리얼한 느낌은 아니지만 뭐 시원하게 소탕할 수 있다면 OK

VR 멀미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해서 한 판한 뒤에는 20분 정도 쉬어야 했지만, VR 멀미를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옵션들을 어찌저찌 조절하면 두 판하고 20분 정도 쉬는 식으로 조율이 가능했다. VR 멀미라는 현상 자체는 기기의 기술적인 문제 그리고 각자의 신체적인 조건까지 걸린 이슈니 어떻다고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직접 걷는 모션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아날로그 스틱으로 이동하는 게임이다보니, VR 멀미가 있는 사람에겐 어지러울 수밖에 없는 한계는 분명하다. 다만 터널링이나 회전 옵션 등 다양한 시도로 이를 줄이고자 한 노력은 어느 정도 체감할 수는 있었다.

▲ 개인적으로 VR 멀미가 심해서 어쩔 수 없이 터널링이 필요했다. 이거라도 없었으면 아예 시도조차 못할 뻔

그런 사람도 플레이가 가능할 정도로 캐주얼하게 구성하면서도 '슈팅'의 감각을 실전처럼 끌어올리기 위한 여러 시도도 엿보였다. 듀얼센스의 노하우가 녹아있는 PS VR2의 컨트롤러 자체의 기능이 원체 뛰어나기도 하지만, 이를 캐치하고 여러모로 활용한 것이 바로 게임 내에서 체감됐기 때문이다. 특히 저격용 소총은 PS VR2의 트리거를 아주 유용하게 활용한 사례였다. 이제는 거의 기억 저편 어딘가에 처박아두었던 숨 참고 지그시 방아쇠를 당겨서 격발 이런 문구가 바로 떠오를 정도였으니까.

군필자가 아니더라도 스나이퍼가 나오는 영화에서 스코프를 통해 타겟을 본 뒤 천천히 방아쇠를 당기며 '탕!' 하는 그 느낌이 바로 꽂힐 정도로 손맛도 좋고, 그렇게 쏴야 할 당위성도 챙겼다.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에서는 컨트롤러를 마치 실제 라이플을 잡듯이 배치해야 반동이 줄어들고, 그 상태에서 가상의 총기를 눈가에 갖다대면 정조준 혹은 줌이 되는 방식이다. 다만 저격용 소총은 소위 '패줌' 혹은 '순줌'이 불가능하고, 마치 호흡을 가다듬고 격발하듯 트리거를 천천히 당겨야지 조준선과 타겟의 윤곽이 제대로 맞춰지면서 정확한 사격이 가능해진다. 몰려오는 적을 빨리 처리할 때는 조금은 답답한 느낌도 있지만, 저격해서 쏜다는 그 손맛을 충실히 구현한 것만으로도 VR 슈팅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 숨을 고르고 신중하게 한 발 한 발 쏘는 손맛은 확실하다

이렇게 캐주얼과 리얼의 절묘한 조화로 재미를 끌어올리고자 한 것이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의 당초 계획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 현실은 이론처럼 잘 풀리지는 않는 법 아니던가. 원작에서는 좀처럼 드러내기 어려운 크로스파이어의 세계관을 캐주얼 요소를 가미해서 접근성을 높인 싱글플레이로 풀어내고자 했지만, 캐주얼한 슈팅과 이를 고려한 적의 배치는 조심스럽게 불필요한 교전을 회피하거나 적진을 빠르게 돌파하고 목표를 탈취하는 리얼함을 바라는 유저에게는 괴리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괴리감은 스토리나 설정 그리고 게임플레이와의 연계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게임플레이에서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느껴졌다. 특히 싱글플레이에서 시에라 스쿼드 분대원들은 조금 심하게 말해서 총알받이 그 이하의 수준의 성능을 보여줬다. 물론 그들에 의존하지 않고 플레이어가 직접 작전을 주도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라지만, 은엄폐를 하려고 벽 뒤로 숨으려는데 뒤에서 멀뚱멀뚱거려서 나만 집중사격 당해 죽는 꼴을 몇 번 겪어보면 그게 과연 잘 된 건지 의문이 든다. 그래도 전면에서 어그로를 끌어주는 경우도 많으니까 과를 공으로 상쇄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나마 다른 유저와 함께 하는 멀티플레이 모드는 그런 갑갑함은 상당히 상쇄되어서 나쁘지는 않았다. 멀티플레이를 감안해서 만들어진 스쿼드 모드나 호드 모드는 어디선가 계속 나타나는 적들을 쉴 새 없이 소탕하고 나아가는 슛뎀업 스타일과 리얼한 슈팅 감각의 재미에만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이었다. 캠페인에서 보이는 어정쩡한 면이 많이 없어지고,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가 추구했던 아케이드와 리얼 슈팅의 조화라는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고 할까.

▲ 아니 멀뚱멀뚱 서있지 말고 좀 움직...어 저건 죽었다


▲ 스쿼드 미션이나 호드 모드는 멀티로 해야 제맛이 난다





엄밀히 말해 현 상황에서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의 유저 평가는 썩 좋지만은 않다. 특히 PC 얼리액세스 버전은 더욱 그랬다. 이는 게임 퀄리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다양한 VR 기기와 PC 환경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 문제가 컸다. 그래서 처음에 부정적 평가까지 갔지만, 이 부분을 다듬으면서 PC 얼리액세스 버전의 평가도 다시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염려가 처음부터 없던 PS VR2였던 만큼, 기기 호환 이슈로 불거진 부정적인 평가 외에 게임플레이 자체가 어떤지 평가하기에는 PS VR2가 더욱 적합했다. 그렇게 해서 PS VR2로 하게 된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는 그간 스마일게이트가 좌충우돌하면서 오래도록 쌓아온 슈팅의 노하우를 VR에 맞춰 리얼하게 그리고 캐주얼하게 담아낸 저력을 엿볼 수 있었다. 슈팅 게임에서 기대하는 메커니즘을 간소화하면서도, 그 손맛과 스릴을 느끼기 위해 더 강조해야할 여러 요소를 다듬어나간 게 체감됐기 때문이다.

소소하지만 수류탄이나 자극제를 쓰면서 혹은 노획한 무기로 적진을 돌파하는 전장의 치열한 느낌도 생생한 사운드와 PS VR2의 컨트롤러 기능을 잘 활용해서 구현한 게 느껴졌다. 특히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서 플레이하는 멀티플레이에서는 온전히 적과 싸우고 돌파하는 그 근본에 충실해서 군더더기 없이 확실하게 쏘는 재미를 보여주었다.

▲ 파이어 인 더 호...흠흠, 어쨌든 맞췄으면 됐다

▲ 미니건 한 자루면...헬기가 됐든 뭐가 됐든 다 덤벼라 갈아주마ㅏㅏㅏㅏ

그렇지만 이를 제외하고 과연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를 붙잡게 할 요소가 있나 살펴보면 조금은 애매하다. 구성 자체는 클래식하지만 다소 생소한 단체들이 주역으로 나와서 거리감이 있던 '크로스파이어'의 세계관을 바로 이해할 수 있게 짠 캠페인의 방향성은 나쁘지 않았다. 어떤 배경 지식이 없이도 바로 상황이 이해가 되도록 직관적으로 풀어낸 셈이었으니까. 그렇지만 그 이야기를 끌고 갈 '캐릭터'를 어필하기엔 너무 짧고 클래식하게 흘러가는 구성에, 실제 전장의 진중한 느낌을 살리려고 했던 시도가 캐주얼한 슈팅과 맞물리면서 몰입감이 떨어진 것이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의 현 상황이었다.

그냥 잠시 숨돌리면서 할 만한 VR 슈팅, 특히 다른 사람과 함께 플레이하기에 좋은 VR 슈팅을 기대했다면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는 충분히 자격을 갖췄다. 그러나 깊이 있고 몰입감 있는 플레이 경험을 주기에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는 이를 뒷받침할 무언가가 부족하기도 하고, 애초에 방향성도 다르다. 그 간극을 어떻게 좁히고 유저들에게 어필해나갈지, 아니면 그 기대에 맞는 무언가를 리얼리즘 모드 외에도 다른 부분에서 채워줄지가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가 당면한 문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