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Xbox 360을 통해 첫 선보인 '앨런 웨이크'는 당시 어느정도 유행하던 선형적인 액션 어드벤처 중에서도 남다른 콘셉트로 많은 인지도를 얻은 사례였습니다. 주로 이공계 출신 주인공들이 연장을 들고 세상을 구하던 당시 트렌드 속에서, 소설가가 자신의 작품이 현실로 나타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루는 '앨런 웨이크'는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죠. 그리고 문과 출신 액션 히어로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습니다.

그간 레메디는 '앨런 웨이크'의 세계관을 각종 DLC나 다른 신규 IP를 통해 확장해오고는 있었지만, 전작의 엔딩 이후 주인공의 행방은 물론, '떡밥'을 남겨두고 사라진 몇몇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여러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서 차츰 잊혀져 가는 듯했죠. 그도 그럴것이,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흘렀으니 말이죠.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리뷰를 통해 확인해 본 신작 '앨런 웨이크2'는 여러 면에서 상당히 신선한 접근을 통해 또 한 번 프랜차이즈에 따뜻한 숨을 불어넣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동안 확장을 이뤄낸 특유의 세계관의 매력도 듬뿍 담아냈고요. 특히, 그중에서도 레메디의 장기인 내러티브는 한 차원 더 발전한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게임명: 앨런 웨이크2
장르명: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3. 10. 27.
리뷰판: 리뷰 빌드
개발사: 레메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에픽게임즈
플랫폼: PC(Epic), XBOX, PS
플레이: PS5

◆ 해당 리뷰는 에픽게임즈, 레메디 엔터테인먼트로부터 제공받은 코드를 활용해 작성되었습니다.
◆ Webp 이미지는 PS5 버전의 영상 녹화가 불가능해 PC 버전을 활용하였습니다.
◆ 전작 '앨런 웨이크'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작에서 13년 뒤, 사건은 다시 '브라이트 폴즈'에서

▲ 13년이 흐른 지금, 이 을씨년스러운 숲 속에서 또 어떤 사건이 일어나려 합니다

13년이나 지난 지금, 전작의 주무대인 '브라이트 폴즈'를 기억하고 있는 게이머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고즈넉하고도 기괴한 미국의 시골 마을은 '앨런 웨이크2'에서도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전작과 동일하게 현실과 같은 시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죠.

2010년 출시된 '앨런 웨이크'에서 게임 속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도 2010년이었던 것처럼, '앨런 웨이크2'는 전작의 사건 13년 후, 그러니까 2023년 브라이트 폴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립니다. 적어도 현실에서는 말이죠. 새롭게 등장한 주인공, FBI 요원 '사가 앤더슨'이 연쇄 살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브라이트 폴즈에 도착하게 되고, 이어 일련의 사건을 겪어가며 점점 더 미지의 존재와 가까워지게 됩니다.

▲ 앨런 웨이크와 함께 스토리를 이어가는 새로운 주인공, '사가 앤더슨' 요원

보통 전작과 후속작의 출시일이 크게 차이가 날 경우 전작을 플레이해보지 않은 이들을 위해 전작의 내용을 몰라도 후속작을 플레이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이 오늘날의 트렌드입니다. 그리고 '앨런 웨이크2'도 마찬가지죠. 새롭게 브라이트 폴즈에 도착한 FBI 요원을 주인공으로 하는 만큼, 주인공의 입장에서 아무런 배경이 없이도 눈앞에 닥친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보다 몰입감 있는 경험을 위해서는 전작 '앨런 웨이크'의 내용이나 등장 인물을 어느정도 숙지하는 편이 좋아 보입니다. 전작의 엔딩에서 '떡밥'처럼 보여진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브라이트 폴즈가 워낙 외진 동네인 만큼 같은 전작의 등장인물과 같은 성을 가진 인물들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요소들을 보고 무언가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전작에 대한 배경 지식을 꽤나 요구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라이트 폴즈는 전작에서 벌어진 사건 이후, 지난 13년간 마을에서 일어난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온 것으로 비춰집니다. 게임의 제목이자, 진정한 주인공이기도 한 '앨런 웨이크'는 전작의 엔딩 이후 실종된 상태죠. 하지만 첫 번째 게임을 플레이한 이들은 모두 그가 어디에 갇혀 있는지 아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 마치 배경에 빠져버릴 것 같은 그래픽은 높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이처럼 게임은 전작에서 13년 뒤, 다시 무언가가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브라이트 폴즈를 무대로 하는 '사가 앤더슨' 요원의 이야기와 함께, 어둠의 공간에 빠져 탈출하기만을 바라는 주인공 '앨런 웨이크'의 이야기를 함께 조명합니다.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두 명의 주인공은, 서로 다른 세계에서 각자가 원하는 결과를 위해 여정을 나아가게 되죠.


두 명의 주인공, 서로 다른 세계

▲ 여느 수사물처럼 이야기가 시작되는 '앨런 웨이크2'

가장 먼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진행하게 되는 내용은 브라이트 폴즈에 막 도착한 사가 앤더슨 요원의 이야기입니다. 연쇄 살인 사건의 피해자로 의심되는 시체를 조사하기 위해 콜드론 호수에 당도하고, FBI로서 범인을 붙잡기 위해 수사를 개시하죠.

플레이어는 사가 요원이 되어 필드를 샅샅이 조사하고,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단서를 확보해 나갑니다. 주인공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있는데, 자신의 마음에 정신을 집중해 '마음의 공간'이라는 장소에 다다를 수 있는 능력이죠. 마음의 공간에서는 그동안 확보한 단서를 벽에 붙여 가며 파일을 정리할 수도 있고, 탐문한 인물들의 생각을 '프로파일링'해 그들이 숨기고 있는 정보를 엿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 직접 단서를 짜맞추는 '마음의 공간'

▲ 의외로 직관적인 스토리 이해에 큰 도움이 되는 편입니다

이 '마음의 공간'은 사가 앤더슨으로 플레이하는 동안 기능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뿐더러, 아주 섬세한 방식으로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장치로도 활용됩니다. 맵 곳곳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단서들을 벽 앞에서 분류하는 과정은 실제로 사건을 수사하는 느낌을 전달하는 한편, 처음에는 뒤죽박죽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보다 직관적으로 정리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줍니다.

탐문과 조사에서만 마음의 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가 앤더슨으로 게임을 진행할수록 무기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필요한 재화를 모으게 되는데, 이를 사용하거나 하는 것도 모두 이 공간을 통해서 이뤄지게 됩니다. 더구나 마음의 공간에 있는 동안에도 현실 시간을 흘러간다는 설정이 덧붙어, 위험한 상황에서는 사용하기 힘든 등 제약 또한 존재해 기능적인 매력을 살리고 있습니다.

▲ 새 주인공과는 달리 어둠의 세계에 갇혀 있는 '앨런 웨이크'

반면, 진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앨런 웨이크'는 전작의 엔딩에 이어 어둠의 세계에 갇힌 상태입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무려 13년동안 실종 상태로 되어 있고요. 그간 앨런 웨이크가 어둠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어떤 일들을 겪어왔는지 확인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 되는 파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 세계가 아니기에, 말 그대로 온갖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앨런 웨이크'의 파트는 주인공이 과저 아내 앨리스와 함께 살던 뉴욕을 배경으로 합니다. 물론, 가상의 공간인 만큼 더욱 위험하죠. 어둠의 존재의 방해로 인해 일종의 '루프' 상태에 빠진 앨런은 계속해서 같은 사건과 결과를 반복함에도 불구하고 탈출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 우리의 주인공은 브라이트 폴즈가 아닌, 뉴욕을 배회합니다

어둠의 세계는 이름부터 알 수 있듯 현실보다도 더욱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요소가 도사리는 장소로 표현됩니다. 그림자 괴물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고, 눈으로 보이는 도시의 비주얼이나 귀로 들리는 사운드 또한 상당히 소름끼치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앨런 웨이크는 사가 앤더슨 요원가 비슷한 '작가의 방'이라는 내면의 세계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 특징은 상당히 다른 편입니다. 사가 요원의 내면 세계가 단서를 짜맞추고, 사람의 생각을 파악하는 역할을 강하게 하고 있다면, 앨런 웨이크의 내면 세계는 작가로서의 상상력을 동원해 어둠의 세계의 면모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죠. 이는 게임플레이 안에서 '플롯 전환'이라는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 앨런의 파트는 공포 요소에 더욱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플롯 전환'은 말 그대로 작가가 원하는 플롯에 따라 장소의 분위기나 가구의 배치 등이 완전히 달라지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방을 장소라고 가정했을 때, '파티'라는 플롯이 들어가면 풍선과 다과가 놓인 장소가 되는 것이고, '몰살'이라는 플롯이 더해지면 시체와 피가 즐비한 방의 모습이 구현되는 식이죠. 주인공 앨런은 이 '플롯'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힘을 활용해, 챗바퀴처럼 반복되는 어둠의 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서게 됩니다.

물론, 마치 전혀 다른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하나의 접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13년 전 브라이트 폴즈에 거대한 사건을 일으킨 그 '검은 존재'죠. 현실 시간으로 13년간 어둠으로부터 탈출하려 했던 '앨런', 그리고 또 다시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한 브라이트 폴즈에 도착한 '사가'의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맞닿으며 피날레를 장식하게 됩니다.

▲ 소설가라는 주인공의 특징을 적절히 활용한 '플롯 전환' 시스템


레메디의 장기에 서바이벌 호러가 더해지면

▲ 샷건이 참 맛있는 게임

사실, 이런 흥미진진하면서도 섬세한 내러티브 전달은 개발사인 레메디의 장기 중에 하나입니다. 언제나 실사화 배우의 영상 컷신과 함께 스토리의 몰입도를 높이려는 시도도 이번에 건재하고요. 심지어 레메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샘 레이크는 직접 작중 FBI 요원인 '알렉스 케이시'를 열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눈에 띄던 것은, 전작들과는 확연히 달라진 플레이 스타일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2021년 처음 게임을 발표할 당시 '레메디의 첫 서바이벌 호러'라고 했던 대로, 앨런 웨이크2는 서바이벌 호러 장르로서 꽤나 정통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었습니다.

물론, 세계관 특유의 적들을 상대하는 규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빛을 이용해 적들을 감싸고 있는 어둠의 기운을 들춰내고, 총기를 이용해 제압하는 방식이죠. 그러나 주인공을 조작하는 시점이나 전반적인 UI, 한정된 자원을 관리해야 하는 인벤토리 시스템 등이 합쳐져 서바이벌 호러로서의 즐거움과 긴장감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개랑 사람만 나오는 적 구성은 좀 아쉬운 편

특히, 이런 액션의 재미는 맵 곳곳을 살피며 각종 단서를 찾아나가는 게임의 또 다른 특징과 이어지며 독특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특히, 앨런 웨이크로 진행하는 파트에서는 '플롯' 전환이라는 기능이 함께 사용되며 정말 신선하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장소라도 플롯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나타내기 때문에, 루프 형식의 레벨 디자인을 차용했음에도 전혀 지루하지지 않았죠.

그간 발전한 그래픽, 사운드와 함께 느껴지는 타격감 또한 만족스러운 편이었습니다. 2010년에 출시된 전작조차 빛으로 적의 그림자를 거둬낼 때, 그리고 총을 적을 처치할 때 만족스러운 타격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 부분에 서바이벌 호러 요소가 가미되면서 그 박진감이 더욱 배가된 느낌입니다.

PS5 기준 듀얼 센스를 통한 감각도 좋은 편이었습니다. 어댑티브 트리거와 반응형 햅틱이 제대로 지원되기 때문에 더 풍부한 타격감을 기대할 수도 있죠. 특히 세 명 이상의 적이 모여 있을 때 조명탄으로 모든 그림자를 걷어내고, 샷건을 이용해 처치하는 기분은 호러 게임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 상쾌함을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물론,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라면 적의 종류가 너무 일률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림자에 사로잡힌 그냥 사람, 날쌘 사람, 이상한 사람, 큰 사람, 강아지 정도가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죠. 보스전 같은 경우에도 그저 맷집 좋은 그림자 인간들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채로운 적과의 전투를 희망하는 게이머에게는 더욱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서바이벌 호러 장르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다회차 플레이 요소는 출시 직후에는 지원되지 않는 점도 일부 플레이어에게 아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은 출시 이후 '최종 초안'이라는 이름의 뉴 게임+ 모드가 출시되면 첫 회차에 습득한 무기와 부적, 권능 업그레이드를 유지한 채 게임을 새롭게 즐길 수 있으며, 더욱 고난도의 '악몽' 난이도 또한 지원할 계획입니다.


무려 13년, 확장된 세계관을 살펴보는 깨알같은 재미까지

▲ 아니 진작 좀 오시지

한편, 앨런 웨이크는 전작이 출시된 13년 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관을 넓혀오고 있었습니다. 레메디가 개발해 온 퀀텀 브레이크나, 컨트롤같은 다른 IP 또한 앨런 웨이크의 사건이 발생한 것과 동일한 세계관의 연장일 뿐더러, 소규모 드라마같은 스핀오프나, DLC를 통해서도 여러 이야기들을 전해오고 있었죠.

'앨런 웨이크2'에서는 그동안 점진적으로 확장되어 온 '앨런 웨이크' 세계관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특히, 이는 SCP같은 컬트적인 요소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레메디가 2019년 출시한 '컨트롤'은 앨런 웨이크와 같은 세계관에서 활약하는 연방 통제국(FBC)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온 세상에 발생하는 이상 현상을 파악하고, 연구하며, 결국 통제 하에 둔다는 미국의 비밀 정부 부서라고 할 수 있죠. '앨런 웨이크2'에서도 이 FBC가 등장하며 브라이트 폴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하나의 '초자연현상'으로 정의하는 부분은 그간 레메디의 게임들을 즐겨온 플레이어에게 정말 깨알같은 재미를 줄 것으로 보입니다.

▲ 레메디 게임 팬이라면 알아볼 만한 요소들이 곳곳에 존재합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만약 '컨트롤'을 플레이해본 경험이 있는 게이머라면 FBC의 본부인 올디스트 하우스의 청소부, '아티'를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어딘가 미스터리한 느낌을 풀풀 풍기던 그도 '앨런 웨이크2'에 등장해 생각보다 비중있는 역할로 플레이어의 경험을 돕곤 하니, 아직 '컨트롤'을 플레이하지 않았다면 스토리 정리 영상이라도 시청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앨런 웨이크 시리즈의 대표적인 메탈 밴드, '아스가르드의 옛 신들' 또한 빼놓을 수 없죠. 매 챕터가 끝날 때마다 멋진 배경 음악을 선사하는 레메디의 작품들 답게, 이번에도 이 메탈 밴드의 신곡 일부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둘만 합니다.


스토리 게임에서 자막이 버그를 일으키는 건 좀...

▲ 이게 소설이야 게임이야

게임 후반부까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스토리 몰입도와 액션의 재미를 유지한 '앨런 웨이크2'이지만, 그렇다고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게임 시작 컷신부터 문제를 일으키는 자막 이슈는 상당한 불편함으로 다가오곤 했습니다.

특히, 앨런 웨이크 시리즈처럼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문체와, 대사들이 어우러진 게임에서 자막은 정말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컷신 도중 일부 대사와 자막의 싱크가 맞지 않는다든지, 자막들이 중간중간 존댓말과 반말을 번갈아서 쓰는 등의 모습은 게임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크게 의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그 외에도 많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여기저기에서 버그가 발생하고는 했는데, 일부 버그들은 게임 진행에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수준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리뷰를 진행하면서 개발사에 이상 현상을 문의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 다행히도 개발사에서 인지하고 있는 문제라며, 출시 시점 빌드에는 확실히 수정될 것이라고 확답을 받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조금은 안심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들만 제외하면, 최적화 측면에서는 상당히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밤을 지새워가며 플레이할 정도로 높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와중에, 버그를 제외하면 게임이 크래시를 일으킨다든지, 아니면 오랜 플레이로 메모리 누수를 일으켜 프레임 드랍이 생긴다든지 하는 이슈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요 근래 출시 후 패치로 게임이 수정되는 사례를 너무 보아온 탓일까요? '이 정도만 되면 꽤나 준수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웃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앨런 웨이크2'는 분명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또 전작을 너무나 인상깊게 한 이들에게도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정통 서바이벌 호러로 변모한 게임플레이는 무게감과 동시에 액션의 박진감을 향상시켰고, 내면의 세계를 통해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방법은 그간 레메디가 보여준 어떤 연출보다도 섬세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올해는 정말 기대 이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게임들이 많이 출시된 한 해 입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그리고 서바이벌 호러 액션을 선호하는 게이머라면, '앨런 웨이크2' 또한 그런 게임들 중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