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게임이 인기를 끌면 그 게임의 장르를 기반으로 한 신작이 나오는 건 이제 새로울 것도 없는 일이다. 배틀그라운드가 꽃피운 배틀로얄 장르가 그러했으며, 그 뒤를 이어 오토체스의 오토배틀러를 비롯해 인디 게임씬에 혜성처럼 등장한 뱀파이어 서바이버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게임들이 장르를 개척하고 기준점이 되어왔다.

그런 가운데 최근 게임 업계가 새롭게 주목하는 장르가 있다.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가 구축한 익스트랙션(Extraction, 추출) 장르다. 배틀로얄에서 파생된 익스트랙션 장르는 유저들 사이에서는 소위 타르코프류(-like)라는 명칭으로도 유명한 장르로 추출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세션에 진입한 플레이어의 목적은 아이템을 파밍하고 탈출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강력한 몬스터 등 적대 NPC와 싸우거나 때로는 다른 플레이어를 죽이고 약탈하거나 피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아이템을 '추출'해서 해당 세션에서 탈출해야 한다.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가 장르를 정립한 가운데 익스트랙션 장르는 착실하게 그 영향력을 넓혀갔다.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슈터를 비롯해 판타지, 그리고 좀비 아포칼립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던 중 최근 새롭게 익스트랙션 장르의 문을 두드린 게임이 등장했다. 액션스퀘어의 신작 탑뷰 익스트랙션 '프로젝트 GGG'가 그 주인공이다. 여러모로 액션스퀘어의 전작 앤빌을 떠오르게 하는 '프로젝트 GGG'는 과연 익스트랙션 장르의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까. 액션스퀘어 스팀 페스티벌 2023을 통해 플레이 테스트를 진행한 '프로젝트 GGG'를 정식 출시에 앞서 체험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조합의 재미 극대화한 탑뷰 익스트랙션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탑뷰라는 카메라 시점은 다른 익스트랙션 장르와는 차별화된 '프로젝트 GGG'만의 무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다소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플레이 테스트에 앞서 공개한 트레일러 등을 통해 앤빌의 노하우가 녹아들었다는 걸 엿볼 수 있었지만, 그것이 익스트랙션 장르와 얼마나 잘 어울릴지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배틀로얄을 근간으로 했다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익스트랙션 장르에 있어서 시각적인 정보는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시된다고 할 수 있다. 비탄 익스트랙션 장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PvP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라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거창한 예시를 들 것도 없이 FPS나 TPS에서 상대의 뒤를 잡은 상황을 떠올리면 된다. 어느 정도 실력 차가 있다고 할지라도 뒤를 잡은 순간, 그것만으로도 전략상 우위에 섰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각적인 정보는 중요하다.

▲ 초반에는 익스트랙션 장르에 탑뷰가 웬 말인가 싶기도 했었지만...

일반적인 PvP 게임도 그럴진대 익스트랙션 장르는 여기서 좀 더 나아갔다.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라는 격언처럼 플레이어는 한순간도 방심해선 안 된다.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몬스터를 잡거나 할 때도 언제 다른 플레이어에게 뒤통수를 맞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나가다가 기습을 당한다면 그래도 나을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득템을 노리고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다가 체력은 다 빼놓고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

이처럼 시점이 중요한 익스트랙션 장르인데 탑뷰가 가당키나 할까 싶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프로젝트 GGG'는 여유롭게 받아넘겼다. '프로젝트 GGG'는 전장의 모든 것들이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탁 트인 공간이라면 모를까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보일 뿐이다. 바로 옆에 언덕이 있더라도 언덕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없고 같은 계층이더라도 수풀이나 물체에 가려져 있으면 보이지 않는다. 전장의 안개를 플레이어 중심으로 구현함으로써 탑뷰가 주는 정보를 필요최소한으로 제한한 셈이다. 즉슨, 탑뷰임에도 방심하면 언제든 기습을 당할 수도, 할 수도 있도록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 수풀 속에 있거나 가려질 경우 보이지 않게 하는 식으로 전장의 안개를 구현했다

근거리, 원거리 간의 밸런스 역시 준수하다. 앞서 전장의 안개를 통해 시야에 제한을 뒀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탑뷰의 특성상 원거리가 여러모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상대를 보자마자 원거리에서 쏘는 쪽과 일일이 접근하는 쪽, 누가 더 유리할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업 간 밸런스를 '프로젝트 GGG'는 직업 간 기본 스탯 등을 통해 맞췄다.

'프로젝트 GGG'에는 임플란트라고 해서 가디언, 버서커, 바운티헌터, 스토커, 행맨, 시커 6개의 직업이 존재한다. 직업이라고 해서 쓸 수 있는 무기가 제한되는 건 아니다. 기본 무기만 다를 뿐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직업이 쓸 수 있다. 차이가 있는 건 약간의 스탯 차이와 직업 기반의 액티브 스킬, 패시브 스킬뿐이다.

▲ 캐릭터는 자유롭게 육성할 수 있다. 버서커라고 해서 무조건 근딜 위주로 육성할 필요는 없다

▲ 평타에 특화된 스킬이 있는가 하면 스킬에 특화된 스킬, 근거리나 원거리에 특화된 스킬 등 다양하다

직업 기반 스킬은 근거리, 원거리 간 밸런스 조절의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탑뷰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원거리가 유리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게임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먼저 보고 먼저 때린다는 건 그만큼 매리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근거리가 무조건 불리하다는 건 아니다. 다양한 스킬들이 거리에 따른 유불리 격차를 메워주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GGG'의 스킬은 직업 스킬인 임플란트 스킬, 무기 스킬, 백팩 스킬, 그리고 재능 스킬 크게 4가지로 구분되는데 이를 어떻게 조합하는가에 따라 같은 직업이라도 전혀 다른 플레이 양상을 보여준다. 근거리 직업인 버서커를 예로 들자면 근거리 무기들부터가 기본적으로 상대를 끌어오거나 반대로 상대에게 뛰어드는 등 거리를 좁히는 무기 스킬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액티브 스킬인 레이징 실드와 패시브 스킬인 진노 모두 근거리 전투에 특화된 만큼, 근거리에 특화된 스킬들로 무장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 근딜 무기들의 무기 스킬들은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는데 특화된 것들이 많다

이 경우 백팩과 재능 스킬 역시 자연스럽게 근거리에 특화된 스킬들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공격력을 증폭시키는 백팩 스킬을 쓴다거나 도망가는 상대를 쫓는 데 특화된 돌진 스킬을 지닌 백팩을 쓰고 재능 스킬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체력을 증가시키거나 전방의 적을 다운시키는 스킬로 무장하는 식이다. 이렇게 세팅한 버서커의 경우 근거리에서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을 발휘하게 된다. 일단 거리만 좁혔다면 순식간에 압살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강점을 날카롭게 벼려서 극대화하는 것만이 능사라는 건 아니다. 원거리 직업이라고 거리를 좁히면 불리하다는 걸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원거리 직업의 대응법 역시 다양하다. 백팩 스킬로 방벽을 만들어 접근을 차단하거나 적에게 돌진하는 백팩을 반대로 도주용으로 쓸 수도 있다. 적을 다운시키는 재능 스킬 역시 근거리 직업만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원거리 직업이 쓴다면 다운시킨 후 재빨리 거리를 벌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식으로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

▲ 적에게 뛰어드는 세이버의 무기 스킬은 기습에 특화된 느낌이다

이럴 경우 근거리만 고집하는 세팅은 오히려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오히려 약점을 메꾸는 식으로 육성하는 게 더 유리하다. 버서커지만, 무조건 근거리에 특화된 식으로 육성하는 게 아니라 원거리도 대응할 수 있도록 원거리 공격 수단을 지닌 백팩을 쓰는 식이다.

물론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직업에 따른 임플란트 스킬을 제외하면 무기 스킬이나 백팩 스킬은 장비에 따라, 그리고 재능 스킬은 익혀놓기만 하면 로비에서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쓰면 된다. 죽으면 모든 걸 잃게 되지만, 실력에 자신 있다면 무기나 백팩을 여러 개 들고 가서 상대나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선택해서 쓰는 것 역시 가능하다.

▲ 백팩 스킬 역시 직접 공격형부터 버프형, 방벽을 만드는 보조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단순히 스킬만의 얘기가 아니다. '프로젝트 GGG'의 장비들은 같은 장비라고 해도 저마다 능력치가 조금씩 다르다. 지능 +9가 달린 게 있는가 하면 공격 속도나 공격력 증가가 붙은 것도 있는 만큼, 자신의 세팅에 따라 전략적으로 조합할 필요가 있다. 스킬 위주라면 스킬 공격력이 증가하는 장비나 쿨타임을 줄여주는 장비 위주로, 평타 위주라면 공격력 증가 옵션이 붙은 장비로 세팅하는 식이다.

전반적인 플레이 감각 역시 대체로 준수하다. 앤빌의 노하우를 녹여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대체로 시원시원하다. 그렇다고 마냥 쉽다는 건 아니다. 잡몹의 경우 장비를 어느 정도 세팅한 시점에서는 크게 위협적이지 않지만, 보스는 다르다. 1, 2, 3성으로 구분되는 보스를 잡으면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지만, 강력할뿐더러 플레이어처럼 스킬을 쓸 수 있기에 대충 싸웠다간 죽을 수도 있다. 다른 플레이어를 상대할 때 정도는 아니더라도 나름의 준비를 착실히 해야 한다.

▲ 원거리 무기와 발군의 상성을 자랑하는 백팩 스킬 '익스큐션 존'

보스를 잡아 좋은 아이템을 얻었다고 해서 기뻐하긴 이르다. 세션 시작 후 4분마다 도착하는 탈출 포드에 탈 수 있는 플레이어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번에 한 대씩 오는 건 아니지만, 한 세션이 15분인 만큼, 탈출 기회는 3번밖에 없는 셈으로 최대 18명이 참가할 경우 탈출 포드를 중심으로 전투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비록 이번 플레이 테스트에서는 한 세션에서 18명이 모두 참여하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출 포드를 미끼로 다른 플레이어를 낚는 걸 심심찮게 겪을 수 있었다.


완성도, 특색 갖췄다. 남은 건 비장의 한 수

▲ 탑뷰 슈터지만, 커스터마이징 요소도 나름 준수한 편이다

앞서 테스트를 진행한 '던전 스토커즈'와 달리 '프로젝트 GGG'는 이번에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신작인 만큼, 여러모로 더욱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첫선을 보였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장르적 특성이라고 해야 할까. '던전 스토커즈'가 다크 앤 다커와 흡사해 보였던 반면, '프로젝트 GGG'는 앤빌과 흡사해 보일지언정, 익스트랙션 장르로서는 여러모로 새로웠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프로젝트 GGG'에 있어서 이번 플레이 테스트는 여러모로 중요했으리라 생각한다. 게임에 대한 첫인상을 비롯해 전체적인 플레이 감각, 그리고 방향성에 이르기까지 유저들에게 평가받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프로젝트 GGG'는 일단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다고 할 수 있다. 세션 진입, 전투와 파밍, 그리고 탈출이라는 익스트랙션 장르로서의 공식에 충실할뿐더러 그 과정인 전투 역시 제법 재미있었다. 육성에 대한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한두 번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하면 할수록 다양한 조합이 나옴으로써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 익스트랙션 장르에서 알차게 파밍한 다른 유저만큼 먹음직스러운 먹잇감도 없다

탑뷰라는 특색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시장을 선도하는 장르가 나오면 그 뒤를 잇는 게임들이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이 경우 완성도와 별개로 아류작이라면서 평가절하되곤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프로젝트 GGG'는 여러모로 낫다. 탑뷰 슈터이기에 일단 첫인상에서부터 여러모로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첫인상만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색다른 첫인상을 보여줬다고 해서 그게 곧 게임의 재미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결국 게임은 재미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프로젝트 GGG'는 재미 역시 제대로 잡았다. 탑뷰 슈터로서 앤빌의 노하우를 잘 녹여낸 느낌이다.

다만,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이번 플레이 테스트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준수한 탑뷰 슈터 익스트랙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막 테스트를 시작한 상황에서 준수하다는 건 칭찬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준수해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배틀로얄 장르라고 한다면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 그리고 에이펙스 레전드가 바로 떠오르는 것처럼 익스트랙션 장르를 얘기할 때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를 비롯한 대표작 중 하나로 단번에 떠오를 정도가 되어야 한다.

▲ 아니! 아무리 테스트라지만, 파티와 솔로가 같은 세션에 매칭되는 경우가 어디있어!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프로젝트 GGG'의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안정적인 육각형을 노리기보다는 강점을 날카롭게 벼리는 일이다. 그것이 탑뷰 슈터로서의 특징일지, 익스트랙션 장르로서의 특징일지는 차치하더라도 익스트랙션 장르 신작을 찾는 유저들이 보자마자 관심을 가질 정도로 눈에 띌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 GGG'가 앞으로 어떤 게임이 될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번 테스트에서는 무난한 첫인상을 남긴 것 같다. 이번 테스트에서의 피드백을 발판삼아 다음에는 탑뷰 슈터 익스트랙션 장르를 대표하는 게임이 되어 돌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