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는 2011 부산 지스타에서 자사 부스를 통해 한국 유저들에게 블리자드 도타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세계 AOS장르에서 치열한 삼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와 도타2에 이어서 드디어 마지막 참가자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블리자드 도타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시연장은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찾은 게이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블리자드 도타를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10명이 모여야 하기 때문에 기자 역시 유저들과 하나로 뒤엉켜 즐거운 기다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것은 그 짧았던 20분의 기록이다.



△ 게임화면은 촬영이 금지됐다. 유일하게 허락받은 로딩화면.


현 시점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수를 보여주는 '핫한' 게임은 단연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이다. 개성넘치는 챔피언과 다양한 서머너스킬, 아이템 조합에 따라서 무한하게 나뉘는 전략등 2011년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리자드 도타는 LOL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세상에 천명하고 나선 것!


블리자드 도타는 이제까지 블리자드가 추구해온 기존의 게임들을 관통하는 절대원칙, "게임은 쉬워야 한다."를 100% 반영한 게임이다. 게이머들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눈에 보이는 간단한 룰에 따라서 적들과 싸우고, 적진을 섬멸하면 된다. AOS라는 장르가 본질적으로 요구하는 것을 심플하게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블리자드 도타의 영웅들은 기존의 AOS장르들이 굳이 하지 않았던 - 어쩌면 할 필요를 못느꼈을 수도 있다. - 영웅의 기본적인 성격을 그룹화시켜서 처음 접하는 유저들도 자신이 고른 영웅이 어떠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AOS게임 커뮤니티에서 공통적으로 접하게 되는 질문이 "저 처음인데요. 어떤 영웅이 좋아요?" 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블리자드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영웅들의 분류는 우리가 늘 접해왔던 워크래프트 - 스타크래프트 -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장구한 역사속에서 그들이 - 영웅들을 지칭한다. - 행해왔던 모습들을 충실하게 반영했다. 제라툴과 캐리건은 "DPS" 클래스로 분류가 되며, 리치왕은 "탱커"로 분류된다. '우서경의 심판을 받아라'로 와우저들, 특히 성기사유저들에게 사랑받는 우서는 치유능력과 심판의 망치라는 스턴기로 인해 "서포터"로 분류된다. 시즈탱크와 럴커는 누가뭐래도 원거리 클래스인만큼, "시즈" 라는 클래스로 분류된다.


이렇게 네가지 성격으로 영웅들을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면 되는 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고 게임에서 자신의 역할에 맞는 플레이를 하면 된다. 물론 이것은 블리자드가 제안하는 기준일 뿐이고, 실제 유저들은 다른 방향으로 캐릭터를 육성할 수도 있다. 다만 효율성의 문제가 남아있을 뿐이다.


아이템은 무척 단순해졌다.


AOS게임에서 아이템 조합 역시 하나의 전략이라는 점에서 블리자드 도타는 이 전략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했다. 대부분의 아이템들은 쿨타임을 갖는 액티브스킬형태의 아이템이고, 유일하게 완벽한 패시브 아이템은 당근아이콘의 이속증가아이템 뿐이다. (당근은 와우에서 탈것의 이속을 증가시켜주는 고전적인 장신구이다.) 그 외에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아이템은 체력과 마나를 회복시켜주는 아이템인데, 마치 흑마법사의 1레벨 생명석에서 3레벨 생명석을 먹는 것과 같은 효과이다. 1레벨을 먹든 2레벨을 먹든 혹은 3레벨을 먹든 쿨타임은 동일하게 1분이며, 당연히 3레벨의 생명석을 먹을 때 더 많은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 마나석 역시 마찬가지 개념이다.


이것을 제외하고는 단순한 일회성 물약과 아티팩트로 명명된 상위 단일 아이템뿐이다. 블리자드가 이렇게 아이템을 사용효과로만 구성한 이유는 심플하다. 상위 아이템을 맞췄다고 해서 무조건 플레이어가 강해지는 것은 즐거운 대결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블리자드 도타에서는 아이템을 구입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구입한 아이템을 언제, 어떻게 쓰는게 더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유저들은 좀 더 전황을 꼼꼼히 살펴야 하며, 한번의 사용으로 긴 쿨타임을 갖는 아이템을 보다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흔히 LOL에서 말하는 왕귀, "왕의 귀환"이 근본적으로 차단되어 있는 것이 바로 블리자드 도타다.





그 외에 AOS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을 위해 블리자드가 준비한 여러가지 장치들이 있다. 이것은 기존의 AOS게임들에서 미처 지원하지 않았던 편리성을 보다 증대시킨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첫번째로 블리자드 도타는 유저들을 막타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AOS류에서 막타는 분명 중요한 요소다. 초보가 중수로 올라설 때, 또 중수가 고수로 올라설 때 가장 기본이 되면서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것이 막타를 통한 골드획득이다. 아무리 전략과 컨트롤이 중요한 게임이라도 해도 결과적으로 골드획득이 안될 경우 아이템 업그레이드가 힘들고, 이는 결국 흔히 말하는 템빨에 밀려서 지는 결과를 야기시킨다. 블리자드 도타는 이것을 배제한다. 막타를 쳐서 상대편 미니언을 잡을 경우 더 많은 골드를 획득할 수 있다. 만약 그러지 못할 경우에는 적은 골드를 획득할 뿐이다. 또한 하나의 라인에 많은 플레이어가 있을 경우 골드획득량은 더 줄어든다. 미니언 하나가 15골드를 준다면 둘이 있을 경우 막타를 치지 못한 플레이어는 절반인 8골드를 획득하지만, 5명이 같이 있을 경우 3골드밖에 획득하지 못한다.


어쨌든 기존의 'All or Nothing' 의 체제로부터 벗어났다는 것은 아직 막타먹기에 미숙한 유저들에게 반가운 일이다. 막타를 쳐서 골드를 획득하는 것만으로 "잘한다"와 "못한다"로 구분하던 것이, "잘한다"와 "더 잘한다"로 구분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 여겨진다.





두번째로 유저들은 자신의 가로방향 위치를 어느 화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예로 들자. 가령 자신의 하단 라인에서 플레이하다가 중앙 라인에서 교전이 발생할 것 같아서 지원을 가는 경우 중앙 라인의 상황을 화면으로 보면서 이동할 수 있다. 이때, 기존의 AOS 게임들은 미니맵을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중앙을 보다가도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화면을 이동시켰다. 블리자드 도타는 자신의 화면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전장으로 화면을 돌리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게임화면에 자신이 영웅이 없을 경우 화면의 상단 혹은 하단에 현재 자신의 유닛이 있는 가로위치를 실시간으로 작은 아이콘화해서 보여준다.


이것은 행여나 전장에 투입할 때 정확히 자신의 위치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익숙해지면 불필요할 수도 있지만 분명 시작하는 유저들에게 작지만 꼼꼼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킬을 배우는 순서까지 알려준다.


블리자드 도타는 기존의 AOS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4개의 스킬을 사용하며, Q W E R 의 단축키를 사용한다. 레벨업을 할때마다 추천하는 스킬들위에 불이 번쩍번쩍하며 어떤 스킬을 먼저 배울 지 고민하는 유저들에게 가이드를 제공한다. 어디까지나 추천순서이며 유저들은 이 가이드와 별개로 자신이 원하는 스킬을 먼저 배울 수 있다. 물론 궁극기술의 경우는 6레벨이 된 이후부터 배울 수 있다는 것은 기존의 게임들과 동일하다.


블리자드 도타는 마치 LOL의 도미니언 모드로 시작해서 클래식 모드로 전환되는 느낌을 준다. 초반에 보다 손쉬운 골드획득으로 인해서 빠르게 필수 아이템들을 구비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전투는 더욱 박진감있게 진화한다. 기존 AOS게임들에 존재하는 미니언, 슈퍼미니언, 타워, 히든몬스터들 역시 모두 존재하지만 이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좀 더 게임이 공개된 이후일 듯 하다.





이제까지 블리자드 도타의 장점을 주로 언급했지만 단점도 역시 존재한다.


가장 큰 단점은 생각보다 전투가 그리 박진감있게 전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템 조합이라는 육성시뮬레이션의 재미를 과감히 버렸고, 아이템을 모두 사용효과 위주로 만듬으로써 아이템격차에 따른 성능차이까지 좁혀가면서 전투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는데, 정작 전투가 박진감이 다소 떨어진다. 이는 스킬들의 이펙트와도 관계가 있는데 중요하게 표현해줘야 할 이펙트들은 도리어 작게 표현되고, 큰 모션을 동반한 스킬들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이펙트가 강렬하다. 이 불편한 연출은 전투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게다가 아이템을 모두 사용효과로만 만들어 아이템 격차에 따른 성능차이를 줄였지만 이걸 잘 쓰지 못하면 지루한 전투가 반복된다.


전투에 집중하도록 만든 의도는 좋았으나, 전투를 보다 쉽게 치를 수 있도록 하는 장치, 팀플레이를 보다 원활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까지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어려운 부분이 아니니 이는 곧 개선이 되리라 판단된다.


두번째 단점은 장점으로 들었던 영웅들의 클래스 구분이다. 클래스 구분으로 인해 유저들은 5명이라는 하나의 팀에서 일정한 역할을 "강요"받는다. LOL처럼 어떤 클래스로 고르더라도 아이템 조합에 따라서 어느정도 보완이 되는 수준이 아니다. 블리자드 도타는 아이템의 비중이 극도로 낮기 때문에 탱커를 고른 유저는 정말 탱커만 해야되고, 서포터를 고른 캐릭터는 서포터만 해야된다. 기자의 경우 우서를 골랐는데, 정말 공격력이 참으로 안타까운 수준이어서 결국 한타 싸움에서 심판의 망치로 스턴지원하고, 힐만하는 힐셔틀로 전락했다.


기자는 우서경이 그래도 천벌의 망치도 던지고 날개도 피고 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꿈.


블리자드 도타 시험부스를 나오면서 머리속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LOL을 이길 것 같은가?"


답은 "질문자체가 무의미하다"이다. 블리자드 도타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게임이고, 블리자드는 명석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아직 미완성임에도 블리자드 도타는 확실히 차세대 AOS 삼국지의 한 축에 들어가기 충분하다는 것이고, 유저들은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결제없이 블리자드 도타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