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블리자드의 제이 윌슨(Jay Wilson)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에서 '악마를 향해 외쳐라 : 디아블로3를 제작하며 (Shout at the devil : the making of Diablo 3)'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디아블로3의 제작과정을 되짚었다.


▲ 2012년의 화제작 디아블로3 개발을 총괄했던 제이 윌슨


'디아블로 1, 2편을 만들 진 않았지만, 대단한 성공작의 후속작을 만드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강연을 시작한 제이 윌슨은 디아블로 3를 안전한 길을 따라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기 보다는 좋은 점은 계승, 발전시키면서도 새로운 요소들을 시도했다는 것.

'접근성이 좋을 것', '원하는 대로 육성할 수 있을 것', '영웅들이 강력할 것', '보상을 적절하게 줄 것'은 그가 세운 디아블로3의 원칙. 이런 원칙에 따라 전작에서 그대로 받아들일 부분은 놔두고 바꿔야 하는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디아블로3팀의 선택이었다.


▲ 성공한 작품의 후속작 개발을 맡을 때 안전한 길과 새로운 시도 사이의 선택이 필요하다.



▲ 디아블로3 개발에 있어서 핵심으로 잡은 요소들


접근성과 관련해서 개발팀이 세운 목표는 쉽게 플레가 가능하고 마우스에 초점을 맞춰 컨트롤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키보드도 사용하지만 디아블로2보다 적게 사용하게 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접근성이 높다는 것이 단순하다는 것과 같은 뜻은 아니라고. 배우기는 쉽지만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바둑처럼 깊이가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복잡해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제이 윌슨은 강조했다.

쿼터뷰 시점은 낡은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전작을 계승한 것이며, 쉬운 컨트롤 또한 계승했다. 하지만 빨간 물약은 체력을, 파란 물약은 마나를 채우는 단순한 시스템은 재미가 없어, 몬스터를 처치하면 체력구슬이 떨어지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또 마우스 클릭만 반복했던 전작과 달리 스킬 바를 개선해서 전투에서 전략적으로 스킬을 사용하도록 했다고 제이 윌슨은 말했다.

"만약에 여러 명이 디아블로2를 하는 방에 들어간다면 클릭 소리만 계속 날 겁니다. 우리는 여기에 1, 2, 마우스 우클릭들이 섞이길 바란 것이죠. 전작에서는 체력이 떨어지면 그냥 물약을 마시면 그만이었는데, 체력 구슬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전투를 할 때도 어디서 싸울 지 고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방어 스킬들의 활용도가 훨씬 더 높아졌죠."


▲ 물약 슬롯이던 전작과 달리 디아3의 퀵 슬롯은 캐릭터의 기술들로 채워졌다.



▲ 프로즌 오브, 휠윈드로 클릭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술 사용을 추구한 디아블로3


하지만 아이템과 관련해서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전작의 아이템이 끝없는 아이템 옵션을 가지고 있어 직관적으로 아이템의 성능을 가늠할 수 없었는데, 디아블로3에서는 DPS라는 대표적인 숫자로 조금 더 쉽게 성능 비교를 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충분하지는 않았다는 것.

제이 윌슨은 스킬 시스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디아블로2의 스킬 트리는 모든 스킬을 배우고 싶은 유저들의 욕구와는 달리 특정 스킬에 포인트를 모두 투자하도록 하고 있으며, 트리 방식을 따르다보니 사용하지 않을 스킬에도 포인트를 소모해야 하는 모순점이 있었다고. 그래서 디아블로3의 스킬은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 다양한 스킬 조합을 실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디아블로3 스킬 시스템의 단점도 있다고 고백했다. 모든 스킬이 동등하게 처리되다보니 레벨 업을 했을 때 굉장하다는 느낌을 전달하지 못했으며, 너무 쉽게 바꿀 수 있다 보니 같은 클래스를 다시 육성하는 일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 전작의 기술 창. 포인트 투자에 따라 강화되는 기술의 맛이 디아블로3에서는 없다.


'경매장'에 대해서는 예상이 빗나가면서 시스템에 악영향을 줬다고 평하기도 했다.

사기 사건을 막을 수 있고, 유저들이 원하는 서비스라서 개발하게 되었는데, 일부의 유저들만 경매장을 이용하고, 굉장히 좋은 아이템만 거래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던 것이다. 전체 이용자의 50% 이상이 경매장을 이용하고, 하루에 100만 명이 이용하며, 거래량이 300만 건에 달하게 된 것.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디아블로를 쓰러트려야 하는데, 돈이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배트맨이나 아이언맨처럼 말이죠. 경매장 시스템이 아이템을 통한 보상 시스템에 악영향을 준 결과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해결방법이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경매장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온라인 플레이 기반이 된 디아블로3에서 추가된 경매장. 해외에선 현금을 이용한 거래도 가능했다.



▲ 파밍보다 골드(혹은 현금)로 장비가 해결되는 점은 게임성에 안좋은 영향을 줬다고...


제이 윌슨은 '강력한 영웅'이라는 원칙에 대해서는 디아블로 시리즈의 판타지 세계관을 계승하고 직업체계를 계승해 새로운 직업 수도사를 추가하였지만, 영웅들의 스킬을 새롭게 디자인해 색다른 변화를 시도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디아블로3 인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