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 자회사 중에서도 가장 유쾌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알려진 미디어 몰큘.

영국 길퍼드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 위치한 이 회사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작품은 '테어 어웨이'입니다. 전작 '리틀 빅 플래닛' 시리즈처럼 유저 생성 콘텐츠 방식이 아닌, 스토리 진행 방식의 게임이죠.

또한, 이 작품은 미디어 몰큘에서 제작하는 첫번째 PSVITA 게임입니다. 전후면 터치 기능, 카메라, 중력 센서와 같은 개성있는 기능을 탑재함과 동시에 기기 자체 성능도 휴대용의 스펙을 가뿐히 넘는 PSVITA. 미디어 몰큘은 이 신박한 기기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리고 그들만의 창의력이 어떤 방식을 통해 표현되었는지 짤막하게나마 게임 체험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 ▲ '테어 어웨이' 공식 플레이 영상 ]


■ 플랫폼 특성? 완벽하게 사용했습니다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별다른 UI가 등장하질 않네요. 일반적으로 등장하는 스타트 버튼과 같은 메뉴 화면이 보이지 않습니다. 개발진들을 바라보자 그들은 PSVITA를 흔드는 시늉을 합니다. 그들 뜻대로 본체를 쥐고 이리저리 흔드니 테어 어웨이 속 하늘에 구멍이 뽕! 하고 뚫립니다. 그리고 그 구멍 사이로 제 얼굴이 보였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테어 어웨이가 갖는 핵심 개념입니다. 개발진의 말에 따르면, '테어 어웨이'의 주인공 아이오타(iota)와 아토이(atoi)는 플레이어에게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모험을 시작합니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종이에 구멍 뚫린 모습의 태양이 간혹 등장하곤 하는데, 이게 곧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점입니다. 단순 게임이 아닌, 증강현실과도 같은 기능을 사용해 현실과의 연관성을 제공한다는 게 테어 어웨이가 갖는 가장 큰 특징입니다.

현실과의 연동 요소은 매우 유연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게임 내 녹아있습니다. 특정 구역에서는 PSVITA 후면의 터치를 이용하도록 유도합니다. 이곳을 터치하면,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의 손가락이 튀어나오는 듯한 연출을 볼 수 있습니다. 손가락을 이용해 길을 막고 있는 적을 제압할수도 있고, 통나무를 굴려 캐릭터가 이동할 수 있는 징검다리처럼 사용할 수도 있죠. 개인적으로 참 신선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런 요소가 꽤 많습니다. 수풀 사이사이로 자라난 버섯은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조그 버튼과 똑같이 움직입니다. 가령, 조그 버튼을 좌우로 까딱거리거나 빙글빙글 돌린다면, 이 버섯도 그러한 모양새로 움직인다는 거죠. 무엇보다 버섯 모양 자체가 PSVITA의 조그 버튼과 똑같이 생겼다는 점이 특히 재미있습니다.

이외에도 직접 색종이를 잘라 게임 내 NPC 머리에 붙인다던가, 플레이어의 사진을 찍어 배경 오브젝트를 디자인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증강현실 요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 지문이 새겨진 곳을 터치하면 막힌 문이나 상자도 개봉 가능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현실과의 연동을 이 정도로 자연스럽게 구현한 작품은 흔치 않았다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휴대용 플랫폼에서는 거의 최초라 불러도 손색없는 수준입니다.

'테어 어웨이'에서 높이 사고 싶은 점은 이러한 시스템들이 게임의 전체 배경에 아무런 위화감없이 녹아들었다는 사실입니다. 뭐, 진지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유치한 수준도 아닌 게임이기에 자칫하면 이런 부분이 게임 전체를 난잡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특유의 그래픽과 설정이 이러한 유저 개입부를 자연스럽게 이끌어줬습니다. PSVITA를 처음 보자마자 이러한 게임 제작을 염두에 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죠.




■ 눈으로 보여지는 개성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 게임의 독특한 점은 게임 진행 방식 뿐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그래픽이라 말하는 게 맞겠네요. 일단 결론부터 말하고 설명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결론은 '완벽한 종이세계 구현' 입니다.

시연회를 진행하기 전, 개발자들과의 간단한 미팅이 있었습니다. 아티스트 및 디렉터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었죠. 바로 '테어 어웨이'의 모든 요소가 실제 종이로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들의 말처럼 '테어 어웨이'는 그냥 그런 종이 느낌이 아닌, 현실의 종이와 똑같은 질감과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엔진 및 핵심 프로그램부터 독특해요. 게임 오브젝트를 제작하는 프로그램이 종이모형 도면을 자동 구축하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게임 캐릭터를 디자인하다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해당 캐릭터를 프린터로 출력해 실제 조립할 수 있도록 도면이 제공된다는 말입니다.

게임 내 적용된 모든 오브젝트는 이러한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배경은 물론, 캐릭터들까지 실제 종이로 제작할 수 있는 디자인이죠. 또한, 종이의 특성을 살리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종이가 쭉쭉 늘어난다면 비현실적이죠? 제외했습니다. 게임 내 오브젝트들의 움직임을 보면, 모두 실제 종이로 구현 가능한 것 들 뿐입니다.

또한, 종이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프레임까지 제한을 뒀습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은 종이스럽지 않기에 적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 런'과 같이 똑똑 끊어지는 느낌으로 움직이도록 디자인했다는 게 개발진의 말입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게임을 진행하며 어떠한 GUI도 볼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NPC와 대화할 때나, 혹은 특정 오브젝트를 움직일 때만 뭐를 누르라는 풍선이 잠깐 등장할 뿐이죠. 이 부분에 대해 개발진에게 물어봤는데, 플레이어가 최대한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합니다. 스탯을 보는 창 같은 것도 따로 볼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유저들에게 호불호가 갈릴 듯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판단이라 보여집니다.




■ 자기만의 색으로 똘똘 뭉친 PSVITA의 야심작

'테어 어웨이' 배경은 영국의 전래동화에서 따왔습니다. 이솝우화 같은 이야기들 말이죠. 물론 100% 똑같이 따온 것은 아니고, 미디어 몰큘의 센스가 결합되어 새로운 이야기로 구성되어 적용됐습니다. 음악 역시 영국의 전통 민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뒤 게임 내에 삽입했습니다.

동화가 총 몇 편인지, 게임의 전체적인 플레이타임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제가 플레이 한 부분은 게임의 초반부였고, 개발진에게 게임 전체 볼륨을 물어보니, 개발중이라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게임을 완료한 뒤에는 타임어택 모드를 즐길 수 있으며 별도의 도전과제도 마련되었다고 하니 참고하면 되겠습니다.

'테어 어웨이'를 즐긴 소감을 종합해보면, '신선함'으로 귀결될 듯 합니다. 저 뿐 아니라 현장에 있었던 다른 기자들 역시 이러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창의성 부분에서는 지금까지 등장한 게임들과 비교해 단연 앞서나갑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Wii로 출시된 '슈퍼마리오 갤럭시'가 이렇게 신선하면서도 플랫폼의 특성을 잘 살린 게임이었는데, '테어 어웨이' 역시 그 정도의 창의력을 갖췄습니다.

다만, 이러한 창의력이 게임의 초반부 뿐 아니라, 후반부에서도 꾸준하게 느껴질 수 있는지가 게임의 평가를 가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의외로 게임이 난이도가 조금 있는 편이기에, 쉽게 생각하고 접근했다가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후면 터치패드가 굉장히 민감해서 이를 이용해 진행해야 하는 구간에서 자주 죽는 캐릭터를 볼 수 있었습니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카메라 무빙입니다. 대체로 무난한 편이지만, 특정 구간에서는 따로 시점을 변경해줘야 할 정도로 애매한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부분들은 아직 개발중이기에 모두 수정 가능한 부분이며, 더 추가될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등장한 어떤 게임과도 다른 신선한 콘셉트를 가진 '테어 어웨이'. 지금까지 등장한 작품 중 PSVITA를 가장 잘 사용한 게임이었습니다. 휴대용 플랫폼을 넘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모든 플랫폼 사이에서도 멋진 평가를 받을 준비를 차곡차곡 해나가고 있습니다. 전작 '리틀 빅 플래닛'으로 개성과 개발력을 인정받은 미디어 몰큘이기에,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