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모바일 업계에서 유명한 게임 업체를 꼽으라고 하면 컴투스나 게임빌을 떠올리지만, 몇년 전부터 몰아친 모바일 열풍으로 이제 왠만한 규모의 게임사들은 대부분 모바일에 한 발을 걸치고 있는 것이 당연스럽게 느껴지는 시절이 되었다.


한 치 앞도 결과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는 현재, 가장 유명한 회사는 아니지만 주목받을만한 회사를 꼽으라면 서너명 중에 한명은 이 업체를 꼽는다. 개발자 중심의 스튜디오 체제를 선택했던 박영목 대표의 오렌지크루.


그런데 올해부터 내년까지 가장 많은 활약을 보여줄만한 회사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오렌지크루에서 뜬금없이 야구 게임을 내놓았다. 실시간 대전을 주요 콘텐츠로, 스마트폰의 성능을 십분 활용한 3D 그래픽과 8500에 이르는 라이센스를 확보한 '골든 글러브'.





야구 게임은 한번 터지면 꾸준한 매출을 유지해주는 효자 종목이긴 하지만, 이미 게임빌과 컴투스가 매년 새로운 게임을 선보여온 과포화 시장이다. 특히 피처폰 시절부터 꾸준히 쌓아온 컴투스와 게임빌의 모바일 야구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게임은 없었고, 출시를 했다 하더라도 이미 레드 오션이 되어버린 모바일 시장에서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오렌지 크루의 골든 글러브가 내던진 도전장이 세대 교체의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무모한 도전으로 남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겠지만, 최소한 지금까지 유저들을 대상으로 2번의 테스트를 거치면서 보여주었던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유저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미디어 역시 호평이 이어졌다.


골든 글러브의 출시를 앞두고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 중의 한명, 서비스를 총괄하는 Product Manager 최원석 과장. 그는 한게임에서 출시되어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던 스마트폰 RPG '아니마'를 필두로 여러 종류의 모바일 게임들을 거치면서 서비스 기획을 담당해온 베테랑이다.




요즘 돌직구가 대세라던데, 게임마저 야구 게임이니 염치불구하고 바로 물어봤다. 왜 야구 게임이어야 했을까? 심지어 유명한 경쟁작도 많은데...


"처음 개발을 시작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경쟁작도 많고 시장에 확실하게 자리잡은 게임들까지 있으니 경쟁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테니까. 그런데 개발을 시작할 당시 피처폰 시절의 틀을 유지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온 게임들이 많았고, 스마트폰에 어울리는 퀄리티를 보여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마트폰에서 야구 게임을 만들되, 기존의 야구 게임들이 갖추지 못했던 고품질에 실시간 대전 등의 특화된 콘텐츠를 가져가는, 온라인이나 PC게임 못지않은 스마트폰 야구 게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 결과가 골든 글러브였다."










돌직구 하나 더, 아무리 낮게 잡아도 골든 글러브의 난이도는 쉬운 편은 아니다. 익숙해지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어차피 야구 게임인 이상 유저층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진입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고려해보면 쉽지 않은 결정.

가볍고 단순한 게임이 다수인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여러모로 트렌드를 역행하는 스타일이 아닐까?


"어렵다는 건 인터페이스의 문제일수도 있고 게임의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일 수도 있는데, 처음부터 신경을 많이 쓰면서 조절해왔다. 골든 글러브의 핵심 콘텐츠는 실시간 대전이고, 서로 유인구를 던지거나 하는 심리전이야말로 유저들의 승부를 재미있게 만드는 과정이다.

스마트폰이라는 환경이나 유저층을 당연히 고려해야 하겠지만, 결국 최소한의 난이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철권같은 대전 게임의 조작이 어렵다고 해서 그냥 쉽게 만들어버리면 대전 게임 자체의 매력이 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목표한 만큼 결과가 나왔을까? "뻔한 답변이지만 주어진 시간과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정도로만 대답하겠다."며 웃음짓는 최원석 과장. 오렌지크루의 노력이 통한 것인지는 몰라도 골든 글러브를 기다리는 유저들의 반응은 뜨겁다. 테스트를 경험했던 유저들의 댓글 중 다수는 '기다리기 힘드니 언제 나오냐?'는 것이었다.









두번의 클로즈베타를 통해 검증받은 골든 글러브의 핵심 콘테츠는 유저끼리 벌이는 실시간 대전이다. 1차 테스트에는 서버 문제때문에 콘텐츠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으나, 단 한번도 서버가 끊기지 않을 정도로 개선되었던 2차 테스트부터는 호평이 이어졌다.


"네트워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및 모바일 환경은 게임사에서 어쩔수 없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자면 지하철에서의 망 이탈이나 3g와 Wi-Fi가 변환되는 과정에서 접속이 불안정해지는 등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로 게임이 끊겨도 SKT나 KT가 아니라 우리가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다. (웃음)

물리적인 문제들을 제외하면 네트워크 환경은 대부분 개선되었고, 2차 테스트 때에는 실시간 대전에 큰 문제는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그리고 실시간 대전 중에 게이머의 접속이 끊기더라도 인공지능이 경기를 계속 이어가다가 재접속하면 계속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해놓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다보니 지난 테스트의 웃지못할 일화가 떠오른다. 대전중에 접속이 끊기면 인공지능이 경기를 플레이하는데, 인공지능의 실력이 뛰어난 편인데다가 다들 초보 시절이다보니 경기가 불리해지면 일부러 접속을 끊어버리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1차 테스트때 유독 심했는데 접속이 끊겼다가 들어가보면 인공지능이 점수 따 놓고... (웃음) 그래서 2차 이후로는 인공지능의 실력을 좀 낮췄다.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실력으로 경기를 유지하는 정도면 되는 것인데, 실력이 너무 좋아서 유저를 계속 이겨버리면 안되니까."


트래픽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다. 비주얼드 블리츠 계열의 퍼즐은 한 판의 시간이 1분으로 고정되어 있으며, 많은 모바일 게임들은 보통 플레이 타임을 길어야 5분 내외로 잡는다. 즉 짧고 강렬하고 반복적인 한판이 대세라는 뜻인데, 골든 글러브는 한판이 최소한 10분.

물론 실시간 대전이라는 게임의 특징때문에 감수할 수 밖에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평균 10분 이상의 경기 시간이 필요한 골든 글러브는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의 흥행 공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편이다.


"내부에서도 많은 토론을 거쳤던 부분이다. 네트워크 환경도 불안정한데 경기마저 길어지면 끊길 화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니 이건 게임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해결할수 없다. 그래서 3이닝부터 9이닝까지 경기 이닝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3이닝은 10분~15분, 9이닝은 40분~45분 가량이 나오더라.

물론 3이닝의 10분도 모바일 게임치고 적은 시간은 아니다. 그렇지만 실시간 대전 게임의 재미를 유지하기 위해서 서로의 콘트롤에 필요한 시간 및 통신 환경 등을 고려해보면 최소한의 시간은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무리하게 시간을 줄이기보다 게임의 재미를 유지하기 위해 보완하는 방향."



접속이 끊길 경우의 인공지능이나 스트라이크 중심으로 좀 더 빠르고 화끈한 승부가 가능한 정면 승부 모드, 홈런 승부를 겨루는 모드 등은 모두 이렇게 실시간 대전의 재미를 유지하면서 짧은 시간에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려는 노력의 결과. 특히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콘텐츠화 하려는 노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노력하니 떠오르는 것, 처음 골든 글러브를 플레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 내지는 '이야'라는 탄성을 지르게 만드는 골든 글러브의 배경음악. 특정 선수의 이름이 들어간 응원가나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의 테마를 현장 느낌 그대로 들을 수 있게 만들어놓은 골든 글러브의 배경음악은 과연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처음 시작된 것이 어느 분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야구장의 현장감을 그대로 유저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직접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경기장에서 녹음해온 음악과 응원가들을 편집해서 사용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나 구단이 나오면 진짜 경기장에서 경험했던 그 순간의 음악이 흘러나올 것이다."












야구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 물론 재미있게 게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팬이라면 선수와 구단의 정보도 뺴놓을 수 없는 부분. 골든 글러브는 이런 면에서 볼때 이미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 선수협회와 KBO, 일구회를 포함하는 골든 글러브의 라이센스는 연도별로 구분된 선수 데이터만 약 8500명. 한국 프로 야구의 팬이라면 반가울만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모바일쪽에서는 가장 많은 선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물론 액션 게임이다보니 유저에 따라 같은 선수로도 남들보다 잘할 수 있다. 반대로 능력치가 있다보니 좋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으면 같은 상황에서 남들보다 편하게 점수를 낼 수 있고. 그러나 전반적인 밸런스는 카드의 능력치와 유저의 실력을 반반 정도로 맞춰나가려고 한다."


골든 글러브의 출시가 멀지 않았다. 언제 나오냐고 물어보니 '저도 알고 싶다.'는 말로 대답을 비껴가긴 했어도 최소한 올해 포스트 시즌 전의 출시가 목표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결국 현재는 이미 완성단계에 이르러 출시만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나 다를 바 없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모바일 야구 게임 시장, 이미 유명한 경쟁자들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레드 오션이지만 도전자 '골든 글러브'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 한게임과 연계한 대규모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고 2번의 테스트를 통해 안정성 검증까지 끝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서로의 실력에 어울리는 멋진 승부.


"많은 유저분들이 플레이를 해주셨으면 좋겠고, 그만큼 많은 의견을 받았으면 좋겠다. 스마트폰 게임에서 이 정도의 퀄리티와 재미를 함께 갖춘 게임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뚜껑을 열고 기다리는 것만 남은 상황이고 자신감도 있지만, 그래도 유저분들에게는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크다. 야구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플레이해보시고 평가를 내려주시길 부탁드린다."


[리뷰] 경기장의 흥겨운 느낌 그대로, 오렌지크루의 슈퍼루키! 골든글러브!